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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

On May 27, 2020

힘세고 잘생기면 그만이었다. 퍼포먼스와 디자인이 자동차 가치 판단의 기준이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기준이 하나 더 생겼다. 조금 못생겨도, 운동은 잘 못해도 사용자의 취향과 습관에 맞는 편의 사양을 제공한다면 구매로 이어진다. 지금 자동차들은 음성 인식은 기본이고, 차량 내 결제 시스템, 무선 업데이트 등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 사용자 경험이란 사용자가 직접 체험해보고 판단하는 아주 개인적인 영역이기에 제원표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특히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위해 국산차 업체들은 사용자 경험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이는 트렌디한 모습처럼 보이나 어쩌면 기본기를 가리는 위장막이 아닐까?

자동차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이미 굳어서 변하지 않을 듯한 인식도 바뀌어서, 자동차를 살 때 고려하는 요소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거나 새로운 요소가 생긴다. 가격, 디자인, 성능, 효율성, 브랜드, 유지비, 내구성 등 구매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사람마다 중시하는 요소는 다르지만, 대체로 가격과 성능과 디자인은 예로부터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이다. 성능은 자동차의 본질이다. 자동차라면 일단 운전자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잘 달려야 한다. 스포츠카처럼 극한 성능을 발휘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허덕이지 않는 평균 성능은 갖춰야 한다. 디자인은 개인 취향에 맞아야 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무시할 수 없어서 불특정 다수가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 가격은 구매 계획을 세우는 시작 단계는 물론, 최종 단계에도 영향을 미쳐 결정을 바꾸게 하는 주요 요소다.

최근에 중시하는 구매 요소는 사용자 경험이다. 가격, 성능, 디자인보다 더 따지기도 한다. 사용자 경험이 갑자기 등장한 요소는 아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예전부터 옵션을 많이 따진다. 다양한 기능과 장비가 곧 사용자 경험이다. 요즘 사용자 경험이 다른 점이라면, 더 다양하고 편하고 새로운 경험이 늘었다는 것이다. 차 안에서만 아니라 밖으로 경험이 확장되고, 외부 기기와 결합해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 요즘 자동차는 커다란 스마트폰 또는 전자제품이라고 할 정도로 이동 수단 외적인 기능이 다양해졌다. 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그러하듯, 오랜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기 때문에 자동차도 플랫폼 역할을 한다. 자동차를 생활 속에서 여러 용도로 편하게 사용하고 싶어 하는 욕구에 맞춰 사용자 경험을 다양화하는 기능과 장비가 늘어난다.

자동차는 상향 평준화되고 이미 나올 기능은 다 나와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다고 말한다. 성능이나 디자인 등 전통적인 요소에서 새로운 모습을 창조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구매자는 조금이라도 더 새로운 것을 경험하길 원한다. 자동차 업체들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한 돌파구로 사용자 경험 확대에 주력한다. 음성 인식이나 터치도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터치만 해도 디스플레이에만 적용하느냐, 버튼도 터치로 하느냐, 버튼을 최소화하느냐, 터치 없는 버튼을 남겨놓느냐 등 여러 가지로 경험이 나뉜다. 고급차 업체들이 맞춤형 옵션을 늘리거나 스페셜 모델 제작에 집중하는 이유도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경험을 정립하고 확장하는 방식에서 자동차 업체의 특성이 드러나고 사용자 만족도가 달라진다.

새로운 경험도 속속 등장한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 또는 주유소에서 굳이 지갑을 꺼내지 않아도 결제가 되도록, 자동차가 거대한 결제 수단 역할을 한다. 주차할 때 자동차가 자동 기능으로 주차를 한다고 해도, 옆 차와 간격이 좁으면 내릴 때 불편하다. 차에서 내려 리모컨으로 차를 주차하면 내릴 때 불편할 일이 없다. 내장 내비게이션은 업데이트하려면 메모리카드를 빼서 컴퓨터에 연결해서 하든가 서비스센터에 가야 한다. 업데이트를 아예 무선으로 바꿔버려 운전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최신 지도 내용을 반영한다.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ADAS)는 안전과 편의를 돕는 최신 기술이다. 앞차와 알아서 거리를 조절하고,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알아서 차선에 맞춰서 달리거나, 사방에서 접근하는 위험 요소를 감지해 사고를 예방한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이용해 굽은 길에서 미리 속도를 줄이거나 터널에서 열려 있는 창문을 닫는 등 응용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 ADAS는 자율주행 전 단계 기능이라고 할 정도로 안전과 편의성을 높인다. 예전 같으면 이런 기능은 고급차에나 들어갔을 것이다. 요즘에는 경차에도 이런 기능을 넣을 정도로 널리 쓰인다. 기술 발달과 대량 생산 덕분에 보편화가 이뤄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위해 차의 수준 차이를 최소화하고 널리 보급하려는 자동차 업체의 의도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옵션에 민감하다. 상당한 옵션을 더한 중간 트림 이상 모델 비중이 높고, 풀옵션 구매도 흔하다. 일단 다 갖춰야 후회하지 않는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작은 옵션 하나 유무에 따라 차를 선택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자동차 오디오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비다. 테이프, CD, USB 순서로 발전했고 이제는 블루투스가 기본이다. USB에서 블루투스로 넘어가던 때, 블루투스 기능이 없어서 원하는 차를 포기하는 일도 종종 생겼다. 사용자 경험도 옵션 심리의 연장선에 있다. 마음을 잡아끄는 경험을 제공하는 요소가 많이 늘었다. 디자인이 취향에 맞지 않거나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돈을 좀 더 들이더라도 내가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차를 고른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사용자 경험은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운전하지 않고 실내에 머물기 때문에 자동차의 성능이나 디자인보다 실내 공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자율주행 시대를 향해 가는 과도기인 이때,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는 계속 이어지고 확대될 수밖에 없다.

옵션 중시 문화에 따라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은 예로부터 옵션에 공을 들였다. 이제는 더 나아가 사용자 경험 확대에 주력한다. 구매자들의 까다로운 취향과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사용자 경험 확대는 신속하게 이뤄진다. 시장의 대세를 따르고 앞서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만, 전통적인 요소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한쪽에 치우쳐서 다른 쪽이 부실해지거나 발전이 없다면 사용자 경험은 허울일 뿐이다. 자칫 기본기를 가리는 위장막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용자 경험도 탄탄한 기본기 위에 쌓아 올려야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