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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곁에서

이상은의 음악은 늘 그랬다. 위로와 용기, 행복과 치유를 전해왔다. 소란스럽지 않게. 가만히 곁에 머물면서.

UpdatedOn November 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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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톱은 코스, 팬츠는 라코스테, 슈즈는 이상은 본인 소장품.

니트 톱은 코스, 팬츠는 라코스테, 슈즈는 이상은 본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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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와 니트는 모두 렉토, 팬츠는 누마레, 슈즈는 코스 제품.

이상은이 새 앨범 <Flow>를 발표했다. 치유의 노래, 위로의 노래로 해석되는 이상은의 따뜻한 이야기들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이상은이 발표한 대부분의 곡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그리고 세대와 세대 사이에서 반짝이는 생명력을 발하고 있다. 우리는 이상은의 음악을 통해 느끼고, 치유하고 소화하며 때때로 힘을 얻었다. 잔잔한 위로를 전해온 이상은을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질문이 필요하지 않았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어쩌면 우린 늘 이상은의 음악을 들으며,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들을 잠잠하게 들어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2014년 15집 <Lulu> 이후 5년 만이다. 정말 오랜만이고.
뭔가 계속하고는 있었다. 공주로 내려가 공부도 하고, 부모님과 함께 시간도 보내면서 정말 잘 쉬었다. 틈틈이 여행기도 쓰고, 음악 작업도 하고, 작년에는 스페인이랑 런던으로 가서 다큐멘터리도 촬영했다.

쉰 게 아닌 것 같은데?
하하. 작은 공연도 하고, 앨범 준비도 하고. 원래 그런 거지 뭐!

 

“어른으로서 내가 잘하는 거.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

 

신보가 정말 오랜만이다. 부지런히, 성실하게 앨범을 내오던 뮤지션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그렇지. 늦어도 2, 3년마다 꾸준히 앨범을 내왔으니까.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시끄러웠지 않나. 정신없이. 그래서 잠깐 멈춰 있었다.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나 환경이 아닌 것 같아서.

쉬는 동안 어떤 생각들을 많이 했을까?
음반을 내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구나. 음악을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착각했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걸 막상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알겠더라. 그래서 빨리 안정되고, 평화로워지길 바랐다. 나, 우리, 사회가 전부.

음악을 통해 ‘치유’ ‘위로’ ‘용기’와 같은 감정을 전달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편안해지는 음악.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음악. 그런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트렌디한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음악은 좀 다른 편이다. 치유나 위로에 방점을 두면 노래, 음악의 수명이 오래간다. 10년 전 곡이지만 지금도 들을 수 있고, 지금 만든 곡이 또 10년 후에 들릴 수 있다.

새 앨범 <Flow>에는 어떤 처방,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을까?
작년이 데뷔 30주년이 되던 해였다. 30년 정도 일했으면 적어도 3년 정도는 쉬어야지? 하하! 그래서 정말 편안하게 쉬면서 재충전했다. 그렇게 내 마음이 안정되니까 자연스럽게 가사도, 곡들도 잔잔하게 나오더라. 그즈음 다음 앨범은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음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뮤지션이 참여했다.
이규호 님, 강이채 님, 이능룡 님, 박성도 님 등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프로듀싱은 김기정 님이 해주셨고. 몇 년 전 음악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쉬고 있을 때 툭 던지듯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기정아 우리 다음 음반 같이 만들자. 같이 하고 싶어.” 그렇게 5년이 지난 거지. 그런데 어제 공연 뒤풀이에서 기정이가 그러더라. “언니, 저 그때 언니 말 듣고 5년 동안 이 음반 준비했어요” 하는데 너무 고마웠다. 이런 친구가 내 옆에 있구나. 다들 너무 열심히 해주었다.

30년 넘게 음악을 하면서 무엇이 가장 많이 변했을까?
실험, 새로운 시도는 20~30대 때 전부 해봤다. 그렇다고 이제 실험적인 음악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때는 치열하게 아티스트로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지금 40대에도 내 것을 찾는 작업을 계속해왔고. 변한 게 있다면 다른 부분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거? 과거에는 내가 아티스트로서,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관객이 보이는 거지. 관객이 행복해하는 거. 그들을 보며 무대에 서는 게 참 좋더라. 젊었을 때는 안 보였는데 이제는 하나씩 눈에 들어오면서 음악적 방향성이 그렇게 다듬어진 듯하다.

누군가에게 행복, 치유와 같은 감정을 전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최근 서점에 가보면 전부 위로 서적이다. 공감 서적이고. 그만큼 사회가, 우리가 많이 힘든가 보다. 어떤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도 마음이 너무 아플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아픔을 온전히 기억하려고 애쓴다. 치유해내는 과정도 전부. 그래야 전할 수 있으니까. 수필가를 직업으로 삼은 내 사명이다.’ 나도 그 작가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어른으로서 내가 잘하는 거.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 그걸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으로 풀어낼 뿐이다. 어쩌면 내게는 가장 쉬운 일 아닐까.

지난 10월 9, 10일에는 단독 공연도 했다. 오랜만에 선 무대는 어땠나?
뉴트로가 트렌드라 그런지 20대도 많이 보였다. 신기했다. 과거의 이상은, 예전에 노래 부르던 이상은이 아니라, 현재의 나, 뮤지션으로서 여전히 진행형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진행형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겠다고, 또 그런 가능성을 이번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무엇보다 내 성격이 후기, 평가 등을 다 찾아보는 성격이거든. 하하하! 공연 마무리하고 다음 날 예매 사이트를 들어가 봤는데 별점이 전부 5개 만점인 거지. 줄줄이. 아, 됐구나! 싶었다.

세대와 세대 사이에 이상은의 음악이 있다. 어떤가?
너무 고마운 일 아닌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데 정말 고맙고 고마운 일이지. 사실 음악 작업을 하는 과정은 꽤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렇게 애쓰며 통과해온 시간이 이런 행복을 전하는 거니까. 힘들지만 앞으로도 더 치열하게, 고통스럽게 작업해나갈 생각이다. 또 그렇게 만든 음반일수록 생명력이 긴 것 같고.

뮤지션으로서 느끼는 시간의 무게감도 있겠지?
있지. 조금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항상 진행형이고 싶고. 세대 안에 살아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고. 그런데 그 시간을 통과하는 게 무척 힘들지만, 또 할 만하거든. 많은 것들이 엉켜 있지만 풀어낼 수 있거든.

30년 넘게 함께한 음악. 이제 이상은에게 어떤 존재일까?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 내가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음악이 순간순간 알려주고 있다. 기분 좋은 존재.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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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코트는 질 샌더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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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매 톱과 스커트는 모두 코스, 구두는 H&M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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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신기호
PHOTOGRAPHY 곽기곤
STYLIST 배보영
HAIR & MAKE-UP 장하준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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