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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입문기

세상의 모든 차는 페라리와 페라리가 아닌 차로 나뉜다. 페라리의 운전석에 앉는 건 그만큼 영예롭고 또한 어려운 일이다. 카디자이너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의 임범석 교수가 제안한, 페라리의 오너로 등극하는 가장 빠르고 비교적 저렴하며 정확한 방법.

UpdatedOn February 19, 2006

 차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그 누가 페라리에 열광하지 않겠는가. 무엇이 페라리를 그토록 매력적으로 만드는 걸까? 우선, 페라리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이름이다. 페라리를 말하면 사람들은 차 모양을 떠올린다.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심지어 여자도 페라리라면 어쩔 줄을 모른다. 둘째, 페라리는 빠르고 희귀하며 비싸다. 셋째, 페라리 이면에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열정과 문화가 있다. 매혹적인 펜더, 아름다운 공기 흡입구, 환상적인 배기음, 빨려들 듯 빛나는 빨간색 등 페라리는 모든 걸 지녔다. 페라리를 여자에 비유한다면, 그는 8등신의 완벽한 몸매로 살아난 판타지인 데다 침대에서도 끝내준다. 페라리는 아주 비싸고 희귀하다. 예를 들어 3백99대만 생산된 엔초의 권장 소매가는 75만 달러다. 게다가 2대의 페라리를 산 적이 없어야 하고 적립금이 없으면 구입 지역에 따라 1백만 달러 이상을 줘야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페라리 역사는 아주 짧고, 비싸다. 공식 임포터인 쿠즈 플러스가 생긴 게 불과 몇 년 전이며 360 모데나, 550 마라넬로, 612  같은 최신 모델만 살 수 있다. 그레이 마케터를 포함해 중고차 시장을 뒤진다면 몇 대의 페라리를 찾아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페라리를 더욱 이국적으로 만든다. 그러니 여러분이나 나처럼 평범한 남자는 평생 페라리를 살 수 없는 것일까? 혹시 살 만한 페라리가 있지는 않을까?

지금은 거의 잊힌 페라리 308과 328을 다시 말하고 싶다. 1975년 페라리는 베르토네가 설계한 오리지널 308 GT 2+2를 소개했다. 생각보다 시장의 반응이 저조하자 페라리는 피닌파리나와 합작해 재빨리 설계를 바꾸었다. 이렇게 해서 페라리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308/328 시리즈가 탄생했다. 그리고 모름지기 페라리는, 스포츠카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바꾸었다. 1975년 파리살롱에서 모습을 드러낸 308 GTB는 자동차 디자인의 중대한 개발 신호가 되었다. 308 스타일의 기본은 현저한 노즈가 공기를 가르며 차를 안내하는 것, 커다란 프런트 오버행으로 후드를 길게 하여 휠베이스 중앙에 좌석을 앉힌 것, 넉넉한 객실과 긴 리어 데크에 짧은 리어 오버행으로 차 길이를 늘이지 않고 엔진을 리어 액슬 앞에 장착한 것, 차체가 곡선으로 조각되어 주차할 때도 차에서 속도와 현란함이 느껴진다. 노즈에서 휠 아치까지 부드럽게 뻗어오르다 중간에서 리어까지 부드럽게 내려가는 라인은 가장 고전적인 스포츠카 형태를 만들어냈다. 308의 모습이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새겨진 페라리다. 308은 그후 모든 스포츠카의 평가 기준이 되었으며, 모든 페라리(512 복서, 288 GTO를 비롯해 F40, 355, 360 모데나, 심지어 엔초 페라리까지)가 308을 기본으로 삼게 만들었다. 308이 더 값진 건 페라리 최초의 2인승 V8 카인 디노(Dino) 246GT의 뒤를 이은 모델이라는 데 있다. 디노가 1960년대 스포츠카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며 스트리트카로서의 합법성을 얻은 반면, 308 시리즈는 페라리가 일반인을 위한 스포츠카를 만드는 최고의 제조사로 새 출발하는 신호가 되었다. 실제로 308 시리즈는 다른 페라리 모델보다 많이 생산되어, 14년 동안 2만 대 이상이 만들어졌다.

308 시리즈의 핵심은 3.0L V8 엔진이다. 페라리는 308의 정신을 유지하는 데 전념했고, 1975년에 그런 것처럼 1989년에도 멋진 스포츠카를 만들어냈다. 1981년 말 페라리는 3.0L V8 엔진용 4밸브 헤드를 개발했고, 이런 차들은 308 GTB/GTS 콰트로발볼레로 불렸다. 이 엔진의 출력은 7,000rpm에서 240마력을 냈다. 308 콰트로발볼레는 308 시리즈 중에서 가장 탐나지만 연식이 오래되지 않아 가장 비싼 차다. 쿠페인 328 GTB(베를리네타)와 컨버터블인 328 GTS(스파이더)는 1985년 프랑크푸르트 오토쇼에서 함께 선보였다. 308 시리즈의 최종 진화로 여겨지는 328은 페라리 사상 가장 성공적인 단일 모델이 되었다. 328은 엔진의 볼륨이 259cc가 늘어 3,185cc가 되었다. 270마력까지 높아진 힘 덕분에 328은 페라리 시리즈 중 가장 빠른 차가 되었다. 마력당 5kg이라는 새로운 힘 대 무게 비율로 328은 80년대 슈퍼카 리그에 속했다.  

308과 328은 처음 구입하는 페라리로 가장 적당하다. 페라리 애호가만이 가지려고 할 만한 차다. 인내심을 갖고 찾아보면 상태가 좋은 308을 2만 달러대에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이것은 미국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엿한 페라리 중고차 딜러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누군가   그 사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디데이를 위해 돈을 모아두는 것이 좋겠다. <헤밍스 모터 뉴스> 같은 중고차 잡지나 이베이 웹사이트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다른 사람이 타던 페라리는 여느 중고차와는 다르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에 나온 페라리 308, 328을 찾는다는 것은 15~25년 된 차, 개성이 강한 이탈리아산 수제 스포츠카, 잘못 다뤄도 금세 늙어버리지 않는 차를 찾는다는 말이다. 중고 페라리 308을 살 이유는 많다. 하나는 현재 시장에서 이 차가 지닌 가치가 크다는 점이다. 308 시리즈는 아주 현대적인 모습의 스포츠카로 현재의 고성능 차량에 필적하는 성능을 제공한다. 308 시리즈 중 한 모델을 사기로 결심했다면 GTB인지 GTS인지 결정하는 문제가 남는다. GTB는 쿠페답게 견고하지만 매물이 드물다. GTS를 찾기가 더 쉽고 덜 비쌀 것이다. GTS는 지붕 없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컨버터블의 쾌락을 누릴 수 있다. 328이 마음에 들어도 고민은 계속된다. 308이 눈에 밟히기 때문. 328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새것이고 많이 개발되었으며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가격이 약간 세다. 쇼룸 밖에서의 성능과 좀 더 현대적인 디자인을 원하는 사람인 경우 328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전적인 스타일과 단순함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308을 선택할 것이다.

중고 페라리의 감정은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페라리를 병적으로 잘 아는 사람을 대동, 깨끗하게 잘 다룬 차를 구해야 한다. 기계적으로 어떻게 다뤘는지가 구입 전에 평가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차의 안팎 외관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페라리를 기계적으로 완벽한 상태로 돌리는 건 그나마 쉬운 편이지만, 외관을 완벽한 상태로 복원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페라리 308 GTB/GTS는 다시 도색해야 하니 거금이 들어갈 것이고, 가죽 시트를 갈거나 카펫이나 대시 커버를 갈 경우에도 큰돈이 들게 된다. 페라리 인테리어 부품은 아직 구입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비행기의 연례 보수에 필적하는 주요 서비스라는 것이 있어, 페라리는 308 GTB/GTS에 대해 1천5백 마일이나 5년마다 주요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 벨트를 교체하는 일. 308 엔진에서 벨트가 고장날 경우 손해가 크다.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보통 남자가 살 수 있는 페라리는 중고 308/328 시리즈다. 내가 모는 페라리가 새 차가 아닌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차에 대한 안목과 집념만큼은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다. 어쨌든 페라리는 페라리니까.

P.S. 미국보다는 일본이, 일본보다는 우리나라가 페라리를 온당한 가격에 사기 어렵고 매물도 적다. 악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시장 조사를 하고 싶다면 서울 오토갤러리를 찾거나 보배드림 같은 중고차 사이트를 뒤져야 한다. 308/328 시리즈를 찾는 건 요원한 일이지만, 가끔 그 후손인 F348과 F355 같은 90년대 모델을 만나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다. 믿을 만한 딜러나 현지 친구를 통해 미국이나 일본에서 중고차를 산 뒤 직접 국내에 들여오는 게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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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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