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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너무 잘돼도 걱정?

UpdatedOn April 01, 2019

드라마에서 자동차 PPL은 기본 요소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단순히 차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어색하지 않게 해당 브랜드 차량을 드라마의 캐릭터, 스토리 등과 잘 버무리는 게 중요해졌다. 드라마가 잘된다고 해서 반드시 PPL 자동차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홍보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니 드라마가 잘되면 PPL 광고주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당연지사. 그런데 무슨 걱정이냐고? 이미지다. 내 차가 드라마 속 이미지로 각인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SKY 캐슬>이 대박나자 레인지로버 벨라는 깡마르고 세련된 염정아 같은 사람을 위한 차처럼 보인다. 배 나온 레인지로버 벨라 차주는 머리를 긁적이며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괜한 우려일 수도 있다. 영화, 예능 등 자동차 PPL이 어디 하루이틀 일인가?

EDITOR 조진혁

반짝 성공을 즐기면 그만

염정아의 차 레인지로버 벨라, 김서형의 차 재규어 XF. <SKY 캐슬>이 뜨자 주인공들이 타고 나온 차도 덩달아 시선을 끈다. 또 하나의 PPL 성공 사례가 나왔다고, 배역과 차의 성격을 잘 맞췄다는 찬사가 이어진다.
영화나 드라마에 제품을 협찬하는 PPL은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효과를 얻고자 자동차를 제공하는 만큼 업체는 성공적인 결과를 원한다. 성공 판별법은 어렵지 않다. 브랜드나 차종을 모르는 누군가 입에서 길거리에 지나가는 차를 보고, ‘앗, 누구 차다!’라는 말이 튀어나오면 성공이다. 드라마 방영 후 판매 그래프가 쑥쑥 자랐다면 더욱더 좋고.

드라마가 대박 나면 PPL 자동차도 덩달아 뜬다. PPL 자동차는 들인 돈의 수십 배가 넘는 막대한 홍보 효과를 얻는다. 그래서 이 시간에도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어떤 드라마에 차를 내보낼지 대본을 여러 개 놓고 만지작거리며 머리를 굴린다. PPL은 일종의 도박이다. 투자 비용 또는 작품 수준이 성공 확률과 일치하지 않는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이고 톱스타가 대거 출연하며 기대를 모은 작품이 ‘폭망’하는 이변이 일어나고, 별 볼 일 없는 작품이 대박 나서 연일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한다. 흔히 성공을 점치는 배우들의 대본 보는 눈에 관해 얘기하는데, 대본 보는 눈은 PPL을 고려하는 자동차 업체 담당자가 키워야 할 판이다.

자동차의 성격은 브랜드 역사에 따라 타고나는데 PPL 때문에 후천적으로 성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수십 년, 많게는 1백 년 넘게 이어온 자동차 본연의 성격이 어디 갈 리는 없으니, 차의 본성이 달라진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특성이 바뀐다고 보는 게 맞다. 드라마 콘셉트 또는 연기자의 배역과 차의 성격이 일치하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보통 누구 차가 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때로는 ‘성격 파탄’에 이르러 역효과를 내고, 어떤 경우에는 평소 평이 좋지 않던 차가 ‘이미지 세탁’에 성공하기도 한다.

운이 좋았든 철저한 분석을 통해 대박이 났든, PPL이 잘돼도 고민이다. 후천적으로 차의 성격이 본래 성격과는 다른 방향으로 굳어질 수 있어서다. 성공은 했다만, 멜로 배우로 남고 싶은데 코믹 배우로 인식이 굳어지는 경우랄까. 게다가 누구 차로 성격이 굳어버리는 순간, 다수의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는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PPL로 굳어진 차의 성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 홍수 시대에 새로운 PPL 스타는 계속해서 나오고 과거의 스타는 잊히기 마련이다. 그저 반짝 성공을 즐기고 누리면 그만이다. 시리즈로 이어가며 정형화된 성격을 고수하지 않는 이상 차기 PPL에서 자동차 또한 연기 변신을 이루지 않겠는가. 그저 애초에 성공은 천운에 맡기고 이상한 배역을 맡지 않도록 주의만 하면 될 일이다.

WORDS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잘된 건 그냥 잘된 거다

솔직히 ‘PPL이 잘돼도 걱정’이란 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수입 자동차 회사가 그들의 차를 드라마나 영화에 제공하는 건 차를 더 많은 소비자에게 노출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수억원씩 내고 PPL을 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잘되고 그만큼 많은 사람이 차에 관심을 가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광고와 홍보의 절대 가치는 더 많은 노출이니까.
최근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 <SKY 캐슬>에 재규어와 랜드로버 여러 모델이 나왔다. 부유층 사회를 재조명한 드라마에서 부자들이 타는 차로 나왔으니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대박 PPL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남자가 아닌 여성 중심이다. 예서 엄마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를 타고 김주영 선생이 재규어 XF를 탄다. 그것도 매회 자주 탄다. 혹자가 ‘이 차들이 강남 아줌마 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강남 아줌마 차라는 게 있기는 했다. 예전에 그녀들은 편하고 조용하고 우아한 디자인의 렉서스를 선호했다. 그런데 렉서스가 ‘강남 아줌마 차’라는 낙인 비슷한 것이 생기자 그녀들은 포르쉐 카이엔이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등 더 크고 비싼 차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것도 꽤 오래전 일이다. 지금은 ‘강남 아줌마 차다’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이걸 어떻게 아느냐고? 강남에 산 지 오래됐고 매일 대치동으로 출근하며 수년간 대치동 학원 라이딩을 지켜봤다. 더불어 몇 년 전엔 ‘강남 아줌마 차’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다.
레인지로버 벨라와 재규어 XF가 드라마 덕에 재조명받으면서 강남 아줌마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아줌마들이 달려들어 차를 살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미 강남 아줌마 차로 낙인찍힌 차는 그녀들에게 ‘한물간’ 물건일 뿐이다. 트렌드에 빠르고 민감한 그녀들은 트렌드세터가 되기 위해 새로운 차를 찾을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강남 아줌마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벨라를 타며 한서진을 꿈꿀 것이다. 그런데 미안한 이야기지만 진짜 강남 아줌마에게는 그저 벨라 타는 곽미향으로 보일지 모른다.

강남 아줌마 차로 낙인찍힌다고 해서 그 차가 덜 팔리는 것도 아니다. 예전 강남 아줌마 차로 유명했던 렉서스 ES와 BMW 5시리즈는 한때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였다. 그러니 재규어 랜드로버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PPL이 잘돼서 걱정’이란 건 그 말 자체에 자기만족과 허영이 짙게 밴 것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가 <SKY 캐슬> 때문에 걱정하고 있을까? 그 차들이 강남 아줌마 차로 낙인찍힐까 우려하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드라마 종영을 아쉬워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잘된 건 그냥 잘된 거다. 걱정할 계제가 아니다.

WORDS 이진우(<모터트렌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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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이진우(〈모터트렌드〉 편집장)

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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