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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지훈

주지훈은 결연한 언어들을 구사하며 허심탄회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살아요. 그게 제가 노는 거예요.” 지금,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주지훈을 불러 세웠다.

UpdatedOn March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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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줄무늬 쇼트 슬리브 셔츠·회색 티셔츠·베이지색 치노 팬츠·검은색 런닝솔 스니커즈 모두 골든구스 디럭스브랜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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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색 트렌치코트·니트 소재의 쇼트 슬리브 톱·짙은 그린 톤의 팬츠·흰색 슈퍼스타 스니커즈 모두 골든구스 디럭스브랜드 제품.


일 년 만에 다시 만났어요. 지난겨울, 지금처럼 봄을 앞두고 <아레나>와 함께 화보 촬영을 진행했죠.
그땐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공작> <암수살인> 개봉 전이었겠네요.

그때의 주지훈은 차분한 이면에 긴장감 같은 기운이 느껴졌죠.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른 느낌이에요.
여러 작품 개봉을 앞두고 패션 화보로 먼저 관객들을 만나뵙는 거라 좀 떨렸어요. 저도 모르게 차분해졌던 것 같아요.

누가 뭐래도 지난해 강렬했던 배우 중 한 명이었어요.
운 좋게도 다양한 장르의 색다른 매력의 캐릭터를 연달아 보여줄 수 있었죠.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작품 전체의 톤 앤 매너를 정확히 알고, 
 연기하는 것이 중요해요.” 

 

단순히 다작을 했기 때문에 주지훈이란 배우가 눈에 들어온 건 아니에요. 영화에 조예가 깊은 <아레나> 부편집장의 말을 빌리자면, <신과 함께>에서는 연작으로 괜찮았고, <공작>에서는 완전히 숙성됐으며, <암수살인>에서는 알에서 깨어난 듯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죠.
굉장히 감사한 평가네요. 저는 작품 출연이 결정되면 감독님들을 매일 보러 가요. 혼자 작품을 분석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본 이야기는 물론 사적인 얘기도 나누죠.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연출가가 작품을 어떻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또 내 생각은 어떤지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작품 전체의 톤 앤 매너를 정확히 알고, 연기하는 것이 중요해요.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겠네요.
핑계 같지만 그래서 술도 많이 먹는 거고.(웃음)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암수살인>은 정말 연극 무대에 오르듯이 준비했으니까요.

치밀하게 계산해서 연기했다는 말인가요?
네. <암수살인>은 범죄 수사물인데 액션도, 추격신도 없어요. 상업적으로 상당히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한 거예요. 오로지 상대 배우와의 심리전, 그 호흡만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극을 이끌어가야 하니까요. 동일한 테이크가 4번이나 반복돼요. 그러기 위해선 말투 하나, 발걸음 하나, 표정과 동작의 크기까지 강태오에 맞춰 분석하고 쇼트마다 적절히 배분해야 했어요.

<암수살인>은 부산에서 벌어진 사건을 각색한 작품이잖아요. 그런데 극 중에서 강태오의 사투리가 되게….
미묘했죠?

네. 어색하거나 부족해 보였던 건 분명 아닌데.
사투리를 못해서 제작자인 곽경택 감독님과 하루 10시간씩 꼬박 한 달을 연습했어요. 자신감이 좀 붙었다 싶었는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하는 거예요. 여태 배운 사투리는 전형적인 부산 말이었다고. 강태오는 배를 타고, 택시를 끌고 여기저기 떠돌던 아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여러 사투리가 근본 없이 섞여야 했던 거죠. 극 중에서 강태오가 했던 ‘~했어잉’ 이런 건 절대 부산 말이 아니잖아요. 의도한 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부분까지 짚어가려고 애썼어요. 현장에선 김윤석 선배가 도와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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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 컬러 코튼 재킷·하늘색 줄무늬 셔츠·남색 쇼츠·흰색 양말·검은색 볼스타 스니커즈 모두 골든구스 디럭스브랜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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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아세테이트 소재의 선글라스 몽클레르 by 브라이언앤데이비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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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소재, 검은색 렌즈의 에비에이터 선글라스 몽클레르 by 브라이언앤데이비드, 재킷·쇼츠 모두 노앙,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태오란 인물에서 본인의 어떤 감정을 분리해야 했나요?
‘왜 이랬을까?’가 아니라 그냥 ‘이런 악한 인간이 있다’라고 생각했어요. 사이코패스니까요. 그래서 사투리나 발걸음 같은 장치에 더 신경 썼죠. 흡연자가 들숨과 날숨을 계산해가면서 담배를 태우지 않는 것처럼, 저와 관객이 ‘강태오’에게 어떤 의문을 가질 틈이 없게 만들어야 했어요. 오히려 <공작>을 촬영할 때 감정을 조각조각 내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정무택은 악역이라기보다 다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충성심도 있고 비열한 면모도 있는 안타고니스트적인 인물이에요.

배우 김윤석과 윤종빈 감독은 주지훈 씨를 두고 ‘감각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둘 다 감정선이 굉장히 섬세한 사람들이에요. <공작>을 촬영할 때 자꾸 이유 없이 NG가 나는 거예요. 침 한 번 삼켰는데 긴장감이 탁, 사라지는 상황이 몇 번이나 있었던 거죠. 감독이든 배우든 누구도 설명을 못해요, 글쎄. 모니터를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한번 가자’ ‘다시 갈게요’ 이런 식. 주고받는 호흡과 공기로 ‘오케이’와 ‘다시’가 결정됐죠. 이런 감정선을 공유해서 그런 것 같아요.

연기를 하다 보면 연차가 어느 정도 쌓였다고 해도, 상대방의 기에 눌릴 때가 있지 않나요? 일부러 자신의 기를 죽일 때도 있을 테고.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그럴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연기할 때 누군가를 의식해서 ‘기에 눌리지 말아야지’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한 적은 없어요. 아까 말했듯 작품 전체의 톤 앤 매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걸 지키다 보면 배우로서의 매력은 자연스레 드러나겠죠. 그러니 대선배들과 함께한 연기는 저에게는 값진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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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소재의 짙은 갈색 렌즈 선글라스 몽클레르 by 브라이언앤데이비드, 흰색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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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패치가 포인트인 데님 재킷·올리브색 티셔츠·데님 팬츠·멀티컬러 런닝솔 스니커즈 모두 골든구스 디럭스브랜드 제품.

 

 “저,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살아요. 그게 제가 노는 거예요.” 

 

배우 주지훈이 말하는 ‘톤 앤 매너’는 다시 말하면 ‘균형’일까요?
호흡이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연기를 잘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요. 축구로 예를 들자면, 골을 제일 많이 넣고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는 선수가 스타가 될 순 있겠죠. 하지만 축구를 진짜 잘 아는 사람들은 골 기록만으로 선수를 평가하지 않잖아요. 체력, 스피드, 슈팅, 지구력, 하물며 팀 내에서 어떤 존재감인지도 고려하죠.

표면적으로 보이는 액팅(Acting)만이 다가 아니란 말이군요.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연출가와 많은 스태프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잖아요. 더욱이 요즘 시대엔 배우가 할 일이 점점 많아져요. 연출 기술, 취향, 대중, 변해가고 있는 만큼 배우로서 저도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터뷰하는 이 시점에 바로 어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 공개됐어요.
네, 드디어.

이 작품 선택할 때 부담감은 없었나요? 독특한 장르는 물론, 수치가 드러나지 않는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방식은 배우로서 새로운 경험이잖아요.
작품 선택은 매번 어려워요. 어떤 작품을 선택했을 때 흥행했다고 해서 옳은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킹덤>을 선택할 땐 부담감이라기보단 플랫폼에 대한 호기심이 컸고. 훌륭한 제작진과 함께 영화 수준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솔직히 피부로 느껴지는 수치가 없으니까 반응이 좋은 건지, 궁금하긴 합니다.(웃음)

<킹덤>의 관전 포인트?
재밌어요. 그 이상은 없어요. 그냥 시간 ‘순삭’. 깜짝 놀랐어, 외국 작품 보는 것 같아.(웃음)

드라마 <아이템> 방영도 앞두고 있죠. 너무 쉴 틈 없이 연기하는 거 아닌가요?
악몽을 꿀 정도로 힘들 때도 있어요. 근데 또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인터뷰에서 자주 이야기하던데.
모델로 시작해서 드라마 <궁>으로 연기자 데뷔를 했어요. 10대, 20대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죠. 늘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어요. 귀해요.

모델 출신이죠. 그래서 그런지 과감하게 옷을 입어요. 최근 청룡영화제에서 선보인 핑크 수트는, 정말이지.
하하. 어렸을 때 다 해봐서 그런지 거부감이 없어요.

커버 컷으로 시도한 데님 룩이 꽤 잘 어울리더라고요. 오늘 촬영하면서 새삼 느꼈는데, 아 이 사람은 섹시함이란 걸 타고났구나. 선글라스로 얼굴을 반쯤 가렸는데도 티가 나.
아버지가 물려주셨어요. 남들이 그렇다고 이야기하니까 그런가 보다 해요.(웃음)

40대의 주지훈은 어떨까요? 그 시기에 꼭 하고 싶은 게 있겠죠.
질문을 들으면서 생각해봤는데, 예전엔 ‘20대, 30대에는 뭘 하고 싶다’라는 말을 종종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없네요. 지금 하고 있는 작품에 마음 쏟기 바빠요. 드라마 <아이템>을 잘 마무리해야 하고, <킹덤> 시즌 2 촬영도 새로 들어가야 해요. 그리고 또 다음 작품을 고민하고 있어요. 저,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살아요. 그게 제가 노는 거예요.

연기를 즐기고 있나요?
네. 요즘 정말 행복합니다.

‘톤 앤 매너’와 ‘호흡’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느꼈어요. 주지훈은 지금 한껏 여유가 있구나.
인정한 거죠. 해야 할 일이 많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얼마 전에 깨달았어요. <킹덤> 촬영 중에 배우 김성규가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너무 무섭다고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그때 저는 “야 그냥 해. 편하게 생각해. 100테이크, 200테이크 중에 우리는 최고의 컷을 뽑아서 보여주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죠. 그 순간 마음이 ‘일렁’였어요. 영화에서 장면이 넘어갈 때 느끼는 순간처럼요. 돌이켜보면 저 또한 작품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액션’ 하고 연기를 하는 순간까지 엄청난 압박을 느껴요. 그런데 그냥 넘기고 있었더라고요. 요즘엔 스스로 AS를 많이 하려고 해요.

동의해요.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봐야 해요.
열심히 일했으면, 잘 쉬어야 하죠.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번 촬영 역시 일의 일환이지만, 다 끝나면 조금은 쉴 수 있겠네요.
네, 따뜻한 곳에 와 있어서 좋아요. 아무래도 몸과 마음이 서울에서보다는 풀리잖아요. 저와 함께 고생하는 스태프들도 조금이나마 쉬길 바라고요. 오늘 촬영 역시 ‘톤 앤 매너’에 맞게 잘 마쳤으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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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로고 프린트 스웨트 셔츠·흰색 티셔츠·남색 조거 팬츠·흰색 양말·흰색 볼스타 스니커즈 모두 골든구스 디럭스브랜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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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갈색 렌즈 선글라스 몽클레르 by 브라이언앤데이비드, 짙은 녹색 셔츠 바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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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선글라스 몽클레르 by 브라이언앤데이비드, 셔츠·코트·팬츠 모두 비욘드클로젯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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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FASHION EDIOR 최태경, 노지영
PHOTOGRAPHY 김영준
STYLIST 양유정
HAIR & MAKE-UP 임해경
HAIR & MAKE-UP ASSISTANT 이선미
LOCATION 알릴라 빌라스 울루와뚜
COOPERATION 제이슨여행사

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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