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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자동차에도 성별이 있을까?

On February 27, 2019 0

작고 귀여운 차를 타고 싶은데 주변에서 한 소리씩 한다. 회사원은 ‘쥐색’ 세단이 무난하다, 30대 중반 남자가 타면 안 된다, 어른들이 한 소리 한다는 등. 자동차를 기호의 영역에서 해석하면 이토록 복잡해진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이었다. 남성적인 자동차란 게 있나? 고정된 이미지는 있다. 높은 출력, 빠른 속도, 차체가 큰 차들 그러니까 운동신경, 경제력, 터프함, 아버지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차들이다. 다분히 마초적인 이 경향은 고성능 기계를 향한 남성의 원초적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시각이 있다. 그 시각에 따르면 자동차의 아름다움 또한 성능을 목적으로 빚는다. 빠른 속도에 도달하기 위한 디자인, 험로 주행을 위한 디자인 등이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복잡한 고성능 기계이기 때문에 남성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일까? 정말 파스텔 톤의 깜찍한 소형차는 중년 남자가 타면 안되나? 자동차에 박식한 두 남자에게 물었다.

EDITOR 조진혁

실체 없는 존재

차를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가격, 디자인, 성능, 효율성, 브랜드, 연료 종류 등등. 이들 조합이 만들어내는 경우의 수는 엄청나게 많다. 기준으로 내세우지는 않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조건은 자동차의 성별이다. ‘자동차 성별’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의아해한다. 원래 성별 구분이 있었나 머리를 긁적일 터다. 공식적으로 자동차는 성별이 없다. 언어에 따라 자동차를 여성 또는 남성명사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암수와는 거리가 먼 문법적인 성일 뿐이다. 자동차는 성별이 없는데도, 구매할 때 성별을 따진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구매 조건 조합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는데 실체도 없는 성별 때문에 경우의 수만 늘어나니 더욱더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자동차에 성별이 있기는 할까? 차 자체로 남성용·여성용 구분하지는 않지만 타는 성별에 어울리는 차는 있다. 스포츠카나 오프로드 특성을 강조하는 대형 SUV 또는 크고 웅장한 대형 세단은 남성에게 잘 어울린다. 귀엽게 생긴 차나 작은 차는 여성이 타기에 알맞은 차로 보인다. 어울린다고 해서 그 성별만을 위해 만든 차는 아니기 때문에 어떤 차를 타든 상관은 없다. 어차피 자동차는 기호품이고 철저하게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 타면서 남의 눈 의식하지 않기가 어디 그리 쉽나. 중년 남성에게 어울리는 중후하고 거대한 차를 여성이 타면 남편 또는 아빠 차 몰고 나온 부인이나 딸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젊은 여성이 탈 법한 작고 예쁜 차 운전석에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중년 남성이 앉아 있으면 어색해 보인다. 

특정 모델은 특정 성별 집단이 탄다는 인식이 굳어져 있기도 하다. 여성이 주로 타는 차라고 알려진 차를 남자가 구매하려면 계약서에 서명하기가 망설여진다. 여성적인 차 이미지가 강한 차를 타는 남자는 성 정체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스포츠카나 터프한 SUV에 여성이 타고 있으면 희귀한 사례라서 오히려 멋져 보인다. 자연스럽게 성별 특색이 드러나는 경우와 달리 자동차 업체들이 인위적으로 성별 특색을 강조하기도 한다. 워낙 터프한 인상이 강한 어떤 스포츠카는 남성들이 주로 찾기 때문에,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라이프스타일과 감성을 중시하는 차라는 여성적 이미지를 심는다. 귀엽고 예쁘장하게 생겨서 여성들이 주로 찾는 차를 주행 성능과 운전의 재미를 강조해 남성들의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성별 특색을 동시에 강조하다 보니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한다. 디자인은 남성적인 특성이 강한데, 여성 친화적인 인테리어 기능을 강조해 졸지에 아수라 백작이 돼버린 차도 있다. 실제로 여자 고객이 많았는데, 성별 전환을 하는 바람에 여성들에게 버림받았다. 성별은 바뀌었지만 예전부터 여성용 차라는 선입견이 강해서 남자들은 선택을 꺼렸고, 결국 양쪽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비참한 결말로 끝이 났다. 자동차는 공식적으로는 성별 구분이 없지만 암수 한 몸 같은 존재다. 어떤 성별이 더 선호하느냐에 따라 후천적으로 성별이 결정된다. 실체는 없지만 존재는 확실한 자동차의 대표 특성이다.

WORDS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내가 좋으면 그만

결혼하고 예쁜 아이를 낳았다고 가정해보자. 아들이면 파란 계열의 의류와 장난감을 준비할 테고 딸이면 분홍 계열을 준비하는 게 보통이다. 적어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 시대에는 그랬다. 하지만 요즘은 딸이라고 해서 분홍 계열만 입히고 아들이라고 해서 파란 계열만 고집하진 않는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은색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요즘은 시대가 변한 만큼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자동차 색상을 고르기도 한다. 갖고 싶던 자동차에 원하는 색상이 없으면, 나만의 컬러를 찾아 따로 색을 입히기도 하며, 래핑 업체를 찾기도 한다. 물론, 자동차 브랜드도 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컬러를 내놓기도 한다. 빨간색 자동차를 남성이 모는 게 이상한가? 반대로, 파란색 계열 자동차에서 여성이 내리면 이상하게 보이나? 절대 그렇지 않다. 페라리의 대표 색상은 모두 알다시피 빨간색이다.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밝은색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검은색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흰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파란색 자동차를 구입하는 여성도 당연히 있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쌍용자동차 티볼리는 여성 오너가 많다. 어떤 면에서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예뻐서’라는 말을 한다. 물론,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디자인이 있긴 하다. 피아트 500은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여성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모델이다(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르노 클리오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이다. 클리오는 마케팅 포인트도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다. 작은 차의 대명사 미니도 여성이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여성만 선택하는 건 아니다. 미니를 몰고 다니는 남자가 내 주변에 상당히 많다. 오히려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은 선택을 받은 미니다. 이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투박한 디자인의 SUV를 소유한 여성도 많다.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를 몰고 TV에 나타난 가수 홍진영 씨가 대표적이다. 과거 SUV는 ‘상남자’ 이미지가 강했지만, 요즘은 소형 SUV부터 대형 SUV까지 여성 고객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자동차를 찾아간다고 보면 되겠다. 

여성이 좋아할 만한 자동차라고 해서 여성을 위한 특별한 첨단 기술을 장착한 건 아니고 남성이 많이 선택한 자동차라고 해서 남성만을 위한 아이템은 없다. 시대가 그만큼 변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이 원하는 차를 두고 다른 차를 선택하는 사람은 분명 후회하기 마련이다. 명심하라.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남자가 주변에 있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투박한 SUV에서 여성이 내린다고 해도 남성성이 강할 거라는 선입견을 품지 말라. 순전히 취향일 뿐이다.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내가 원하는 자동차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건 더욱 말도 안 된다. 이상하게 보는 ‘눈’이 잘못된 거다.

WORDS 최재형( 코리아 편집장)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최재형( 코리아 편집장)

2019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최재형( 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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