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The World News

아다치의 공장 남자들

동네 한복판에서 로켓을 쏘아 올리는 남자들이 있다.

UpdatedOn February 28, 2019

3 / 10
/upload/arena/article/201902/thumb/41309-356357-sample.jpg

 

일본 드라마를 보다 보면 종종 ‘동네 한복판에서 로켓도 쏘아 올리는 나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는 일본이 주택가 사이사이 중소 공장에서 로켓 부품까지 만들어내는 기술 산업 국가라는 의미인데, 일명 ‘마을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소 공장들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나사못 같은 작은 기계 부품부터 인쇄 공장, 장난감 공장, 두부 공장, 의약품 개발 공장 등이 대를 이어가며 한 동네에 자리한다. 서울의 을지로나 청계천 일대를 떠올리면 쉬운데, 크게 다른 점은 장르에 따라 한 지역에 모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절정기였던 30여 년 전에 비하면 크게 줄었지만, 아직도 많은 마을 공장들이 대를 이어가며 일본 산업을 지지하고 있다.

종로구의 약 두 배 면적인 아다치구에는 공장이 2천 개 이상 있다. 직원을 5명 이상 고용하고 가동 중인 공장만으로는 도쿄 23개 구 내에서 2위를 차지한다. 1위는 4천5백여 개의 오타구로, 공장이 9천여 개에 이르던 시기도 있었다고. 그러던 중 <아다치 공장남자>라는 사진집이 출간돼 새삼 화제를 모았다. 깔끔하고 산뜻한 청년들이 진지하게 일하는 모습을 담은 이 사진집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아다치구의 편견을 깨는 데 큰 몫을 했다. 공장 가동 수 2위임에도 불구하고 아다치는 공장 제조업으로 유명한 동네는 아니었다. 치안이 좋지 않아 아다치구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는 성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집에 등장하는 아다치의 공장 남자들은 건강미 넘치는 반듯한 겉모습은 물론 일에 대한 신념, 의지, 애정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좋았던 청년,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에서 큰 보람을 느끼지 못한 청년이 주택가 작은 공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그들은 거대한 기계 속에서 자신이 만든 부품 하나가 제 역할을 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직원 수 1명부터 많아야 20명 정도에 불과한 소규모 공장들은 생산량이나 인건비 면에서 당연히 대기업 대형 공장을 따라갈 수 없다. 작은 마을 공장에서 자동차나 비행기 부품을 생산하는 것이 일본 제조업의 특별함이었지만 고령화와 인력난, 중국산 저가품에 밀려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남은 공장들은 그러한 위기에서 생산량을 늘리거나 단가를 낮추기보다, 단 하나를 만들더라도 완벽한 품질로 경쟁하는 것을 택했다. 일본의 장인 정신이 작은 마을 공장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 디자인, 공예, 그리고 각종 첨단 기술 등 ‘메이드 인 재팬’의 가치가 세계에서 높이 평가되는 이유다.

사진집 <아다치 공장남자>는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를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그러나 사실은 사람이 놓인 공장이라는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길 건너 이웃 공장 안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만들고 있는지를 다정하게 소개한다. 요즘 아이들이 ‘메이드 인 재팬’의 신념을 다음 세대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공장의 매력을 전하는 것이 이 사진집의 진짜 의도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WORDS 유소라(아티스트)
PHOTOGRAPHY 고우사쿠 나가이(시마야 출판사 제공)

2019년 02월호

MOST POPULAR

  • 1
    류준열이라는 靑春
  • 2
    스트레이 키즈의 두 소년
  • 3
    호우주의
  • 4
    유연석의 모험과 도전, 화보 미리보기
  • 5
    김영대는 깊고

RELATED STORIES

  • LIFE

    크롬하츠의 비범한 물건

    섬광처럼 반짝이는 크롬하츠의 비범한 세계.

  • LIFE

    가방이 있던 자리

    에르메스의 헤리티지 시리즈 전시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Once Upon a Bag)>가 지난 6월 6일 마무리됐다. 여느 하우스 브랜드 전시와는 차별화된 에르메스만의 스토리텔링을 되짚어본다.

  • LIFE

    위스키 활용법

    하이볼로 제조되고 다이닝과 매치되는 다양한 위스키 활용법.

  • LIFE

    애정으로 읽는 책

    작가가 사랑한 작가들의 책.

  • LIFE

    한낮의 해변에서

    꿈처럼 달콤한 하루를 위해 주종별로 잔뜩 쟁여 왔다.

MORE FROM ARENA

  • FILM

    53세 김홍남이 부르는 도지 코인 상승 노래

  • FEATURE

    패션 암흑기를 두 번 겪지 않기 위한 가이드

    얼마 전까지 뉴트로가 유행했다. 동시에 1990년대 패션을 복기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건 괜찮다. 패션은 돌고 돈다고 하니까. 납득이 간다. 납득이. 하지만 패션 암흑기 2000년대만은 돌아와선 안 된다. 부츠컷도 울프 커트도, 민소매 겹쳐 입기도 다시 한번 신중히 생각해주길 바란다. 2000년대 패션이 부활할 낌새를 보이는 지금, 간곡히 부탁한다.

  • FEATURE

    MUSIC VIDEO NEW WAVE / 강민기 감독

    피드보다 스토리, 한 컷의 이미지보다 몇 초라도 움직이는 GIF 파일이 유효해진 시대. 어느 때보다 영상의 힘이 커진 지금, 뮤직비디오의 지형도도 변화하는 중이다. VR 아티스트, 뮤지션, 영화감독, 시트콤 작가 등 겸업은 기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각양각색의 개성을 펼치는 MZ세대 뮤직비디오 감독 5인과 그들의 작품으로 읽는 뮤직비디오 뉴 웨이브.

  • FILM

    IWC 빅 파일럿 전시 (IWC BigPilot Exhibition)

  • FEATURE

    MUSIC VIDEO NEW WAVE / 이수호 감독

    피드보다 스토리, 한 컷의 이미지보다 몇 초라도 움직이는 GIF 파일이 유효해진 시대. 어느 때보다 영상의 힘이 커진 지금, 뮤직비디오의 지형도도 변화하는 중이다. VR 아티스트, 뮤지션, 영화감독, 시트콤 작가 등 겸업은 기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각양각색의 개성을 펼치는 MZ세대 뮤직비디오 감독 5인과 그들의 작품으로 읽는 뮤직비디오 뉴 웨이브.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