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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피부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것은 이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터. 그러나 실제로 크리스털처럼 맑은 피부를 가진 남자가 얼마나 될까? 여드름 흉터와 뾰루지로 점철된 얼굴을 지닌 에디터는 `피부만이라도 미남`이 되기 위해 난생처음 피부과 문을 두드렸다. <br><br>[2007년 3월호]

UpdatedOn February 21, 2007

COOPERATION 레알포맨 피부과(02-547-5858, WWW.REALFORMEN.CO.KR) Photography 기성율(이미지), 박원태(인물, 제품) GUEST EDITOR 이현상

지원 동기 : 저를 완피남으로 만들어주소서!

에디터의 꿈은 참 소박하다. 수천만원 하는 파텍 필립의 손목시계를 갖고 싶은 것도 아니고, 청담동 고급 빌라에서 살며 페라리나 마이바흐를 끌고 싶은 생각도 없다(아니, 사실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꿈도 꾸지 않을 뿐이다). 그냥 지금은 촬영을 위해 매장을 순회하던 중 점찍어둔 프라다의 낙하산 천으로 만든 큰 토트백이 사고 싶을 따름이다. 사실 그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은 터라 할부로 구입하면 세 달은 꼼짝없이 방에 콕 처박혀 있어야 하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줄글로 풀어나가자니 한숨이 절로 나오고 책상에 쌓인 서류더미가 금괴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런 물질적인 꿈 말고 한 가지 더 가슴속에 품은 작은 꿈이 하나 있다면 바로 피부 미남이 되는 것. 중학교 때부터 하나 둘 생기던 청춘의 심벌인 여드름은 철 만난 고기처럼 내 얼굴을 울긋불긋하게 수놓았다. 게다가 거뭇거뭇 나기 시작하던 턱수염은 어느새 임꺽정처럼 덥수룩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레나룻과 턱수염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도저히 17세 소년의 얼굴이라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 정도가 정상적인 고등학생의 얼굴인데, 당시 내 얼굴은 이미 ‘윤호 아버지’ 정준하를 넘어섰던 것 같다. 이제는 그렇게 애를 먹이던 여드름도 사라져가고, 부지런한 면도 덕에 많이 깔끔해졌다. 문제는 바로 여드름이 남기고 간 폐허, 여드름 흉터였다. 이것만 없어져도 꽃미남은 아니더라도 피부 미남이란 소리를 들을 테고, 지금보다 두세 살은 어려 보일 텐데 말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내친 김에 피부과를 찾아 상담해보자,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평소에 듣던 ‘박피’라든가 ‘필링’에 대해 상담을 해보는 거다.

장소 물색 : 나를 피부 미남으로 변신시킬 곳을 찾아라

일단 에디터가 일하는 강남구 신사동은 압구정역, 안세병원, 학동사거리를 중심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에스테틱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길을 걷다 하늘을 보려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건 피부과와 성형외과 간판뿐이다. 역시 우리나라가 성형 강국이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오기 전 인터넷 검색과 선배들의 조언으로 선택한 A 피부과를 찾았다. 미소로 반기는 친철한 도우미(이분은 간호사가 아니다. 그냥 예약을 확인하고 접수해주는 사람이다)는 나를 폭신한 소파로 인도했고, 잠시 후 상담을 해줄 의사에게 나를 친절하게 인도해주었다. 병원을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 상담 결과를 다 기억할 순 없으나 되짚어보면, 최악의 상태는 아니지만 치료하는 데 꽤나 많은 비용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을 찾기 전에는 모공이 넓어 모공을 축소해볼 심산이었으나, 얼굴에 생긴 그것들은 모공이 아니라 여드름 흉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피부는 어린 시절 여드름으로 흉터가 깊게 자리 잡은지라 완벽하게 회복하려면 장기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그리고 여드름 흉터는 100% 완벽하게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박피와 필링 종류는 생각보다 많았다. 레이저를 통한 전체 박피, 필요한 부분만을 제거해주는 박피 등이 있었고, 그보다 시술이 간단한 필링은 크리스털 가루를 이용한 크리스털 필링이나 바늘이 박힌 롤러로 상처를 낸 후 약물을 투여하는 도트 필링(dot peeling) 등이 있었다. 종류에 따라 가격과 시술 방법이 천차만별이었고, 치료 기간과 치유 기간이 제각각 달라 다 기억하기조차 어려웠다. 원래 칼럼의 기획 의도 자체가 남성들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박피나 필링을 소개하는 것이라 은근슬쩍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시술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의사는 약간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그런 시술로는 100% 새하얀 피부로 만들 수 없어요. 가벼운 필링으로는 여드름 치료나 피부 톤 개선 등 미세한 변화는 있겠지만 눈에 띄게 깨끗한 피부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라고 말했다. 모니터와 내피 모형을 통해 이루어진 친절하고 체계적인 설명을 듣자니 나는 피부 관리라는,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 늪에 점점 빠지게 되는 느낌이었다. 그 지경에 이르자 가격 문제를 떠나 맑고 깨끗한 피부를 가진 옆자리 선배가 떠올랐다. ‘아! 피부 미남이 되고 싶어! 정신 차리자! 난 단지 취재차 상담만 받으러 온 거라고. 어떤 경우라도 절대 카드를 꺼내서는 안 돼!’ 이렇게 정신이 혼매해진 날 정신없이 어디론가 끌고 가더니 좁은 유리방으로 인도했다. 가습기가 훈훈하게 나오는 그곳에는 백옥같이 깨끗한 피부를 자랑하는 에스테틱 원장이 앉아 있었다. 나 같은 경우 상처가 깊고 오래되어서 완벽한 치유를 위해서는 3주마다 3번 정도 시술을 받아야 한다면서 1회 시술에 1백50만원이라고 했다. 나는 순진한 표정을 짓고는 “어, 조금 비싸네요. 좀 더 생각해볼게요” 라는 말을 남기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초진료는 5천원이었다.

결전의 날 : 또 다른 상담, 그리고 바로 시술대에 드러눕다

1월 25일 오전 10시 30분. 며칠 전 전화로 예약한 신사동의 레알포맨이라는 남성 전문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는 진료에 앞서 에디터의 피부 상태를 확인한 뒤 여드름으로 꽤 고생을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드름이 나는 시기는 10대부터 30대까지인데 20세 전후로 가장 많이 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드름은 치료를 한다 해도 계속 날 수밖에 없는 자연 현상이며, 중간에 피부과나 에스테틱을 찾아 여드름을 치료하는 것은 여드름이 생성되는 정도를 줄이거나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수준이며, 어릴 때부터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에디터의 경우 20대 후반이라 여드름이 활발하게 나는 경우는 아니고, 슬슬 피부 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은 시기다. 피부는 진피를 표피가 둘러싸고 있는데, 표피 위의 노화 각질층(28주를 기준으로 생성되고 소멸된다) 제거가 수월하지 않으면 노폐물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염증성 여드름이 증가한다.
상담 후 바로 시술에 들어갔다. 직장인들이 하기에 간단한 크리스털 필링을 생각해둔 터라 주저 없이 시술대에 누웠다. 시술 시간은 1시간가량. 필링에 앞서 표피의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한 클렌징을 했다. 누가 내 얼굴을 닦아주는 것에 익숙지 않아 처음에 시술자의 손이 닿을 땐 잠깐 움찔했으나 부드러운 감촉에 금방 적응이 되었다. 손가락 끝을 이용해 이마 구석구석 턱 밑까지 깨끗하게 클렌징을 한 후 얼굴 표면을 건조시켰다. 기계를 이용해 필링을 하기에 피부에 물기가 없어야 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필링이 시작되었다. “때수건으로 얼굴을 미는 것처럼 약간 따가울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필링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계속 눈을 감고 있었기에 시술이 끝난 후에야 시술 기구의 모양을 볼 수 있었다. 펜같이 길쭉한 모양의 기구에서 크리스털 가루가 나오면서 피부의 각질을 제거하고, 밖으로 나왔던 크리스털 가루는 바로 기구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구조였다. 솔직히, 때수건으로 미는 것보다 눈물이 날 정도로 더 아팠다. 아프면 말하라고 했지만, 강도가 셀수록 잘 벗겨질 거란 생각에 꾹 참았다. 이마부터 코끝, 눈썹 위, 구레나룻까지 꼼꼼하게 각질을 제거했다. 몇 십 년 묵은 때가 벗겨지는 기분이었다. 필링 후의 얼굴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살갗을 한 번 벗겨낸 상태이므로 피부 회복을 위해선 당분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과 함께 호호바 오일을 발라주었다. 호호바 오일은 피부 보호막을 형성하며 진정 효과가 탁월해 시술 후 지친 피부에 효과적이다. 어느 정도 오일이 흡수되자 초음파를 통해 영양과 수분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따뜻한 실내 분위기 덕분에 잠이 들었다 깨기를 수차례. 마지막으로 모델링 마스크 팩으로 얼굴을 진정시키고 나니 어느새 1시간이 지났다. 사실 시술대에서 일어나기가 겁이 났다. 눈물이 날 정도로 피부를 들쑤셔놨으니 분명 피범벅이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우더 룸에 돌아와 확인한 내 얼굴은 환하고 밝았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외근을 나가는 선배 기자를 만났는데, 너무 달라 보인단다. 역시 돈 들이길 잘했다.

환골탈태 : 아기 피부는 아니지만 몇 년은 젊어진 느낌.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전자제품이나 명품 구두의 AS를 받는 것은 제품 자체 결함도 원인이지만 우리가 그만큼 잘 사용하지 못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시술 당일 저녁, 얼굴이 부어오르고 붉은 기가 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부과에서 미리 귀띔해준 터라 놀라지는 않았지만, 따가워서 조금은 힘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그런 느낌이 계속되었다. 피부에 무리를 주면 안 될 것 같아 면도도 거르고 출근했다. 아, 자외선 차단제! 지금은 피부를 한 꺼풀 벗겨낸 상태라 주의를 해야 한다. 자외선을 많이 받으면 착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애용하던 키엘의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다. 우유같이 부드러운 질감의 자외선 차단제가 얼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번들거림도 없고, 하루 종일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주므로 벌써 몇 년째 사용하는 베스트 아이템이다.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는 라프레리의 피부 재생 세럼을 열심히 발랐다. 알갱이가 없는 부드러운 클렌저로 세안을 한 후 깨끗한 손으로 세럼을 바르면 기름기가 돌 정도로 번들거리는데 그것도 잠시, 피부가 보송보송해진다. 손을 얼굴에 대보면 부드러운 파우더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루하루 붉은 기도 사라지고, 부기가 있던 얼굴도 정상을 되찾았다.
시술 4일 정도 지나자 슬슬 각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깨끗하고 맑은 얼굴로 거듭나는 걸까. 손을 이용하면 가볍게 떨어지는 정도였다. 피부는 점차 뽀얗게 변했다. 특히 여드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세수할 때 손에 닿던 올록볼록하고 불쾌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필링을 받은 후 관리를 위해 금욕 생활을 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술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술을 마신 후 해독을 위해 체내에서 나오는 해독 성분이 여드름에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필링으로 내 얼굴이 180도 바뀔 거란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들처럼 피부에 신경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약간의 자극만 줘도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 남성의 피부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여전히 피부 톤은 우울하고, 모공도 넓기만 하다. 그러나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여드름이 하나 둘 늘어날까 노심초사하는 삶에서 벗어난 요즘,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월급을 받으면 술 한 번 덜 마시고, 친구 한 번 덜 만나는 대신 피부과로 발걸음을 돌려볼까 생각 중이다.
이번 체험으로 느낀 점이 있다면, 피부 관리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투자해주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어릴 때부터 조금씩 신경 쓰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거였다. 유비무환이라 하지 않던가. 지금의 작은 투자가 먼 훗날 성공을 향한 밑거름이 될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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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ATION 레알포맨 피부과(02-547-5858, WWW.REALFORMEN.CO.KR)
Photography 기성율(이미지), 박원태(인물, 제품)
GUEST EDITOR 이현상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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