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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of the Month

Editor's View

삶의 지식에 주목해야 한다. 매달 세상은 소식의 아우성이다. 모두 수용하려면 과부하가 걸린다. 선별의 묘가 필요하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에디터들이 콕 집어 선별한 이슈들과 그들의 생각을 담았다. 당신이 알아야 할 지금 이 순간의 시선. <아레나> 에디터 네 명이 당신의 머릿속을 꽉꽉 채워줄 거다. 기대해도 좋다.

UpdatedOn June 05, 2017


 Art 그림에 취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보고, 일생일대의 충격을 받았다. editor 최태경

런던에서 관람한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는 형용할 수 없는 황홀한 감동이었다. 그 시기에 내가 런던에 머물면서 호크니의 그림으로 가득한 공간을 거닐었다니, 일장춘몽은 아니었을까. 아무런 설명 없이 그림을 보고 심장이 요동치는 뭉클한 감동을 느껴본 적이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이전에 또 있었나 싶다. 관람객이 조금 많았던 것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각 공간의 벽면은 작품들과 어울리는 색감으로 채웠고, 대표적인 작품들을 비롯해 그 이전의 초기 작품들, 사진과 영상 작업, 최근의 아이패드를 이용한 디지털 작품들까지 탄탄한 구성이었다. 그 꿈같은 현실이 아쉬워 느리게 걸었다. ‘A bigger Splash’ 앞에 다가섰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다시 붕 뜨는 기분? 적어도 내게 데이비드 호크니는 따뜻한 색감의 예쁜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는데, 뭔가 단단히 잘못 알고 있었던 거 같다. 

그림의 크기는 내 예상보다 훨씬 컸으며, 물결 한 가닥, 물의 일렁임, 저 멀리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와 잔디 한 올까지 단순하지만 세밀하고 명확한 표현력이 날 크게 한 방 내려쳤다. 내 걸음은 더 느려졌고, 그림 하나하나를 마음에 아로새겼다. 가장 최근의 아이패드 작품 전시까지 꼼꼼히 감상하고, 발걸음을 되돌려 ‘A Bigger Splash’로 돌아갔을 땐, 관람객이 몇 배로 늘어난 상황이었다. 눈앞에 있지만 닿지 않고, 이렇게 돌아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먹먹함을 안고 다시 천천히 걸었다. 내가 생각해도 격하게 빠져들었던 거 같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글쎄, 실제로 마주했을 때 그의 그림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감동에 취해서이기도 하고, 데이비드 호크니 작가 자신에 대한 인간애적인 존경심도 있고, 왠지는 모르겠는데 나 자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명망 있는 예술가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데, 나는 뭐하고 있는 것인가 일차원적인 자기반성도 조금 해봤고. 그냥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그 순간의 감정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 마감이 끝나면 도쿄로 출장을 간다. 그때 딱 맞춰서, 알폰스 무하의 전시가 있다. 한국에서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체코가 아닌 곳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그림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시간 내서 다녀올 생각이다. 문득, 출장이 잦은 삶이 참 행복해지네.

 

 

 Fashion ‘장비빨’

러닝을 시작했다. 집에 러닝 아이템이 차고 넘친다. editor 김장군

벌써 작년의 일이다. 동네 운동장에서 혼자 뛰었다. 집에 있는 티셔츠와 바지를 대충 집어 입고, 흔히 말하는 운동화를 신고서. 면 티셔츠는 땀을 그대로 머금어 내 등짝에 달라붙곤 했다. 찝찝하긴 했지만 러닝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특별한 장비와 지식 없이 조깅을 즐기던 중 전 직장 선배가 러닝 크루를 소개해주었다. 남들과 같이 뛰려니 괜스레 쑥스러웠지만 러닝을 제대로 해보자는 맘에 참석을 결심했다. 크루 모임에 간 첫날, 여느 때와 같이 집에서 입던 옷과 운동화를 챙겼다. 약속 장소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아담과 하와가 자신들의 발가벗은 모습을 부끄럽다고 느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모두 전문적인 러닝 복장을 갖췄는데 나 혼자 동네 마실 나온 백수 차림 같아 부끄러웠다. 역시 뛰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스타일’을 의식하고 있는 내 마음이 불편했다. 

이때부터였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러닝 장비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 첫 모임 이후 스포츠 브랜드 매장을 매주 방문했다. 땀이 금방 마르는 티셔츠를 사고, 안 입은 듯 가벼운 쇼츠를 샀다. 그러다 날이 좀 추워졌다 싶으면 주저없이 러닝 전용 패딩과 타이츠를 결제했다. ‘이 정도면 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스마트폰을 담는 암밴드, 종아리 근육을 잡아주는 반양말 등 필요한 액세서리가 더 있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또다시 매장에 갔다. 크루 활동을 시작한 지 어언 1년. 이제 장비를 제법 갖춰 옷장 한편에는 러닝복이, 신발장 한 칸에는 러닝화가 가득하다. 장비 덕에 러닝 기록이 비약적으로 단축된 것도 아니고(물론 도움은 받고 있다), 평상복으로 입을 수도 없는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계속 산다. 왜 계속 사들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운동은 ‘장비빨’이니까. 비록 통장 잔고가 줄고, 옷장이 미어터져도 장비를 갖추고 뛰었을 때의 만족감과 자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으니까. 면 티셔츠에서 신소재 티셔츠로 ‘장비빨’을 맛본 나로선 이 소비 행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Issue 욕하면서 본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는 내 길티 플레저다. editor 서동현

작년 <프로듀스 101>이 그렇게 화제를 불러 모았는데도 나는 단 한 편의 에피소드조차 제대로 챙겨본 적 없었다. 예쁘장한 소녀들이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와 눈물과 웃음을 보여준다던데, 그래서 되게 감동과 재미가 있다던데, 이상하게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픽미 픽미’의 지뢰도 무사히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시즌 2의 늪에 빠져버렸다. 이번 <프로듀스 101> 시즌 2는 유수의 엔터테인먼트에서 모인 101명의 남자 아이돌 연습생들이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을 기다린다. 마르고 곱상한 남자들이 나와서 예쁜 척을 할 것 같아서 굳이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첫 번째 눈에 밟힌 것이 장문복이었다. 예전에 <슈퍼스타K> 시리즈 예선에 나와서 변성기 목소리로 아웃사이더의 ‘스피드레이서’ 랩을 숨도 안 쉬고 해내 충격을 준 인물이다. 당시 네티즌들의 조롱거리로 많은 패러디를 낳았는데, 그 친구가 글쎄 머리를 기르고 좀 더 고독한 비주얼로 변신해 국민 프로듀서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미 방송 전부터 참가자들과 군무를 마친 뒤 호흡을 고르면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무는 ‘짤’을 탄생시키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이게 무슨 해괴한 현상인가 싶어서 곁눈질로 방송을 보기 시작하다 그만 걸려들었다. 

연습생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무대를 꾸미면, 보아를 비롯한 기성 뮤지션이 평가를 하고 등급을 매기며 당락을 결정하는 형식은 사실 익숙하다. 그리고 어설프지만 열정적인 젊은이들의 성장담도 새로울 게 없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재미는 따로 있다. 이미 무한 경쟁에 뛰어들어 몸부림쳐본 친구들이 솔직하게 서로 평가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서로 ‘얼평(얼굴 평가)’을 하고 실력의 우위를 가리는 ‘뒷담화’가 자연스레 ‘온에어’된다는 거다. MMO 소속의 연습생 윤지성은 자막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타 연습생에 대한 평가를 쏟아내는데, 질투와 견제의 코멘트가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TV를 보면서 우리가 할 법한 얘기가 그대로 방송에 나온다. 쟤는 어떻고, 얘는 어떻고 하는 평가들. 대놓고 우리에게 남들을 평가하라고 장을 펼쳐준 엠넷의 영리한 속셈에 나는 이렇게 굴복하고 말았다.

 

 

 Car 현대차 다시 보기

국내 세 번째 현대 모터스튜디오가 열렸다. 현대차가 다시 보였다. editor 김종훈

몇 년 전 현대차가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냈다. 무려 도산대로에. 금싸라기 땅에 대담하게 브랜드 체험관을 낸 거다. 내긴 했는데, 솔직히 볼 건 없었다. 2층 커피숍이 강남 사모님의 사교 모임 장소가 됐다나 뭐라나. 그럼에도 그 시도마저 폄훼할 순 없었다. 아무튼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를 소개하려는 의도는 보였으니까. 그러다 하남에도 또 다른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냈다. 시선이 달라졌다. 연속성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이런 특별한 전시장은 가보면 재밌다. 잘 꾸며놓기도 했다. 빼곡하게 들어찬 전시물을 보는 재미보다는 공간의 특이성을 접하는 재미가 크다. 그러다 최근 고양에 세 번째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냈다. 그 규모와 짜임새가 눈길 끈다. 서울에 하나, 서울 남쪽에 하나, 또 서울 북쪽에 하나. 점점 확대하는 모습에서 현대차의 의지가 보인다. 첫 번째는 시도한 의미가 강했다. 두 번째는 확장하는 의미를 심었다. 세 번째는 현대차가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결심이 느껴진다. 그만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매력적이다. 

상설 전시로는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럴싸하게 전시해놨다. 공장 분위기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 감상하듯 볼 수 있다. 외국 출장 때 본 자동차 박물관 부럽지 않다. 켜켜이 쌓은 역사성보다는 지금 그 자체에 집중한다. 철을 녹이고, 차체를 만들고, 연결하고, 색을 입히고, 조립하는 일련의 과정이 드라마틱하다니. 보다 보면 독특한 감정도 솟는다. 자동차를 제품 이상의 가치로 바라보는 계기랄까. 자동차를 그냥 이동 수단으로 바라보던 사람에겐 묘한 경험일 테다. 상설 전시뿐만 아니라 테마 전시도 연다. 역시 자동차에서 파생한 감각적인 전시물이 주를 이룬다. 그 사이에 WRC에 진출한 현대차 자랑도 잊지 않는다(자랑할 만하니 자랑해도 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전시를 커다란 4층 건물에 시원하게 펼쳐놓았다. 예전부터 현대차라면 (한국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품 자체에만 매몰되는 시기는 지났으니까. 이제 제대로 한다. 이제라도 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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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최태경
EDITOR 김장군
EDITOR 서동현
EDITOR 김종훈
ILLUSRTATION HEYHONEY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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