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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었는데

2016년 크고 작은 음악 페스티벌에서 자주 보이던 반가운 이름 세 개를 골랐다. 나만 알고 싶었는데, 가을바람과 너무 잘 어울려서 소개를 해야겠다.

UpdatedOn September 27, 2016

미세 감성주의보 빌리어코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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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어코스티가 입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빌리어코스티가 입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온 뮤지션 같지만, 본명은 홍준섭이다. 기타 연주자로 이름을 알리다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해 빌리어코스티란 이름을 붙였다. 사실 뜻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새벽 2시경에 들으면 잊힌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싶어지는, 아주 위험한 노래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교회오빠’처럼 바르고 선한 인상에, 마음이 몽글해지는 아련한 사랑 노래를 들려줘 ‘여심저격수’라는 애칭도 얻었다. 비슷하게 여심을 사로잡고 있는 에릭남과 합동 공연은 물론, 본인의 단독 공연도 매진시킬 만큼 탄탄하게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한 편의 시 같은 노랫말,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 굉장히 진부하지만 ‘음유시인’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남자다.

발표하는 음악마다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너무 ‘여성 한정’ 음악을 만드는 것 아닌가?
20대 후반까지 록에 청춘을 바치겠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했다. 그러다 내 노래를 만들어 부르게 됐는데,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듣던 노래가 사랑이란 주제로 모두의 공감을 얻는다는 걸 알았다. 자연스레 곡 작업이 그런 흐름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사실 남자가 남자를 위한 노래를 하기도 어렵다. 하하.

요즘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멜로디로 사랑을 노래하는 곡들을 묶어 ‘어쿠스틱 음악’이라고 칭한다. 빌리어코스티는 어쿠스틱 뮤지션인가?
최대한 욕심 없이 편안한 음악을 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아티스트로서 자부심을 가질 무언가는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연에서 음반에 수록된 곡과 다른 느낌을 보여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렉트로닉 기타로 솔로 연주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이다. 물론 예전처럼 록 음악을 하지는 않지만, ‘감성 싱어송라이터’인 동시에 록에 기반을 둔 뮤지션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직까지는 빌리어코스티의 촉촉한 감성, 자분자분하고 결이 고운 사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사운드에 좀 더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
이미 만들어놓은 곡도 있고, 하고 싶은 곡도 있는데 공연 때 살짝 시도해보는 중이다. 그런데 반응을 보면 아직 나의 또 다른 사운드에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조금 더 기존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훗날을 기약해야 할지, 바로 다음 앨범부터 시도해야 할지 고민이다. 록적인 곡들도 써놓은 게 있는데, 처음에 그런 음악으로 데뷔했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받기 힘들었을 거다. 시기를 보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는 빌리어코스티를 존 메이어에 비유하기도 했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라면 존 메이어에 대한 로망이 있을 거다.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데뷔 후 스스로 ‘내가 존 메이어에게 영향을 받았구나’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 따라 하게 될까봐 일부러 그의 음악을 듣지 않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닮은 부분이 있다면, 내 곡에는 최대한 한국적인 정서나 장르적인 변주로 독창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했다.

유재하 가요제 출신이라고 들었다.
원래 유재하 가요제는 솔로로 출전해야 했는데 내가 참여한 16회부터인가 밴드 참여도 가능해졌다. 그래서 친구와 우르르 8명이 참가를 했다. 하하. 친구가 만든 곡을 연주했는데 싱어송라이터라기보다 밴드의 느낌이었다. 당시 대상은 스윗소로우 형님들이었고 내가 속한 ‘파란난장’이 금상을 받은 거다.

그러고 나서 기타 연주자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내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 계기는?

드라마 <연애시대>를 시청하다 배우 손예진이 노영심 선배님의 ‘땡큐’라는 곡을 부르는 장면을 봤다.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노래를 기술적으로 굉장히 잘 부른 건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 거다. 한창 음악에 대해 열정을 키우고 있던 때라 그 장면을 보면서 ‘음악이 테크닉이나 욕심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것’이란 걸 많이 느꼈다.

그 이후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또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연주자로서는 하고 싶지 않은 남의 음악을 연주해야 할 때도 있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간절해졌다. 그러려면 내가 곡을 쓰고 노래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판단이 들어 시작한 거다.

빌리어코스티로 변신한 뒤 처음에 어떤 무대에 섰나?
일단 공연장에서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앨범을 낼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공모전 등에 출품을 많이 하게 됐다. KBS 영상음악 공모전에 나가서 대상을 받으면서 내가 만든 창작물에 대한 피드백을 처음 얻었다. ‘나도 가능성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버스킹도 했는데, 연주 일도 겸하고 있을 때라 일 다 마치고 늦은 시간에 몇 안 되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며 조금씩 시작했다.

여태까지 경험한 가장 큰 무대와 가장 작은 무대는 무엇이었나?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메인 무대가 가장 큰 무대였다. 그런데 사실 공연 개회사 다음에 하는 오픈 공연이었다. 그래서 사람들도 왔다 갔다 하고 엄청 분주했는데 더운 날씨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서 감동적이었다.

작은 무대는, 홍대에 버스킹을 많이 하는 곳이 하나 있다. 거기서 두 곡 정도를 부르고 있는데 인근 주민이 나와서 나를 내쫓으셨다. 그때 관객이 딱 두 분 계셨는데 같이 내쫓겼다. 하하. 그래서 그분들과 다른 곳으로 이동해 마저 공연을 한 기억이 난다. 그것이 가장 작은 무대이다. 그분들은 지금 뭐하고 계실지.

공연에서 관객의 반응을 많이 살핀다고?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100% 만족을 하고 돌아가야 성이 차고 그랬다. 그래서 괜히 과한 친절을 베풀어 손님을 더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하. 그 성격이 공연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늘 확인하고 싶다. 내 공연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지, 두리번거린다. 밝은 표정의 관객을 보면 안심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을 보면 이유가 뭘까 생각한다. 그것 때문에 가사를 틀린 적도 있다. 하하.

빌리어코스티의 이름을 알린 한 곡은?
‘소란했던 시절에’라는 곡이다. 대단한 히트곡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곡이 그 정도로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 정규 1집의 수록곡이었는데, ‘회상’과 ‘후회’가 주제다. 누구나 다 후회하지 않나. 초등학생도 유치원 시절을 생각하면서 후회하니까,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모두의 공감을 얻는 것 같다. 체감을 잘 못하다가 앨범이 나오고 첫 공연을 하면서 ‘사랑받는 곡이구나’ 제대로 느꼈다.

역시 관객의 반응을 살폈겠지?
그렇다. 하하.

빌리어코스티를 좋아하는 많은 이유 중에 노랫말이 있다. 요즘 참 의미 없는 가사가 많은데 한 편의 시같이 아름다운 가사를 쓴다.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음악이 다 그랬다. 이승환, 윤상, 전람회, 이적, 윤종신 선배님들 노래가 자양분이 됐다. 자연스레 멜로디에 집중하고 그 상황에 빠져들어서 가사를 쓰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곡은 빨리 나오는 편인데 가사 쓰는 시간이 5배쯤 더 걸린다.

 

어렵지만 쉬운 음악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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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입은 네이비 더블브레스트 수트는 서리얼 벗 나이스,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달총이 입은 흰색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구름이 입은 네이비 더블브레스트 수트는 서리얼 벗 나이스,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달총이 입은 흰색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치즈는 참 오해하기 쉬운 팀이다. 앨범 재킷 사진을 봐도 그렇고, 언뜻 들리는 곡의 느낌도 그렇고 굉장히 사랑스럽고 간지러운 음악을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앨범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음악의 스펙트럼도 넓고 다양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뮤지션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늦여름의 햇살과 바람처럼 과하지 않게 살랑거린다.

치즈는 같은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 스터디 모임처럼 만나 결성한 팀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고, 그래서 팀 프로젝트의 규모가 커졌다. 각자의 목표에 따라 떠날 사람들은 떠났고 지금은 작곡과 프로듀싱을 하는 구름과 노래하고 작곡하는 달총, 두 명이 치즈를 이끌어나간다.

예명도 굉장히 말랑말랑하고, 멜로디도 몰캉몰캉하지만 이면에는 팝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새로운 시도가 담겨 있다. 약간의 오해를 걷어내면 치즈가 숨겨놓은 더 많은 재미가 들릴 거다.

사람들이 ‘치즈는 어떤 음악을 하나요?’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나?

구름 우리는 여러 장르를 섞어보려고 하고, 어려운 장르를 쉽게 해석하려고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치즈는 커머셜한 음악을 하는 팀이다.
달총 듣기 편한 음악을 만든다. 노래 부를 때도 과하게 뭔가를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 적당히 알아서 부르면 구름 오빠가 조율해준다.

원래 치즈는 네 명이었다고?
구름 주변 친구들을 모아서 스터디 그룹처럼 함께 음악을 만들고, 앨범을 냈다. 그렇게 활동하다 보니 비전도 생기고 규모도 커지면서 이 팀에 쏟는 에너지와 목적이 맞지 않는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났다. 지금은 나와 달총이 남아서 음악을 만든다.
달총 어쩌다 보니 우리 둘만 남아서 하게 된 거다. 하하.

올해 ‘10센치’ ‘옥상달빛’의 소속사에 들어갔다. 뭔가 달라진 점이 있나?

구름 음악을 만들면 같이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이 음악을 어떻게 하면 세상에 잘 내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함께할 수 있어서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점이 좋다.
달총 독립적으로 음악을 만들 땐 발매 이후에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런데 회사가 생기면서 완벽하게 일을 분업해 하니까 더 효율적이다. 그 에너지로 훨씬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

최근 단독 공연을 마쳤다. 3일 동안 게스트 없이 관객을 만나보니 어떻던가?
달총 모든 게 처음이었다. 단독 공연도, 3일 동안 게스트 없이 이끌어나가는 것도 다 처음이었다. 3일 내내 공연을 보러 온 분들도 계셨는데 굉장히 벅차고 감사했다.
구름 치즈가 워낙 오프라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팀이라 걱정도 됐다. 음악 페스티벌이나 행사는 우리만의 단독 공연이 아니니까. 그런데 이렇게 우리 이름을 걸고 공연을 해도 집객이 되는구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눈앞에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들 어디 숨어 있었나 싶었다. 하하.

아마 치즈 음악을 듣고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기분 좋아진다’일 것이다. 이런 얘기, 기분 좋지 않나?
달총 물론이다. 우리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정말 기쁘다. 그런데 사실은 듣는 사람의 반응보다 우리 스스로 만족스러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더 집중한다. 우리가 들어서 좋고, 웃음 짓게 되는 음악을 완성하고 싶다.
구름 우리끼리 자연스럽게 곡을 만들었는데 운 좋게 다른 이들에게도 기분 좋게 전달된 거 같다. 치즈는 상당히 운이 좋았다.

매우 겸손한 발언이다. 그런데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치즈를 찾아보면, 어떤 앨범은 인디 뮤직이라고 되어 있고 어떤 앨범은 R&B로 구분되어 있다. 어떤 기준인가?
달총 음악을 만들고 나면 음원 사이트에 등록할 때 장르 구분을 해야 한다. 이게 참 애매하다. 우리 1집은 R&B 힙합으로 되어 있다. 힙합이나 R&B 같은 장르적 특성을 내세우는 팀이면 모르겠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규정하기 어렵다. 간혹 치즈를 어쿠스틱 밴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귀엽거나 설레는 느낌의 음악을 어쿠스틱으로 정의하고 치즈가 비슷한 느낌이니까 같이 묶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어쿠스틱 사운드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구름 재즈나 록처럼 역사 깊은 음악은 그 안에서도 장르를 세분화할 수 있지만 우리가 결국 하는 건 넓은 의미에서 팝이다. 그리고 어쿠스틱은 장르라기보다 곡 편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공연에서 어쿠스틱 편성으로 연주한 적은 있지만, 치즈 앨범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써본 적은 없다.

그럼 인디 음악이라는 구분은 맞는 건가?
구름 미국을 보면 각 주마다 유행하는 음악이 다르다. 필라델피아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즐겨 듣고 인기 있는 장르는 따로 있다. 그렇게 따지면 인디라는 시장도 로컬 문화라는 의미로 변하는 것 같다. 예전에 대구는 메탈, 부산은 힙합인 시절도 있었고. 직접 레코딩을 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이 공연이라는 문화로 소비되는 것. 그것을 우리가 인디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음악의 장르와는 상관없이 구분한 게 아닌가 싶다.

TV 음악 방송에도 몇 번 출연했다. 어떤 경험이었나?
달총 신기한 경험이었다. 운 좋게 방송을 타게 됐는데, 방송은 공연과는 아예 다른 개념이었다. 라이브 환경과 달라서 공연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방송국 구경도 하고 신기하더라. 하하.

계속해서 지금 같은 ‘사랑스러운 풍’의 음악을 할까?
달총 지금도 많은 팬들이 “‘마들렌 러브’ 같은 곡 써주세요” “‘로맨스’ 같은 노래 또 불러주세요” 이런 요구를 한다. 그런데 그런 곡을 똑같이 만들려고 해도 안 된다.
구름 노래 한 곡이 너무 큰 사랑을 받으면 그 팀은 평생 그 곡을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하는 것 같다. 변하기 싫어도 자연스레 변하는 것이 있고, 변하고 싶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흘러가는 대로 음악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치즈의 모토는 ‘자연스럽게’ 같다.
달총 억지스럽게 어떤 모양을 만들고 싶지 않다. 우리의 음악과 듣는 사람의 취향이 잘 맞아떨어지면 가장 좋지만 일부러 의도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니까.

다음 앨범에서는 치즈답지 않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나?

달총 이번 앨범 〈Q〉가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다음 앨범에 대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해본 적은 없다. 이전보다 진보된 변화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멈춰 있는 게 더 두렵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뭔가 무리해서 시도하는 건 성격상 절대 못할 거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안에서 치밀하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구름 작업이 들어가기 전에 이런 걸 해야지, 마음먹는 건 의미가 없다. 그때 되면 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치즈는 장르에 선을 그어놓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변할 거다. 다만 그 연결 고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잘 유지해야겠지.

 

홍대 ‘고막 남친’ 최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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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타가 입은 검은색 수트와 티셔츠 모두 시스템 옴므 제품.

최낙타가 입은 검은색 수트와 티셔츠 모두 시스템 옴므 제품.

‘멜론 TOP 100 차트’로 음악을 소비하는 남자와는 말도 섞지 않는 취향 뚜렷한 여자들 사이에서 ‘고막 남친’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언뜻 들으면 상당히 해괴망측한 이 단어는 ‘내 남친은 다른 사람이고 내 고막 남친은 최낙타다’라는 댓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내 귀에 캔디같이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 불러주는 남자란 뜻이다.

최낙타는 이 수식어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민망함을 무릅쓰고 스스로 적극 홍보 중이다. 그는 요즘 ‘몽글몽글한 사랑 노래’를 좋아하는 여성에게 진짜 고막 남친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이 길고 느릿느릿 한 말투 때문에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낙타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엉뚱한 별명처럼 그가 쓰는 노래도 엉뚱하다.

좋아하는 여자가 인사만 건네도 얼음이 되어버린다는 ‘얼음땡’이나 야쿠르트 없으면 그녀 마음을 달라는 ‘야쿠르트 아줌마’ 같은 노래는 풋풋하고 귀엽다. 왜 여자들이 최낙타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어떻게 데뷔했나?
대학교 수업 시간에 작곡해서 음원을 만드는 과제가 있었다. 그때 만든 곡이 ‘얼음땡’인데, 함께 수업 듣던 형이 싱글 앨범으로 제작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권유했다. 그렇게 얼결에 음반을 내고 보니 공연을 해야겠다 생각해서 여기저기 다녔다. 큰 욕심은 없었고 그냥 재미있었다.

그러다 결정적인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원래 잠이 좀 많은 편인데 그날도 오전 11시인가, 정오인가까지 자고 있었다. 모르는 번호는 절대 받지 않는데 그날따라 전화벨이 참 길게도 울렸다. 그래서 누군가 하고 받아봤더니 ‘얼음땡’을 커피 CF에 쓰고 싶다는 거였다. 바로 일어나서 정중한 자세로 전화를 받았다. 하하.

원래 그렇게 많이 달달한 노래를 만들었나?
아니다. 그전에는 데미언 라이스를 굉장히 좋아해서 막 사랑에 실패해 우울해하고 절규하는 노래를 만들곤 했었다. 그런데 그런 곡은 가창력이 엄청나야 하더라고. 하하. 때마침 ‘얼음땡’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듣는 이들이 좋아하는 것, 좋아할 만한 것을 염두하면서 곡을 쓰기 시작했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 대부분이 여성일 것 같다.

그런 편이다. 간혹 남성도 보이긴 하는데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여자친구를 따라 끌려온 경우다. 딱 표정만 봐도 안다. 얼른 나가서 게임하고 싶다고 써 있다. 하하. 나 역시 내 노래 들으면 힘들 때가 있어서 이해는 한다.

정말 남성 팬은 없나?
간혹 있다. 그런데 정말 흔치 않다. SNS를 통해서 메시지를 많이 받는데, 여성은 대부분 음악 잘 듣고 있고, 좋은 앨범 많이 내달라는 격려와 응원을 담고 있다. 남성들은 ‘기타로 당신의 곡을 연주하고 싶은데 악보를 좀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내용이다. 아마 여자친구에게 들려주려고 그러나 보다. 하하. 어쨌거나 내 노래로 여성을 사로잡겠다는 거니까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 지나치게 여심만 저격하는 거 아닌가?

언젠가는 자연스레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계속 이런 곡을 쓸 것 같다. 왜냐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편하다. 자신감 있고 재미있게 만들고 노래할 수 있다.

사랑 말고 주제를 바꿔보면 어떤가?
다른 주제로 곡을 써보려고 했는데, 몰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누구나 인정하는 ‘사랑꾼’도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곡을 쓸 때면 사랑과 연애에 관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몰입도도 엄청 높다. 내가 그렇게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아닌데, 사랑을 주제로 곡을 작업하면 참 잘 풀린다. 하하.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듣는 사람도 편안할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사실 ‘고막 남친’이라는 수식어, 스스로도 좀 민망하지 않나?
그렇다. 민망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뮤지션에게도 캐릭터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아마 나와 비슷한 음악을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거다. 나 말고도 달달한 음악을 들려주는 다른 고막 남친들이 있을 거라 더 욕심이 난다. 그들 가운데서 내가 먼저 생각난다는 것은 괜찮은 일 같다. 아주 민망하지만 쟁취해내고 싶은 수식어다. 하하.

여타의 ‘고막 남친’들과 최낙타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일단 같은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는 다른 뮤지션도 자신만의 차별점이 분명 있을 거다. 그것이 사운드적인 특징이 될 수도 있고, 악기 편곡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오는 차이는 가사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늘 구체적인 장면을 가사로 적는다. 일상적이면서도 재미있는 비유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싶어서 노랫말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내가 썼지만 이거 참 괜찮다 싶은 가사가 있나?
작년 미니 앨범에 ‘팔베개’라는 노래가 있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팔베개를 해주는데 사실은 팔이 엄청 아픈 거다. 그렇지만 여자친구가 깰까봐 꾹 참는 그 순간을 가사로 적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술술 써내려가서 마음에 들었다.

사랑꾼 아니라더니 그쪽으로만 되게 발달한 것 같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는게 아니라 사실 많은 시간 생각한다. 친구들이 연애하는 이야기도 듣고, 내가 연애할 때도 그 관계를 계속 관찰하려고 한다. 그런데 상대방 입장에선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 연애가 너무 순탄하면, 굴곡이 없으면 영감이 안 떠오르니까. 어떨 때는 뭔가 사건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살짝 든다. 하하. 근데 이건 너무 나쁜 마음이라 실제로 행동한 적은 없다. 앞으로도 절대 안 그럴 거다.

믿어보겠다. 초기에 낸 싱글은 기타 하나만으로 구성해 담백했다. EP 앨범부터 사운드가 조금씩 풍성해지고 있는데?
어쿠스틱 사운드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혼자서 앨범을 만들었기 때문에 뭐든지 최소화하자는 생각이 더 컸다. 그래서 EP 앨범 낼 때는 사운드에 조금 더 욕심을 부렸는데, 요즘엔 다시 예전에 낸 어쿠스틱 음악들을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예전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최낙타다. 같은 생각의 뿌리에서 나온 거니까 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때의 음악과 지금의 음악 모두 뮤지션이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 같다.

라이브 공연을 많이 할 텐데, 보통 페스티벌에서는 앞 순서를 맡아왔나?

봄부터 쭉 출연해오고 있다. 거의 대부분 앞 순서다. 나는 뒤 순서를 바라지도 않는다. 밤의 무대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하하. 그렇다고 내 공연이 엄청 정적이고 조용히 감상만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나름 리듬감이 있어서 어느 정도 몸을 흔들 수는 있다. 때로는 관객이 크게 따라 불러주기도 한다. 우리 나름의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돼서 생각보다 막 숙연하고 그렇진 않다. 페스티벌 때 두려워 말고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매달 싱글 앨범을 모아서 정규 앨범을 만들 계획이라고? 잘 진행되고 있나?

사실 어제 이사하는 바람에 지난 한 달 동안 너무 바빴다. 그래서 잠깐 텀이 있긴 하지만 이제 녹음을 해서 한 곡 발표할 예정이다. 꾸준히 작업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정규 앨범을 내는 게 목표다. 내 이름이 잊히는 게 싫어서 매달 알리고자 한다.

만약 이 인터뷰를 읽고 최낙타의 음악을 듣고서 팬이 된 남성 독자가 있다고 치자. 남자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조른다면 어떻게 답해주겠나?

그냥 내 노래를 연습해 여자친구 앞에서 불러주는 게 훨씬 더 행복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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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신채영
Stylist 최진영
Hair 조영자
Make-Up 조숙영
Assistant 김민수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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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은 침대보다 오랜 시간 머무는 자리다. 그 위에 올린 팬시 용품은 그 사람의 취향과 안목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라운디드(Rounded)에서 당신의 취향을 돋보이게 할 팬시 용품들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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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을 떠나보내며

    4인의 작가 개인전을 소개한다. 가장 사적이고 빛나는 그림과 사진, 설치 작품을 보는 것. 올해를 마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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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ITTER & GOLD

    호화로운 주얼리들로 총총하게 채운 연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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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올의 B27 스니커즈

    스케이트보드 감성과 하우스의 아카이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B27 스니커즈.

  • INTERVIEW

    이대휘의 우주

    AB6IX 이대휘는 좀 유별나다. “남들은 낯설고 이상하게 느낄지라도,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K-팝 신의 특별한 소년. 2001년생, 20세인 그는 자주 “2020년이잖아요?”라고 반문했고, 이렇게 덧붙였다. “전 그냥, 이대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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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호 'IN THE ROOM' 미리보기

    정경호, 세련된 영화 같은 화보 공개. 정경호가 모노 드라마를 찍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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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들의 몫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크리스마스라고 다를 것 없다. 에디터들이 축복의 밤에 잃은 것과 얻은 것을 고백한다. 담담한 어조로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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