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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히어로

On March 03, 2016

‘꽃미남’ 라이언 레이널스는 얼굴만 파먹고 사는 배우라는 오명을 거부한다. 깜짝 반전처럼 ‘얼굴 없는’ 히어로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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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꿈꾸기 시작한 후, 히어로 캐릭터들은 일상적으로 등장했다. 인생과 사명감을 고뇌하는 고전적 히어로부터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언성 히어로(이름 없는 영웅)까지. 이제 그들을 보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히어로의 모든 것을 안다고 너무 빨리 속단해서는 안 된다. 기존 상식 따위는 모조리 깨버리는 히어로 ‘데드풀’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에게 정의감, 책임감, 평화 등의 단어는 정말 개뼈다귀 같은 소리다. 다소 속물이고 이기적이고 못되면 어떤가? 그게 더러운 세상을 사는 지혜인 것을. 특수부대 출신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널스)은 암을 극복하고자 생체 실험에 참여하지만 온몸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흉측한 상태가 된다. 데드풀로 다시 태어나 자신을 속이고 괴롭힌 일당에게 복수하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다.

데드풀 캐릭터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 자체를 자축하는 ‘데드풀 비긴스’라고 할 수 있다. 뒤끝 작렬하는 데드풀은 쉬지 않고 입심을 자랑한다. 마치 <비버리 힐스 캅>의 에디 머피나 <나쁜 녀석들>의 윌 스미스처럼 입에 ‘모터’를 달고 있다. <데드풀>의 장르는 액션이 아니라 ‘스크루볼 코미디’라고 콕 찍어서 말하고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데드풀>의 매력은 라이언 레이널스의 재발견에 있다. 흔하디흔한 로맨스 코미디보다 히어로 놀이에 더 어울리는 배우라는 것을, 스스로 찬란하게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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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014

    자칭 전설의 무법자 스타로드라고 너스레를 떠는 피터(크리스 프랫)는 행동보다 입이 빠른 타입이다. 그는 레트로(복고풍) 취향으로 무장했다. 피터가 소니 워크맨에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Awesome Mix)’ 테이프를 넣고 듣는 것처럼 <데드풀>도 ‘왬’을 자기 BGM으로 판타스틱하게 활용한다.

  • <앤트맨> 2015

    좋은 아빠를 꿈꾸는 생계형 도둑 스콧(폴 러드)은 고전적 히어로가 되기엔 여러모로 부실하다. 책임감도 없고 딱히 히어로를 동경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대사를 툭툭 던지는 센스(순발력)는 타고났다. 사건을 ‘점입가경’으로 만드는 타고난 잠재력을 보면 데드풀과 유사한 사고뭉치 DNA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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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아이.조 2> 2013

    고민하지 않아도 <지.아이.조> 속편은 한심한 3류 영화였다. 하지만 적어도 시나리오 작가 렛과 폴 콤비는 히어로 영화에서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들의 시행착오가 <데드풀>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좋은 약이 되었다. 덕분에 캐릭터와 액션이 조화롭다.

  • <좀비랜드> 2009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좀비랜드>도 놓쳐선 안 된다. 좀비 영화는 우울한 장르라는 선입견을 깨줄 만한 영화다. 수다와 유쾌함을 무기로 한 영화는 엉뚱한 10대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좀비 영화의 서바이벌 가이드를 무참히 깨트리는 깨알 같은 센스 또한 선보인다.

이 배우를 좋아한다면

  • <베리드> 2010

    이라크에서 근무 중이던 미국인 트럭 운전사 폴은 이유도 모른 채 땅 속 관 안에 묻힌다. 휴대폰과 라이터로 6피트 아래 땅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떤 과장도 없이 질식을 유발하는 영화다. 90분 동안 관객은 라이언 레이널스와 함께 숨 쉬고 고통받는 경험을 공유한다.

  •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 2011

    <데드풀>에서 ‘녹색만 아니면 된다’는 라이언 레이널스의 대사는 그린 랜턴을 떠올리게 한다. DC 코믹스의 기대주 그린 랜턴으로 나왔다가 최악의 히어로 영화라는 비난을 받은 장본인이 레이널스다. 사실 녹색도 꽤나 어울렸다.

MUST SEE

  • 조이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 출연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 개봉 3월 10일
    차기작을 기대하게 하는 배우. 제니퍼 로렌스 얘기다. 블록버스터 시리즈 깜짝 스타 명찰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매번 할 때마다, 매번 영역을 넓혀간다. 물론 매번 팬도 늘어날 테고. 이번에는 쇼핑몰 CEO다. 그라면 그냥 성공 신화 속 마네킹이 될 리 없다.

  • 헝거

    감독 스티브 매퀸 |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 개봉 3월 17일
    <셰임>의 밀도를 기억한다. 감독과 배우가 서로 믿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지점. <셰임>은 <헝거>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거다.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단식투쟁을 벌인 실존 인물 보비 샌즈를 그린다. 스티브 매퀸이 찍고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다. 마른 침이 넘어간다.

  •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감독 잭 스나이더 | 출연 헨리 카빌, 벤 애플렉 | 개봉 3월 24일
    어릴 때 흔한 상상.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겨? 실없는 농담은 에디터만 한 건 아니었나 보다. 영화로, 그것도 진지하게 구현한다. 마블에 대항한 DC의 첫 총력전이랄까. 마블과는 다르게 드라마가 강한 DC의 방향성이 무엇보다 궁금해진다. 영화 한 편의 의미를 훌쩍 넘어선다.

  • 대배우

    감독 석민우 | 출연 오달수, 윤제문 | 개봉 3월
    근 10여 년 한국 영화의 한 축은 오달수가 담당했다. 이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오달수가 맡은 캐릭터는 오달수가 아니면 존재할 수 없었다. 겹쳐 출연해도 소비되지 않는 배우. 그가 온전히 영화 한 편을 책임진다. 중요한 실험이다. 무명 배우 장성필을 연기하는 유명 배우 오달수.

‘꽃미남’ 라이언 레이널스는 얼굴만 파먹고 사는 배우라는 오명을 거부한다. 깜짝 반전처럼 ‘얼굴 없는’ 히어로로 거듭났다.

Credit Info

WORDS
전종혁(영화 칼럼니스트)
EDITOR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