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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그들

10년 뒤엔 우리 곁에서 싹 사라지고 말 유명인들을 꼽아봤다. 지금 한창 상한가를 누리고 있으나 어딘지 과대평가되었다 여겨지는 셀러브리티들이다. 선정된 비운의(?) 인물들에게 엄마 손보다 매운 채찍질을 한번 해주시라.<br><br>[2009년 1월호]

UpdatedOn December 31, 2008

Editor 이지영 illustration 장재훈

군가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 그리 가벼운 행위가 아니다. 반드시 그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혹은 조금 더 잔인한 표현으로 ‘싹수가 노랗다’라는 말도 있다. 이러한 말에 비춰본다면 누군가의 10년 뒤를 재단한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행히도 우리 주위엔 과대평가된 인물들이 산재해 있다. 분명 그 정도 깜냥은 아닌데, 재능보다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이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역시 본인의 운이므로, 그 거대한 행운에 박수라도 쳐줄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얇디얇은 밑천이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다. 잠재된 재능이 절대로 보이지 않으니 바라보는 이마저 좌불안석인 지경이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읽고 기분 나빠하라는 의미의 선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읽고 각성하라는 의미다. 또한 10년 후를 대비해보자는 계몽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10년 후, 20년 후 이들이 여전히 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

서인영

그녀의 과거 그룹 ‘쥬얼리’의 멤버로 활동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과거의 그녀는 지금 모습과 전혀 달랐다.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현재 ‘신상녀’ 이미지로 떴다. 새로 나온 구두에 몹시 집착하는, 그리고 본인의 무식함을 창피해하지 않는(오히려 당당해하는) 모습으로 관심을 샀다. 연이어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역시 신상녀 특유의 모습으로 어필했다.

그녀의 미래 가산 다 탕진했다. 먹고 죽을 돈도 없다, 이제. 차라리 다른 이미지로 어필할 걸 그랬다. 그 옛날 신상녀였던 시절을 몹시 후회한다.

정려원

그녀의 과거 그룹 샤크라의 멤버로 데뷔. 바나나 껍질처럼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그녀는 사실 귀여운 이미지에 속했다. 팀의 리더 황보가 워낙 강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랄하고 연약한 연출이 가능했다.

그녀의 현재 <내 이름은 김삼순>이 결정판이었다. 이 드라마로 그녀는 온 국민의 ‘연약녀’가 됐다. 뼈밖에 안 보이던 마른 몸매가 사실 지금 그녀 인기의 구심점이 되었다.

그녀의 미래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지 꽤 됐다. 씹지 못한 지는 더 오래다. 거식증이 점점 심해져 툭 치면 넘어갈 지경. 허나 본인은 마른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간신히 물만 넘길 정도의 식욕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언제 쓰러질지 몰라 걱정이다.

김기덕

그의 과거 파리에서 혼자 미술 공부를 하고 돌아와 저예산 영화 <악어>로 데뷔했다. 모자를 절대 벗지 않는 습성은 그때부터였다.

그의 현재 문제적 감독이라 불리며 칭찬도 많이 받고, 욕도 많이 얻어먹었다. <섬>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사마리아>까지는 누가 봐도 김기덕다웠다. 어찌 됐든 호오를 이끌어냈으니까. 그러나 어느 순간 영화가 ‘서지 않기’ 시작했다. <시간> <숨> <아름답다> <비몽> 등 줄줄이 망하고 있다.

그의 미래 미적 감각은 점점 살아나는데, 영화는 계속해서 망하고 있다. “예쁜 것 보려고 김기덕 영화 보는 게 아니다!”라는 게 몇 안 남은 관객의 평이다. ‘예술은 30대에 하는 거였나봐…’ 하면서 모자를 벗어보아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지현우

그의 과거 그룹 ‘더 넛츠’로 활동하였으나,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현재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그를 살렸다. ‘연하남’ 이미지로 대한민국 모든 노처녀의 지지를 받게 됐다. ‘연하남’ 트렌드에 자연스럽게 묻혀가게 된 케이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역시 같은 이미지로 어필했다. 아직까지는 그 이미지가 팔린다.
그의 미래 영원한 연하남으로 남길 바랐는데, 늙어버렸다. 이제는 연하남으로 어필할 수가 없게 됐다. 연상남의 이미지가 나오질 않아 머리를 싸매고 누웠다. 이제는 눈웃음을 지으면 주름부터 보인다. 큰일이다.

공지영

그녀의 과거 적당히 지적인 외모로 대학 때부터 인기가 많았다. ‘연대 킹카’라는 말도 들었다.

그녀의 현재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대히트 이후 폭삭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강동원, 이나영 주연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다시금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출판계가 비쩍 마른 풀처럼 시들어갈 때 그녀는 유독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녀의 미래 박완서 같은 어머니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연륜이란 그리 쉽게 나오는 게 아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는 있었으나, 우리 시대의 어머니 작가가 되지는 못했다.

김구라

그의 과거 어두웠다. 인터넷 라디오 DJ로 알려지긴 했지만 ‘공중파에서는 무리’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그의 현재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 코너가 그를 수직 상승시켜놓았다. 박명수의 호통 개그,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와 함께, ‘막말 트렌드’를 이끄는 3인으로 확 떴다. 그의 막말은 시청자들의 속을 확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미래 잠시였다. 그의 막말을 듣고 시원하다며 크게 웃었던 이들일수록, 지금 그의 막말에 짜증을 내고 있다. “이게 감히 어디서…!” 하는 반응이다. 요즘은 고운 말 개그를 연구 중이나 하던 말버릇이 있어서 쉽지는 않다.

송혜교

그녀의 과거 귀여웠다. <순풍산부인과>의 막내딸 이미지는 그녀를 국민 여동생의 자리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현재 2000년 방영된 <가을동화>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허나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큰 악재를 만났다. 혀는 짧지, 발음은 안 되지, 캐릭터(PD) 오라는 안 나오지 온갖 욕을 다 얻어먹고 있다. ‘그래도 처음보다 많이 나아지지 않았느냐’는 게 약간의 위로 섞인 평이다.

그녀의 미래 발음이 안 되니, 어른 연기자로 자리 잡지 못했다. 김민희도 노희경 드라마로 성장한 마당에 그녀는 실패했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노력해도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나. 가끔 대사 없는 CF 정도가 그녀에게 들어오는 일거리의 전부다.

이용대

그의 과거 어려서부터 통통했다. 오로지 살을 빼기 위해 초등학교 2학년 때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살 빠지는 데 탄력이 붙듯 배드민턴 실력도 쑥쑥 늘어 2003년 역대 최연소 배드민턴 국가 대표로 발탁됐다.

그의 현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혼합 복식 부문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때 엉겁결에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날린 덕분에 온 국민의 꽃미남 선수로 등극했다. 특히 나이 지긋한 누나들은 ‘우리 용대~ 우리 용대~’ 노래를 한다.

그의 미래 이게 웬걸.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 조금만 쉬어도 살이 찌니 미치겠다. 어려서처럼 쉽게 빠지지도 않는다. 그 옛날 열광하던 누나들은 다 시집갔다. 요즘은 ‘소아 비만과 나잇살의 연관 관계는…’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빨리 살을 빼고 싶다.

알렉스

그의 과거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로 데뷔. 귀여운 외모로 리더인 클래지에 비해 눈에 들어오긴 했으나, 어필할 만한 강력한 무엇이 있지는 않았다.

그의 현재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로 완전히 떴다. 신애에게 손수 도시락도 싸주고, 온갖 집안 살림 다 맡아주는 자상한 ‘알순이’로 단단히 어필했다. 그의 부드러움, 그의 눈웃음, 그의 다정다감함, 그의 노래 실력, 그의 의외로 다부진 몸매에 모든 여성이 자지러지고 있다.

그의 미래 얼마 전 결혼했다. 자상남의 이미지를 이어가길 원했기에 오랜 시간 ‘부드러운 솔로남’의 이미지를 팔았다. 하지만 이제 유부남! 앞길이 그래서 막막하다.

최희섭

그의 과거 어찌 됐든 한국인 타자로 메이저리그에 섰다. 최초였기 때문에 시선을 좀 받았다. 한때 그가 이승엽에게 했던 말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형, 저 메이저리거예요!”

그의 현재 지난해 4번 타자였으나 돈을 너무 받고서 거의 뛰지 않았다. ‘최희섭 부상’이라는 문구는 이제 스포츠 신문에서도 식상하다. 만날 아프다고 낑낑댄다.

그의 미래 요즘도 아프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산다. ‘최희섭 부상’이라는 문구가 단신에라도 나갔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써주지 않는다. 사람이 아프다는데, 누가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

추성훈

그의 과거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한국계 일본인 유도가 출신의 종합격투가’로 일괄 정리되었다. 양 어깨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달고 등장,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양 국기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제스처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현재 경기보다 패션 행사로 바쁘다. 각종 잡지며 CF며 패션쇼에서 어렵지 않게 그를 만날 수 있다. ‘간지남’이라는 별명도 얻었고, 최근엔 ‘제25회 코리아 베스트 드레서 2008 백조상’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여하는 등 격투기 외적인 일에 치중하고 있다.

그의 미래 옷집을 하나 차렸다. 선수로서는 결국 발전하지 못한 채로 남았다. 이길 수 있는 경기만 선택하려 들더니, 이제 선수 생활에 대한 애착마저 버린 지 오래다. 멋지게 차려입고 패션 관련 사업을 하나 더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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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지영
illustration 장재훈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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