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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의 온도

On June 11, 2014

진세연은 변하고 있다. 웃음기를 지운 그녀는 뜨겁게 눕고, 차갑게 앉았다.

빨간색 원피스는 자라, 뱅글은 넘버링 제품.

태도에 대해 생각했다. 마주 앉은 진세연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녀는 사소한 질문에도 웃으며 대답했다. 연신 손짓을 해대며 설명했고, 대답하기 전에 신중히 고민했다. 귀엽게 웃는 착한 소녀. 예의 바르게 자라온 흔적이 그녀의 태도에서 드러났다.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웃음기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대답하는 그녀의 얼굴을 지켜보노라면, 세상은 밝고 긍정적이며 아름다운 곳이라는 착각이 든다. 그녀에게 근심과 불행은 다른 세상을 지칭하는 단어 같았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 있으면, 그녀에게 흑심을 품는 게 죄처럼 느껴진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여자들은 진세연과 같은 부류다. 밝고 순수한 여자. 게다가 예쁘고 능력까지 갖췄다면 더 어렵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청순여신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남자들은 그런 여자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못한다. 과분하다고 느낄 테니까. 우리가 다시 만난 건 그녀의 새 드라마 <닥터 이방인> 때문이었다. 그녀는 1인 2역 연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진정 궁금한 건 아니 신기한 건 진세연의 성격이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순수할 수가 있지? 나는 그녀의 태도를 의심하며 질문을 던졌다.

<닥터 이방인>에서 북한에서 온 여의사 역을 맡았다. 극 초반에 도도한 여자로 나오는데, 실제 진세연은 도도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하. 많이 어렵다. 살면서 도도한 적이 없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작품이 꽤 많다. 신인 때 너무 많은 작품을 하면, 자신의 캐릭터가 빨리 소모되리란 걱정이 들 것 같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벅차거나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매 작품을 새롭다고 느끼는데, 내 느낌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는 모르겠다.

진세연은 긍정적인 이미지다. 물론 사랑스럽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지 않나?
문득 방에 혼자 있을 때. 조금 쓸쓸할 때는 있지만, 나는 고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오히려 혼자 있는 걸 즐기는 편이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낙서한다. 일기장 같은 곳에 그림 그리거나, 화가 날 때는 속마음을 써놓는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너무 건전한 거 아닌가?
그럼 어떻게 풀지? 그냥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풀리던데.

당신과 대화하다 보면 궁금해진다. 어떻게 이렇게 순수할 수 있을까?
엄마가 착한 건 좋지만 바보가 되지 말라고 했다. 사람들은 내가 거절을 못할 것 같으니까 부탁하면 다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사 표현을 똑 부러지게 하려고 노력한다. 노력하지만 본성이 어디 가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작품 들어오면 다 수락하는 건가?
작품은 내가 하고 싶은 거니까. 성격 중에 제일 고치고 싶은 부분이 거절 못하는 거다. 거절을 하면 가슴에 상처가 남는다.

상대한테 미안하구나.
상대가 부탁이나 제안할 일이 있으면 내 생각을 했다는 건데, 거절하면 상대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그럼, 남자들이 고백할 때는 어떻게 하나?
하하. 그건 거절 안 하면 안 되니까. 고백한 친구에게는 단호히 거절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하는 거고. 고백 안 하고 잘해주는 친구면 나도 똑같이 잘해준다.

수동적인 타입인 것 같다. 먼저 쟁취하고자 한 적은 없나?
어렸을 때부터 조금이라도 자신 있으면, 꼭 일 등 하려고 했다. 이상한 욕심이 있었는데, 반장은 무조건 해야 하는 거였다.
그래서 매년 출마해서 반장 했었던 기억이 있다.

니트와 쇼츠 모두 자라 제품.

반장들은 혼자 운다. 애들이 말을 안 들으니까.
아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다 착해서 다행히 운 적은 없었다.

말도 안 돼. 누가 답답하다는 소리 안 하나?
함께 다니는 스태프 언니들이 불편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꼭 말하라고 한다. 내가 말을 안 해서 언니들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연기를 잘하려면, 다채로운 경험을 해봐야 된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많은 경험을 하는 게 꼭 필요할까?
굉장히 크고, 독특한 경험이 아니고서야 대단한 경험을 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경험이 없다.

대신 주변에서 듣고, 읽은 것,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접할 수는 있지.
내가 겪는 것들은 평범하다. 강남역을 걸으며 듣고 보는 다른 사람들이 내게는 다 경험이다. 저런 사람, 이런 사람이 있고, 저런 목소리나 성격,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 같은 걸 관찰하는 게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위해 무언가 경험하고, 큰 결심을 한 적은 없다.


우리가 처음 인터뷰했을 때, 당신은 스무 살이었고, 이제는 스물둘이다. 달라진 게 있을까?
예전에는 조금만 잘해도, 어린데 잘한다고 칭찬을 해줬지만 이제는 아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는 해야 된다고 요구받는다. 뭐든지 당연한 게 됐다. 눈에 띄는 발전을 하려면 더 열심히 노력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연기를 잘해야 되는데, 그만큼 표현을 하고 보여주려고 해도 마음처럼 안 되니까. 많이 속상하지.

진세연을 화나게 만드는 것은 뭔가?
드라마 촬영할 때 원하는 느낌이 아닐 때 짜증이 난다. 엄마도 모니터링할 때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에잇, 엄마가 해봐라’ 속으로 말하고, 그냥 더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스스로 진정한다.

그건 귀여운 앙탈이지. 평소에 화 안 내는 사람이 화내면 무섭다는 소리가 있다.
사람들은 세연이가 화나면 정말 무서울 거라고 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듣던 소리다. 그런데 딱히 무서울 게 있을까? 생소해서 당황한 정도겠지.

독특하다. 나름 예술가라는 사람들은 삐딱한 태도나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또 그런 태도를 자기 예술의 근원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면에서 나는 평범하다. 평범하게 자라서 평범한 성격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달라지고 싶을 때가 있을까?
언젠가 한 번은, 지금 아무도 모르는 곳에 이사를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면 성격이고 뭐고 싹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싫은 티도 내고 소위 ‘쿨’하다고 하는 그런 성격을 꿈꿔봤다.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진세연은 꽃밭에서 살다 온 것 같다.
별 탈 없이 안전한 우리 안에서 자라온 것 같다. 최근에 뮤지컬 하시는 분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 아무리 얌전한 척해도 목소리에서 표시 난다는 거다. 평소에 드세고, 소리 지르며 살아온 사람은 내숭 떨어도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있다는 거다. 나는 발랄하고 강해 보이려 해도 목소리가 얌전해서 큰 소리 낸 적 없이 자랐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하더라.

나는 크게 말하기 싫어서 전화하거나 문자 보낸다.
맞다. 멀리 있을 때 부르면 되는데, 굳이 달려가서 손으로 툭툭 쳐서 인사한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어디서든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한다. 묻어가는 성격이지.

이번 작품도 묻어가나?
이번에는 좀 튀려고.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김태선
STYLIST: 이준미
HAIR: 한영(김청경 헤어페이스)
MAKE-UP: 박새롬(김청경 헤어페이스)
COOPERATION: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진세연은 변하고 있다. 웃음기를 지운 그녀는 뜨겁게 눕고, 차갑게 앉았다.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김태선
Stylist
이준미
Hair
한영(김청경 헤어페이스)
Make-up
박새롬(김청경 헤어페이스)
Cooperation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