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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알아?

윤진서는 4차원이 아니라 1차원이다. 윤진서는 엉뚱한 게 아니라 조금 개성 있을 뿐이다. 윤진서는 몽롱한 게 아니라 그저 오늘처럼 비오는 날을 좋아할 뿐이다. <br><br>[2007년 8월호]

UpdatedOn July 20, 2007

Photography 최용빈 Editor 이지영 HAIR 김선아 MAKE-UP 오윤희(제니하우스2) STYLIST 김성일(@COMA)

<두 사람이다> 얘기부터 하자. 촬영 도중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이 얘기 열여섯 번째 하는 것 같다.

아, 미안하다. 같은 얘기하기 지겨우면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부터 들려달라. 나름 시나리오 고르는 기준이 있을 텐데.
나를 흥분하게 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걸 이렇게, 이렇게 연기하면 되겠다 싶은 감이 딱 오면 그때부터 엄청나게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런 시나리오는 해야 된다. 고생을 하든 어찌됐든 해야 된다.

별로 흥분은 안 됐는데 주위에서 권하는 경우라면?
그건 어쩔 수 없이 못한다. 연기는 내가 하는 건데 내가 영감이 안 생기면 되겠나.

이렇게 예쁜 옷 입고 사진 찍히는 건 어떤가. 어제까지 신문사 돌면서 인터뷰했다고 들었다.
영화를 위해 하는 거다. 어떤 날은 신나서 할 때도 있고 어떤 땐 내가 뭐 하나 싶을 때도 있는데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남성지가 겁난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누가? 내가? 난 한 번도 그런 말한 적 없는데.

너무 섹시 쪽으로만 비춰질까봐 갸우뚱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내가 왜? 혹시 <올드보이>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했는데 이런 게 겁나겠나.(웃음) 섹시하게 보이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거니까. 그나저나 누가 그런 말을 했을까? 이렇게 만날 오해가 생긴다. 가끔씩 배우를 팔아서 일정을 정리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안 한다는 말한 적 없는데 내가 거절한다고 한다거나, “배우가 그러니까 이해해주세요” 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들어오는 모든 인터뷰를 다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하겠다, 하지 않겠다는 본인이 결정하나.
물론이다. 이번에 신문사 인터뷰는 영화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해서 한 경우고, 이런 잡지 인터뷰는 좋아한다. 워낙 잡지 보는 거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오자. 공포 영화, 평소에 즐겨 보나.
전혀. <스크림> 이후 본 적이 없다. 반면 스릴러물은 좋아한다. <두 사람이다>는 심리 스릴러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다. 그래서 선택한 게 크다.

시나리오 첫 느낌, 어떻던가.
처음부터 나를 흥분시키는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하지만 몇몇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며칠 동안 문득문득 떠오르는 거다. ‘아, 이거 한번 해볼까? 이렇게 연기하면 괜찮겠는데? 그건 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결정하게 됐다. 워낙 영화 <선물>을 울면서 봐서 오기환 감독님을 직접 만나고 싶기도 했고.

영화마다 말하려고 하는 바가 있다.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뭐라고 생각하나.
한 문장으로 얘기하면 ‘네가 정말 날 알아?’ 이런 말하고 싶은 영화 같다. 왜 학교 다닐 때 지극히 평범하던 아이가 문득 돌발 행동을 하는 경우 있지 않나. 내가 알던 그 아이의 모습이 아닐 때, ‘쟤가 정말 그 애 맞아?’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정말 저 사람에 대해 알고 있을까?’ 그게 이 영화의 모티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가인 역시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인가?
너무 평범하고 밝고 건강하고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었는데 어떤 일들이 벌어지면서 한 단계, 두 단계 자기 안에 꺼풀이 벗겨지는 것처럼 깊이 들어간다. 어두운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자기 마음 안의 동굴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밝았던 아이가 점차 변해간다. 그게 재미있었다. ‘아, 이런 연기 한번 해보고 싶다’ , ‘가인이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본인도 어떤 사건이나 사람 때문에 급격하게 변한 적이 있나. 윤진서의 학창 생활,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누가 내 세계에 들어오는 것도, 내가 나가는 것도 싫어했다. 소통 자체를 스스로 막고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영화만 보면서 살았다. 그러다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그렇게 만은 살 수 없게 됐다.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몇 시간이라도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해졌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여행 역시 당신의 유연함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물론이다. 나는 돈 벌어서 모두 여행하는 데 쓴다. 한번 여행 갔다 오면 잔고가 없다.(웃음) 나는 여행하기 위해 영화를 찍는 것 같고, 또 영화를 찍기 위해서 여행하는 것도 같다.

어느 곳이 가장 기억에 남나.
다 좋긴한데 여전히 갈 때마다 좋은 곳은 파리다.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프랑스 영화 느낌이다. 그들만의 조용한 듯하면서 열정적인 느낌이 있다. 파리가 그런 것 같다. 어려서부터 워낙 프랑스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영화를 좋아하니까 그곳에 있는 게 좋은 것 같다.

함께 여행하나, 혹시 혼자 여행하나.
혼자다. 이제껏 늘 혼자서 여행했다.

배우가 된 후에도?
물론이다. 얼마 전에도 여행 갔다 일주일 전에 들어왔는데, 이번에도 혼자 다녀왔다. 여행하는 법은 늘 똑같다. 배낭여행이다. 배우가 되었다고 해서 인간 윤진서가 바뀌겠나. 배우 윤진서와 인간 윤진서가 다르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나는 가식적으로, 가면을 쓴 듯 살아가고 싶지 않다. 그렇게 배우 생활 하느니,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난 그저 내가 여행을 통해, 삶을 통해 느끼는 오만 가지 것들을 연기해낸다는 데 대단한 재미를 느낀다.

그런데 또 모든 일이 그렇듯, 싫은 점이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배우 윤진서의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그건 내 의지로 안 되는 건데 오해를 받는 일이 종종 있다. 변명할 필요도, 해봤자인 일이 있다. 그런 것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되는데, 정말 너무 흥분되는 시나리오만 보면 싹 다 잊게 된다. 남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던 난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은 나를 위해 또 시나리오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배우로서 본인은 지금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이제 시작!

평생 하고 싶은 일인가.
지금 마음은 그런데 또 모른다. 선배들이 내려가고 후배들이 올라가듯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 것 아닌가. 좋은 배우로 나이 들어가도 좋을 것 같고, 그전에 돈을 많이 벌어서 여행만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다.

스물다섯, 당신 나이대 친구들이 모이면 무슨 얘기를 하나.
남자 얘기! “아, 나도 연애하고 싶어!” 만날 이런다. 배우는 연애를 해야 하는 건데, 괜히 남자가 없으니까 일에 전념한 듯, 일이 최고로 신나는 듯 얘기한다. (웃음) 남자 얘기, 일에 대해 스트레스받는 얘기, 그리고 옛날 얘기를 가장 많이 한다. “야, 우리 예전에 이랬잖아~” 하면서 깔깔 웃고 그런다.

주변에서 소개팅 안 해주나. 무척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왜 연애를 못하나.
절대 안 해준다. 연애 안 한 지 2년이 됐는데 절대 안 해준다. 난 친구 같은 스타일을 만나 보고 싶다. 같이 손잡고 영화 보러 가고, 배낭여행 가고, 좋아하는 노래, 공연 얘기하고, 서로 상대방 친구와도 친해져 막 몰려다니면서 놀고 그런 연애를 하고 싶다. 불행히도 여태껏 그런 연애를 한 번도 못해봤다. 그걸 너무 해보고 싶다.

너무 걱정 마라. 앞으로 실컷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나보다.
절대, 아직은 절대 안 든다. 만약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당장 내일이라도 결혼할 수는 있지만, 나이 들어서 뭐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그런 느낌으로 결혼하는 사람 많지 않나. 내 평생에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무얼 하나. 혹시 어젯밤 내리는 빗소리를 들었나.
어제 비와서 와인 마셨다. 일이 끝나고 너무 너무 피곤해 죽을 것 같은데 비가 정말 많이 내리더라. 민규동 감독님께 전화해서 “어디세요?” 그랬더니, “집이야” 하더라. “나오세요!” 해서 함께 와인 마셨다.(웃음)

비오는 날엔 주로 와인을 벗 삼나보다.
와인 마시거나, 우비 입고 장화 신고 음악 들으러 나가거나, 홍콩 영화 DVD 말고 비디오로 빌려서 보거나 한다.

뼛속까지 시네 키드라고 들었다. 너무나 많겠지만 ‘내 인생의 영화’ 몇 편 꼽아달라.
고다르의 <국외자들>, 그리고 그 영화를 약간 따온 부분도 있는 <몽상가들>, 그리고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퐁네프의 연인들> 등등 너무 많은데?

당신은 <몽상가들> 속 에바 그린을 꼭 닮았다.
정말? 정말? 정말? 너무 좋다. 정말? 에바 그린 정말 너무 좋아하는데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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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최용빈
Editor 이지영
HAIR 김선아
MAKE-UP 오윤희
STYLIST 김성일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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