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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유쾌한 지석씨

On July 10, 2017 0

김지석은 지금 전성기 한가운데서 반짝거리고 있다. 데뷔 1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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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다. 예능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서 ‘뇌블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 작년엔 드라마 <또 오해영>에 출연해 ‘깨방정’ 매력을 발산했으며, 이번엔 드라마 <역적>에서 폭군 연산군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렇듯 김지석은 지난 2년 동안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데뷔 13년 만에 대세가 됐다.

<역적>이 종영된 후 만난 김지석의 표정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답지 않게 어두웠다. 말투에서도 왠지 모를 무게가 느껴졌다. 지난해 <또 오해영> 촬영 당시 만났을 때 느꼈던 밝고 활기찬 에너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이토록 침착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저보고 변했대요. 방정스러웠던 김지석은 어디로 가고 웬 무서운 남자가 앉아 있느냐고 구박하죠. 저는 드라마 속 캐릭터에 따라 성격이 변하곤 하는데 <역적>의 연산군이 폭군인 데다 철저하게 외로운 인물이라 그런가 봐요. <로맨스가 필요해>를 촬영하는 동안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로맨틱 가이였어요. 저에게 반하지 않는 여자가 없을 정도였죠.(웃음) 그러고 보면 저는 아직 배우로서 내공이 부족하네요. 이병헌 선배처럼 캐릭터를 옷 입었다 벗듯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하는데 말예요.”

역사 속 연산군은 자기 멋대로다. 감정이 극과 극을 달리는 매우 극단적인 인물로, 드라마에선 그런 면모가 더욱 극화되기 마련이다. 김지석은 지난 5개월 동안 철저히 연산군이 되려 했다. 더 어둡고, 더 차갑고, 더 냉철하고, 더 외로운 연산군을 만들었다. 그렇게 김지석표 연산군이 탄생했다.
 

“지난 5개월을 돌이켜보면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어요. 연산군처럼 표독해지기 위해 스스로를 ‘나쁜 놈’으로 만들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철저히 외로운 사람이 됐어요. 현장에서도 일부러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죠. 어느 순간부터 그 외로움이 견디기 힘들어 드라마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막상 종영하니 아쉽네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김지석의 고뇌, 고통은 화려하게 빛을 발했다. ‘김지석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니!’ 하며 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이렇게 무거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워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좋은 평가가 많아서 기분 좋았습니다. ‘이 맛에 연기하는구나’ 싶어요. 물론 저도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감독님, 작가님과 대화를 많이 했고 대본 연구도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했어요. 무엇보다 스태프 덕을 많이 본 것 같아요. 모든 스태프가 똘똘 뭉치는 모습을 봤고 출연 배우들도 다 훌륭했어요. (이)하늬 씨에게 많이 의지했고요. 또래라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죠. 물론 과정은 힘들었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 기분 좋아요.(웃음) 한마디로 <역적>은 제게 ‘꿈은 이루어진다’를 실현시킨 작품입니다.”

김지석은 촬영을 마치면서 연산군에 대해 측은함을 느꼈다고 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결국 그를 폭군으로 몰고 간 건 아닐까 싶어 동정심마저 생겼다고. 그런 점에선 자신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고 말했다.

“연산군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가 그렇게 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배우로서 대중의 사랑을 갈구하는 제 모습과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슷한 점이 또 있죠. 실제로 저도 감정 기복이 심하거든요. 물론 연산군은 자신의 감정을 모두 표현하는 인물이었다면 저는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인다는 점에선 다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하는 성격은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이로써 김지석은 <또 오해영>부터 <역적>까지 연달아 홈런을 터뜨렸다. 포상휴가까지 다녀올 정도로 인기 있는 <문제적 남자>는 지금의 김지석을 있게 해준 디딤돌 같은 프로그램이다.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 예능을 꺼려했지만, 그동안 왜 그렇게 고사했었는지 후회스러울 정도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쉬고 있을 때,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찾아온 감사한 프로그램이에요. 이 정도로 잘될 줄은 몰랐어요. 지금은 ‘연기 잘 봤어요’보다 ‘문제 잘 풀던데요’라는 반응이 더 기뻐요. 어느 순간부터는 ‘나 뇌블리야’ ‘나 뇌섹남이야’ 하면서 으쓱해지더라고요.(웃음) ‘tvN의 <무한도전>’이란 자부심도 생겼어요.”

이쯤 되니 “김지석이 하면 된다”는 말도 슬슬 들려온다. 그렇지만 김지석은 우쭐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라면 삼세번은 해봐야 하지 않느냐”며 욕심을 부린다.

“앞서 한 두 드라마가 너무 잘돼 오히려 걱정이에요. <문제적 남자>까지 잘되고 있어 혹시 다음 작품이 실패하면 어쩌나 싶거든요.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해트트릭(한 명의 선수가 한 경기에서 3득점을 하는 것)을 하고 싶어요. 10년 전 <논스톱>에 출연했을 때 반짝 인기를 얻은 뒤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 없이 오랜 기간이 지났어요. 다시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완벽하게 배우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작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익숙한 사람이 좋아서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편이에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는 스타일인데 그 과정에서 아니다 싶으면 그 정도의 관계만 유지해요.
그게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는 저만의 노하우죠.”


김지석은 <역적>을 “인생작”이라고 표현했다. 데뷔 후 지금까지 한 작품 중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시청률이 저조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기자의 기습 질문에 그가 주춤했다.

“그게… 참 이상해요. 저도 생각해봤죠. 똑같은 퀄리티의 작품에 똑같이 연기를 했는데 시청률이 저조했다면 과연 제가 ‘인생작’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알게 됐어요. 시청률이 주는 에너지, 원동력이 크다는걸요. 그럼 이제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화든, 드라마든, 주연이든, 조연이든 많은 사람이 볼 작품을 해야겠죠? 근데 시청률은 신의 영역이라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 도무지 모르겠어요.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해야 할지 너무 고민스러워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작품과 보지 않는 작품의 차이, 그 맛을 알게 된 김지석은 당분간 화제성 높은 작품에 출연할 것이다. 인터뷰를 한 날로부터 며칠 뒤 드라마 <노 섹스 앤 더 시티>(가제)에 캐스팅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캐스팅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이란다. 한예슬 주연의 트렌디 드라마다. 과연 김지석다운 선택이다.

“사람들은 보는 것만 기억하는 습성이 있어요. <추노>나 <로맨스가 필요해>속 저만 기억하죠. 다른 작품들도 훌륭했는데 말예요.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닌데…’ 싶은 생각에 속상할 때도 있지만 시청자의 기호에 맞출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살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으니까요.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면 소용없어요. 그래서 전 다음 작품도 ‘잘될 만한’ 작품을 고를 거예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교과서적인 대답이 아니라서 오히려 좋았다. “사람이니까 사랑받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당당함과 솔직함이 더 매력적이었다. 말투 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김지석스럽다.

“지난해 어떤 인터뷰에서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어요. 정정합니다. 저는 일희일비하는 성격이에요.(웃음) 배우로서 더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 당연한 거 아닌가요? 나이를 먹을수록 할 수 있는 캐릭터에 한계가 생긴다는 것도 저를 조바심 나게 만들죠. 연예인의 숙명인 것 같아요.”

말이 나온 김에 연예인의 숙명, 그러니까 포기해야 하는 삶에 대해 물었다. 역시 그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한 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 거란다.

“저는 웬만하면 포기하지 않아요. 배우라고 해서 사생활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제일 싫어요. 왜 포기해요? 내 삶인데, 그게 나인데,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야죠. 영화 <국가대표>에서 만난 (하)정우 형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배우는 연기를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형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연출도 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편의점에서 맥주 마시며 편하게 풀어져도 보래요. 형의 할리우드식 마인드를 배우려고 해요. 물론 지킬 건 지켜가면서 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김지석의 올해 첫 번째 숙제는 연애다. 연기하느라 미뤄둔 연애를 마음껏 해볼 차례가 됐다며 밝게 웃는다. 로맨스가 인생의 1순위라고 말하는 ‘천상천하 사랑둥이’다.

“인생을 즐길 거예요. 그러려면 연애가 시급합니다. 그런데 나이 먹을수록 연애 세포가 죽고 있음을 느껴요. 몇 마리 남지 않은 연애 세포라도 지키려면 하루빨리 연애를 시작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배우는 무조건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감정이 연기에 그대로 녹아들거든요. 사랑은 살아가는 데 원동력이자 자양분입니다. 데이트요? 기자들에게 걸리지 않는 저만의 노하우가 있죠. 마스크 쓰고, 모자 쓰고 다니면 잘 못 알아보더라고요.(웃음)”

내친김에 물었다. 김지석의 연애 스타일. 처음의 무거웠던 분위기가 금새 반전됐다. 유쾌한 그의 성격때문이다. 대화 곳곳에서 빵빵 터진다.

“리드당하는 게 좋아요. 나이 먹으면서 연애가 귀찮아지니까 오히려 끌려가는 게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오해영> 촬영 당시 (예)지원 누나를 진심으로 좋아했어요. 드라마를 통해 끌려 다니는 연애를 배웠거든요. 어릴 땐 사랑을 위해서라면 못하는 게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헤어져도 슬프지 않은 경험, 그래서 더 슬픈 경험,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할 거예요. 이상형은 없는데 저의 이 로맨스 매너리즘을 깨워줄 여자라면 좋겠어요. 연상이면 더 좋고요.(웃음)”

김지석이 자세를 고쳐 앉더니 소개팅을 한 일화를 털어놓았다. 사랑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인 그의 모습이 왠지 사랑스럽다.
“예전엔 소개팅도 많이 했어요. 근데 결국엔 제 손해더라고요. 일반인 여성분에 비해 저는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조금만 실수를 해도 그게 크게 부풀려져 소문이 나는 거예요. 김지석이 이랬다는 둥, 저랬다는 둥 말이 많죠. 한번은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도 예의 없다는 말을 들을까 봐 애프터를 신청한 적이 있어요. 제가 연기를 한 셈이죠. 그래서 저는 일반인보다 저와 잘 통하는 여배우를 만날 거예요.(웃음)”

‘결혼’에 대한 로망은 없는지 물었다. 너무 먼 이야기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결혼 계획은 없어요. 20대 중반에는 결혼할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나이를 이렇게나 많이 먹었네요. 사람들이 마흔 살 전에는 해야 한다던데, 대체 그 기준은 누가 만든 건가요?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결혼이 인생의 목표는 아닙니다. 언제 결혼하느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더 중요해요. 이제는 사람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결혼 상대를 만나는 건 더 어렵겠죠.”

나이 먹을수록, 그러니까 사람들과 부딪힌 횟수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게 조심스러워진다. 더 이상 깊어지지 않고 언저리에서 머무는 관계가 많아진다. 나를 꽁꽁 싸매는 보호 본능 지수가 높아질수록 ‘내 사람’은 줄어든다. 김지석은 기자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주변 인물이 바뀌는 걸 꺼리는 편이라 익숙한 사람이 좋아요. 한곳에 오래 머물고,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인간관계가 좁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알아가는 스타일인데 알아가는 과정에서 아니다 싶으면 그 정도의 관계만 유지해요. 그게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는 저만의 노하우죠.”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치열한 연예계에서 사람과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건 어쩌면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삶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한 그만의 방법은 또 있었다.

“연예인들은 대개 자신의 기사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댓글을 찾아보게 마련인데 저는 일부러 보지 않아요. 그게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상관없어요. 휩쓸리기 싫거든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무너지는 제가 싫더라고요. 가장 상처받았던 댓글요? ‘무플’이죠! ‘누구임?’ 이런 댓글도 있었어요.(웃음)”

까도 까도 새로운 모습이 나온다.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끼,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는 솔직 담백한 성격, 똑똑한 두뇌를 바탕으로 한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 여기에 그가 독립운동가 고 김성일의 손주이며 부모님과 형 역시 화려한 다이아몬드 스펙을 지녔다는 사실까지. 부족한게 하나도 없다.

“처음에는 ‘다이아몬드 수저’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어요.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하지만 부모님의 스펙, 할아버지의 업적이 양날의 검이더라고요. 저는 직업 특성상 알려지는 게 일이지만 가족에겐 부담이니까요. 한편으로는 은근히 즐기시는 거 같기도 하고요.(웃음) 무엇보다 저는 다이아몬드 수저는 절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 연기하는 배우 중 한 명일 뿐이에요. 이제는 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나 꼬리표보다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요.”

김지석과의 유쾌한 한 시간이 지났다. 그가 바라는 해트트릭이 이뤄질 것 같다. 느낌이 좋다.
 

김지석은 지금 전성기 한가운데서 반짝거리고 있다. 데뷔 13년 만이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
제이스타즈엔터테인먼트 제공

2017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이예지
사진
제이스타즈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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