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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소년의 시

On April 28, 2017 0

저 먼 우주의 화성에서 천사 같은 소년이 찾아왔다. 에이사 버터필드라는 요즘 제일 잘나가는 ‘어린 왕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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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의 만남.

소년과 소녀의 만남.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던 한 천사가 있었다. 그는 한 여인의 고독한 인생살이를 바라보며 동반자가 되기로 한다. 그렇게 천사는 인간이 되었다.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 내용 중 한 부분이다. 지금 굳이 20년도 넘은 이 클래식을 언급하느냐고? 이제 이야기할 영화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가 이 작품의 장면을 인용함과 동시에 모티브를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목만 언뜻 보면 영화는 마치 SF 장르를 떠올리게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영화 역사가 고릿적부터 우주의 두려운 그 어떤 것으로 다루어온 화성에서 최초로 태어난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은 결코 이 영화를 우주 괴물이 등장한다거나, 어떤 위협적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긴장감을 조성하는 등 장르적 클리셰를 차용하지 않는다. 단지 그냥 그곳에서 태어나 16년 동안 살았고, 지구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한 소녀를 그리워하는 소년의 동화 같은 스토리를 풀어낼 뿐이다. 마치 천사 다니엘이 여인 마리온을 위해 지상에 귀화한 순간의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말이다.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는 그래서 SF의 탈을 쓴 순수한 성장 동화가 된다. 소년은 소녀를 그리워하고, 동시에 지구에 존재할 자신의 아버지를 애타게 찾는다. 또 그 소녀는 소년을 되레 동경하고 지구라는 곳에서 자신만 버려졌다는 소외와 고독을 느낀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 영화는 절대 섣부른 긴장감을 생성하지 않는다. 이는 관객의 반응을 엇갈리게 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심심하다며 투덜댈 수도 있고, 다른 이는 담백하다며 칭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자의 반응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을 것이다. 순수, 경쾌, 발랄의 삼박자가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상당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 영화적 담백을 더욱 영화적으로 증폭시키는 데는 소년 역을 맡은 스무 살짜리 미소년 에이사 버터필드가 큰 몫을 한다. 아마 그의 전작 <일만명의 성자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접한 이라면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싱그러운지 십분 이해할 것이다.  

소년과 소녀의 일탈.

소년과 소녀의 일탈.

소년과 소녀의 일탈.

화성인 가드너 지구에 오다.

화성인 가드너 지구에 오다.

화성인 가드너 지구에 오다.

만일 당신이 이 영화를 근래 극장가에 심심찮게 출몰하는 슈퍼히어로 장르로 오산했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단지 ‘스페이스’라는 제목만으로 말이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복적으로 낮추는 이유는 오해가 낳을 불신이 싫기 때문이며, 또 괜찮은 영화 한 편이 그릇된 인지로 인해 사장될 것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또 감독 피터 첼섬은 언제나 동화 같은 영화를 만들어온 인물이기에 더욱 그렇다. 전작 <꾸뻬씨의 행복여행>이 그랬듯,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역시 살아가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시금 빔 벤더스의 철학적 사유가 그윽한 <베를린 천사의 시>로 돌아가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를 대입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한다. 그건 인간이 되어 그녀의 곁에 갈까 말까 고민하며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는 천사의 시점(영화에서도 직접적으로 인용되는 장면)이 그 흥미의 기원이다. 그 장면이 종종 등장하며 우리는 화성에서 줄곧 나고 자란 주인공 가드너의 시선을 다니엘의 눈으로 전치하게 된다. 이때부터 가드너의 모든 행위가 쉬이 이해된다.

이렇게 인간이 된 천사 다니엘은 영구한 인류 역사를 노래하는 시인이 되지만, 지구 중력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드너는 다시금 화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영화 말미에 가드너는 이렇게 말한다. “집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어쩌면 피터 첼섬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이 대사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소년이 지구에 도착한 순간부터 끊임없이 물었던 “지구에서 제일 좋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그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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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먼 우주의 화성에서 천사 같은 소년이 찾아왔다. 에이사 버터필드라는 요즘 제일 잘나가는 ‘어린 왕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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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주영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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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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