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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SJ의 짬뽕 개념 학습

낭만닥터 SJ가 들려주는 ‘알쓸신잡’, 세계의 요리 이름 이야기. 이달은 짬뽕이다. 짬뽕의 출발점부터 정확한 정의까지 낭만닥터 SJ가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쉬운 짬뽕 레시피도 함께 소개한다.

On March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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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먹었던 중국집 메뉴는 짜장면 아니면 우동이었다. 탕수육과 난젠완쯔(난자완스)는 졸업식, 생일 때나 먹는 특식이었기에 엄마한테 먹고 싶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지만 500원 비싼 볶음밥과 짬뽕 정도는 사달라고 졸라대던 기억이 난다. 물론 엄마의 대답은 늘 똑같았다. “다음에.”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했던 기억 때문에 지금도 짬뽕을 좋아한다. 돈 걱정 하지 않고 짬뽕 사 먹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얻게 돼 즐거울 따름이다.

휴일 오후,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짬뽕 한 그릇이 절실할 때가 있다. 짬뽕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의미의 ‘짬뽕 땡긴다’라는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이 더 찰진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짬뽕을 먹고 싶은 것이다. 짬뽕 땡기는 순간 나가서 사 먹을지, 배달시켜 먹을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진다. 짬뽕 한 그릇 먹고 싶다고 가족들을 데리고 나갔다 오긴 귀찮고, 배달 짬뽕의 퍼진 면과 식은 국물의 불만족스러움을 극복하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짬뽕 면 한 젓가락 대신 라면 한 그릇 끓여 먹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방법이 있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된다.

‘짬뽕을 어떻게 집에서 만들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명언을 함께 떠올려보길 바란다. “자네, 해봤어?”

집에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매일 100그릇씩 만드는 중식 셰프의 짬뽕과 내가 만드는 짬뽕은 맛과 격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푹 퍼지고 식은 배달 짬뽕보다 내가 직접 만든 뜨끈뜨끈한 짬뽕이 충분히 맛있을 수 있다. 잠시 이론 공부 시작. 이것저것 짬뽕해 만들어 짬뽕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건 아니다. 중국 푸젠성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건너간 화교가 만든 나가사키짬뽕이 우리나라로 건너와 생긴 이름이다. 지금도 나가사키에 가면 나가사키짬뽕의 원조 시카이로(四海樓) 음식점이 영업 중이다(1899년 개업). 뽀얀 국물의 나가사키짬뽕은 우리나라로 건너와 매운맛 좋아하는 우리 취향을 반영해 빨간 짬뽕으로 진화했다.

그렇다면 채소와 해산물에 고춧가루를 넣고 끓여 간만 맞추면 짬뽕 국물이 될까? 당연히 아니다. 물에 순대 넣고 끓인다고 순댓국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여기서 잠깐, 깜짝 퀴즈. “짬뽕과 우동의 차이는?” 빨간 국물과 하얀 국물의 차이는 아니다. 하얀 짬뽕도 있으니까. 짬뽕과 우동의 가장 큰 차이는 재료를 볶느냐 끓이느냐의 차이다. 짬뽕은 재료를 볶은 후 끓이는 음식이고, 우동은 재료를 처음부터 끓이는 음식이다. 지금 외우자. 짬뽕은 재료를 ‘볶는’ 요리다. 새우와 오징어 등등의 해산물은? 짬뽕에서만큼은 그것들은 토핑의 역할일 뿐 짬뽕 맛을 크게 좌지우지하는 식재료가 아니다. 냉동실을 열었는데 칵테일 새우도 없고 냉동 오징어링도 없다고 해서 마트로 뛰어가 사 올 필요 없다는 뜻이다. 해물탕의 주인공은 해산물이지만 짬뽕의 주인공은 해산물이 아니라 닭 육수와 채소다. 해물탕과 짬뽕 국물의 결이 서로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아니, 닭 육수라고? 치킨스톡이라는 훌륭한 재료가 있으므로 닭 사러 가는 번거로운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하다.

재료를 볶고 물을 부어 끓이는 중이다. 짬뽕 국물이 맛있게 완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면은? 수타면을 뽑아야 하나? 웬만하면 수타면은 만들지 않도록 하자. 짬뽕 만들 때마다 주방 대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냉동 중화면을 사두면 편하다. 집 근처 식자재 마트에서 판다. 냉동 제품이므로 유통기한도 길고 익혀 나온 것이므로 뜨거운 물에 잠깐 끓이기만 하면 된다. 편리한 세상이다. 면이 없으면? 짬뽕밥 만들어 먹으면 된다. 달걀 하나 정도 풀어 토핑하면 그것 또한 일품요리가 된다. 예전에는 짬뽕밥 메뉴 따윈 쳐다보지도 않았다. 짬뽕 곱빼기 먹고 공깃밥을 추가하면 되는데 왜 굳이? 짬뽕을 먹을지, 짬뽕밥을 먹을지 고민하게 됐고 짬뽕 곱빼기를 먹지 않게 돼버린 위장 상태가 세월의 흔적일 뿐이다.

 의외로 쉬운 짬뽕 

재료 마늘 2쪽, 양파 1/4개, 배춧잎 2장, 냉동 중화면 1인분 분량, 물 3컵, 냉동 해산물 1줌, 식용유 또는 고추기름 2큰술, 치킨스톡 1큰술, 고춧가루 1/2큰술

만들기

1 마늘은 편 썰고, 양파는 채 썰고, 배춧잎는 먹기 좋게 어슷썰기한다.

1 마늘은 편 썰고, 양파는 채 썰고, 배춧잎는 먹기 좋게 어슷썰기한다.

1 마늘은 편 썰고, 양파는 채 썰고, 배춧잎는 먹기 좋게 어슷썰기한다.

2 팬에 식용유 또는 고추기름을 두른 후 ①의 모든 재료와 고춧가루를 한 번에 넣고 우르르 볶는다.
*채소가 없다면 생략해도 된다.

2 팬에 식용유 또는 고추기름을 두른 후 ①의 모든 재료와 고춧가루를 한 번에 넣고 우르르 볶는다. *채소가 없다면 생략해도 된다.

2 팬에 식용유 또는 고추기름을 두른 후 ①의 모든 재료와 고춧가루를 한 번에 넣고 우르르 볶는다. *채소가 없다면 생략해도 된다.

3 ②에 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 후 치킨스톡으로 간한다. 취향에 따라 다른 조미료를 추가해도 된다. 
4 냉동 중화면은 끓는 물에 넣고 면이 풀어지면 꺼내 찬물에 헹군다. 
5 ③의 국물에 삶은 면을 넣으면 짬뽕, 밥을 넣으면 짬뽕밥이 된다.

3 ②에 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 후 치킨스톡으로 간한다. 취향에 따라 다른 조미료를 추가해도 된다. 4 냉동 중화면은 끓는 물에 넣고 면이 풀어지면 꺼내 찬물에 헹군다. 5 ③의 국물에 삶은 면을 넣으면 짬뽕, 밥을 넣으면 짬뽕밥이 된다.

3 ②에 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 후 치킨스톡으로 간한다. 취향에 따라 다른 조미료를 추가해도 된다.
4 냉동 중화면은 끓는 물에 넣고 면이 풀어지면 꺼내 찬물에 헹군다.
5 ③의 국물에 삶은 면을 넣으면 짬뽕, 밥을 넣으면 짬뽕밥이 된다.

 

낭만닥터 SJ, 배상준 작가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레지던트를 거쳐 어릴 적 꿈이던 외과 전문의가 됐다. 바쁜 외과 의사임에도 ‘낭만닥터 SJ’라는 닉네임으로 맥주·여행·건강 칼럼을 쓰고, 대학과 기업에서 강연하는 유쾌한 아저씨다. 2018년 <독일에 맥주 마시러 가자>를 출간했다. <우먼센스>에서 음식 이름에 얽힌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수영(프리랜서)
배상준
사진
김정선(인물), 요리(낭만닥터 SJ blog.naver.com/cityhuntorr)
2023년 03월호

2023년 03월호

에디터
김수영(프리랜서)
배상준
사진
김정선(인물), 요리(낭만닥터 SJ blog.naver.com/cityhunto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