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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3인 작심 대담, 명절 스트레스는 여전해!

무더위와 폭우로 여름내 지쳤던 몸과 마음이 이제 좀 휴식을 찾나 했더니 곧 추석 연휴다. 명절이면 할 일도 많아지고, 할 말은 더 많아지는 주부들의 작심 대담 솔직 토크.

On September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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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의역하면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란다. 토실하게 잘 여문 둥근 보름달이 뜨니 달빛이 유난히 환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하지만 정작 이 가을 달빛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의 며느리가 몇이나 될까? 명절마다 며느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가족과 친척들이 줄을 섰다. 21세기 명절에도 몸은 바쁘고 마음의 여유는 없는 것이 여전한 우리 며느리들의 현실.

2020년 초, 전 세계에 들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이 실시되면서 명절의 모습이 조금 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위력이 주춤해지고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이 이어지면서 며느리들의 명절 스트레스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 추석 명절을 앞둔 주부들의 심경은 어떨까?

대담자

대담무쌍 김 주부 (42세, 결혼 15년 차, 외국계 기업 근무)
오지라퍼 이 주부 (45세, 결혼 20년 차, 의류 사업가)
신경쇠약 송 주부 (40세, 결혼 10년 차, 프리랜서)

코로나19 팬데믹 때가 차라리 편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시원해져 이제 좀 살 것 같은데, 9월 달력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더군요. 9월 9일부터 12일까지 추석 연휴네요. 9월 중순이면 아직 더울 땐데 온 가족이 모여 뜨거운 불 앞에서 하루 종일 전 부치고 고기 굽고 명절 음식을 만들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땀이 나요. 사실 지난 추석과 설에는 시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가족들이 안 모여 편했거든요. 코로나19로 그동안 정말 힘들었던 건 사실인데, 한편으론 코로나19 때문에 시댁에 안 가니까 그 괴로웠던 시간을 좀 보상받는 느낌이었어요.

맞아요. 주변 친구들도 코로나19 덕을 볼 때도 있다고 좋아했어요. 명절에 시댁 식구들 안 보고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명절 연휴다운 연휴를 보냈다고 말하더라고요. 여행도 가고 좀 쉴 수 있으니까요. 재작년에는 코로나19로 강도 높게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둬서 시댁에 안 갔다가 작년에 다시 갔어요. 올해도 영락없이 시댁행이네요. 시댁이 부산이라 갔다 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애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아직 어려서 장거리 이동이 쉽지 않은데, 남편이 장손이니 안 내려갈 수도 없어요. 작년 추석 귀성 땐 고속도로는 꽉 막히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사람은 많고, 애들은 수시로 배고프다고 하고, 그래서 뭘 좀 먹고 나면 바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니까 진짜 힘들었어요. 음식을 휴게소에서 먹을 수 없으니 차 안에서 먹는데 애들이 차 안 여기저기 다 흘리는 바람에 집에 와서 카시트 세탁하고 자동차 내부 청소하느라 애먹었다니까요.

명절 때마다 고속도로가 꽉 막히는 게 귀성 차량 때문이 아니라 여행 가는 차가 많아 그렇다고 하던데요. 내가 시댁에서 고생하는 동안 다른 집은 다 기분 좋게 놀러 가는 거 같아 그게 또 열받더라고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쿨한 시어머니들은 명절 때 가족이 모이는 거 촌스럽다고 안 모인대요. 그냥 명절 지나 한가할 때 밖에서 밥 한 끼 먹으면 된다고. 그러고 보면 우리 시댁이나 나나 쿨하지 못한 너무 옛날 사람인 거 같아 서글퍼요.

쿨하지 못해서 슬프다

명절에 여행 가는 사람이 늘어난 건 저도 실감해요. 요즘 뷰가 좋은 호텔이나 풀 빌라, 고급 펜션 같은 숙소는 인기가 대단해요. SNS로 유명세를 타는 곳은 그야말로 몇 개월 전부터 예약 전쟁이에요. 숙소가 대부분 1박에 70만~80만원 넘는 꽤 비싼 가격인데도 인기가 많더라고요. 그에 비해 저렴한 캠핑장 예약도 하늘의 별 따기죠. 코로나19 아니었으면 연휴 때마다 다들 외국으로 나갈 텐데 그러지 못하니까 국내에서 프라이빗하고 럭셔리하게 즐기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요. 물론 시댁이랑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저는 명절에 여행 가는 거 상상도 못 하지만요.

제 친구는 여행지 숙소에서 시부모와 줌을 연결해 화상으로 차례를 지냈다고 하더라고요. 간단하게 명절 음식을 아이스박스에 넣어 가서 식탁에 차려놓고요. 시부모도 당신 집에 차례상을 차려놓고, 첫째·둘째 아주버니도 각자 집에서 간단하게 차례 음식 준비해서 말이에요. 오히려 새롭고 재미있어 좋았대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아무튼 시부모도 만족했다고 하니 다행이죠.

그러다 조상님들도 줌에 익숙해져 제삿밥 먹으러 저승에서 안 오시는 거 아니에요? 뭐 하러 번거롭게 후손 집에 일일이 걸어서 찾아가냐, 저승에서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데 하면서요.(웃음)

사실 시부모나 친정 부모나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한다는 걸 결혼 생활 20년 내내 뼈저리게 느끼며 살고 있어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시부모님이 사니까 이건 뭐 평소에도 사생활이 거의 없어요. 또 제가 시댁 일이든 친정 일이든 나서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저만 피곤해요. 우리 시어머니가 딱히 나쁜 분은 아닌데 좀 애매해요. 말을 좀 얄밉게 하는 편이라 제가 상처도 많이 받아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친정은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 하면서 당신 집은 가까워 괜찮다는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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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는 언제까지 독박 설거지를 해야 하나

명절 지내고 나면 이혼 상담이 늘어서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바빠진다고 하잖아요. 저도 시댁에 내려갔다 오면 며칠 동안 몸이 아파요. 남편 얼굴도 보기 싫고요. 아버님도 장손이라 근처에 사는 아버님 형제들과 그 자녀들이 다 모여 추석 아침 차례를 지내는데 진짜 대가족이 모여요. 당연히 음식 준비도 힘들고 설거짓거리도 정말 많아요. 물론 집안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저희 시댁 남자들은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들이라 그런지 집안일을 전혀 안 해요. 설거지를 거의 다 제가 하는데 몇 년 전에 큰딸이 큰 소리로 “왜 엄마 혼자 일을 다 해? 그럼 팔 아프지. 다른 사람들은 다 과일 먹고 놀고 있는데!” 하는 거예요. 그때 딸이 6살이었어요.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어찌나 든든하던지. 그때부터 다들 좀 도와주더라고요.

똑 부러지는 예쁜 딸내미네요. 그래서 엄마한테는 딸이 꼭 있어야 한다니까요.
저는 시댁에 가면 심부름을 시킬 때 일부러 딸이 아니라 아들을 불러요. 어릴 때부터 아들도 집안일을 같이 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어머니가 당신 아들을 잘못 키워서 나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지금부터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는 거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결혼한 MZ세대 며느리 중에는 결혼하고 지금까지 명절에도 시댁에 한 번도 안 간 며느리가 많대요. 시어머니가 더 적극적으로 오지 말라고 한대요. 부러워요. 나도 늦게 결혼할 걸 그랬나 봐요.(웃음)

우리도 친정에 가면 귀한 딸이라는 사실을 시어머니들은 자꾸 잊어버리는 거 같아요. 자기 딸은 얼른 친정에 오라고 하면서 우리가 친정에 가는 건 신경 안 쓰잖아요. 내가 시댁에 있다가 친정에 가려고 하면 은근히 눈치를 주는 시어머니가 진짜 얄미워요. 꾸물대는 남편은 더 얄밉고요. 남편은 처가에 가면 하루 종일 잠만 자면서도 가는 게 불편한가 봐요. 그럼 시댁에 가서 명절 내내 일만 하는 며느리들은 얼마나 더 싫겠어요. 시댁 욕하다 보면 결국은 남편 욕으로 마무리하게 된다니까요.

저는 명절에 힘든 것 중 하나가 음식 만들기예요. 각종 전, 산적, 생선찜, 식혜, 나물, 탕국 등 모두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인데 맛이라도 있으면 참고 만들겠어요. 내 입맛에 하나도 안 맞아요. 어머니는 며느리랑 그렇게 준비하는 모습을 친척들에게 보여주는 게 자랑인 거예요. 서울에서 온 아무것도 모르는 며느리한테 내가 이런 걸 가르치고 있다 뭐 그런 거죠. 그런데 웃긴 건 어머니 음식 솜씨가 너무 별로라 친척들이 잘 안 먹어요. 오히려 나물도 제가 무친 걸 집안 어른들이 더 잘 드세요. 우리 친정어머니가 손맛이 좋아 저도 음식을 곧잘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내려가서 명절 음식 말고 제가 먹고 싶은 거를 좀 만들려고요. 아마도 어머니 명절 음식보다 훨씬 더 인기 있을 거 같아요. 명절 음식 가짓수도 줄이고 양도 적당하게 하고 싶어요. 음식물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도 매번 거슬려요. 한꺼번에 다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바꿔가려고요.


그저 듣고만 있는 남편의 등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니까요.

아이들도 명절 스트레스가 있다

며느리들도 불편하지만 애들도 중고등학생이 되면 친척들이 모이는 게 영 불편한가 봐요. 사촌들끼리도 비교되니까요. 누구는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특목고에 갔고, 누구는 명문대에 갔고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왜 주변에 공부 못하는 애는 우리 집 애 빼고 하나도 없는 거죠? 학교에는 분명 우리 애보다 성적 안 좋은 애도 있는데요.(웃음) 집안 어른들은 만나면 항상 성적이나 공부, 대학 이야기를 하니 우리 딸만 해도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요. 우리 딸은 미술을 하기 때문에 입시에서 실기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할머니가 “그래도 수능을 잘 봐야지”라고 말하니까 딸의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를 있는 그대로 예뻐하면 좋을 텐데요.

우리 시아버지랑 비슷하네요. 시아버지는 어디 가서 자랑하는 데 손자, 손녀를 이용하는 거 같아 아주 불쾌해요. 형님네 애가 공부를 잘해 작년에 명문대 들어갔는데 걔만 보면 엄마 닮아 머리가 좋다며 마치 나 들으라는 듯이 내 앞에서 칭찬해요. 그럼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우리 애는 나 닮아 머리가 나쁜 건가요? 사실 내가 남편보다 더 좋은 대학을 나왔거든요. 내가 힘든 건 괜찮은데 명절 모임이 아이한테까지 스트레스를 준다면 문제가 다르죠. 대체 누구를 위한 명절인가요? 시아버지의 이야기를 그저 듣고만 있는 남편의 등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니까요.

그런 건 남편이 중간에서 교통정리를 좀 해야 하는데 그렇게 센스 있는 남편이 있을 리 없죠. 결혼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시댁과 분리 안 되는 남자가 정말 많아요. 제 친구도 그 문제 때문에 고민하다가 결국은 이혼했잖아요. 시댁에서 일어나는 일을 며느리는 하나도 모르는 거예요. 시댁에서 상가를 하나 사줬나 본데 그걸 제 친구는 몰랐다가 몇 년 후에 알았대요. 남편 형제끼리 돈거래를 하는 것도 아내한테는 비밀로 하고. 항상 시댁에 가면 며느리들이 집안일하는 동안 자기네 가족끼리만 앉아서 작당 모의하듯 쑥덕쑥덕했다니 얼마나 소외감이 느껴지고 기분이 나빴겠어요. 무슨 일만 생기면 아내랑 해결할 생각을 안 하고 시댁으로 쪼르르 달려가고. 제 친구는 결혼해서 사는 내내 자기가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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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들은 결혼만 하면 효자가 된다

저는 친정이 충청도인데 코로나19로 부모님을 잘 찾아뵙지 못해 영상통화로 자주 안부를 묻고, 부모님 건강이 걱정돼 한약도 보내드리고 하다 보니 훨씬 사이가 좋아졌어요. 막상 친정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드는 게 보이고 잔소리하게 돼서 싸울 일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서로 못 보니까 애틋한 거죠. 시댁도 그렇게 적당히 거리를 둬야 하는데 효자 남편 때문에 불가능해요. 시댁이 서울이라 자주 가는 편이에요. 송 주부처럼 시댁이 멀리 있는 사람이 정말 부러워요. 좀 늦게 내려가면서 차 막힌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잖아요.

그럴 거 같죠? 차 막힐까 봐 연휴 시작 전날 월차 내고 서둘러 출발하자는 효자 남편이 있어 얼마나 피곤한지 몰라요. 애들이랑 놀이동산이나 물놀이장에 가면 줄도 잘 못 서는 남편이 그 어렵다는 명절 연휴 부산행 KTX 열차표나 비행기표를 새벽같이 줄 서고 인터넷 예매해 잘도 끊어요. 왜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는 결혼하면 효자가 되는 걸까요?

정말 미스터리죠. 저는 결혼한 지 20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게, 명절이면 시댁에 온 가족이 모여 하룻밤을 자는 거였어요. 애들이 어릴 때는 그런 재미도 있다고 하지만 코로나19 전까지 그랬다는 건 좀 말이 안 되죠. 각자 집이 먼 것도 아니고, 우리는 아파트 옆 옆 동이고, 남편 남동생도 서울에 살거든요. 명절 전날에 모여 음식 준비하고 각자 집에 갔다가 다음 날 다시 모여도 되고, 아니면 각자 집에서 음식을 준비해 명절 당일에 모이면 되는데요. 시부모님은 그런 게 다 명절의 재미라고 하시는데 도대체 누가 재미있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거실에까지 이부자리를 펴야 하니 영 불편하고, 애들도 좀 크니까 시시해하는데 말이죠. 코로나19 때문에 그 전통이 없어져 다행이에요. 이제는 음식도 각자 준비해 명절 당일에만 보기로 했어요.


세상의 시어머니들이 알아야 할 것은 며느리는 절대 시어머니에게 딸 대접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꼭 철저하게 며느리로만 대해주세요.

명절 직장 당직이 행복한 며느리

왜 시어머니들은 며느리한테 사사건건 가르치지 못해 안달인지 몰라요. 갑자기 제 친구 말이 생각나네요. 친구 말이 자기는 시어머니를 대할 때 진상 손님한테 하듯이 최대한 예의를 갖춘다는 거예요. 그 친구가 카페를 운영하거든요. 항상 시어머니한테 극존칭을 쓰고 “무조건 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어머님 뜻에 따르겠어요” 한다는 거죠. 그게 시어머니의 화를 잠재우는 특효약이래요. 사람들 앞에서는 매번 “얘는 내 딸 같은 며느리”라고 하면서 병원에 가거나 집 대청소할 때는 며느리를 부르고, 외식할 때는 딸만 부르는 그런 시어머니예요. 세상의 시어머니들이 알아야 할 것은 며느리는 절대 시어머니에게 딸 대접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꼭 철저하게 며느리로만 대해주세요.

친한 대학 후배의 시댁은 종교 때문에 명절마다 큰 소리가 난대요. 후배 시부모는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시아버지 형제들은 아닌 거죠. 교회에 안 다니는 형제들이 따로 차례를 지내고 제사를 모시겠다고 하는데 후배 시부모가 안 된다고 반대하면서 매번 분란이 생긴대요. 뭐든 과한 건 문제인 거 같아요. 육아와 회사 일로 몸과 마음이 지친 후배가 대상포진에 걸려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명절에 남편 혼자 시댁에 갔대요. 그랬더니 시어머니가 대뜸 후배한테 전화를 걸어 “네가 요즘 교회에 발걸음을 게을리해 몸이 아픈가 보다”라고 했다는 거예요. 시어머니의 그 한마디에 후배가 진지하게 이혼을 고민했다고 하더라고요. 밖에서는 봉사 활동에 열심이고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면서 정작 자기 가족에게는 상처를 주는 사람들과 같이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다행히 이혼은 안 하고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명절에 만나면 종교 문제로 다투고, 정치 이야기로 언성이 높아지는 가족도 정말 많아요. 아이 성적, 부동산, 종교, 정치는 명절 연휴 금지어라는 걸 시댁 식구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로 명절 가족 모임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명절 스트레스는 남아 있어요. 명절 연휴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연휴인지…. 특히 워킹맘에게는 쉼이 하나도 없어요. 대체 어느 타이밍에서 쉬라는 거죠? 시댁과 친정에서 차례로 노력 봉사를 하고 나면 연휴가 끝나요. 피로가 가득한 몸을 질질 끌고 출근하면 제대로 잘 쉬어 얼굴이 뽀얘진 싱글들과 너무 비교돼요. 오죽하면 명절 연휴 때 당직 근무 설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들었다니까요. 가능하면 미혼인 직원이 당직 근무를 했으면 좋겠다는 상사한테 그것도 엄연한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결국 그 자리를 제가 따냈죠. 추석 당일에 출근하는데 차가 안 막히는 텅 빈 도심의 공기가 그렇게 쾌적할 수 없었어요. 가만히 있어도 자꾸 웃음이 나와서 참기 힘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니 회사에서 당직을 섰던 몇 년 전 추석 연휴가 결혼 후 가장 즐거웠던 명절인 거 같아요. 모든 가족 구성원이 명절 스트레스를 안 받는 그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명절 스트레스’ 받으시나요?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우먼센스> 독자 101명이 답했습니다.

1 명절 스트레스를 받나요?
YES (93%)
NO (8%)

2 스트레스의 원인은 뭔가요?
장보기, 요리, 설거지 등등 명절 집안일 (45%)
시어머니 (22%)
지나친 피로감 (14%)
금전적인 부분 (9%)
친인척 (9%)
남편 (2%)

3 코로나 19로 명절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나요?
일시적이다 (52%)
그렇다 (19%)

4 그럼에도 명절에는 시댁에 가서 가족 모임을 하는 게 맞다?
YES (24%)
NO (77%)

5 명절 독박 집안일을 할 때 느끼는 심경은?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 (40%)
지금껏 이러고 왜 살지? (30%)
힘들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지 (12%)
아, 시어머니 (시댁 식구) … (12%)
저 놈에 남편 (6%)
불평 없다 (1%)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09월호

2022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