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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혁의 면면

두 눈에서 소년의 순박함이 느껴졌다. 배우 최진혁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On July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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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보통의 사람. 기자가 본 최진혁은 그랬다. 좋아하는 취미를 묻자 게임이라고 답했고, 고향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소년과 같은 순박함도 돋보였다. 화보 촬영 사진을 모니터링하던 스태프가 “멋있다”고 칭찬하자 두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누가 봐도 ‘멋있는’ 데뷔 16년 차 배우지만, 자신을 향한 칭찬이 여전히 어색하다. 어수룩해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지난해 10월 한차례 논란에 휩싸이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올해 5월 말 복귀 소식을 전했다. 8개월간의 휴식기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지난 날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으로 남았다. 그렇게 날것의 사람으로 돌아온 최진혁과 대화를 나눴다.

“재미없는 내가 예능을? 매번 긴장한다”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를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했어요.
다시금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워낙 재미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민폐를 끼칠 거 같았죠. 감사하게도 제작진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주셨고,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어요. 망설임의 시간이 길었던 게 민망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과 신나게 촬영하고 있어요. 평소 낯을 가리는 편이라 출연진과 어울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편하게 대해주셔서 적응을 잘할 수 있었어요. 과묵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실제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방언 터지듯 말수가 많아지거든요.(웃음) 그런 저의 본모습이 <미우새>를 통해 드러나는 거 같아요.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많지 않아서 부담을 느꼈을 거 같아요.
방송 초반에는 제작진에게 매일 연락해서 제가 촬영을 잘 마쳤는지 묻고 또 물었어요. 시청자에게 웃음을 드려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저를 섭외한 제작진과 함께 고생하는 출연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까 봐 걱정이 컸어요.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제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미우새>를 통해 친해진 출연진이 있나요?
김희철 형과 임원희 형이요. 희철이 형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서 방송을 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방향을 잡지 못할 때마다 형이 챙겨줬고, 다른 출연진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줘 큰 힘이 됐죠. 원희 형은 <미우새> 촬영을 하면서 가까워졌어요. 형과는 방송 스케줄 외에도 개인적으로 만나는 관계로 발전했어요. 원희 형은 제게 많은 조언을 해주는 분이에요. 제가 가진 고민들을 진지하게 듣고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려줘요.


최진혁은 20살이 되던 해 고향인 전라남도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 2006년 KBS 예능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에 출연해 6,000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최종 1위에 올라 배우로 데뷔했다. 출발은 순탄했지만, 이후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같은 해 KBS2 드라마 <일단 뛰어>에 출연했으나 부족한 연기로 인해 자책하는 날이 이어졌고, KBS2 <내 사랑 금지옥엽>, MBC <파스타>, tvN <로맨스가 필요해> 등 당대 화제작에 연이어 출연하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스스로 만족할 만한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다.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을 무명으로 지냈고, 2013년 MBC 드라마 <구가의 서>를 운명처럼 만나 이름을 알렸다. 이후 SBS <상속자들>, tvN <응급남녀>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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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셔츠 카사블랑카, 브라운 와이드 팬츠 오드 디파트먼트, 블랙 로퍼 라프시몬스,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원래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들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축제 때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어요. 그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고,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어요. 첫 회사에 박경림 누나가 소속돼 있었는데, 종종 저에게 가수보단 배우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당시만 해도 배우는 유전적으로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는 물론 외적으로 뛰어나야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이후 경림 누나 덕분에 인연을 맺은 디자이너 지춘희 선생님도 배우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고, 몇몇 분들까지 배우로 전향하는 방향을 고민해보라고 했어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다 보니 진로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고향에 내려가 한 달 동안 깊은 고민 끝에 배우로 전향하기로 했어요.

배우 데뷔 이후에도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었어요.
데뷔 초기 연기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배우로 전향하자마자 작품에 합류돼서 부족한 점이 많았죠. 혼나기만 하는 과정이 몇 년씩 반복되면서 배우가 나의 길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심적으로 압박이 심해 악몽에 시달렸던 때도 있어요. 그러던 중 MBC 드라마 <구가의 서> 출연 제안을 받았죠.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구가의 서>에서 맡은 배역을 잘 소화하지 못하면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좋은 반응을 얻어 연기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어요.

<구가의 서>가 흥행할 거란 예상을 조금도 하지 못했나요?
전혀 몰랐어요. 고향 친구들과 첫 방송을 시청하고 함께 PC방에 갔는데, 당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제 이름이 올랐더라고요. 최진혁이라는 이름 석 자가 검색 순위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해가 뜰 때까지 검색어 순위를 쳐다보고 있었어요.(웃음) 더 놀라운 건 다음 날 김은숙 작가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작가님과 통화한 뒤 바로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와 미팅을 가졌고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 합류하게 됐죠.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은 일이에요.

당시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으로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어요. 내색하지 않았지만 저 못지않게 부모님도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초 부모님께서는 제가 연기하는 걸 반기지 않으셨어요. 학업 성적이 우수한 편이라서 공부를 계속하길 바라셨죠.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 제 꿈에 대해 말하지 못하다가 “공부는 내 길이 아닌 거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당시 제 태도가 완강하다고 느끼셨는지 별말씀을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이후에는 전적으로 응원해주셨어요. 본격적으로 서울에 올라와 배우로서 자리 잡기까지 묵묵하게 기다려주셨죠.

무명 시절 동안 스스로도 답답함이 있었을 거 같아요.
외아들인 데다가 집안에 빚이 있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었어요. 그래서 무명 배우로 지내는 동안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못했어요. 오롯이 오기로 버텨냈어요.

지금은 배우라는 직업에 확신이 생겼나요?
음…. 사실 아직도 헷갈릴 때가 많아요. 지난 1년간 휴식기를 지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최진혁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 불법 유흥 주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위반하고 술자리를 가졌다가 적발돼 활동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경솔하게 행동했던 거 같아요. 지난날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모든 배우가 그렇듯 연기를 인정받았을 때 가장 행복해요.
배우로 살아가는 동안은 더 나은 연기에 대한 욕심을 버리진 못할 것 같아요.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 순간 발전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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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 시스템,안경 마노모스, 화이트 이너 티셔츠·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골프를 사랑하는 이유, 자연에 있다”

데뷔 16년을 맞았습니다.
한 친구가 “이제 중년 배우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했어요.(웃음) 현장에서 선배라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시간이 꽤 흘렀다는 사실을 체감해요. 후배들에게는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모두가 연기하는 데 있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하죠.

배우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요?
얻는 게 많은 만큼 잃을 준비도 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의연해진 거 같아요.

힘들었던 시기도 있겠죠?
돌아봤을 때 후회가 되는 시기가 있어요. 과거에 제가 촬영 현장에서 했던 말과 행동들이 불필요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죠. 당시에는 모두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했던 이야기였는데, 타인이 봤을 땐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이야기였어요. 이번에 활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성숙한 사람이 돼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서 후회로 남은 일들을 외면하지 않고 하나하나 곱씹었고, 그 안에서 변화해야 할 부분에 대해 고민했어요. 결과적으로 매 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해답을 얻었어요.

자신에게 엄격한 편인가요?
맞아요. 특히 일할 때만큼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멈추지 않아요. 오랜 무명 기간을 거치다 보니 일거수일투족을 신경 쓸 수밖에 없더라고요. 어렵게 얻은 관심과 기회인 만큼 반드시 잘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마음을 털어놓는 연예인 동료가 있나요?
가수 김재중이요. 재중이와는 군 입대 날짜가 같아 인연이 됐어요. 당시 저와 재중이가 같은 날에 입대한다는 기사가 보도됐는데, 입대 전날 저희 둘을 동시에 아는 지인이 재중이와 전화 연결을 해줬어요. 그때 재중이가 저녁 늦게까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니까 심심하면 합류하라고 말하더라고요. 인사치레인 줄 알았는데 정말 만났어요. 2~3시간 동안 놀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는데, 군 입대 이후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관계가 돈독해졌어요.(웃음) 저는 감정 표현에 무딘 편인데 재중이는 굉장히 섬세해요. 정성스러운 손 편지와 함께 행군하다가 발 다칠 것을 우려해 패드를 동봉해주더라고요.

친구라기보단 연인 사이에 가까워 보여요.(웃음)
사실 데뷔하기 전에 재중이를 봤던 적이 있어요. 서울에 처음 올라와 동대문에 갔는데 한 식당에서 정말 잘생긴 사람이 혼자 밥을 먹고 있더라고요. ‘역시 서울은 서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외모였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가 재중이었어요. 그런 친구와 인연이 닿았다는 게 참 신기하죠.

SNS를 보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케줄이 있을 땐 엄격하게 관리해요. 드라마 촬영의 경우 1회차를 한 달 동안 찍을 때가 있어요. 같은 신(Scene)인데 관리를 하지 않으면 얼굴이 달라진 게 눈에 보여요. 시청자들은 몰입도가 깨질 수밖에 없죠. 평소 라면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한창 작품을 할 때는 절대 먹지 않아요. 그리고 부기를 고려해 취침 전에는 물도 마시지 않고요. 햄버거와 같은 고칼로리 패스트푸드는 1년에 1~2번 정도 먹어요. 땀을 흘리면서 운동한 것에 비해 너무 쉽게 칼로리를 채우는 게 아까워요. 대신 휴식기에는 저에게 완전한 자유를 줍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실컷 먹고, 운동 루틴도 다소 게을러지죠.

내면을 가꾸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사색을 즐겨요. 최근에는 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배우로서 나아가야 할 길과 인간관계를 잘 맺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또 요즘 골프에 빠졌는데, 자연 때문이에요.(웃음) 푸른 들판이 펼쳐진 필드에 나가면 복잡한 마음과 풀리지 않았던 고민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져요.

어떤 수식어를 가진 배우이고 싶나요?
연기 잘하는 배우. 모든 배우가 그렇듯 연기 잘한다는 게 가장 듣기 좋은 말이 아닐까 싶어요. 배우로 살아가는 동안 더 나은 연기에 대한 욕심은 버리지 못할 거 같아요. 버려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배우로서 목표가 궁금해요.
스태프가 인정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완성본이 노출되기까지 현장에서 여러 번의 NG와 시행착오가 발생해요. 종종 스태프 앞에서 부족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생각에 부끄러울 때가 있어요.(웃음) 현장에서 저를 지켜본 스태프가 높게 평가해준다면 그만큼 완성도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고 생각할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 저의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연기력을 갈고닦으면서 나아가려고 해요.

인간 최진혁의 최종 꿈은요?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좋다’는 게 거창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되고자 해요. 지난해 휴식기를 가지면서 봉사 활동을 다녔어요. 포털 사이트에 거주지 인근에 있는 봉사 활동 기관을 검색해 한 양로원을 방문했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느끼면 좋은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제 막 출발선상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사람이 돼 있지 않을까요?


쉬는 동안 봉사 활동을 다녔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 그러니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지금보다는 나은 사람이 돼 있지 않을까요?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김경호
스타일링
이원해
헤어&메이크업
이순철&박정안(순수)
2022년 07월호

2022년 07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김경호
스타일링
이원해
헤어&메이크업
이순철&박정안(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