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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④

정치하는 배현진

브라운관으로 대중을 만나던 배현진이 거리로 나왔다. 정치인이 된 그의 여정.

On February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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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 메트로시티 갈레리아.

화사한 세트업 슈트를 벗고 편안한 바지에 점퍼를 걸쳤다. 정갈한 헤어스타일 대신 검은 고무줄로 머리를 질끈 묶었다. 이목구비를 돋보이게 하는 메이크업도 한 꺼풀 거둬냈다. 그렇게 MBC의 간판 아나운서였던 배현진(40세)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한 배현진은 제21대 국회의원(서울 송파을)이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지내고 있다.

사진 촬영은 오랜만이죠?
방송국을 떠난 뒤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선거 유세에 필요한 사진도 사무실과 유튜브 콘텐츠 촬영을 진행했던 스튜디오에서 찍었거든요. 오랜만이라서 다소 어색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대표 발의한 임신부 백신패스 반대 법안이 세간의 화제였죠(배현진은 지난 1월 19일 임신부에 대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평소 임신부는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 하나까지 따져봐요. 혹여나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매사에 조심하죠. 감기에 걸려도 약을 쉽게 복용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접종받으라고 강요한다는 건 임신부 입장에서 엄청난 공포일 수밖에 없어요. 이번 법안은 코로나19 백신만 해당하는 게 아니에요. 임신부 필수 접종 이외 모든 약물에 대한 접종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게 요지예요. 법안의 통과 여부와 별개로 상징적인 의미가 커요.

싱글임에도 결혼과 출산, 육아 관련 법안을 연이어 발의하고 있어요.
주위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커요. 결혼해서 아이를 둔 남동생, 친구들, 의원실 직원들까지. 공통적으로 결혼·출산·육아의 과정에서 직면하는 고충이 많다고 해요. 또 조부모가 손주의 육아를 맡지 않으면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죠. 보육이 전 가정의 문제가 된 거예요.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부모의 생활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어요.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는 남성 비서관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아빠들의 삶도 만만치 않게 고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에는 엄마의 관점에서 육아 관련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빠들이 마주하는 문제까지 돌봐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일상에서 국회의원이 해결할 문제를 발견하는군요.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곧 사회문제예요. 코로나19로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직원들과 점심, 간식을 함께 먹고 다 같이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눠요. 아침에 모니터링한 뉴스와 개인이나 지인의 일상을 공유하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법안으로 확대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보여요. 어쩌면 직원들에게는 진상 상사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앵커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 여전히 숙제”

배현진은 7번의 도전 끝에 지난 2008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당시 경쟁률은 무려 1,926대 1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MBC <뉴스데스크>의 메인 앵커로 발탁됐고 방송사를 대표하는 아나운서로 자리매김했다. 대중적 호감까지 얻은 배현진은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MBC 170일 총파업 과정에서 인생의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당시 MBC 노동조합은 보도의 자율성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문화방송 사상 가장 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힘을 보탰던 배현진은 파업 103일째 노조를 탈퇴하고 방송에 복귀했다. 당시 배현진은 보도의 정상화를 목적으로 시작된 파업에 정치적 색채가 개입됐다고 판단, 더 이상 노조와 뜻을 함께하기 어렵겠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배현진과 MBC 노조원들의 갈등은 나날이 깊어졌다. 그리고 2017년 MBC 사장이 교체되면서 배현진은 방송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후 방송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배현진은 이듬해인 2018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러브 콜을 받아 정치계에 첫발을 디뎠다.

 


<앵커로 지낸 10년 동안 개인적인 삶을 지우고 살았어요. 자기검열이 심해 소개팅 제안도 거절했어요.
“배현진이 누구를 만났다더라”는 풍문이 회사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봐서요.
  

정계에 입문한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MBC 재직 당시 파업을 지지하는 대다수의 반대편에 섰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오해에 휩싸였어요. 삶의 가치관에 따라 내린 선택이었지만, 그와 관련 없는 루머가 저를 따라다녔죠. 그러던 중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으로부터 입당 제안을 받게 됐어요. 이미 상처받은 경험이 있고, 더 상처받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 함께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이 추구하는 공동선에도 공감하고 있어 제의를 받아들였죠. 입당한 뒤 2년간 혹독한 시간을 보냈어요. 정당인은 무보수거든요.(웃음) 그래서 아나운서 재직 당시에 모아둔 돈으로 간신히 버텼어요.

언급한 것처럼 배현진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슈가 있었죠.
맞아요. 그럼에도 해명하지 않는 건 사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게 불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국민들이 개인 배현진의 생각까지 알아야 하나 싶었죠. 앵커로 지냈던 10년 동안 개인적인 삶을 지우고 살았어요. 자기검열이 심해 소개팅 제안도 전부 거절했을 정도예요. 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배현진이 누구를 만났다더라”는 풍문이 회사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봐 차단한 거예요. 앵커 자리에서 하차한 뒤 대기 발령을 받아 전화기 한 대만 놓인 책상에 앉아 있던 때가 있어요. 자리에 앉아서 지난날을 되돌아봤어요. 오랜 기간 메인 앵커의 자리에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냈던 게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MBC를 떠난 뒤에 새로운 인물로 회사가 단장될 거란 사실을 차츰 받아들였죠.

당시의 감정을 설명하면요?
삶이 가혹하다고 생각했어요. 어제까지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저를 비난하는 글을 SNS에 썼을 때는 마음이 무너졌어요. 파업 철회를 결정했을 때의 후폭풍은 각오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지금도 침묵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나요?
네. 놀랍게도 저를 둘러싼 오해들이 하나씩 풀렸어요. 대표적으로 제가 파업을 중단한 뒤 회사의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거짓으로 드러났죠. 시간이 흐른 뒤에 저에게 사과한 분들도 있고요.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이유가 있나요?
매 순간 저의 가치관에 어긋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믿었어요. 잘못된 선택을 한 뒤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파업 중단을 결정하기까지 내가 원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했어요.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이자 오랜 꿈이었던 아나운서로 살기 어렵다고 해도 당시에는 파업에 동참할 수 없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이었어요.

정계 입문 당시 MBC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죠.
앵커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부터 맞서야 했어요. 단지 예쁘게 단장하고, 누군가 대신 써준 원고를 읽기만 하면 되는 직종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 행정 업무를 맡기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이 또한 제가 딛고 이겨내야 할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입당 이후 앵커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어요. 방송사에서 저를 찾으면 아나운서 배현진의 이미지를 원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체크했고, 당내에서는 대변인이 아니라 실무를 할 수 있는 데 배치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죠.

미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과거에는 빈틈없는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한결 편안해 보여요.(웃음)
외모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났어요. 뉴스를 진행할 때는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원래 몸무게를 되찾을 때까지 굶었어요. 지금은 살이 조금 쪄도 상관없고, 산발이 된 머리로 무릎 나온 바지를 입고 외출해도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인사를 건네주세요.(웃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렇다고 외모 관리를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에요. 지역구민들에게 외적· 내적으로 자랑스러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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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체크 크롭트 제킷·와이드 팬츠 모두 자라, 볼드한 링 미네타니, 그레이 터틀넥 티셔츠, 앵클부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매 순간 저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갈 겁니다.
설령 저의 선택이 틀렸다고 해도 후회하는 것보다 나을 거니까요.

내가 이루고 싶은 것

앵커로 활약하면서 쌓아온 배현진의 인지도는 정계 입문 당시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신 매 순간 평가대에 올라야 했고,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입증할 만한 성과를 보여줘야 했다. 이는 여전히 배현진이 안고 있는 문제이자 정치 인생에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정치인 배현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요?
많은 감정과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이해의 폭이 넓다고 생각해요. 나이에 비해 인생의 국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급식비 지원을 받고 학교에 다닐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었어요. 급격하게 가세가 기울면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혼자만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외로웠어요. 하지만 누구에게도 내색할 수 없었죠. 그 시기를 지나면서 성인이 되고 내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사회인이 되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꼭 도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아나운서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어요. 주변에서는 돈이 있거나 학벌이 좋거나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거창한 꿈을 꾸는 게 아니냐고 말했죠. 어렵게 얻은 앵커 자리에서도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하게 됐고요. 제가 겪은 일들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어요. 구체적인 경험은 달라도 인생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위기로 인해 박탈감, 좌절감, 불안감을 느끼게 되죠. 그런데 개개인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국가의 제도와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사는 게 덜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입법을 할 때도 일상에 맞닿아 있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생각하게 돼요.

여성 정치인으로서 고충은 없나요?
아직까지 남성에 비해 여성 정치인의 수가 적다는 문제가 있죠. 정치가 남성의 영역이라는 해묵은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요. 제가 대변인으로 기용됐을 때 당내에서 외적으로 ‘꽃다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그런 역할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뒤 대변인 직을 내려놨어요. 여성 정치인으로서 아름다움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기를 원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하면서 저의 길을 걸어가고 있죠.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실력이 있으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어요.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가짐이 궁금해요.
인생을 걸고 약속한 게 있어요. 제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어려움을 똑같이 겪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며, 다른 것을 틀렸다고 판단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겠다고요.

초기에 국민과 했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나요?
평가는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선거 유세 때 국민들을 만나서 했던 약속은 반드시 지켜나갈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전부 끝나면 자연인 배현진으로 살 거예요.(웃음)

배현진을 가리키는 한 문장은?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독일의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이자 제 삶의 신조예요. 살아 있는 물고기는 흐름대로만 살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죠.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삶의 방향을 잡는 건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일에도 의미를 두고 살아야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어요.

끝으로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무슨 일이든 잘해내기 위해 치밀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어부지리로 얻은 건 단 하나도 없어요. 의원실 식구들과 국민의힘 당원 모두 힘을 모아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보오더우

<우먼센스>는 보다 나은 여성들의 삶을 위해 애쓰는 여성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보이스 오브 더 우먼(voice of the woman)’을 연재합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메이크업
정일&송미(미러미러 청담)
2022년 03월호

2022년 03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메이크업
정일&송미(미러미러 청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