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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멸공' 후폭풍

‘멸치와 콩, 그리고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언급한 단어 하나가 후폭풍이 거세다.

On January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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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언급한 단어, ‘멸공’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메시지에, 정치권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 측 인사들은 정용진 부회장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고, 거꾸로 야당은 이를 챌린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마트에 가서 ‘멸치와 콩’(앞 글자를 떼서 보면 멸공)을 구매하는 인증샷을 올리며 ‘멸공 챌린지’에 동참했다.

결국 대기업 오너 일가의 ‘정치 발언’은 리스크로 돌아왔다.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거론되고 있고, 신세계는 오너 리스크와 함께 주가가 10% 가까이 빠지기도 했다.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던 정용진 부회장도 이마트 노조의 비판 성명이 나오자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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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5일,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빨간색 지갑과 피자를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면서 “뭔가 공산당스럽다”며 ‘#난공산당이싫어요’ 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멸공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15일,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빨간색 지갑과 피자를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면서 “뭔가 공산당스럽다”며 ‘#난공산당이싫어요’ 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멸공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공산당이 싫어요’

멸공 논란은 의외의 글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15일,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빨간색 지갑과 피자를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면서 “뭔가 공산당스럽다”며 ‘#난공산당이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일각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정 부회장은 오히려 ‘공산당이 싫다’는 발언을 더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올해에도 수차례에 걸쳐 ‘멸공’ 관련 게시물을 게재하면서 ‘자신은 생각을 바꿀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지난 1월 7일에는 검찰로부터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사실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는 글을 올려 정 부회장을 공개 저격했다. 정 부회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의 트위터를 캡처해 올리면서 ‘리스펙’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러면서도 1월 9일 ‘넘버원 노빠꾸!!’라는 글자 장식이 꽂힌 케이크 사진을 올리면서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북한)을 향한 멸공인데 걔네들을 비난하지 않고 왜 나에게 악평을 쏟아내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라며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줄 영광된 통일조국의 앞날을 내다본다면 그런 소리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고 맞섰다.  

윤석열도 참여한 멸공 챌린지 or 멸공 논란

여당이 정 부회장을 비판하자, 야당은 오히려 옹호하고 나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참전했다. 윤 후보는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이마트 서울 이수점을 1월 8일 방문해 달걀, 파, 멸치, 콩 등을 샀다. 산 물건들의 이름 첫 자를 연결하면 ‘달파멸콩’이다. 달을 문재인 대통령의 별명인 달(moon)로 보면 ‘달파’는 ‘문파(문빠)’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과 공산당을 ‘멸’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야당 유력 정치인들도 대거 참전했다. 윤 후보가 이마트 인증샷을 올리자 같은 당 나경원 전 의원도 이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나 전 의원은 멸치, 약콩 외에 자유시간을 구매하고 “멸공! 자유!”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진태 전 의원도 ‘멸공 챌린지’에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거세게 정 부회장과 윤석열 후보 등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 부회장을 향해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가 되고 싶은 거냐”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 보여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국회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 부회장의 군 면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정 부회장이 대입 때 키 178㎝, 체중 79㎏이었는데 몇 년 뒤 신체검사를 받을 때 체중이 104㎏이었고 당시 면제 기준은 103㎏이었다. 면제를 받기 위해 체중을 불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떨어진 주가와 직원 반발에 “나의 부족함으로…”

지난해 말, 25만 4,000원에 거래를 마쳤던 신세계 주가는 논란 속에 하락하며 1월 10일 22만 9,500원까지 떨어져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결국 전 거래일보다 6.80%(1만 7,000원) 하락한 23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주가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 역시 이날 오전 장중 한때 5.69% 급락했다.
자연스레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오너리스크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세계그룹의 대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것인데, 일각에서는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1월 10일, 작정한 듯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사업하는 집에서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라며 “사업가는 사업을 하고, 정치인은 정치를 하면 된다. 나는 사업가로서, 그리고 내가 사는 나라에 언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는 불안한 매일을 맞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마음을 얘기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해야 하냐, 내 갓끈을 어디서 매야 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야 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 함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마트 직원들까지 나서 ‘자제할 것’을 당부하자, 한 번 더 몸을 낮췄다. 이마트 노조는 1월 12일 발표한 ‘멸공도 좋지만 본인이 해온 사업을 먼저 돌아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고객과 국민들에게 분란을 일으키고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언행에 우려를 표한다”며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자유이나, 그 여파가 신세계·이마트 직원에게도 미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정 부회장을 지적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1월 13일 게시한 글에서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며 “저의 자유로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라고 몸을 낮췄다. 스스로 ‘고객과 직원은 물러설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고 공언했던 상황에서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치자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는 평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접점이 넓을수록 오너가 어떤 식으로 SNS를 운영하는지는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며 “평소 자유로운 콘셉트로 ‘용진이형’으로 불리며 호감을 이끌어냈던 정용진 부회장이지만 회사 입장에서 이번 멸공 논란은 절대 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오너리스크 이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DB, 정용진 인스타그램
2022년 02월호

2022년 02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DB, 정용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