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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담긴 정치

3월 대선을 앞두고 대중의 호감을 사기 위한 유력 후보들의 패션 전쟁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정치인들의 패션에 숨은 전략과 이번 유력 대선 후보들의 패션 정치를 살펴본다.

On January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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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생각보다 많은 정치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자유, 환경, 인종, 젠더 등 여러 사회문제를 패션을 통해 설득력 있고 직관적으로 전달해왔다. 그것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문제 제기일 수도, 지구환경이나 비건, 페미니즘, 자유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1980~1990년대의 하위문화에서 영감을 받고 브렉시트 등 현재 영국의 정치 문제를 이야기하는 마틴 로즈(Martine Rose)는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의견과 논쟁이 없는 패션은 단지 상품에 불과하다”라고 피력하며 옷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다시 한번 딱 부러지게 짚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인 역시 패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치인의 패션과 스타일은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기능한다. 이를테면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유세 기간 동안 똑같은 양복 5벌을 돌려가며 입은 것은 유명하다. 이를 통해 버락 오바마는 대중에게 소박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어필했다. 같은 맥락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부러(?) ‘아재 패션’을 추구했다는 설이 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기간 동안 통이 넓고 헐렁한 양복을 입었는데, 이에 미국 40~50대 백인 남성들이 친근감과 동질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미지 메이킹이 도입된 시기는 언제일까? 2012년 대선을 꼽는 이들이 많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배우 조지 클루니를 벤치마킹했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우’로 꼽히곤 했던 조지 클루니 스타일을 추구하며 대중적인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현재는 정치인이 전문가에게 이미지 컨설팅을 받는 것이 보편화됐다.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패션뿐만 아니라 목소리와 제스처, 눈빛, 걸음걸이 같은 행동까지 교정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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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노련하게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패션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해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는 모습이다. 회갈색 머리와 가는 금속테 안경과 몸에 꼭 맞는 그레이 컬러 슈트의 조합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기존의 투사 이미지를 부드럽게 순화하고, 안정감 있고 노련한 정치인의 이미지로 새롭게 거듭났다. 온화한 이미지로 중도층까지 포용하고자 하는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당내 경선 이후에는 1년 8개월 만에 다시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했는데, 이를 통해 경쟁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장점을 강조하고 추진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사용을 자제하는 대신 베이지, 민트 등 따뜻한 파스텔컬러 니트를 자주 입는 것도 눈에 띈다. 감성적 이미지를 어필할 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적당히 거리 두기를 통해 자신의 능력과 인물을 보고 선택해달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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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스타일에서도 중도층까지 지지 세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바람이 느껴진다. 한때 문재인 정부에 몸담았지만 야권 주자로 새롭게 거듭난 상황에서 대선 출마 회견 당일 더불어민주당의 색인 푸른색 넥타이를 선택한 것! 그는 “아침에 아내가 골라주는 것을 매고 나왔다”고 말했지만 실은 ‘통합’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윤석열 대선 후보의 스타일은 철저히 전략적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좌충우돌하며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우선 기존 2대8 가르마부터가 NG였고 사이즈에 맞지 않는 너무 큰 옷을 입는가 하면 회색 패딩 재킷은 너무 많이 입어서 ‘회색 패딩 문신설’까지 돌았다. 특히 KBO 한국시리즈 1차전에 간 윤석열 후보는 파란색 야구 점퍼를 입고 글러브까지 장착하는 열정을 보였지만, 아재의 패션 테러라는 웃지 못할 혹평과 촌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호평을 동시에 들었다. 이랬던 윤석열 후보도 차차 스타일 변신을 하고 있다. 이미지 컨설팅을 받으면서 전략적인 그루밍(Grooming, 패션·미용에 투자하는 행위)을 시도하고 있는 것. 우선 2대8 가르마를 없애고 앞머리를 시원하게 넘긴 것이 눈에 띄고, 눈썹이 단정하고 짙어졌으며 아재 스타일을 탈피한 슬림핏 슈트를 입는다. 또 여러 차례 지적받은 보기에 좋지 않은 행동과 습관도 고쳐나가며 대선 후보로서 완성돼가는 모습을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3월 대선의 최대 스윙보터(부동층)로 떠오르고 이들의 표심 행방에 따라 승부가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두 후보 모두 MZ세대에 어필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해답은 후드 티를 입는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준석 당대표와 첫 공식 유세를 부산에서 시작하며 빨간색 커플 후드 티를 입었다. 후드 티의 앞면에는 “사진 찍고 싶으면 말씀주세요”, 뒷면에는 “셀카모드가 편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대표가 입으라면 입고, 어디 가라고 하면 가겠다”며 MZ세대와 더 가깝게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명 후보는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회색 집업 후드 티와 흰색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했다. 후드 티는 다름 아닌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단체로 맞춰 입은 ‘과티’였다.

구글은 검색 횟수를 통해 집계한 2021년 최고의 트렌드가 미국의 정치인 버니 샌더스의 장갑이라고 발표했다. 버니 샌더스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 중 하나인 버몬트 출신 무소속 상원의원이다. 한때 잠룡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마이너리티 정치인인 그가 이렇게 주목받은 이유는? 버니 샌더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날, 낡아 보이는 등산 점퍼에 털장갑을 낀 모습으로 나타났다. 추운 듯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됐고 이는 SNS에서 10만 개가 넘는 밈(Meme)으로 재창조됐다. 커다란 털장갑은 지지자가 낡은 스웨터를 업사이클링한 털실로 직접 손으로 떠서 선물한 것이었다. 진보적이고 인간적인 정치철학과 궤를 같이하는 스타일이 전 세계 젊은이의 호감을 산 것이다. 결국 대중이 바라는 정치인의 패션은 진정성이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철학이 있다면 대중은 낡고 우스꽝스러운 패션에도 열광할 것이다.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명수진(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국회사진취재단, 각 후보 인스타그램,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화면 캡처
2022년 01월호

2022년 01월호

에디터
정소나
명수진(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국회사진취재단, 각 후보 인스타그램,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