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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후 1년, 어떻게 변했나

양부모의 학대 폭행으로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는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다.

On December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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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양모, 무기징역 → 징역 35년

연도별 아동학대 증가 추이 현황
(보건복지부 발표)

연도별 아동학대 증가 추이 현황 (보건복지부 발표)

연도별 아동학대 증가 추이 현황 (보건복지부 발표)

2020년 10월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 장 씨는 2021년 11월 26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진행된 2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의 무기징역보다 감형된 판결이었다. 이와 함께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이 부과됐다.

재판부는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양모 장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살인·상습아동학대·상습아동방임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장 씨를 영구적으로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정당화될 만한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과 살인 의도를 갖고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무기징역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했다.

양부 안 씨는 양모 장 씨에게 정인이가 학대당하는 것을 방임하고 아동학대를 방조한 혐의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정인이의 양팔을 꽉 잡아 빠르고 강하게 손뼉을 치게 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무죄가 선고됐다. 2심 후 정인이의 양부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검찰 역시 상고장을 제출해 ‘정인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결을 받게 됐다.
정인이 사건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처벌 수준이 약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정인이 사건’ 이후 국내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관련 사건과 처벌 수위를 살펴봤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 체크리스트

ㅁ 아동의 거주지나 아동이 자주 보이는 곳
ㅁ 학대의 정도 및 심각성, 현재 아동의 안전 여부
ㅁ 학대의 발생 빈도 및 지속성
ㅁ 최근 목격한 아동학대 상황
ㅁ 아동의 성별 및 추정 연령
ㅁ 학대 행위 의심자와 아동과의 관계 및 동거 여부
ㅁ 학대 행위 의심자의 특성 및 성향
*112, 1577-1391, 앱 아이지킴콜112로 신고, 신고자 신상 정보는 비밀 보장

어떤 사건이 있었나?

2021. 02
10세 조카 물고문 사망 ‘이모 30년·이모부 12년 구형’

이모 A씨와 이모부 B씨가 “귀신이 들렸다”며 10세 조카를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는 물고문으로 숨지게 해,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A씨 부부는 10세 조카 C양을 3시간에 걸쳐 폭행하고 화장실로 끌고 가 손발을 빨랫줄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머리를 물에 담긴 욕조에 여러 차례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C양에게 자신들이 키우는 개의 대변을 강제로 핥게 하기도 했다고.
 

2021. 02
구미 3세 여아 사망 ‘친모 13년 구형’

여전히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21년 2월 경상북도 구미에서 벌어진 3세 여아 사망 사건. 친모로 알려졌던 D씨는 전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딸을 키우고 있었는데, 다른 남성과 재혼 후 임신하면서 3세 여아를 홀로 남겨두고 인근 빌라로 이사 갔다. 먹을 것도 없고, 전기도 끊긴 상태로 홀로 남겨진 여아는 아사했고 그로부터 6개월 후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E씨가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E씨는 시체를 매장해 은닉하기 위해 상자에 담아 옮기려다 두려움으로 인해 미수에 그쳤다고. 그런데 수사 도중 진행한 유전자 검사 결과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E씨가 친모라는 사실이 알려져 대중에 충격을 안겼다. 경찰은 불륜으로 임신한 E씨가 아이를 몰래 출산한 후, D씨의 아이와 바꿔치기해 자신의 딸을 손녀로 둔갑시킨 것으로 결론 낸 상황. E씨는 여전히 출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3년을 구형받았고 2022년 1월 26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E씨의 둘째 딸이자 숨진 3살 여아의 친언니 D씨는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2021. 03
8세 딸에게 대소변 먹인 20대 부부 ‘징역 30년 구형’

만 8세의 딸 F양이 소변 실수를 했다고 옷걸이로 때리고, 찬물로 샤워시킨 후 화장실에 2시간 동안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부부가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F양을 지속적으로 폭행했으며, 키 110cm에 몸무게는 13kg에 불과할 정도로 영양 결핍을 겪게 했다. 추후 조사에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소변을 빨대로 빨아 먹게 하거나 대변이 묻은 속옷을 입에 물고 있게 한 정황이 드러났다.

항소심에서 친모는 F양을 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F양의 친오빠 G군이 동생이 숨진 날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증언해 친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G군은 “엄마가 옷걸이로 동생을 10~15회 때리고 샤워시키려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동생의 엉덩이와 발에서 딱지가 떨어져 피가 났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실에서 쓰러진 딸을 보고도 거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한 것으로 알려진 양부는 “사건 당일 집에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사망했거나 119에 신고해도 생존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G군이 “화장실에 갔을 때 동생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고 주장해 진술에 힘을 잃었다.
 

2021. 06
20개월 여아 성폭행 및 살해 친모의 동거남 ‘화학적 거세·사형’

H씨는 2021년 6월 술에 취해 1시간가량 동거녀 I씨의 생후 20개월된 딸을 이불로 덮고 수십 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뒤 I씨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 안 화장실에 숨겨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H씨는 학대 살해 전 아기를 강간하거나 강제 추행하기도 했다.

검찰은 H씨에게 15년의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4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 신상 공개 명령 등을 청구했고,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사는 “동물에게도 못 할 범행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극단적으로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 같은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억울한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런 범죄자는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음을 법의 이름으로 선언하고 경고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공판은 2021년 12월 22일 열릴 예정이다.
 

2021. 07
13세 의붓딸 폭행 살해한 계모 ‘정인이법 첫 적용’ 사례

말을 듣지 않고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13살 의붓딸을 때리고 발로 배를 밟고 밀쳐 넘어뜨리는 행위로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 J씨가 일명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살해·상습아동학대 혐의를 적용받아 첫 재판을 받았다.

J씨는 남편과 불화로 별거에 들어간 뒤 자녀 양육 문제로 전화를 통해 다툰 후, 2시간가량 의붓딸을 손발로 때리고 밟는 등 지속적인 폭행을 저질렀다. 폭행 후 아이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을 알았지만 별거 중인 남편에게 연락했을 뿐 의료 조치 등은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 재판에서 “자녀를 때린 것은 인정하지만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J씨에게 정인이법에서 정한 아동학대살해 및 상습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021. 09
초등학생 정서적 학대한 담임교사 ‘검찰 조사 예정’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K군을 따돌리고 정서적 아동학대를 했다. K군이 갑자기 소변을 못 가리고 악몽을 꾸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K군의 옷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정황을 알게 됐다. 녹음기에는 담임교사가 K군이 울자 “더 울어, 우리 반 7번은 k가 아니야”라고 다그쳤고, K군이 “선생님, 7번 하고 싶어요”라고 하자 담임교사는 “7번 없어. K는 다른 반이야”라고 말했다. K군을 향해 “여러분, 3개월 동안 297번 거짓말하면 거짓말쟁이 아니에요?”라며 질책했다. K군은 이날 하루 교실에서 울며 뛰쳐나갔다 돌아와 다시 혼나길 반복했다.

K군의 부모는 해당 교사를 지역 아동보호 전문 기관에 신고했고, 기관은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다. 해당 교사는 “K군을 훈육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하며 학대 혐의를 부인했지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2021. 11
3세 의붓아들 때려 숨지게 한 계모 ‘아동학대살해죄 혐의’

서울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세 살배기 의붓아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때려 숨지게 한 계모 L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피해 아동은 “아내가 집에 있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한다”는 친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약 6시간 뒤 숨졌다. 이후 경찰은 복부에 가해진 외부 충격으로 사망했다는 부검 결과와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종합해 L씨가 장기간 살인의 고의를 갖고 의붓아들을 학대했다고 보고, L씨에게 아동학대살해·상습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L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에는 훈육을 목적으로 체벌하곤 했는데 (숨진 아동이 사망한) 20일에는 과정이 기억나지 않는다. 당일 술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L씨는 현재 임신 8주 차로 사건 현장에는 돌이 안 된 친딸도 함께 있었으나, 딸에 대한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동학대 행위자 유형
(2020년 발생 건수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 유형 (2020년 발생 건수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 유형 (2020년 발생 건수 기준)

아동학대 어떻게 감지할까?

1 신체 학대
시간 차를 두고 회복되는 상처가 있다. 상처의 크기가 비슷하고 반복적으로 긁힌 느낌이 난다. 또 신체 상흔에 대한 아동과 보호자의 설명이 모순되는 경우가 많다.

2 정서 학대
아동이 의기소침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 공격적인 태도와 실수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이며, 부모와의 접촉에 대한 두려움으로 언어장애를 겪는 사례가 많다.

3 성 학대
나이에 맞지 않는 성 지식과 성적 행동이 보인다. 때로 유아적 퇴행 행동을 보이거나 성적 행위를 묘사한 그림을 그린다.

4 방임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있거나 음식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 때로는 도벽이나 비행 행동을 보이고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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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증가할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는 모두 43명이다. 월평균 3.6명꼴로, 아동학대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29명은 만 3세 미만이었다. 아동학대 발생 건수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만 1,715건이었으나 5년 만에 3만 905건으로,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2회 이상 학대가 인정된 재학대 건수도 1,591건에서 3,671건으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정인이 사건’ 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높아진 것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2015년 아동학대 치사 건수는 3명이었지만 5년 만에 20명으로, 7배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늘어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한다. 아동학대 사건 수에 비해 입건되는 사건 수는 1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고 건수가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사법기관이 아동학대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입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육아 부담과 어려워진 가계 사정 또한 아동학대 발생 건수 증가에 원인을 제공했다.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부모들이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푸는 경우가 생기는 것. 아이들이 외부 활동이 줄면서 교직원이나 소아과 의사 등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를 만날 기회가 적은 것을 고려할 때, 신고되지 않은 잠재적 아동학대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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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동학대 법&제도 수준은?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관련 법과 제도, 대응 체계가 대거 개편됐다. 우선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이 개정됐다. 내용은 이렇다. ▲아동학대살해죄 신설 ▲아동학대 및 살해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도입 ▲피해 아동에 대한 국선변호사 선정 의무화. 기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한 아동학대치사죄보다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이 관대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범죄 유형이 다양하지만 법원의 양형 기준이 세밀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 현재 아동학대치사와 중상해,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유기·방임 등 일부 금지 행위에만 양형 기준이 있고 상해 등 다른 범죄에는 양형 기준이 없다. 양형 기준이 있어도 법 적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아동학대 범죄엔 부모가 행위자인 경우가 많은데 아동이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불원이 적용돼 처벌 수위가 감경되는 사례도 있다. 이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1년 12월 7일 아동학대치사의 권고 형량을 최대 징역 22년 6개월로 높였다.

부모와 피해 아동을 분리시키는 즉각분리제도도 시행됐다(아동복지법 제15조 제6항). 지방자치단체가 아동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를 할 때까지 필요한 경우 아동일시보호시설, 학대피해아동쉼터에 입소시키거나 적합한 위탁가정, 개인에게 일시 위탁하는 제도다. 피해 아동의 즉각 분리는 ▲1년 이내에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게 학대 피해가 의심되고 재학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보호조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아동에 대해 아동학대처벌법상 응급조치가 종료됐으나 임시 조치가 청구되지 않은 경우 ▲현장 조사에서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에게 답변을 거부하거나 거짓 답변을 하게 하는 경우 등일 때 이뤄진다. 즉각 분리된 아동은 일시보호시설이나 학대피해아동쉼터에 입소하고, 2세 이하 어린이는 위탁 가정에 맡겨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대피해아동보호쉼터 등 보호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 즉각 분리 후 가정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 아동의 성별과 연령, 장애 여부, 학대 유형 등 학대 케이스마다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데 분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아동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경우도 생겨 인프라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즉각분리제도에 대해 말했다.

일각에서는 즉각분리제도에 따라 기계적으로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는 것은 아동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즉각분리의 근거가 되는 아동복지법 제15조는 18세를 상한으로 할 뿐 구체적인 분리 기간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분리되고 18세가 될 때까지 중·장기로 시설에 머물러야 하는 아동에 대한 대책이 없고, 시설에 적응하지 못한 아동이 가정 복귀를 요청하는 절차가 없다는 것과 가정으로 돌아간 아동의 재학대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 행정적인 판단과 함께 사법 심사를 의무화하는 등 더 신중히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동학대 대응 인프라도 대폭 확충됐다.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아동보호팀이 신설되고,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이 생긴 것. 또 전국의 지방경찰청에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이 편성됐다.
대선 후보들 또한 아동학대 관련 정책을 내놓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아동학대 방지 전방위 시스템을 구축해 아동학대 조기 발견과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아동학대 전담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며, 24시간 근무 체제를 위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를 폐지해 살해죄, 유기죄와 동일하게 처벌하고,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음주·약물 등 심신장애로 인한 형량 감경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조기 발견 장치 필요성 제기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생후 4~71개월에 3개월 단위로 무료 건강검진을 받는 영유아건강검진제도를 의무화해 검진을 받지 않은 가정을 관리하고 검진 항목에 학대 피해 여부 확인 지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 43명 중 만 1세 미만이 20명으로 46.5%에 달했다.
정부가 2019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실시 중인 만 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의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21년 11월 계모에게 맞아 사망한 3세 아동은 2018년생이라 2017년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2020년 조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아 학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

무엇보다 훈육 명목으로 자녀를 체벌하는 것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체벌이 훈육이 아니라는 인식이 심어져야 아동학대도 근절될 수 있기 때문. 또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 등도 정서 학대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중 정서 학대 발생 건수는 2011년 909건에서 2020년 8,732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 아동학대가 6,058건에서 3만 905건으로 5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전문가들은 정서 학대는 다른 학대의 시작점일 때가 많아 특별히 살펴야 한다고 주의를 요했다.

“폭력을 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인터뷰

Q 최근 가정 내 아동학대가 증가하는 원인이 무엇인가?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생긴 양육 스트레스가 갈등을 유발하고 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또 아동학대와 관련된 인식이 개선돼 신고가 증가했다.

Q 가정 내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랑의 매’ 등 훈육을 위해 체벌을 해도 된다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아동 또한 어른과 같이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봐야 한다. 매를 맞거나 폭력을 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Q 부모가 스스로 훈육 방식을 체크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내로남불’ 식의 생각을 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나의 양육 방식과 훈육이 완벽하다는 생각이 문제다. 언론을 통해 중대한 학대를 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중대한 학대는 경미한 학대로부터 시작된다. 신체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 학대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아이를 방임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 각종 부모 교육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Q 보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가 있나?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유치원에도 CCTV 의무 설치가 필요하다.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CCTV 설치를 늘리고, CCTV를 등지고 훈육하는 것에 대한 보완 및 개정 법안도 필요하다. 또 CCTV 관리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당 아동 수를 줄이는 식으로 교사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많은 아동을 보육하고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증가해 학대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선 아낌없는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Q 영유아는 보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에 취약하다. 어떻게 감지할 수 있나?
아이가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의심해야 한다. 아이에게 알 수 없는 상흔이나 상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아이가 불안해하거나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경우가 반복될 때도 의심할 수 있다.

Q 국내에 도입이 필요한 아동학대 관련 제도가 있다면?
입양 아동에 대한 사후 관리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동시에 공공기관에서 입양 아동의 사후 관리 모니터링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현재 해당 관리를 민간 입양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어 관리 체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해외는 어떨까?

스웨덴

스웨덴

1979년 가장 먼저 아동학대법을 만들었다. 가정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육체적 및 정서적 아동 체벌이 금지된다. 해당 법의 근본적인 목적은 아동을 독립적 인격체로 보는 인식 전환을 통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스웨덴 정부는 법 제정 당시 TV, 라디오, 광고, 포스터 등 모든 홍보 수단을 동원해 아동학대에 대해 알리고, 양육지원센터를 설치해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미국

미국

SCR(State Central Registry) 시스템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다. 이후 신고된 사례는 피해 아동의 주소지에 있는 아동학대 관련 공공기관인 CPS(Child Protective Service)로 이관된다. CPS에서는 자정까지 신고 전화를 받으며,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경찰이 신고 전화를 받는다. 현장에 위험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함께 현장 조사에 나선다.

영국

영국

‘신데렐라법’을 근거로 부모가 자녀를 방임하면 최대 징역 10년에 처하고, 폭언을 하는 등 감정적인 학대를 하는 경우도 처벌받는다. 만약 학대해 사망할 경우 20~3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또 아이가 하루라도 무단결석하면 학칙 위반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부모는 60파운드(약 9만 5,000원)의 벌금을 내야 하며 21일 안에 내지 않으면 과태료가 붙어 120파운드로 벌금이 오른다. 28일 이후에는 기소당하고 2,500파운드의 벌금에 3개월 동안 사회봉사 활동이나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 교사 역시 학생들의 무단결석을 보고하지 않거나 아동학대 의심이 드는데도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으면 5년의 징역형을 받는다.

일본

일본

예의범절 교육을 이유로 가정 내 체벌에 관대한 일본에서도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의붓아버지의 가정 폭력과 학대로 사망한 5세 여아의 사건을 계기로, 아동에 대한 체벌과 폭언을 금지하고 아동학대 전력이 있는 사람이 이사할 때 해당 지역 아동상담소 간 정보 공유를 의무화했다. 또 아동위원이 일주일에 한 번 가정을 방문해 위기 가정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아동의 안전을 점검한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01월호

2022년 01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