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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의원 ③

다정한 혜영씨

차별의 그늘을 지우겠다는 포부와 함께 국회에 착륙한 정치인. 장혜영의 움직임에 세상이 조금씩 반응하고 있다.

On December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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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하게 됐어요.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 중 정치만큼 빠른 게 없을 거란 확신이 생겼거든요. 오늘은 ‘다른 세상을 그리는 것을 멈추지 말자’는 문장을 떠올리면서 하루를 보냈어요.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을 바라며 변화를 만드는 게 정치인 장혜영이 해야 할 일이에요.


<우먼센스>의 여성 정치인 연재 인터뷰 ‘보이스 오브 더 우먼’의 세 번째 주인공 장혜영 정의당 의원(35세). 국회 안에 있는 13명의 청년 정치인 가운데 1명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정갈한 가르마에 잔머리 한 올 없이 질끈 묶은 머리, 날카로운 눈빛이 고스란히 담긴 장혜영 홍보 포스터는 아직도 기자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정의당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정치에 첫발을 뗀 그는 이미 자리를 잡은 정치 고수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20년 그의 의정보고서 타이틀처럼 차분하지만 급진적인 의정 활동으로 존재감을 알린다. 장혜영은 국회의원 배지를 단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1호 법안인 ‘장애인활동지원법(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켜 65세 이후 국가 지원을 받지 못했던 장애인들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지난 2007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차별금지법’을 다시 발의해 정치권의 주요 의제로 주목받도록 했다. ‘현실이 바뀌는 정치’라는 수를 내세운 정치인 장혜영을 만났다.

평소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한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궁금해요.
국민과의 접점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일환으로 인터뷰를 통해 저와 정의당이 국회에서 어떤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리는 것이죠. 또 거대 정당에 관심의 무게가 쏠리는 경향이 있으니까 기회가 있을 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죠(차별금지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 병력, 나이, 성별, 인종, 언어 등을 근거로 벌어지는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다).
누군가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도덕적인 문장을 반대할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그 도덕이 우리 사회에서 유의미하게 작용하지 않는 현실이죠.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지키는 게 정치의 일이자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해요. 차별금지법은 이미 헌법에 명시된 평등이라는 권리를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포함하고 있어요. 차별하면 처벌받는 법안이라고 헷갈리는 분들이 있는데 선언적인 의미가 큰 법안이에요. 대한민국에서는 불합리한 이유로 발생하는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한다는 명제 자체가 핵심이죠.

정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제안이 정치입문의 계기가 됐어요. 정치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한 달을 꽉 채워 고민했죠. ‘정치를 할 것인가’, ‘지금 할 것인가’, ‘정의당에서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모두 긍정적인 답을 내려야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질문 중 ‘정치를 할 것인가’에 답을 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기본적으로 정치를 하면 비난받는 일이 빈번할 텐데 손가락질을 받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법 중 정치만큼 빠른 수단은 없다는 답을 내렸어요. ‘지금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할 거면 빨리 하는 게 낫다는 답을 내렸어요. 끝으로 ‘정의당에서 할 것인가’를 자문했을 때 정의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헤아렸어요.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게 당이 가진 색채이자 가치더라고요. 제가 바라는 세상을 함께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3가지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린 뒤에 정치에 입문했어요.


생각 많은 둘째언니

장혜영은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 ‘SKY 자퇴생’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영상연출과 졸업,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뒤 지난 2011년 4학년 재학 중 돌연 자퇴를 결정했다. 지난 2010년 일었던 고려대학생 김예슬, 서울대학생 유윤종의 자퇴 선언에 이은 결단이었다. 그는 학교를 떠나면서 “학벌 폐지론자가 아니라 단지 자유를 더 소중하게 생각할 뿐”이라며 스스로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이후 장혜영은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연년생 동생 장혜정(34)이 머물던 시설에서 장애인을 상대로 밥과 반찬을 섞어 먹이고 독방에 격리하는 등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동생의 탈시설을 도왔다. 이는 장혜영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일이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수시로 떠올리는 삶을 살게 됐기 때문이다. 장혜영은 유튜브 <생각 많은 둘째언니>,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 등 창작물을 만들며 대중에게 평등의 메시지를 전했고 앨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를 내면서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했다. 세상은 지웠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그를 움직였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 ‘SKY 자퇴생’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본인의 결정으로 자퇴했나요?
네. 과거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었어요. 그래서 소위 명문대로 꼽히는 대학교에 취업이 잘되는 전공을 선택했죠. 언젠가는 부모님 대신에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박의 배경이었어요.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명확해졌어요. 할 일만 하면서 살다 보면 쳇바퀴에 자연스럽게 올라타게 되고 시간을 지체할수록 빠져나오기 힘들어질 거 같았어요. 그래서 학교를 떠나기로 결심했죠.

주변에서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을 거 같아요.
한 번쯤은 후회할 거라고 말한 지인들이 있었는데 결국 제 선택을 아무도 말리지 못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죠.(웃음)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자퇴서를 제출하던 날, 담당 교직원이 부모님 확인 전화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나 자퇴하기로 결심했어. 그러니 잘 말해달라”고 했죠. 어릴 적부터 크고 작은 일을 스스로 결정했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져왔던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또 17년 동안 시설에서 지내던 동생을 사회로 데리고 나오는 결정을 했죠.
긴 고민 끝에 선택한 일이에요. 동생은 저와 같은 부모, 같은 성별, 같은 또래인데 장애가 있다는 것 하나만 달라요. 그런데 그 차이 하나로 인해 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죠. 제가 살아가면서 얻은 경험과 기회가 동생의 것과 크게 다르니까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기에는 마음에 생긴 구멍이 너무 컸어요. 동생을 뒤로한 채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으로 사는 게 의미가 있나 싶었죠. 죄를 짓고 사는 기분이랄까요? 동생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권리를 누리면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결론지은 뒤 동생의 탈시설을 도왔어요. 표면적으로는 제가 동생을 도운 것 같지만 반대로 동생이 저를 구한 거예요. 덕분에 마음속 깊이 갖고 있던 무거운 짐을 한결 덜었으니까요.

유튜브 채널 <생각 많은 둘째언니>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 을 통해 동생과의 일상을 공개했죠. 동생과 같이 살아보니 어떤가요?
일단 제가 일방적으로 동생을 사랑하는 거 같아요.(웃음) 그리고 장애인과 같이 살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걱정과 달리 저희는 잘 지내고 있어요. 동생과 살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세계를 분리하지 않고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다는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정치가 창작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어요.
맞아요. 살아갈수록 모두의 삶이 연결돼 있다는 걸 깊이 느껴요. 특히 코로나19가 연결의 감각을 일깨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부유한 사람들이 면역체계를 단단하게 만들어도 가난한 사람들이 면역체계를 갖지 못하면 끝나지 않는 싸움이에요. 그 안에는 사회가 조명하지 않는 소수자들도 포함되는 거고요.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의 가족으로 살면서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삶이라는 걸 체감했어요.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자식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데 저도 크게 공감해요. 삶의 중심이 자신이 아닌 장애가 있는 가족에게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삶을 사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저 또한 언젠가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기에 온전히 장혜영의 삶을 그릴 수 없는 현실이죠.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동생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성 차별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멈추지 않죠.
모두 무사히 할머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차별금지법 발의를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여성들이 받는 차별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경력 단절 여성이 겪는 직장의 한계와 돌봄노동, 중년과 노년 여성의 일자리가 비정규직에 한정되는 점 등 각기 다른 여성의 상황을 잘게 나눠 정치적 의제로 삼는 것이죠.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성차별의 부당함을 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제 차별을 언급하는 단계가 됐으니 나아가야죠. 그러기 위해선 국회 내에서 관련 논쟁이 끊이지 않아야 하고요.

국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궁금하네요.
편차가 커요. 2021년에 맞춰 사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의원도 있어요. 저도 그 안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한 적이 있고요(장혜영은 지난 1월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 정의당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김종철 전 대표는 가해를 인정한 뒤 직위해제됐다). 성범죄를 인지하는 것 자체에 둔감하기 때문에 감각이 낙후돼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피해를 입었을 때 정의당에서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풀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정의당에서만큼은 실제로 일이 발생했기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커요. 저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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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급진적인

장혜영은 국회에 입성하면서 ‘지금 당장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정치인’, ‘평등과 존엄을 잊지 않는 정치인’, ‘정치적 올바름을 함께할 수 있는 권력을 모으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일고 있는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그동안 국회 담장을 넘지 못했던 이야기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게 소임이라고 믿는다. 임기의 절반가량이 흐른 지금, 장혜영이 들어선 국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국회에 입성한 지 약 2년이 돼가는데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웃음)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은 지금도 여전해요. 그리고 처음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차별금지법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각종 성범죄처벌법을 위해 나아가고 있어요. 행동하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매일 해요. 하루하루 수많은 일이 쏟아지고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와 직면해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가 가진 기준 안에서 움직이려 하고 실제로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매사에 철저하고 계획적인 성격이라고 알려졌어요.
그런가요?(웃음) 지난해 의정보고서를 만들면서 장혜영이라는 정치인을 수식할 수 있는 단어를 찾다가 ‘차분함’과 ‘급진적’이라는 두 단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지었어요. 어떤 사안이든 충분히 고민하고 결론에 도달하는데 제가 내린 결론이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가 많아서요. 그렇다고 내향적인 것은 아니에요. MBTI 검사 결과 완벽한 ENFP(외향적인 성격이 강한 유형)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 가장 먼저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만화책을 원 없이 읽고 싶어요. 의정 활동을 하면서 정보 습득을 목적으로 독서를 하는 일이 많아서 좋아하는 책과는 거리를 두면서 지냈어요. 원래는 현실도피를 위해 책을 읽는 타입이었는데 말이죠.

마음속 한 문장이 궁금합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늘은 ‘다른 세상을 그리는 것을 멈추지 말자’는 문장을 떠올리면서 하루를 보냈어요.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변화를 만드는 게 정치인 장혜영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개인이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는 크고 작은 변화를 목격하면서 살아왔어요. 변화의 가능성을 두고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쪽에 서고 싶어요. 누군가가 변화의 주축이 돼야 한다면 기꺼이 제가 되고 싶고요.

장혜영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요?
인류애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믿어요. 어디에서 본 문장인데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사랑을 하기 시작하면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고 해요. 누구나 무언가를 사랑하면서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저 또한 사랑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맞아왔어요. 미워하는 마음으로는 결코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끝으로 이 자리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주세요.
더 많은 여성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어요. 정치는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언제나 하던 사람만 하는 영역으로 남을 거예요. 상상해보세요. 300명의 국회의원이 모두 여성이었다면 생리대값이 여전히 비쌀까요? 돌봄노동도 여성이 책임져야 할 일로 남아 있지 않았을 거고요. 이런 상상을 하는 이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치 영역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테이블에 놓아둔 뜨거운 커피가 식을 때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인터뷰 말미에 커피 잔을 감싼 장혜영은 “식은 커피를 좋아한다”며 웃어 보였다. 정치인 장혜영, 그리고 사람 장혜영의 모습은 이렇게나 다정하다.

보오더우

<우먼센스>는 보다 나은 여성들의 삶을 위해 애쓰는 여성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보이스 오브 더 우먼(voice of the woman)’을 연재합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이대원
헤어&메이크업
정일&송미(미러미러 청담)
2022년 01월호

2022년 01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이대원
헤어&메이크업
정일&송미(미러미러 청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