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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현재 가장 패셔너블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세상의 모든 다양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On November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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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배경·인종·취향·직업을 가진 홍보대사들을 모델로 기용한 빅토리아 시크릿.

엔젤 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배경·인종·취향·직업을 가진 홍보대사들을 모델로 기용한 빅토리아 시크릿.

  • 엔젤 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배경·인종·취향·직업을 가진 홍보대사들을 모델로 기용한 빅토리아 시크릿. 엔젤 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배경·인종·취향·직업을 가진 홍보대사들을 모델로 기용한 빅토리아 시크릿.
  • 지젤 번천이 활동하는 시절에 XXL 사이즈 모델로 데뷔해 여전히 영향력 있는 모델로 손꼽히는 애슐리 그레이엄.지젤 번천이 활동하는 시절에 XXL 사이즈 모델로 데뷔해 여전히 영향력 있는 모델로 손꼽히는 애슐리 그레이엄.
  • 카린 로이펠드와 스티븐 마이젤 등 패션계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캔디스 허핀. 카린 로이펠드와 스티븐 마이젤 등 패션계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캔디스 허핀.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은 시대를 따라 변해왔다. 최근의 추세를 말하자면 가장 나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예쁘고 몸매 좋은 누군가를 동경하고 따라 하는 것은 조금 ‘올드 패션’스럽다.

얼마 전에는 이를 증명할 만한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다.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엔젤 제도를 폐지한 것! 1995년부터 시작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미국에서는 슈퍼볼 중계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려왔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인 엔젤 때문이었는데 지젤 번천, 미란다 커, 하이디 클룸, 지지 하디드, 켄달 제너까지 당대의 슈퍼모델이 란제리 차림에 천사 날개 장식을 달고 뽐내듯이 워킹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고 화려한 쇼였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것이 현실이 아니며 대부분 여자의 몸이 그렇게 바비인형 같지도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극심한 다이어트와 포토샵 보정을 통해 과도하게 성적 대상화된 판타지에 자신을 꿰맞추기 위해 고통받을 이유도 없었다. 몸에 대해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사랑하라’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00년대 중·후반까지도 미국 내 점유율 1위였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결국 2021년 6월 엔젤 제도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2018년에도 “트랜스젠더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빅토리아 시크릿의 판타지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빅토리아 시크릿의 명백한 패배였다.

최고경영자 마틴 워터스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빅토리아 시크릿은 세상의 변화에 너무 늦게 반응했다”고 인정하며 “이제 남성이 원하는 것을 논하기보다 여성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엔젤을 폐지하는 대신 7명의 홍보대사인 ‘빅시 컬렉티브(The VS Collective)’를 발표했는데 미국 축구대표팀 선수 메건 러피노, 브라질 출신의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티나 삼파이우, 수단 난민 출신의 모델 아두트 아케치, 배우이자 사진작가 아만다 드 카데넷, 인도 배우 프리앙카 초프라. 중국 스키 선수 구아이링,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다양한 배경, 인종, 취향, 직업을 가지고 있다.


부랴부랴 시류에 합류한 빅토리아 시크릿과 달리 나이키는 진즉에 보디 포지티브를 반영해온 브랜드다. 현재 빅토리아 시크릿의 홍보대사가 된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를 나이키는 이미 2016년에 모델로 기용했었다.

당시 나이키는 인스타그램에 나이키 스포츠브라를 입은 팔로마 엘세서의 사진을 올렸다. 그때만 해도 플러스 사이즈 모델 기용이 드문 일이었지만 나이키는 특별한 일이 아닌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아 사람들의 호감을 2배로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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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체 등의 컬렉션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프레셔스 리.

베르사체 등의 컬렉션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프레셔스 리.

  • 베르사체 등의 컬렉션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프레셔스 리. 베르사체 등의 컬렉션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프레셔스 리.
  • 플러스 사이즈와 흑인으로 보디 포지티브 운동을 이끌며 패션계의 대세가 된 팔로마 엘세서. 플러스 사이즈와 흑인으로 보디 포지티브 운동을 이끌며 패션계의 대세가 된 팔로마 엘세서.
  • 르네상스 시대 분위기를 발산하며 대세 모델이 된 테스 맥밀란. 르네상스 시대 분위기를 발산하며 대세 모델이 된 테스 맥밀란.
  • 슈퍼모델이 총출동하는 발망의 런웨이에서 활약하는 	알바 클레어. 슈퍼모델이 총출동하는 발망의 런웨이에서 활약하는 알바 클레어.


이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패션계의 대세가 됐다. 팔로마 엘세서, 애슐리 그레이엄은 가장 선두에 서서 보디 포지티브 운동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다.

영국 출신 모델인 팔로마 엘세서는 패션계에서 제로 사이즈 탈피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플러스 사이즈와 흑인이라는 비주류적 요소에 갇히지 않고 파워풀한 행보를 이어가는 그녀는 어린 시절 뚱뚱했기 때문에 좌절했고, 이를 극복하기까지의 경험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5학년 때 청바지를 사려고 쇼핑센터에 갔는데 성인용부터 남성용까지 입어봤지만 맞는 바지가 하나도 없었어요. 탈의실에서 울며 세상에서 완전히 소외된 기분을 느꼈죠. 이런 경험은 분명 제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저는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런 저를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키가 크지도 않고 클래식한 체형도 아니에요. 하지만 나름대로 특별하다고 느끼고, 이런 이야기는 현재 어린 소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팔로마 엘세서는 2020년 모델스닷컴 연말 랭킹 1위를 찍었고, <비즈니스 오브 패션>이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500명의 패션 피플로 뽑히기도 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펜디, 마르니, 코치 등 2021 S/S 컬렉션에 올랐는데, 특히 살바토레 페라가모 컬렉션 역사상 런웨이에 오른 최초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기록되기도 했다. 또한 2021년 1월호를 여는 미국 <보그>의 표지 모델이었으며, 2021 F/W 끌로에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다.

애슐리 그레이엄은 이미 지젤 번천이 활동하는 시절에 XXL 사이즈 모델로 데뷔했고, 여전히 가장 영향력 있는 모델로 손꼽힌다. 데뷔 초에는 주로 화보 촬영만 했으나 최근에는 런웨이 모델로도 서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1,3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만큼 SNS 활동에 적극적이다. 셀룰라이트가 보이는 적나라한 무보정 사진을 올리고, ‘#thickthighsaveslives(두꺼운 허벅지가 생명을 구한다)’는 해시태그를 건 캠페인을 진행하며,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의 신체적 변화까지 상세하게 올려 많은 호응을 얻었다. 자신을 본뜬 바비인형을 만들 때도 꼭 지켜야 할 제작 조건으로 ‘인형의 허벅지가 서로 닿아야 한다’는 요구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7년에는 영국판 <보그>의 표지를 장식해 <보그> 잡지 100년 역사상 최초의 플러스 사이즈 표지 모델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17년에는 약 59억원의 수입을 올리며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모델 10명’에 지지 하디드, 지젤 번천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출산 후 휴식을 취하다가 최근 2021 S/S 시즌에 펜디, 에트로 등의 컬렉션을 통해 다시 런웨이에 올랐다.

“뚱뚱한 여성도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해요. 세상의 모든 여성이 아름답게 꾸미는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제가 먼저 당당해지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였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활약하고 있다.

카린 로이펠드와 스티븐 마이젤 등 패션계의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받는 캔디스 허핀, 7년 전에 IMG와 계약한 첫 번째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타라 린, 통통한 몸에 새하얀 피부와 붉은 머리칼이 오묘한 르네상스 시대 분위기를 발산하며 대세 모델이 된 테스 맥밀란, 가나 출신의 미국인으로 거침없는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는 에남 아시아마, 지지 하디드 같은 슈퍼모델이 총출동하는 발망, 베르사체 등의 컬렉션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새로운 대세 프레셔스 리와 알바 클레어까지!

이들은 단순히 신체 사이즈의 문제가 아니라 인종, 성별, 나이, 국적 등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수많은 포토그래퍼가 이들을 피사체로 남긴 멋진 비주얼을 보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무엇을 입을 것인지 고민하기에 앞서 나만이 가진 개성은 무엇인지 관찰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시간을 가져보자.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명수진(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쇼비트, 빅토리아 시크릿·알바 클레어·애슐리 그레이엄·캔디스 허핀·테스 맥밀란·팔로마 엘세서 인스타그램
2021년 11월호

2021년 11월호

에디터
정소나
명수진(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쇼비트, 빅토리아 시크릿·알바 클레어·애슐리 그레이엄·캔디스 허핀·테스 맥밀란·팔로마 엘세서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