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LIFESTYLE

LIFESTYLE

치유의 공간, 제주

힐링이라는 단어가 절실해진 요즘. 일상과 분리되어 숨을 쉴 수 있는, 자신만의 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On November 10, 2021

/upload/woman/article/202111/thumb/49522-471567-sample.png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초록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이 좋다. 에디터 이채영

언제부터였을까? 자연이 좋아졌다. 아이와 함께 걸을 수 있게 되니 더욱 자주 찾게 되는 곳이 숲이나 공원이다. 제주도에는 일 년에 두번 정도 여행을 가곤 하는데,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아도 꼭 들르는 곳이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이다.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며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지역, 과거에는 경작이 불가능해 버려진 땅이었지만 현재는 잘 보존된 자연 생태계로 자원과 생태계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이 됐다. 지형적 특성으로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유지되는 미기후 환경을 지녀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공생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는 곳이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 내에는 5개의 탐방 코스가 있다. 테우리길, 한수기길, 빌레길, 오찬이길, 가시낭길로 1시간 이내의 코스를 돌다 보면 독특한 용암 지질과 동식물,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장소도 만날 수 있다.

곶자왈은 용암 숲이라 돌이 많아 등산화나 운동화를 꼭 신어야 한다. 제주도에서 도립공원으로 지정·보호하는 만큼 관리가 잘돼 있고, 그렇게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아직은 걸음이 서툴러 코스 초입만 왔다 갔다 했지만 숲보다는 아파트가, 돌길보다는 아스팔트 도로가 익숙한 나와 아이에게는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편안해지는 힐링 스폿이다. 특히 어느 계절에 가도 푸른 식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날씨를 제외하면 계절을 타지 않아 늘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평소에는 말린 허브를 태워 향초처럼 사용하거나 피톤치드 소재의 룸 스프레이 등을 사용하는데 이곳에 오면 정말 공기를 사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나무의 습기를 가득 머금은 울창한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향과 공기. 몸속 깊은 곳까지 정화되는 느낌이 정말 좋다. 최근에는 마스크를 써야 하니 그 향과 공기를 온전히 느낄 수 없어 조금 서글펐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마스크를 벗고 아이와 함께 꼭 모든 코스를 함께 걷고 싶다.

 

3 / 10
/upload/woman/article/202111/thumb/49522-471566-sample.png

 

볼매 제주

여행을 가고 싶은데 시간과 에너지는 부족할 때 어김없이 제주가 떠오른다. 가고 또 가도 새로운 곳이 제주다. 에디터 김지은 

제주에 첫발을 내디딘 건 12살 때였다. 단순히 원피스에 모자를 쓰는 단원복이 예뻐 방과 후 활동으로 선택했던 걸스카우트에서 떠난 수련회였다. 너무 먼 과거라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졌지만 딱 한 가지 장면은 잊히지 않는다. 바로 설산에서 미끄러졌던 순간이다. 등산로가 아닌 길을 가는 코스로 꽤 험난했다. 걸스카우트 단원들은 일렬로 서서 차례대로 하얀 눈이 쌓인 산을 올랐다. 가파른 산을 내려오던 중 언 눈을 밟고 미끄러졌고, 꽤 긴 거리를 엉덩이로 내려갔다. 엉덩이가 생각보다 오랫동안 아팠지만 첫 번째 제주도 여행은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강산이 두 번은 변하고도 남을 만큼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친구, 연인, 가족과 여러 차례 제주로 떠났다. 어느 누구와 함께 가도 제주는 행복한 추억을 선사했다. 낙엽만 굴러가도 박장대소했던 고등학생 시절, 성산일출봉에서 찍은 기념사진 속 촌스러운 패션은 지금까지도 친구들 사이에서 ‘사골’처럼 우려먹는 놀림거리다.

막 성인이 됐을 때 찾은 제주에서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어른의 통제를 받지 않는 첫 여행이었다. 낯선 곳에서 부모님이나 선생님 없이 잔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설레었다. 대형 식당이 아닌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찾아 흑돼지의 참맛을 느꼈고 소주 중에 제일 쓰다는 ‘한라산’의 알싸한 맛에 된통 당한 것도 지금 생각하니 추억이다.

직장인 타이틀을 얻은 후에 잠시 해외로 눈을 돌리긴 했지만 제주는 여전히 가고 싶은 여행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기자 생활 1년 차,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에 적응하고 나니 다시 제주가 생각났다. 우도를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우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새우깡을 먹으려고 코앞까지 날아드는 갈매기를 보고 기겁했던 것, 난생처음 오토바이를 운전했던 것, 코가 빨개진 채로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것까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 후 다시 제주를 찾았을 땐 남편과 함께였고, 그다음엔 부모님과 함께 갔다. 천진암폭포를 찾아, 부모님에게 신혼여행 사진 속 모습과 같은 포즈를 취하라고 한 뒤 사진도 남겼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즐거워하는 부모님을 보고 효녀가 된 듯한 기분에 혼자 흐뭇했다. 이 맛에 부모님과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과 동시에 혼자서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여행을 다닌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 만삭이라 부모님과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 못한 것이 아쉬워 올해는 남편과 아기, 부모님과 여동생까지 다 함께 제주로 바캉스를 떠나려 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무산됐다.

40분의 비행으로 느끼는 일상을 벗어난 기분, 웅장한 산과 거친 파도에 새겨진 자연의 아름다움, 핫 플레이스의 시끌벅적함, 오며 가며 느낄 수 있는 도시의 향기, 소박하게 즐길 수 있는 면세점 쇼핑까지. 제주에서 마주하는 것 중 어느 하나 즐겁지 않은 게 없다. 아, ‘제주병’이 다시 도졌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채영, 김지은
일러스트
슬로우어스
2021년 11월호

2021년 11월호

에디터
이채영, 김지은
일러스트
슬로우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