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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이재용 경영 계획표

지난 8월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는 취재진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법무부의 광복절 가석방 대상으로 결정돼 풀려났기 때문이다.

On August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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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가석방 대상으로 결정돼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서울구치소를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수척한 모습이었다. 지난 1월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될 때 입었던 짙은 감색 양복을 다시 입고 구치소를 나선 그는 마스크를 쓴 탓에 안색이나 표정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청와대 아닌 법무부 몫?

당초 청와대는 광복절이 다가오며 재계 일각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자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 후 가석방 가능성이 제기되자 “가석방은 법무부에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청와대의 판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면을 결정하기는 부담스러웠던 청와대가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으로 비난을 피하고자 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법무부에서 관련 업무를 맡은 적 있는 법조인은 “대통령 권한인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구체적인 기준이 있어 절차적으로 봐도 명분이 더 있다”며 “일부 진보 단체에서 ‘가석방은 재벌 봐주기’라고 비판하는 것을 고려해 청와대가 아닌 법무부가 총대를 멘 것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8월 말이면 형기의 60%를 채워 법적으로는 가석방 요건을 갖추는 상태였다.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일선 구치소·교도소가 예비 심사를 통해 추린 명단을 법무부에 올리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가 최종 심사를 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심사위가 표결을 통해 가석방을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 허가를 거쳐 절차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사면보다 효력은 약하다. 사면의 경우 법원에서 선고한 형이 무효화된다. 반면 가석방은 대통령이 아닌 법무부 장관의 권한으로 사면처럼 형 면제가 아닌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에 그친다. 구금 상태에서는 풀려나지만 취업 제한, 거주지 제한 등의 제약이 따른다.
 

비판에 뒤늦게 반응한 문 대통령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 후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런 입장 표명을 안 하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3일 오후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이라며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도 많다.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이재용 부회장도 화답했다. 8월 13일 오전 10시 10분 출소한 그는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90도로 고개를 숙인 뒤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기자들의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냐, 반도체와 백신 중에 어떤 것이 선순위인가’ 등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이 부회장. 그는 출소 직후 자택이 아닌 서초 사옥으로 향했는데, 곧바로 사장단 등을 만나며 경영 현안에 대해 직접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 후 광복절 연휴 기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이재용 부회장은 8월 19일 다시 서초동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된 국정농단 뇌물 사건과는 별개의 사건(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여러 불법 행위를 승인했다는 혐의)으로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또 이 부회장은 9월 7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이 무보수·미등기 임원이라 취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지만, 시민 단체는 가석방 규정 위반으로 고발할 계획이라 추가적인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석방에도 웃지 못하는 주가

악재가 산적해서일까? 삼성전자 주가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도 맥을 못 추고 있다. 8월 초 8만 3,000원대에 거래됐던 삼성전자 주가는 가석방이 이뤄진 8월 13일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다. 8월 19일 종가 기준 7만 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주 사이 10% 넘게 빠지며 연중 최저가를 경신한 것.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삼성전자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주도하는데,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이라는 이슈보다는 반도체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가석방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백신 확보 집중이나 공격적인 투자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부분도 주가에는 긍정적이지 않은 뉴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
사진
일요신문 제공
2021년 09월호

2021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
사진
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