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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시선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지워내고 캐릭터 자체가 되는 그녀. 배우 옥자연에 대하여.

On July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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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 알렉산더 왕.

화이트 셔츠 알렉산더 왕.


배우 옥자연의 이름을 알기 전 우리는 그녀를 '강자경'이라고 불렀다. 상반기 화제작 tvN 드라마 <마인>(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10.5%)에서 상위 1%의 재벌가에 접근한 가정교사 '강자경'의 인상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극 중 옥자연은 재벌 '효원가'의 둘째 며느리 '서희수'(이보영 분)의 남편 '한지용'(이현욱 분)을 상대로 모략을 꾸미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활약했다. 그녀는 한지용과 불륜 관계로 가정에 불화를 초래하는데 그 과정에서 한지용이 폭행, 살인을 사주한 것을 알게 되면서 서희수와 연대하고 참회하는 인물로 점차 변한다. 불륜, 살인, 복수 등 드라마의 자극적인 소재의 중심에 있던 옥자연은 자칫 '막장'으로 그려질 수 있는 그것들에 변주를 줬다. 강자경의 모든 선택에 모성애가 바탕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옥자연은 평소 연기를 할 때 배역과 자신이 하나가 돼야 밀도 높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녀는 이 같은 연기 공식을 대입해 악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던 캐릭터의 서사에 몰입했다. 이에 시청자는 뜨거운 반응으로 화답했고 옥자연은 앞으로 활동이 기대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마인>은 모든 게 처음이었던 드라마예요. 바쁜 촬영 일정, 속도감 있는 전개, 캐릭터의 중심을 잃지 않아야 했던 것까지 전부 새로웠죠. 연기자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닫기도 했어요. 극의 초반과 중후반에서 캐릭터의 감정선이 달라지는데 강자경이 갑자기 변화한 것처럼 비치면 안 돼서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과 부담감을 늦출 수 없었죠."

화제성이 큰 드라마의 주연은 <마인>이 처음이었던 옥자연.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약해온 그녀는 TV 드라마 연기 경험이 적었지만 김서형, 이보영, 박원숙 등 낯익은 배우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냈다. 한번 보면 자꾸 떠오르는 매력적인 외모, 밀도 있는 연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옥자연이라는 배우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저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드라마가 방영 중일 때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저에게 별다른 피드백을 주지 않아서 제 캐릭터가 어떻게 보이는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마지막 방송이 끝나자마자 작품을 잘 봤다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지인들에게 제 실제 성격이 드라마에서처럼 강하냐고 물어보는 분이 많았다고 해요. 올케언니는 시누이가 너무 센 거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대요.(웃음) 강자경의 캐릭터가 잘 표현된 거 같아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옥자연이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친 데에는 출연진들의 도움이 컸다. 함께 촬영하는 신이 가장 많았던 배우 이보영과 이현욱부터 효원가의 첫째 며느리로 분한 '정서형' 역의 김서형, 집안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주집사' 역의 박성연 등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옥자연의 연기에 힘을 보탰다고.

"김서형 선배님은 대사가 1~2줄이어도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해요. 지켜보면서 대본을 피상적으로 보지 않고 넓게 봐야 한다는 걸 배웠죠.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 이보영 선배님은 촬영이 시작되면 180도 변해 연기에 집중하는데 그 몰입력에 굉장히 놀랐어요. 이현욱 선배님은 캐릭터의 감정 분배를 잘하세요. 한 장면에서 감독님이 분노가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한지용이라면 분노의 감정만 갖고 있진 않을 거란 해석으로 감독님과 상의를 이어가며 연기를 완성하더라고요. 캐릭터의 처음과 끝을 다 알고 연기하는 선배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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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슬리브리스 톱 모두 알렉산더 왕, 화이트 쇼츠 자라.

“서울대 합격 비결, 자기 성취에 있다”

지난 2012년 연극 <손님>으로 데뷔해 <킹 클로디어스>(2014), <햄릿 아바따>(2014) 등으로 관객을 만난 옥자연. 그녀는 연극뿐 아니라 영화 <종이피아노>(2016), <속물들>(2019), OCN 드라마 <나쁜녀석들>(2017), <경이로운 소문>(2020)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어릴 적부터 영화,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고향이었던 순천에서 서울로 올라왔고 대학로에서 본 연극의 매력에 조금씩 젖어들었다. 그녀는 일주일에 1~2편씩 연극을 꾸준하게 관람하며 무대에 선 배우들의 연기에 빠졌다고. '연극광'이었던 옥자연은 여러 작품을 찾아보면서 자신이 연극을 좋아하는 게 아닌 직접 무대에 서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연극을 찾아보면서 고드름이 커지듯 연기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지다가 연극 <3월의 눈>을 보고 배우의 꿈을 갖게 됐어요. 아내와 사별하고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요양병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노인 역의 장민호 선생님의 연기를 보고 감명을 받았거든요. 선생님이 집을 정리한 뒤 마루에 앉아 한숨을 쉬는 장면에서 사람이 숨을 쉬는 게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때 제가 연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데뷔 이후 약 10여 년간 단역과 조연으로 대중을 만나며 기회를 기다려온 옥자연. 그 시간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내공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긴 시간을 버텼지만 주연의 기회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 급기야 드라마, 영화 장르에서 요구하는 연기 방식은 연극에 익숙한 그녀에게 낯설었고 카메라 공포증에 시달리는 고충까지 겪었다. 그럼에도 옥자연은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 연기할 때만큼은 걱정과 힘듦 등 갖은 감정을 모두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온전히 캐릭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희열에 중독됐다고.

"연기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감에 압도돼 '배우가 내 길이 맞는 걸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은 있어요. 지금은 시작하는 단계니까 앞으로 카메라와 친해지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힘듦은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만큼 연기가 좋거든요.(웃음)"

옥자연이 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사랑'이다.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배역을 만나도 그 배역을 사랑하면 모든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그녀의 몰입 기법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그려내는 캐릭터들은 과장된 요소가 가미돼도 납득이 된다. 전작인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보여줬던 악귀 연기, 영화 <속물들>에서 보여준 제멋대로 굴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는 캐릭터 등이 그것이다.

"연극을 할 때 너무 이해가 안 돼서 연기하는 게 어려웠던 캐릭터가 있었어요. 골머리를 앓다가 '아, 모르겠다. 그냥 이 캐릭터를 사랑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후로 연기하는 게 편해졌어요.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떤 사람을 이해해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반대로 사랑하면 모든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아요. 이해라는 건 내 관점에서 합리적이어야 할 수 있는 건데 사랑에는 논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캐릭터의 행동을 묻거나 따지지 않고 사랑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연기에서도 삶에서도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옥자연은 서울대학교 미학과 출신의 수재다. 예술에 흥미를 느껴 학문을 연마해보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진로였다. 그녀가 밝힌 공부 비결은 자기 주도 학습. 옥자연은 공부 일정을 세워 하나씩 지워나가는 데 큰 성취를 느꼈다고. 그녀는 공부에 흥미를 느낀 행운(?)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옥자연은 예술 분야의 기획자, 큐레이터를 꿈꿨다. 그랬던 그녀가 돌연 연기자로 진로를 전향하기로 결정했을 때, 주위에서 걱정은 했지만 큰 반대는 없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길을 찾아 스스로 닦아왔던 그녀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무엇이 됐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믿고 지지해주셨는데 어머니는 걱정을 하셨어요. 외모든 연기든 타고난 기질이 있어야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셨죠. 그래도 제가 하고 싶다는 일을 반대할 순 없으니 (연기를) 해보고 안 되면 공부를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녀의 취미는 기타와 작곡이다. 옥자연의 소속사 청춘엔터테인먼트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그녀의 프로필 사진 옆에 '취미 : 기타, 작곡'이 큰 글씨로 쓰여 있다. 옥자연은 20대 초반 자작곡을 만들어 친구들과 공연을 했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다고. 자연스럽게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작곡에 대한 꿈이 있었느냐고 묻자 옥자연은 손사래를 치며 '흑역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직접 노래를 만드는 데 흥미를 붙였을 때 적은 취미인데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유치한 수준이라 누구에게도 들려줄 수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음악을 듣는 건 여전히 좋아해요. 가수 선우정아를 좋아하고 요즘은 '자우림'의 '샤이닝'을 자주 들어요. 지칠 때 위안이 되는 노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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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숄더 블라우스 시스템, 블랙 스커트 노피셜노피스.

새로운 영화나 음악을 찾기보다 예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초심을 점검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할 때의 제 마음을 다시 떠올려야 앞으로의 일들을 잘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상황에 휩쓸리지 않는 배우이고 싶다”

커진 관심만큼 쉴 새 없이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는 옥자연은 막간을 이용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를 정리하며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쉬어가지 못하는 일상 속에서 본래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본질을 재점검한다는 그녀다. 휴식을 찾아가는 방법도 옥자연스럽다.

"오늘 아침에 문득 영화 <더 페이버릿>(2018)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 봤던 영화인데 배우 엠마 스톤, 레이첼 와이즈 등 출연자의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요즘은 새로운 영화나 음악을 찾기보다 예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사진 민기원 스타일링 박희경 헤어&메이크업 재현, 모란(이유) 초심을 점검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데뷔 이후 10년 동안 밟아온 길을 다시 돌아볼 때인 거죠. 연기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다시 떠올려야 앞으로 일을 잘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옥자연은 요즘 '휩쓸리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인지도가 높아지고 팬이 생겼다는 사실이 감사하면서도 연예인 옥자연에게 인간 옥자연의 모습이 사라질까 봐 두렵다. 언제나 자연스러움을 잃어선 안 된다는 그녀의 생각이 바탕이 된다.

"보이는 직업이라서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유지하고 가꿔야 하는데 본래 제 모습과 많이 다를까 봐 걱정돼요. 그래서 공인으로서 준비된 모습과 태도를 갖추는 동시에 나다움을 잃지 않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요."

이어 옥자연은 배우 윤여정이 자신의 롤 모델이라고 밝혔다. 윤여정을 존경하는 이유도 그녀의 현재 고민과 맞닿아 있다.

"윤여정 선배님이 예능이나 인터뷰에서 보여주신 모습이 정말 좋아요. 솔직하면서도 선을 지킬 줄 아는 그 모습에서 세월의 힘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선배님만의 연기를 할 수 있는 힘도 자신을 지키는 중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제가 연기 활동을 하면서 겪게 될 모든 일을 이미 겪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아실 것 같아서 꼭 한번 뵙고 싶어요.(웃음)"

향후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에 대해 묻자 옥자연은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양익준과 영화 <백두산>(2019)에서 인연을 맺은 배우 이병헌을 꼽았다. 새로운 만남보다 다시 만나 더 좋은 호흡을 맞춰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양익준 선배님은 저의 첫 드라마의 첫 파트너였어요. 그래서 특별하게 기억되는 분이죠. (양익준) 선배님이 드라마를 촬영하는 내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긴장감을 덜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병헌 선배님은 저에게 사인을 해주셨는데 그때 선배님이 펜을 들고 몇 초간 고민하다가 어떤 문구를 적어주셨어요. 무슨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열어보니 '꼭 다시 만나게 되기를'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그 문구를 읽으면서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웠어요."

끝으로 옥자연은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자신을 연기자의 길로 이끌었던 연극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고 말했다. 장르를 넘나들며 여러 채널로 대중과 만나는 배우가 되는 것이 그녀의 최종 목표다.

"어떤 현장이든 좋은 작품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어요. 드라마, 영화, 무대 등 활동에 경계를 두지 않는 게 배우로서 최종 목표인 셈이죠. 제가 설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고 그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지금의 마음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요."

옥자연과의 대화에서는 유독 공백이 많았다. 그럼에도 공백이 불편하지 않았던 건 정적을 메우는 그녀의 깊은 생각과 질문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연기에 있어서도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는 옥자연은 천생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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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시 슈트 H&M, 화이트 슈즈 레페토.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민기원
스타일링
박희경
헤어&메이크업
재현, 모란(이유)
2021년 08월호

2021년 08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민기원
스타일링
박희경
헤어&메이크업
재현, 모란(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