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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의 행복론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첫사랑의 아이콘’ 배우 이연희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On March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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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연희는 10대 때 연예계에 데뷔해 청춘스타를 거쳐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중, 영화 <새해전야>를 만났다. "저의 20대를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그래서 더 공감했고 위로도 받았어요. 관객에게도 힐링 같은 영화이길 바라요."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렸다. 극 중 이연희는 스키장 비정규직으로, 남자친구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현실에서 벗어나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나는 '진아' 역을 맡았다. 그곳에서 진아는 와인 배달 일을 하는 '재헌'(유연석 분)과 우연히 만나 함께하게 된다.

<새해전야>에는 이연희를 비롯해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동휘, 천두링, 염혜란, 최수영, 유태오가 출연한다. 이연희는 <결혼전야>(2013)에 이어 홍지영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6년 만에 스크린 복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개봉이 조금 늦어졌지만, 새해가 두 번 있어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지나고 보니 이때 개봉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웃음) 워낙 밝은 영화이다 보니 관객이 부담 없이 볼 수 있고 또 작은 위로를 받지 않을까 싶다.

영화 <새해전야>를 선택한 이유는? '연말에 보고 싶은 영화'가 주는 설렘이 있다. <새해전야>는 그런 영화다. 그래서 고민 없이 선택했다. 다양한 커플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물이다.

영화 <결혼전야>에 이어 <새해전야>까지 '전야' 시리즈에 연이어 출연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해 제의가 들어왔을 때 강력히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실 <새해전야>는 감사함과 더불어 책임감 같은 것도 좀 있었다.(웃음) 여행을 간다는 콘셉트가 <결혼전야>와 비슷하긴 하지만 역할이 처한 상황은 달라서 새롭게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홍지영 감독님과 미팅도 많이 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전화해 소통했다. 그럴 정도로 감독님과 편한 사이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했고, 다시 한번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다.

<결혼전야>를 찍을 땐 정말 결혼 전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결혼 전에 <결혼전야>를 다시 봤다. 전반적인 스토리가 잘 이해돼 신기했다. 찍을 땐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공감이 된다고 할까? 새로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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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는 매사가 어려웠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삶이었다.
그래서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다. 30대가 되고 나니 거짓말처럼 편안해지더라.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이가 드니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웃음)
낯가림도 적어지고 긴장감도 줄어들었다.


<새해전야>는 아르헨티나 로케이션 촬영이었다. 힘들진 않았나? 사실 해외 촬영이 잡히면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한정된 시간 안에 촬영해야 하기에 배우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예전에 한 달 반 정도 해외에서 드라마를 촬영한 적이 있는데 당시 감독님이 '하루에 한 끼는 한식'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땐 잘 몰랐는데 촬영을 끝내고 보니 그게 너무 중요하더라.(웃음) 결국 한국인은 '밥심'이다. 그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 즉석밥과 라면 포트를 챙겨 갔다. 라면 포트가 이것저것 요긴하게 쓰였다. 덕분에 잘 먹고 왔다.(웃음)

아르헨티나는 어땠나? 아르헨티나에 도착하는 순간,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게 새로웠다. 흑백에 가까운, 번화하지 않은 곳이 많더라. '여기가 아르헨티나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진아'도 그 마음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점점 캐릭터의 스토리라인을 찾아갔다.

극 중 일방적 이별을 당하고 무작정 멀리 떠나는 진아를 연기했다. 공감됐나? 사실 나도 20대 때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첫 해외여행을 혼자 갔다. 맛집, 예쁜 가게, 재래시장과 미술관 등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진아처럼 모든 게 새롭고 힐링이 됐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부터 작품이 마무리될 즈음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게 루틴처럼 됐다.

상대 배우 유연석과의 호흡은 어땠나? 오래전에 의류 모델을 함께한 적이 있다. 당시 유연석 씨는 한창 주가가 오를 때라 무척 바쁜 시기였다. 지친 상황에서도 무척 나이스하고 배려심이 많아서 좋은 기억을 지니고 있었다.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좋았다. 덧붙이자면 사실 유연석 씨는 극 중 재헌과 실제로도 굉장히 잘 맞는다. 해외에 잘 적응하는 스타일이고 대화도 스스럼없이 트렌디하게 나누더라.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웃음)

이별하고 아파하고, 다시 안정을 찾는 과정을 짧은 시간 안에 세밀하게 그렸다. 감정선을 잡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나? 첫출발은 '공감'이었다. 진아의 상황이 공감이 많이 됐다. 나도 힘들 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파리로 훌쩍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를 떠올리며 연기했다.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그 대사가 너무 좋았다. "잠시 쉬어가는 시에스타(낮잠)였나 봐요." 여행을 끝내고 진아가 내린 결론이다.

촬영 현장에서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하다. 전에는 소심했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편이다. 그게 얼마 안 돼서 아쉽기도 하다. 언젠가 한 작품을 끝냈는데 '왜 이렇게 답답하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그동안 남의 시선을 의식해 현장에서 한마디 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그 이후부터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촬영한 MBC <시네마틱드라마 SF8-만신>은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캐릭터나 스토리를 크게 따지지 않고 노덕 감독님과 작업해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노덕 감독님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참여한 작품이라 즐거웠다.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를 좀 더 깊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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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연기에 대한 고민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컸다.
그 시기를 지나 30대가 되니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고, 이게 달란트란 생각에 고마움이 들더라.
이전까지는 잘 몰랐던 감정이었다. 그러면서 행복을 찾아 나갔다.
내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순차적으로 한 결정이 결혼이었다.

지난해 깜짝 결혼 발표… "안정감 찾았다"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연기에 열정을 보이는 중에 깜짝 결혼 발표를 했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이연희는 지난해 6월 비연예인 남편과 결혼식을 올렸다.) 20대 때 연기에 대한 고민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컸다. 그 시기를 지나 30대가 되니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고, 이게 달란트란 생각에 고마움이 들더라. 이전까지는 잘 몰랐던 감정이었다. 그러면서 행복을 찾아 나갔다. 결국 내가 가장 우선시돼야 하고, 내가 안정을 찾아야 하고, 내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순차적으로 한 결정이 결혼이었다. 갑자기 한 결정은 아니었다.

결혼, 해보니까 어떤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지만 나에게는 분명 큰 변화이자 새로운 경험이 됐다. 결혼한 상황에서 맞게 된 새로운 환경은 설레기도 하고 생각의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안정적이고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어려움은 닥친다. 예전 같으면 그 상황이 힘들고 고민스럽겠지만 이제는 고민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왜냐하면 이 어려움을 지혜롭게 잘 넘기면 예전보다 성장한 내가 있더라. 30대 중반을 달려가는 요즘, 이 나이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30대 초반에도 느끼지 못한 감정이다. 개인적으로 지금이 참 좋은 시기다.

남편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친언니와 카페에 가더라도 나를 알아보는 것 때문에 언니가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런 가족을 생각하면 미안하다. 그래서 남편 공개는 더 조심스럽다. 남편은 내 배우 활동에 대해 서포트를 많이 해준다. 사회의 전반적인 내용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 나에게는 도움이 많이 된다.

되돌아봤을 때 '번아웃'을 느낀 적이 있나? 20대 중반에 일을 열심히 하다가 어느 순간 쉼이 생기는 시간이 있었다. 하루는 잠이 안 와 힘들어하며 밤을 새우게 됐는데, 너무 답답하고 너무 나가고 싶더라. 근데 사람들 시선 때문에 편하게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상황에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 차를 끌고 올림픽공원 쪽으로 나갔다. 푸르른 것이 보고 싶었다. 자연을 보다 보니까 마음이 조금 풀리더라. 나에게도 그런 위기가 있었다.

자신의 20대를 표현한다면?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삶이었다. 마치 내가 아닌 가면을 쓴 것 같은 기분이랄까. 누군가에게 화를 내지도 못하고, 관계로 인한 상처도 마음에 쌓아두다 보니 연기자 생활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경험도 적은데 사회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정체성에 혼란이 찾아와 힘들었다. 내 이야기를 직접 하기보다 매니저를 통한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매사가 어려웠던 시기다. 그래서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다. 30대가 되고 나니 거짓말처럼 편안해지더라.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이가 드니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웃음) 낯가림도 적어지고 긴장감도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계속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꼽자면? 여행이다. 작품이 중반쯤 흘러가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진다. 그럴 때마다 촬영이 끝나면 갈 여행 계획을 세운다. 그 기대감으로 힘든 상황을 견뎌왔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도시가 있나? 파리를 찬양한다.(웃음) 와인과 낭만의 도시가 아닌가. 차 없이 걸어 다니기에도 너무 좋다. 멋쟁이도 많고, 자유로운 분위기도 좋다. 파리는 내게 특별하다.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갔던 곳이다. 혼자서 무작정 갔는데 겁도 났다. 그래서 비상시에 연락할 수 있는, 현지에 살고 있는 분의 연락처를 갖고 갔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좋게 남아 있어서 여전히 연락하며 지낸다. 아, 개인적으로 베를린에도 가보고 싶다. 예술적으로 발달한 도시라고 들었다. 베를린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차에 코로나19가 터져 못 가게 됐다.

오래 몸담았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이적했다. 지난해부터 여러 변화를 겪었다. 소속사 이적은 고민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함께했던 고마운 분들이라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분들 또한 내 의사를 존중해주셨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 변화하고 싶었다. 새로운 도전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설렘이 크다.

새해 계획도 궁금하다. 언젠가부터 계획을 잡기보다 하나하나 주어지는 일을 즐거워하며 해나가는 것에 익숙하게 됐다. 그래서 특별한 계획은 없다. 소소하게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운동을 하고 싶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히 콘텐츠를 많이 접하게 됐는데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도 든다.

<새해전야>가 남긴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의 20대를 대변할 수 있는, 나와 오버랩되는 캐릭터를 만나 작품으로 남겨놓아 마음이 뿌듯하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에이스메이커
2021년 03월호

2021년 03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에이스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