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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산다는 것

서유정이 2년 만에 돌아왔다. 배우가 아닌 어엿한 엄마로.

On October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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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 코듀로이 재킷·팬츠 모두 쓰리젝트,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 플라이런웨이, 스니커즈 코스, 골드 이어 커프·골드 링 모두 엠주, 레이어링 골드 네크리스 아티카.


지난 2년 사이, 서유정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다. 결혼 3년 차에 임신이라는 예상치 못한 축복을 안았고 43세에 늦깎이 엄마가 됐다. 지난해 11월 출산한 서유정은 요즘 딸아이 송이와 함께 매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초보 엄마로 육아에만 전념하던 그녀를 오랜만에 <우먼센스> 카메라 앞으로 불렀다.

"이런 촬영이 한 2년 만이라…." 조금 상기된 모습으로 촬영장에 방문한 서유정은 프로답게 금세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다가도, 딸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이 바뀌었다. 온라인 마켓에서 식재료를 사고, 동네 이유식 카페에서 잠깐의 일탈을 느낀다는 서유정은 영락없는 우리네 엄마 모습이었다.

양가 도움 없이 홀로 도맡아야 하는 육아가 고되고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요즘 서유정에게는 딸이 세상의 전부다. 염원했던 소중한 생명인 만큼, 엄마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단다. 그녀가 지난 2년간 출산과 육아 사실을 쉬쉬해왔던 이유기도 하다.

좋은 기회에 자연스럽게 딸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서유정은 2년 만의 공백을 깨고 용기를 냈다. <우먼센스>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하는 엄마 서유정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아이 키우느라 요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엄마가 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아이가 또래에 비해 발달도 빠르고 활동량도 많아 1분도 가만히 못 있어요. 아침과 낮에는 아이를 잡으러 다니느라 정신없고, 밤에는 잠투정하는 아이를 돌보느라 선잠을 자는 게 습관이 됐어요. 돌이켜보니 임신한 후에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더라고요.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괜찮은데 혼자서 살림과 육아를 전부 하려니까 힘에 부칠 때가 있죠. 시부모님은 멀리 사시고 친정어머니는 70대라 부탁하기 죄송하더라고요. 남편이 옆에서 조금씩 도와준다고 해도 엄마이기에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육퇴'가 없는 삶이라 고단하죠.


엄마가 된 기분이 어떤가요? 저는 사실 아이를 못 낳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혼 후 임신 계획을 세웠을 때는 뜻대로 되지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점점 기대를 않게 되더라고요. 임신에 대한 미련이나 생각을 떨쳐버리자고 생각했는데 우연찮게 자연 임신이 된 거예요. 시간이 흘러서 배가 점점 불러오는데도 믿기지 않았어요. 아이를 낳은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엄마라니' '내가 아이를 낳았다니' 이런 신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요.(웃음)


그동안 출산 소식을 밝히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요. 직업 특성상 대중에게 평가받는 것이 당연한데, 그 대상이 제 아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대외적으로 알리기보다는 조용히 아이를 키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임신 중에 몸이 많이 힘들었어요. 입덧이 심했고 '환도선다' 때문에 옆구리 통증이 상당했거든요. 자연분만이 어려워 제왕절개수술을 했는데 출산까지의 과정이 여러모로 너무 고돼 사실 소식을 알리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어요.


대외적으로 축하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요?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어요. 초보 엄마라면 공감할 텐데, 출산 후 100일까지는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게 겉으론 쉬워 보여도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말을 아꼈던 것도 있고요. 사실 지금도 두려워요.(웃음) 소식이 알려지면 많은 분이 축복해주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를 낳고 겁이 많아진 거죠. 제 아이를 세상에 노출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조용히 지내려고 해요. 아마 SNS에 제 아이 사진을 올리는 일은 없을 거예요.(웃음)


첫아이인 만큼 더 조심스러워 보여요. 맞아요. 하물며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에 뒤척일까 봐 노심초사할 정도예요. 임신 중에 배 속의 아이에게 많이 의지를 했거든요. 1년 가까이 품고 살면서 정말 많은 힘을 얻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힘들다가도 잠든 얼굴 한번 보면 마냥 행복해지는 게 엄마 아니겠어요? 제가 잠깐 주방에만 나가도 빼꼼히 쳐다보는데 그 얼굴이 저에게는 힐링이에요.(웃음) '얘는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최선을 다하고 싶어져요. 앞으로도 제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소홀해지거나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해요.


그럼에도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요? 대화와 공감 부족이오.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와 대화라도 하면서 위로받으면 금방 풀릴 텐데 그런 상대가 없거든요. 매번 식구들이나 친구들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잖아요. 혼자 감내하고 삭이는 거죠. 아이는 어려서 소통이 힘드니 집에 있을 때는 말을 안 하거나 주로 혼잣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필 제가 임신하기 바로 직전에 인천 송도로 이사를 했거든요. 친구나 지인을 만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친구들도 가까이 살면 점심때 만나서 밥이라도 편하게 먹게 도와줄 텐데 왜 이렇게 멀리 갔냐고 안타까워 하고 있어요.


송도로 이사를 간 이유가 있나요? 결혼 후에 강남에서 2년 정도 살았는데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심리적으로도 지쳤거든요. 이사를 준비하던 중에 우연히 송도를 알게 됐는데 좋더라고요. 집 앞에 공원도 많고 도로도 넓고 차도 거의 없어 한적했어요. 신혼부부, 가족 단위가 대부분이라 무엇보다 좋아요. 아이가 많아서 전반적으로 동네 분위기가 따뜻하거든요. 쇼핑센터도 아이들 놀이 문화 위주로 돼 있어서 육아를 하기에는 좋은 동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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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건디 홀터넥 니트 원피스 자라, 골드 이어 커프 엠주.

"속부터 단단하게 채워나가는 사람이고 싶어요. 일이든 사람이든 진심을 다하고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어요. 제가 떳떳해야 제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단 하루만 육아에서 벗어난다면 뭘 하고 싶나요? 마음 편하게 밥 한 끼 먹고 여유롭게 경치를 둘러보고 싶어요. 아니면 하루 종일 누워 있거나.(웃음) 신혼 때까지는 당연했던 일상인데 지금은 상상이 안 돼요. 요즘은 집 앞 이유식 카페에서 잠깐 엄마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게 가장 큰 일탈이에요.


출산 후에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뭘까요? 임신할 때 11kg 정도 쪘는데 입덧이 워낙 심하고 음식을 가려 먹어서 막달에는 오히려 살이 빠졌어요. 출산 후에는 딱히 운동할 겨를이 없었는데 잠시도 앉아 있을 시간이 없어서인지 자동으로 운동이 된 모양이에요. 다만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틈틈이 했어요. 몸조리를 하고 생활 루틴이 자리 잡아갈 때쯤부터는 오후 6시 이후 금식을 했고요. 식단을 관리할 여력은 없어 한 끼를 제대로 먹었다면 다른 한 끼를 가볍게 먹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조절했어요. 5일 내내 오후 6시 이후 금식을 하고 주말은 '보상데이'로 정하는 거죠. 무엇보다 육아를 하려면 체력을 키워야겠더라고요. 활동 공백기라 몸 관리가 느슨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벌써 결혼 4년 차예요. 남편과는 어떻게 지내나요? 임신 전까지는 신혼처럼 지냈어요. 남편이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구석이 있거든요. 대부분 남편이 주말에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데 반해 제 남편은 밖으로 놀러 나가는 걸 좋아해요. 예쁜 카페에 가거나, 같이 걸으면서 경치를 즐기거나, 집 인테리어를 구경하면서 부부보다는 연인처럼 신혼을 즐겼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약이 많아서 꿈도 못 꾸죠.(웃음) 아이가 걸어 다닐 수 있으면 좀 더 자유로울 텐데 밖에 나가서도 계속 돌봐줘야 하니까 즐길 여력이 없어요. 외식을 해도 빠르게 밥만 먹고 자리를 뜨는 게 일상이에요. 남편이야 사회생활을 하지만 저는 아이의 루틴에 맞춰 살기 때문에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밖에 나와도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 결국 아이 걱정을 하게 되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을 공개할 생각은 없나요? SNS는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판단하기 쉽지만 방송은 저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니까 차라리 부담이 덜해요. 좋은 제안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해요. 사람 사는 것 다 똑같잖아요. 시청자 중에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이 분명 있을 테니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육아에 지쳐 일에 대한 갈망이 커지진 않나요? 아이의 어린 시절을 지켜주지 못한 워킹맘이나 아이 위주의 삶을 살다가 자괴감에 빠지는 전업주부나 각자의 고충이 있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이 양가감정이 이해가 돼요. 다만 저는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엄마라는 타이틀을 다는 순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잖아요. 여자로서 꾸미고 싶은 욕구도 참게 되고 그러다가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우울증이 찾아올 때도 있고요. 아이 앞에서 행복하게 웃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가 있는데 그 감정에 파묻히면 저 스스로가 바닥을 칠 것 같았어요.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닐까' '내가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같은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아요.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제 심지만 단단하다면 복귀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건강한 마인드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제 데뷔가 1996년이에요. 직장인으로 따지면 임원진급일 텐데 한 직장에 포기하지 않고 오래 몸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그동안 시련도 있고 작품을 못 했을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게 용기 있고 대견하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됐으니 복귀 이후에도 더욱 건강한 마음가짐을 다지려고 해요. 저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고 싶거든요. 누구를 만날 때나 작품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결국 제가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지향하는 것은 엄마가 된 뒤의 변화일까요? 제 아이만 무조건적으로 챙기는 사람이고 싶진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도 배려 깊고 친절한 사람이고 싶어요. 속은 배배 꼬였는데 겉으로만 밝은 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속부터 단단하게 채워나가야죠. 일이든 사람이든 진심을 다하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어요. 그래야 제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이 갈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예민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이제는 좀 더 유연하고 쿨해지고 동글동글해지려고 해요. 이런 모든 변화가 저를 더 나은 엄마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엄마가 되고 싶나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본만 하는 엄마요. 학부모 간의 경쟁에 휘말려 내 아이를 조급하게 몰아붙이고 싶진 않아요. 제 이미지가 까다롭고 깐깐해 보여도 보기와는 다르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는 성격이에요.(웃음) 이유식 카페에서 처음 만난 엄마들에게도 "이건 뭐예요?"라고 먼저 물어보고 좋은 것들은 추천해주기도 해요. 눈치 싸움 할 거 없이 먼저 벽을 허물고 다가가면 편해요. 특별하게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보다는 주변 상황에 잘 어우러지게, 이치에 맞게 키우자는 생각을 해요. 내가 여유롭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때 내 아이도 행복해지니까요.


서유정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곧 딸아이 돌이에요. 돌이 지나고 나면 슬슬 복귀를 타진해보려고 해요. 요즘에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자유롭고 작품에 열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오랫동안 스크린에 모습을 안 비쳐 오랜만에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물론 드라마도 좋고 예능 프로그램도 좋아요.(웃음) 내년에 복귀 물꼬를 트려면 지금부터 슬슬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서유정이라는 선택지가 있었다는 걸 관련 업계에서도 알아줄 테니까요. 대중에게도 '서유정이 있었구나, 잘 살고 있었구나' 알리고 싶어요. 엄마이자 배우로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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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오버사이즈 니트 터틀넥 로맨시크, 화이트 쇼츠 리이, 베이지 리본 디테일 부티 레이첼콕스.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지다영
스타일링
조아라
헤어·메이크업
현주
2020년 11월호

2020년 11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지다영
스타일링
조아라
헤어·메이크업
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