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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부동산 시장, 영혼까지 끌어모아 내 집 마련하는 젊은 층 늘어나

문재인 정부가 23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집값, 이번엔 과연 잡힐 수 있을까?

On September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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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게, 헌 집 다오!

지난 8월 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권역 등 수도권에 대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6.17 대책과 7.10 대책 이후 한 달 간격으로 이어진 정부의 이례적인 발표로, 들끓는 ‘집값 민심’에 대한 보완책으로 보인다. ‘8.4 공급대책’에서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에 무려 13만 2,000호의 신규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이번 공급 대책에서는 ‘노른자위 땅’이라 불리는 강남, 용산, 마포 지역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서울 상암동의 DMC 미매각 부지는 물론 용산의 미군 부대 반환 부지, 반포동 조달청 부지, 서초동 국립외교원 부지 등에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에서 핵심 키워드는 ‘공공 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이다.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고, 35층으로 묶여 있던 층수 제한도 규제를 완화해 50층까지 허용하겠다는 것.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 입지에서 택지 개발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고밀도 개발을 허용해 공급량 늘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홍 장관은 이날 발표에 앞서 “강력한 대책 추진을 통해 부동산시장 절대 안정을 도모하고, 철저한 시장 점검을 통해 시장 교란 행위 발본색원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집값 잡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대변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계획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부동산시장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실질적으로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전체적인 거래 물량을 늘려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공공분양 물량이 더해질 경우 ‘로또 분양’으로 다시 한 번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첨예하게 맞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물 증가가 바로 집값 하락으로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전과 반환, 환경오염 실태 조사 등의 문제가 줄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당장의 주택 공급은 어려울뿐더러 부동산시장의 대기 수요자가 워낙 많아 현재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으로는 집값 하락을 기대하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금까지 발표된 대책이 더해져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집값 안정화 효과를 낼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부동산 정책은 다른 정책에 비해 정책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공급 축소 정책의 결과가 지금 이 정부에서 집값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정부의 목표는 세금을 더 거두는 것에 있지 않다. 이는 집값 안정화라는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청약’이라 쓰고 ‘로또’라 읽는다

‘8.4 대책’이 무색할 만큼 청약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공급 물량이 현저히 줄어들 것을 우려해 무주택자들이 대거 ‘청약 경쟁’에 돌입한 것. 지난 8월 13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을 받은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은 서울 서북권 개발의 중심으로 손꼽히면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시세 대비 분양가가 5억원가량 낮게 책정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5억 로또’나 다름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인근의 L아파트는 거래가가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뛰어오르며 ‘투기 세력’들의 쾌재를 불러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높은 경쟁률과 낮은 가점으로 흔히 ‘청포족’이라고 불리는 3040세대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청약에 당첨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강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개포주공 1단지는 분양가가 22억원 정도로 책정됐는데, 인근 아파트와 비교하면 10억원가량 싼 금액으로, 당첨만 되면 ‘인생 역전’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8.4 대책’을 통해 공개된 지분적립형 분양에 대해서도 많은 이견이 쏟아졌다. 청약통장 납입 금액과 자녀 수, 거주 기간 등 체계적인 기준이 있는 일반 분양과 달리 100% 추첨제로 운영하는 방식이 오로지 ‘운’에만 기대해야 하냐는 것이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분양을 없앤다는 의도로 만든 정책이 결국 당첨 자체를 ‘로또화’시켰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심심치 않게 들리던 ‘로또 아파트’가 이제 공공연한 부동산 용어처럼 쓰이고 있는 요즘, 청약의 문은 좁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청약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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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매매’와 ‘부동산 블루’

요즘 2030세대에게 ‘영끌 대출’ ‘영끌 매매’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매매해야 겨우 내 집 마련에 성공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집값 잡겠다고 나선 정부의 23차례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인 집값을 보며 젊은 무주택자들의 추격 매수량이 크게 급증했다. 지난 2년 동안 30대가 받은 주택 담보 전세대출은 130조원에 육박할 정도다(통계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 7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홍남기 부총리에게 “30대는 향후에 우리 경제에서 내수와 소비를 담당해야 되는 세대인데 이런 과도한 대출을 통해 가처분소득이 계속 줄어들어 국민경제 전체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굉장히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강도를 높이며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부동산 블루’라는 신조어도 새롭게 떠올랐다. 부동산 블루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혼란의 부동산시장과 우울증을 뜻하는 ‘블루’라는 단어가 더해진 합성어다.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정부 부동산 정책 반대 집회에서는 부동산 블루를 겪고 있다는 이들의 분통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7월 말 전격 시행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정책으로 무주택자도, 유주택자도 모두 절망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세 계약기간을 4년(2+2)으로 늘리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4년 뒤 계약 만료와 함께 보증금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전세나 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인상 상한을 5%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가 전셋값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패일까? 아닐까?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들며 그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패론’이 솔솔 새어 나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수십 차례 정책 발표를 통해 ‘강경한 규제 방안’을 집값 안정화 정책으로 앞세워왔다.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 등 주택에 부과되는 세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다주택자들을 투기성 세력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규제해왔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은 정책 의도와는 딴판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8월 3일 열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집값 상승 실태 발표 기자회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은 34% 올랐으며 이 중 아파트값 상승률은 52%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문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지적하며 “최근 아파트값 상승 등의 현상이 왜 생겼겠나. 문정부의 3년에 걸친 경제 정책의 완전한 실패에서 온 것이다. (집값이) 오르면 규제 일변도로 나가서 규제가 규제를 낳는 상황이다. 선량한 시민들은 아파트값이 자신의 과실과 상관없이 올라갔다. 원인 규명을 제대로 못 해서야 어떤 조치도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이건 정부가 세법으로 우격다짐을 한다고 해결 못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뚜렷한 성과 없이 날로 강도를 높여가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낙관적 전망’ 속 그의 업적이 어떤 역사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직(職)보다 집?

한편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 참모진이 실상은 ‘다주택자’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들이 과연 무주택 서민과 청년, 약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가능하겠냐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러한 비판에 ‘1주택만 남기고 모두 처분하라’는 ‘매각 권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12월 노영민 비서실장은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내 고위 공직자들에게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들을 처분해 국민에게 솔선수범할 것을 권고했다.

8개월이 지난 현재, 김조원 민정수석과 이남구 공직기강비서관, 이지수 해외언론비서관 등 총 8명의 참모진은 마감 기한이 넘도록 집을 처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8월 7일 청와대는 대변인을 통해 노 실장을 비롯한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등 청와대 수석 비서관 5명이 일괄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최근 부동산 정책에 따른 논란을 책임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에서다. 사의를 표명한 6명 중 3명이 여전히 다주택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벼슬보다 부동산이 좋은 것인가” “팔기 싫어 떠나는 것 아니냐”는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일요신문> 제공
2020년 09월호

2020년 09월호

에디터
김두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