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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엔 이 책을 꺼내 읽어요

독서의 계절에 즐기는 도서 추천.

On September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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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책방
문맹과 작가 사이에서

작가의 문체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작가라는 이들이 언어를 가장 능수능란하게 다룬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언어를 무기처럼, 일상용품처럼, 가재도구처럼 다룬다. 짧거나 길게, 여운을 남기거나 딱딱 끊어 치거나 넓게 펼치는 등의 방법을 써가며 한 편의 작품으로 엮어낸다.

언어는 그들이 노는 물이기도 하고, 언어 자체가 그들을 물 삼아 헤엄치고 노닐기도 한다. 독자는 그 파도와 찰방임과 해일을 느끼며 작품에 잠긴다. 그러니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언어를 빼앗기고 폭력적으로 ‘문맹’이 됐을 때의 절망감이 어떠했겠는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1935년 10월 30일 헝가리 치크반드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독서광이었다. 그의 자전소설인 <문맹>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주운 종이 쪼가리, 요리 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

그에게 있어 독서는 ‘치유되지 않는 병’이다. 모든 것을 읽어대던 작은 아이는 다양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도 몰두한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 믿는 세 살짜리 남동생에게 주워 온 아이라고 속삭이고, 여동생을 믿지 않는 오빠에게도 바보 같은 이야기들을 시도한다.

가족과 헤어져 낯선 도시의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 읽고 쓰는 일은 절실한 탈출구가 된다. 그러나 전쟁은 그에게서 언어를 앗아갔다. 처음에는 하나의 언어밖에 알지 못했던 어린 그는 9살 때 국경도시로 이사 가면서 독일어를 만나게 된다.

1년 후 외국 군인들이 헝가리를 점령하면서 러시아어가 학교에서 의무화된다. 1956년 소련 탱크가 들이닥치자 반체제 운동을 하던 남편과 아이와 함께 스위스로 탈출한 그는 ‘완벽한 미지의 언어와 맞서게’ 된다. 읽고 쓰는 것을 미치게 좋아하던 한 아이가 21살에 문맹이 된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이 언어를 정복하려는 나의 전투, 내 평생 동안 지속될 길고 격렬한 전투가 시작된다. 내가 프랑스어로 말한 지는 30년도 더 되었고, 글을 쓴 지는 20년도 더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언어를 알지 못한다. 나는 프랑스어로 말할 때 실수를 하고, 사전들의 도움을 빈번히 받아야만 프랑스어로 글을 쓸 수 있다.”

그는 프랑스어를 미워한다. “이 언어가 나의 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프랑스어로 훌륭한 작품을 써낸다.

스위스에서 시계 공장 일을 하며 가난과 싸우던 그는 27살에 바라던 대학에 들어가 프랑스어를 배웠고, 1986년에 내놓은 첫 소설 〈비밀 노트〉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비밀 노트〉 〈타인의 증거〉 〈50년간의 고독〉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3부작으로 묶여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2011년,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한다. 그의 또 다른 고향이자 영원히 익숙해질 수 없었던 프랑스어의 나라에서.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들처럼은 프랑스어로 글을 결코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쓸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언어로 거장이 됐다.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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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클래식>

지휘자이자 바리톤, 음악 칼럼니스트 안우성이 외로운 남자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권한다. 음악과 음악가의 삶을 통해 자유롭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겼다. 안우성, 몽스북, 1만6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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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여행>

핀란드, 뉴욕, 발리 등 총 17권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소개하고 소설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그 안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걷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유정, 나무나무출판사,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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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작가 허지웅이 2018년 악성림프종을 겪은 뒤 쓴 신작 에세이다. 투병 이후 삶이 변화된 경험담을 썼고 지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25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허지웅, 웅진지식하우스,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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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한일경제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총괄 서기관으로 일본 현안 대응 업무를 담당한 저자가, 한국이 소부장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에 대해 모색한 책이다. 문준선, 스마트북스, 1만6천5백원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박주연
사진
김재경
2020년 09월호

2020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박주연
사진
김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