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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를 발굴한 MNH엔터테인먼트 이주섭 대표 - JYP 매니저에서 소속사 대표가 되기까지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고 했다. 다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포화된 가요 시장을 뚫고 중소기획사의 핸디캡을 이겨낸 것. 이는 이주섭 대표가 가진 긍정의 힘이다.

On July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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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이돌 시장에서 중소기획사는 경쟁력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MNH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가요계에서는 드물게 중소기획사의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이곳은 요즘 가장 핫한 솔로 여가수 청하의 소속사다. 이주섭 대표는 청하를 직접 발굴하고 육성해 지금의 자리에 올려놨다.

이주섭 대표의 이력은 꽤 독특하다. 동국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를 졸업했고 ROTC 장교로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에는 음악에 푹 빠져 록 스타를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가수는 포기했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매니저가 됐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2PM' 담당 매니저로 전성기를 함께 보냈고 매니지먼트 총괄팀장으로 일하며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10년의 시간은 좋은 자산이 됐다. 그 경험을 토대로 MNH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작은 규모지만 운영 방침만은 확실했다. 이주섭 대표는 주입식 공장형 아이돌을 지양했다. 소속 가수를 파트너의 입장에서 동등하게 바라봤고, 숨은 재능을 캐치해 그것을 브랜드화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뒀다. 그렇게 MNH엔터테인먼트 1호 아티스트 청하가 탄생했다. 청하의 성공으로 이주섭 대표는 또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그의 다음 목표는 지난해 데뷔한 걸 그룹 '밴디트'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급하진 않다. 속도보단 방향이다. 아티스트에게 걸맞은 콘텐츠와 스토리가 있다면 언제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주섭 대표의 생각이다. 그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언제부터 매니지먼트 일을 시작했나요? 27살에 처음 이 업계에 들어왔어요. 또래 매니저들 중에서도 일을 늦게 시작한 편이었지요. 원래는 제가 직접 밴드를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잘 안 풀리다 보니 제작자가 돼 재능 있는 사람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케팅이나 홍보는 공부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매니지먼트는 막막하더라고요. 직접 배워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 2005년 JYP엔터테인먼트에 매니저로 입사했죠.

제작자가 되고 싶어 매니저부터 시작한 거네요. 음반 팀 매니저를 지원했는데 처음 발령받은 건 배우 쪽이었어요. 입사하자마자 3년 넘게 신인 배우 매니저로 일했지요. 그러다가 '2PM'이 데뷔를 준비할 때 인력 보강 차원에서 음반 팀으로 넘어갔어요. 저에게는 기회였죠. 매니저의 역량이 상당히 중요한 시절이었거든요. 매니저가 방송국과 패밀리십을 잘 쌓지 않으면 일하기 힘든 구조였어요. 방송국에서는 오래 보고 지낸 매니저들을 선호했으니까요. 특히 음반 쪽은 회사와 상관없이 매니저들끼리 조직화, 기수화가 잘돼 있어 평판이 좋아야만 일하기 수월했어요. 그냥 열심히 하는 것밖에 답이 없던 시절이었죠.

가까이서 본 JYP엔터테인먼트는 어떤 회사인가요? 당시에는 프로듀서 박진영의 기획력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였죠. 박진영 프로듀서가 작곡부터 전반적인 콘셉트, 안무 등을 도맡아하니 '톱다운' 방식이 강했거든요. 워낙 프로듀싱을 잘하는 데다 회사 운영 능력도 뛰어난 분이니 그럴 수밖에요. 회사 운영 차원에서 보면 신인 개발이 중요한 영역인데, JYP엔터테인먼트에는 박진영이라는 프로듀서가 있잖아요. 비유를 하자면, 좋은 요리사가 좋은 재료를 공수해 그걸 골라내는 능력까지 갖춘 거죠. 현재는 본부별, 파트별로 시스템까지 체계화돼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아티스트들이 배출되는 거고요. '트와이스' '갓세븐'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잖아요. 지금도 저는 프로듀서로 치자면 박진영 프로듀서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매니저 일이 적성엔 잘 맞았나요? 성격 자체가 긍정적이고 적응이 빠른 편이라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스케줄이 넘쳐날 때도 일이 아니라 좋은 친구, 동생들 만나서 즐겁게 하루 보내는 느낌이었어요. 주변에서는 제가 오래 못 갈 줄 알았다더라고요. '서울에 있는 대학 나와서 ROTC 장교 하던 놈이 여길 왜 와?' '금방 그만두겠지' '못 버틸 거야' 하는 시선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계속 즐겁게 일했어요.(웃음) 잘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고요. 제 장점 중 하나가, 어떤 일이든 묵묵히 해내는 거예요. 그 관성대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갑자기 JYP엔터테인먼트를 그만뒀어요. 복합적인 이유였어요. 매니지먼트 총괄팀장 자리까지 오르고 나니 방송 PR이나 교류까지 도맡아야 했는데 일하며 시달렸던 부분도 없지 않았어요. 게다가 매니저 일이라는 게 보수가 넉넉지 못하잖아요. 아버님도 "다 접고 농사나 지어라. 지금보다 더 많이 벌 거다" 라고 하셨죠.(웃음) 진지하게 귀농을 생각할 때쯤, 아내의 제안으로 천안에서 1년 정도 빵집 운영을 했어요. 그런데 딱 1년 지나니까 슬슬 좀이 쑤시더라고요. 때마침 투자자에게 회사를 세팅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다시 서울로 올라온 거죠. 그렇게 MNH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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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요? 무대에선 당차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용한 편이에요. 그리고 묵묵히, 끈기 있게 그리고 완벽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스타일이고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혹독한 편이라 오히려 제가 자제시키는 부분이 있죠."

'2PM' 멤버들과는 여전히 연락하나요? 그럼요. 청하 데뷔할 땐 홍보 글 좀 써달라고 연락도 했었는걸요.(웃음) '2PM' 친구들과는 지금도 잘 지내요. 특히 (황)찬성이, (옥)택연이와 자주 연락하고요. '2PM'과 일할 때도 그랬지만 사실 사석에서 만나 술을 마시거나 하진 않아요. 제 나름의 철칙이에요. 비즈니스 파트너끼리는 적당한 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청하와의 첫 만남 기억하나요? 회사 설립 후에 신인 오디션을 계속 봤어요. 청하도 그 과정에서 만났고요. 미국에서 살다 왔고 춤 잘 추는 애라고 지인에게 소개받았는데 사실 처음에는 느낌이 잘 안 오더군요. 조그마한 체구에 말수도 적었거든요. 영입을 제안하기까지 총 세 번을 고민했어요. 뭔가 아쉬운데 막상 돌아서면 계속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연습을 시켜보자는 생각으로 영입했죠.

이렇게까지 잘 할거라고 생각했나요? 아니요. 영입하고 3개월쯤 지났을 때 우연한 계기로 Mnet <프로듀스 101>에 출연시키게 됐어요. 그거 보면서 알았죠. '얘 진짜 잘하는 애구나!' 하고요.(웃음) 방송을 보면서 청하가 어떤 애인지 파악해나갔어요. 회사에서는 청하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이미 갖춰진 실력만으로 회사를 대표해 나간 건데 본인 기량을 너무 잘 발휘한 거죠. '아이오아이(I.O.I)' 그룹 활동이 슬슬 끝날 때쯤에는 청하의 매력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엔 걸 그룹을 생각했는데 청하가 <프로듀스 101>로 너무 많이 성장해버려 '밴디트'로 나오는 건 무리였죠. 그 친구들은 준비가 덜 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솔로로 나갔어요. 탁월한 선택이었죠. 돌이켜보면 쳇바퀴가 딱 맞아 돌아가듯이 타이밍이 완벽했어요. 여러 가지로 청하와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고요.

청하의 성공 비결, 뭐라고 생각하나요? 무대에선 당차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심하고 조용한 편이에요. 그리고 묵묵히, 끈기 있게 그리고 완벽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스타일이고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혹독한 편이라 오히려 제가 자제시키는 부분이 있죠. 그런 완벽주의 성향이 성공 비결 아닐까요? 나이는 어리지만 본받을 점이 많은 친구예요.

곡을 상당히 까다롭게 고른다고 들었어요. 일단 청하 데뷔곡만 한 200여 곡 받았어요. 직접 다 듣고 심사숙고해서 골랐죠. 청하도 저도 귀여운 느낌의 곡을 선호하지 않아요. 저는 보통 팝 베이스인 곡에 끌리는데 청하 데뷔곡이었던 '와이 돈 유 노(Why Don't You Know)'가 팝 베이스이면서도 완성도가 있었어요. 사실 욕심이 나서 그 곡을 받고도 다른 대안을 계속 찾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햇빛이 쨍쨍한 어느 날, '와이 돈 유 노'를 틀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팝 느낌이 가미된 곡은 느끼해지기 쉬운데 그 곡은 탁 트인 시원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때 확신을 가졌죠.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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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디트'는 지난 5월 미니 2집 타이틀곡 '정글(JUNGLE)'로 첫 1위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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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는 정규 발매를 앞두고 지난 4월 선공개 곡 '스테이 투나잇(Stay Tonight)'을 발표했다.


청하는 소속 가수보다는 패밀리 느낌이 더 강한 것 같아요
. "우린 패밀리니까 끝까지 가자!" "나랑 시작했으니까 계속 같이 가야 돼."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말이 안 돼죠. 비즈니스 측면에서 함께 커갈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계속 일하는 거고,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청하가 더 큰 것을 찾아가는 게 맞겠죠. 청하가 믿고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제 몫이고요. 쌍방이 노력을 해야죠.

앞으로는 스캔들 관리도 중요하겠죠? 청하에게 한 가지만 약속해달라고 했어요.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저에게만은 꼭 얘기하기로요. 그래야 제가 대처법을 찾을 테니까요. 사랑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팬들의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라면 되도록 연애를 지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스캔들, 열애설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위치에 오르면 대중도 축하해주겠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거죠.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 얘기 없습니다.(웃음)

청하의 다음 스텝이 궁금해요. 저도 청하도 연기에 대한 꿈이 있어요. 제 욕심을 조금 덧붙이자면 한국보다는 할리우드에서 먼저 배우 활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청하가 동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고 영어를 할 줄 알고, 미국 문화를 이해하고 있으니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을 거라고 봐요. 최근에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했을 때도 연기를 할 수 있는 작은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고요. 그래도 당분간은 가수 활동에 초점을 둘 생각이에요. 아직 갈 길이 멀잖아요. 가수 인생의 절반도 안 채웠다고 생각해요. 좋은 능력을 가진 친구라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해요.

청하가 잘됐으니 '밴디트'에 대한 고민도 많겠어요. 많죠. 하지만 현재 스코어로 성공 여부를 점치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청하가 <프로듀스 101>으로 히스토리를 쌓았다면 '밴디트'는 앨범을 통해 본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해요. 회사 차원에서는 대중에게 인정받기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과 돈이 필요한 시점이죠. 현재까지 디지털 싱글 3장, 미니 앨범 2장을 발매했는데 데뷔 동기들과 비교해봐도 꾸준히 앨범 활동을 했거든요. 이제야 본인들의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천천히 스미는 매력이 있는 아이들이라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표님, 그래서 돈 많이 벌었나요? (웃음) 아직은 신인 발굴과 투자 단계라고 봐요. '밴디트'도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청하도 계속 좋은 콘텐츠를 입혀야 하죠. 사실 청하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아요. 청하로 인해 회사가 성장하고 있으니 회사도 청하에게 재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거죠.

MNH엔터테인먼트의 향후 목표는요? 영속성을 가진 회사를 만드는 거예요. 그러려면 회사의 시스템과 기틀을 잡아야죠. 5명이 회사를 열고 현재는 20명의 직원이 있는데 규모가 커진 만큼 단단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요. 대외적으로는 음악을 잘하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죠.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는 저희 회사에서 나온 음악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나가야죠. 가수는 인기로 흥망성쇠가 갈리지만 곡은 한 번 유명해지면 영원히 남는 거니까요. 계속해서 좋은 음악을 발굴해내고 그런 노력이 빛을 본다면 언젠가 모두에게 인정받지 않을까요?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김정선, MNH 엔터테인먼트
2020년 07월호

2020년 07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김정선, MNH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