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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에 묶인 목, 감금, 학대… 창녕 아동 학대의 전말

몸에는 화상 자국이 있었고 오래된 골절 흔적이 발견됐다. 학대를 받은 피해 아동은 고작 9살 소녀였다.

On July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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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아동 학대의 전말

'창녕 아동 학대' 소식에 연일 세상이 떠들썩하다. 피해 아동은 9살 소녀로, 발견 당시 몸에는 각종 고문의 흔적이 가득했다. 이 아이는 계부 A씨(35세)와 조현병(정신분열병)을 앓는 친모 B씨(27세)에 의해 학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의 학대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5월 29일, 한 시민의 신고에 의해서다. 머리 정수리가 찢어지고 온몸에 멍이 든 아이를 시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아이는 맨발로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시민이 이유를 묻자 "아빠가 때렸다. 엄마는 지켜보고 있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신고 접수 후 아이의 계부 A씨와 친모 B씨를 불구속입건해 수사를 시작했다. 아이는 경찰 및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과 조사에서 여러 가지 피해 진술을 했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다른 3명의 자녀와 달리, 이 아이에게는 신체에 여러 학대 정황이 포착됐는데, 진술에 따르면 아이는 평소 복층 구조의 집 다락방에 감금돼 있었다고. 아이는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었다는 점, 평소에 밥을 굶겼다는 점 등 피해 상황을 직접 밝혔다. 그뿐만 아니었다. 부부는 아이의 손가락을 프라이팬으로 지지거나 쇠 젓가락에 불을 달궈 아이의 발을 지지기도 했다. 글루건을 사용해 아이의 발등에 화상을 입힌 자국도 있었다. 또한 물이 가득 찬 욕조에 아이의 머리를 담갔다가 빼며 물고문을 시도했다. 실제로 아이의 목에는 쇠사슬을 찬 상처가 있었고 화상 자국이나 오래된 골절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집과 자동차 등을 압수수색해 글루건, 효자손, 쇠 파이프 등 아동 학대를 입증할 증거물을 확보했다. 아이가 주 2~3일 정도 꾸준히 쓴 일기장도 압수했다. 압수한 일기장은 여러 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에 따르면 아이는 5월 29일 오전 10시경, 잠시 목줄이 풀린 틈을 타 다락방 창문을 통해 베란다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45도 이상 경사진 지붕을 5m가량 건너가 옆집 다락방 베란다로 침입했다. 상당히 위험한 동선이었으나 아이는 그야말로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한 셈이다. 아이는 집에서 탈출한 뒤 어디로 갈 예정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진술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아이는 지난 6월 11일 병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으며 경남의 한 보호기관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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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꾼 비정한 계부

경찰은 피해 아동의 진술과 계부 A씨의 집과 차량에서 압수한 물품 등을 토대로 A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영장 전담 신성훈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해 "증거 인멸,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A씨는 지난 6월 15일 아동 학대 및 특수상해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딸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안하다" "남의 딸로 생각해본 적 없다" "제 딸이라 생각하고 많이 사랑한다"고 해명했다. "죽을죄를 졌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A씨는 1차 조사(6월 4일) 당시 학대 혐의를 부인했으나 2차 조사(6월 13일)에서는 "선처를 바란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학대 정도가 심한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끝까지 부인했다.

계부 A씨와 함께 학대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모 B씨는 지난 6월 12일 응급 입원했던 기관에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도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B씨는 보육당국이 법원 명령을 받아 피해 아동을 제외한 자녀 3명에 대해서도 임시보호 조치를 하려는 과정에서 자해 소동을 일으켰다. 경상남도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3명의 자녀에게 직접적인 학대 흔적은 없었으나 학대를 간접경험해 정서적 충격을 겪었을 것이라 판단했다. B씨는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넷째 아이를 임신, 출산하는 과정에서 1년간 약 복용을 중단했다. 경찰은 B씨의 정신질환이 학대에 영향을 끼쳤는지 전문의 정밀 검사를 통해 확인해보겠다는 방침이다. 정밀 진단이 끝나면 2주가량 행정 입원을 거쳐 조사를 받게 된다.
 

아동 학대 어떤 처벌 받나

매년 아동 학대로 숨을 거둔 아이는 국내에서만 무려 30여 명이다(보건복지부 집계). 그러나 학대 행위자들에 대한 처벌은 언제나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공분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특히 학대 행위자의 상당수는 5년 이하의 형에 그친다. 가벼운 폭행이나 상해일 때는 기소 자체가 안 되거나 집행유예를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형 선고는 아동이 사망한 경우에 가능한데 이 또한 '살인죄'가 적용되느냐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형량은 완전히 달라진다. 게다가 상당수 사건에서 가해 부모의 우울증 등이 감경 요소로 인정됐다.

처벌 강화에 대한 쓴소리가 높아지자 법무부는 지난 6월 아동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민법에서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나 민법이 개정된다면 징계권 삭제를 추진하거나 '체벌은 부모의 징계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개별 조항이 생길 방침이다. 하지만 체벌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동 학대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부모의 일반적인 훈육이 체벌인지, 학대인지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아동 학대 사건들

1
2019년 12월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5세 딸을 여행 가방에 3시간가량 가둬 숨지게 한 친모의 만행이 공분을 샀다. 하지만 이 여성에게는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돼 1심 선고심에서 징역 6년 선고를 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어릴 때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산후 우울증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감경 사유에 대해 밝혔다.

2
지난 6월 계모가 9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동안 가둬 숨지게 한 사건이다. 이 계모는 아이를 가방에 가두고 3시간가량 외출했으며, 돌아온 후 아이가 용변을 봤다는 이유로 더 작은 가방에 가뒀다. 결국 아이가 숨을 쉬지 않자 119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모에 대해 살인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도주 가능성을 우려해 계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3
2016년 친부와 계모의 학대 끝에 사망해 공분을 산 이른바 '평택 원영이' 사건이다. 피해 아동을 3달 동안 화장실에 가두고 몸에 락스를 들이붓는 등 학대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 가해 부모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돼 중형 선고가 가능했다. 계모 김 씨와 친부 신 씨는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27년과 17년을 선고받았다.

4
지난해 5월 인천광역시 한 아파트에서 생후 7개월인 영유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친부는 징역 20년을, 친모는 장기 징역 15년에 단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아이를 방치한 채 각각 게임방과 술집을 전전했다. 아이의 시신은 아파트 거실에 놓인 라면 박스 안에서 발견됐다. 머리와 양손, 양다리에는 긁힌 상처가 발견됐다.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YTN·JTBC 캡처
2020년 07월호

2020년 07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YTN·JTB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