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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희는 혼자 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서정희가 책을 냈다. 사는 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한 여자의 이야기란다.

On June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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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림하는' 서정희에 익숙해져 있다.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엄마로 연예인과 전업주부의 모호한 경계선에 서 있는 서정희가 친숙하다. 이혼 6년 차, 그녀가 펴낸 책 <혼자 사니 좋다> 속 서정희는 현모양처도, 살림꾼도, 주부들의 롤모델도 아니다. 집에서 혼자 노래하고 춤추고, 옷과 액세서리를 다 꺼내 패션쇼를 하는가 하면 낭만을 꿈꾸며 로맨스 영화를 곱씹기도 한다. 평생 까탈스럽고 예민하게 살아온 그녀가 스스로를 너무 사랑해 벌어지는 시트콤 같은 순간들이 담겨 있다. 우리에겐 낯선 모습이지만 싫지만은 않다. 연속극 같던 인생을 로맨틱 코미디로 바꿔보겠다는, "프리덤!"을 외치며 잠자리에 든다는 발랄해진 서정희를 만났다.


여전히 아름다우세요.
꾸준히 관리해온 노력의 산물이에요. 누군가는 저보고 '돈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저는 돈보다 제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이 더 많이 들어간 결과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난 40여 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팩을 하고 샤워하면서 마사지를 했어요. 피부의 시간을 멈추고 싶지만 피부과 시술은 꺼려지고, 베개에 묻는 게 싫어 잠들기 전 영양 크림조차 바르지 않죠. 10년 넘게 하루 5분씩 다리를 묶어두는 일도 빼놓지 않아요. 덕분에 나이가 들어서도 곧은 다리 모양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요.

군살이 하나도 안 보여요.
갱년기를 겪으면서 48kg까지 찐 적이 있지만, 평생 40kg 초반을 유지해왔어요. 살이 찌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틈날 때마다 셀프 마사지를 하기 때문일 겁니다. 여러 마사지 숍을 다녀본 후 전문가들의 마사지법을 응용해 나만의 초스피드 5분 마사지법을 개발했죠. 땀을 흘리거나 배고픔을 참으면서 고통스럽게 다이어트하는 건 저랑 맞지 않아요. 오히려 군것질거리를 입에 달고 살아 팔순 가까운 엄마가 미국에서 오실 때면 늘 커다란 초콜릿 상자를 가져오실 정도예요. 식탐이 얼마나 심한지 지인들이 제게 유튜브 먹방을 권하기도 했다니까요.(웃음)

책을 쓰셨네요.
전 요즘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일들을 대견하리만큼 잘해내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진화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죠. 책을 통해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것인지 잘 전달됐음 해요. 그리고 '결국 서정희도 똑같은 사람이었구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여자일 뿐이구나' 느끼셨음 좋겠고요.

일곱 번째 책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전 어린 시절부터 흔히 말하는 '문학 소녀'였어요. 책을 많이 읽고, 조용하고, 예술을 좋아하는 내성적인 아이였죠. 그런 성향이 여전히 '기록 하는 습관'으로 남아 있어요. 휴대폰의 노트가 포화 상태가 될 정도로 일상과 감정을 기록해두죠. 영화를 보다가 이입되는 감정뿐만 아니라 잊고 싶지 않은 제 모습까지 세세하게 적어두는 편이에요. 그래서 3년 정도의 주기로 그러한 기록들을 책으로 출간하다 보니 벌써 일곱 번째 책이 됐네요. 제게 이번 책은 좀 특별해요. 앞선 6권의 책이 살림과 비주얼이 메인이었다면 이번 책은 온전히 제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요. 출판사에 되도록 제 사진도 넣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어요. '작가' 서정희로서 내는 첫 책이 됐음 해서요.

"이혼 권장 도서가 아니다"라는 프롤로그도 인상적이었어요.
혼자 살아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진심을 다해 좋다고 썼고, 왜 좋은지 제 시선으로 조목조목 이유도 가득 써놓았어요. 근데 혹시 제 글을 보고 저처럼 이혼할까 봐(웃음) 예방 차원에서 한 줄 넣은 거예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아이들을 얻었고, 그 아이들 덕분에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요. 아이들이 없었다면 위기의 순간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 모르는 일이죠. 살아보니 엄마로서 견딜 수 있는 일이 참 많아요. 아이들 덕분에 용기와 인내심도 생기고 또 배우는 점도 많아요.

책을 읽어보니 늘 엄마 편인 딸의 존재가 부러웠습니다.
동주는 늘 긍정적이에요. 유치한 물건이라도 제가 갖고 싶어 하면 "엄마가 하면 예쁘겠다"는 말부터 건네는 착한 딸이죠. 보통 "엄마, 왜 이런 걸 사려고 해?" "안 어울려"라고 말할 수도 있잖아요. 그치만 동주는 늘 제 편에서 절 이해해주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제가 더 아기 같아지는 것 같고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향의 모녀인 것 같아요.
저와 달리 동주는 매사에 쿨하죠. 이런 일도 있었어요. 동주가 트렁크를 끌고 제 집으로 온 날이었는데, 바닥에 트렁크를 아무렇게나 펼쳐둔 채 너저분하게 자신의 물건을 늘어놓은 모습이 보기 불편하더라고요. 저는 집이 더러워지는 게 싫어 현관에서 트렁크 바퀴부터 닦고 짐을 정리하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날은 호텔에서 자게 했어요. 어쩌겠어요, 사랑하는 딸이지만 딸의 짐까지 사랑할 수는 없는걸요.(웃음) 동주가 그러더라고요. "세상에 어떤 엄마가 딸이 왔는데 호텔 가서 자라고 하냐"고요. 섭섭하단 뜻이겠죠. 그럼에도 제 공간을 존중해주고 이해해준 동주는 그렇게 짐을 챙겨 호텔에 갔어요.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느껴져요.
저는 혼자 있을 때도 누군가가 저를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가꿔요. 제가 죽은 후 아이들이 제 물건을 정리하며 "엄마는 역시 엄마야"라며 웃을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예쁘게 살다 가고 싶고요. 일종의 강박이 있나 스스로를 의심한 적도 있죠. 사람들은 침대에도 편한 자리가 있어 늘 같은 위치에서 비슷한 자세로 잠이 든다고 하는데 전 침대가 한쪽만 꺼지는 게 싫어 좌우 번갈아가며 자고,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은 매트리스 방향을 바꾸려고 해요. 토퍼도 한 달에 한 번은 잊지 않고 뒤집어 놓아요. 혼자 살면서 청소 강박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마음 먹고 막 살려고 노력해본 적도 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정돈된 곳에서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요즘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살려고 해요. 완벽함을 추구했던 살림은 취미의 영역으로 밀어놓고 하기 싫으면 2~3일씩 그냥 내버려두는 날도 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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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을 때도 누군가가 저를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가꿔요. 제가 죽은 후 아이들이 제 물건을 정리하며 "엄마는 역시 엄마야"라며 웃을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예쁘게 살다 가고 싶고요. 그래도 요즘은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살려고 해요."

발레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던데요.
발레의 모든 것이 좋아요. 발레와 관련된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죄다 찾아 봤고, 청소할 때도 늘 발레 음악을 틀어놓을 정도죠. 직접 발레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나이도 많고 운동을 안 하는 몸이라 어느 수준 이상부터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못한다고 해서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 여전히 저는 발레를 사랑하고 있어요. 특히 힘든 일이 있거나 고통스러운 순간이 오면 저는 늘 발레리나를 떠올려요. 발레리나의 모습에는 여자의 삶이 들어 있잖아요. 발은 다 뭉그러지고 망가지는데 표정은 우아함을 잃지 않는 것처럼요. "고생을 하나도 안 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들으면 저 자신이 꼭 발레리나 같기도 해요. 괜찮은 척, 우아한 척 수많은 마음고생을 숨기고 있는 저 자신요.

새로운 것에 꾸준히 도전하는 열정이 존경스럽습니다.
아직도 제 적성을 제대로 못 찾은 거죠.(웃음) 나이가 드니 재능이 빨리 드러나지를 않네요. 요즘은 카혼이라는 악기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대부분의 것에 소질은 없지만 배우고 싶은 것들은 열정적으로 배워요. 춤도, 노래도, 발레도, 악기 연주도 늘 2% 부족하긴 하지만요. 돌이켜보면 결핍이 제 동력인 것 같기도 합니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학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과거에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가정을 명문가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과정이 대부분이었다면 혼자가 된 지금은 '내가 더 재미있게 살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못 해본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결혼할 때쯤 친정 식구들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저희 가족은 이민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제가 우연한 기회로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곧바로 임신을 하게 되면서 절 제외한 가족 모두가 계획대로 한국을 떠나게 된 거죠. 그때 저도 같이 미국을 갔더라면 지금 아주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전 어느 분야에 존재하든 한 획을 그었을 것 같고요.(웃음) 그게 인테리어든, 예술이든 젊고 어린 청년의 열정까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을까요?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아 다방면으로 경험하고 즐기는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당연히 결혼은 빨리 안 할 거고요,(웃음) 전문직을 가졌을 것 같아요. 작가가 됐을 수도 있고요.제가 지금까지 많은 것에 도전하고 또 포기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질리지 않은 것이 글쓰기예요. 다른 건 레슨을 받다 보면 금방 싫증이 나거나 힘들어지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글을 쓰는 일은 절대 그렇지 않더라고요. 일상을 잠시 벗어났다 오면 글을 쓰고 싶은 소재와 아이디어들이 막 샘솟아요. 그렇게 기록하고 정리해둔 제 모습을 다시 꺼내 읽어보는 순간도 행복하고요. 다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서 더 신선하고 기발한 단어들을 사용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해요.

서정희의 정체성이 궁금해요.
그러게요. 전 누구일까요? 배우도 아니고, 가수도 아니고, 이제 주부도 아닌걸요. 그치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이런 모습까지 저예요. 전 요즘 제 정체성을 찾기보다 그저 저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더 충실하려 하고 있어요. 살아보니 나를 사랑하지 않아 일어나는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가정 생활도 그렇고요. 상실한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절 사랑하지 않고 흘려보낸 시간만큼 배는 더 절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악플도 적지 않아요.
SNS 계정을 만들고, 사람들 앞에 나선다는 건 제게 큰 용기였어요. 악플 밭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댓글은 오랫동안 지켜봐주던 팬들의 격려가 대다수더라고요. 물론 죽자고 덤벼드는 악플러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요즘은 저 스스로가 악플에 많이 초연해졌어요. 몇 년 사이 제가 많이 밝아졌듯 댓글창이 많이 뽀송뽀송해지기도 했고요. 예전에는 악플을 보고 나면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속상했어요. 늘 완벽을 추구하는 제 성격에 얼마나 속이 상했겠어요. 그런데 맹목적인 악플을 퍼붓는 이들에 대한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은 반응을 하지 않는 거더라고요. 요즘은 그냥 마음이 많이 힘든 분인가 보다 하고 의연하게 넘겨요. 저는 이제 막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사람인데 고작 그런 악플들 때문에 멈춰 서면 안 되니까요.

혼자 사니 정말 좋아 보입니다.
제 인생을 통틀어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혼자 사는 지금 이 순간요. 그래서 동주한테도 얘기한 적이 있어요. 엄마가 이 행복을 진작 알았더라면 너희도 안 낳고 살았을 거라고요.(웃음) 하지만 이 역시 제게 아이들이 있는 덕분이겠죠. 막상 처음부터 혼자서만 살았다면 행복해도 행복한 줄 몰랐을 거고요, 제 결혼 생활 32년의 유일한 보상은 사랑스러운 제 아이들이에요. 아들과 딸이 친구 같은 존재가 된 요즘, 혼자 사는 제 삶은 더 행복하고 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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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사진
로위스튜디오
2020년 06월호

2020년 06월호

에디터
김두리
사진
로위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