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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유해진, 수애 소속사 대표가 말하는 소속 연예인의 모든 것

증권사 출신의 대표가 이끄는 엔터테인먼트가 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말에는 ‘셈’보다 중요한 가치가 숨어 있다.

On June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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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업은 셈에 능하고 숫자와 잘 맞는 이가 하는 것이 제격이라고 말한다. 돈이 될 만한 곳에 과감히 뛰어들고 돈이 안 되는 것은 매몰차게 접을 용기가 필요해서다. '스타'로 수입을 내는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마찬가지다.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 화이브라더스는 지난 2017년 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증권사 출신의 지승범 대표를 영입했다. 배우 매니지먼트뿐만 아니라 각종 콘텐츠 사업을 추구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컨설팅 회사를 거쳐 오랜 시간 중국 증권사에 몸담아온 지 대표의 이력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발을 들인 지 4년 차, 대형 엔터테인먼트 수장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은 경력이지만 지 대표의 셈법은 꽤 영리했다. 지난해 드라마 <운빨 로맨스> <21세기 소년소녀> <군주> 등을 통해 드라마 제작 분야에선 이미 초석을 다졌고 새롭게 뛰어든 웹툰 사업에서 누적 매출 28억원을 달성하며 급변하는 영상 시장에 던진 도전장도 성공을 거뒀다. 올해 개봉 예정작 중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승리호>의 제작에도 참여해 계산에 능한 대표의 똘똘한 '촉'을 증명할 예정이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이하 '화이브라더스')는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수축된 중국 시장의 고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단순히 매니지먼트, 제작, 유통을 넘어 콘텐츠 창조 분야까지 발을 넓힌 그의 행보에 예상치 못한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낙담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고민을 꺼내 들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다는 세상의 이치처럼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콘텐츠 수요에 걸맞은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 김윤석, 유해진, 수애, 주원, 김옥빈 등 50명이 넘는 화이브라더스의 탄탄한 배우 라인업은 지 대표의 가장 큰 재산이자 무기로 작용할 예정이다. 어려운 공식과 숫자가 난무할 것 같았던 '사업가' 지승범 대표와의 인터뷰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이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말에 '셈'보다 중요한 가치가 숨어 있었다.


증권사 출신입니다. 비교적 엔터테인먼트업계 경력은 짧은 느낌인데요.
중국 투자 회사에서 주재원으로 오래 일하면서 중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화이브라더스'와 인연이 닿았고, 한국 엔터 시장에 맞춰 전략을 기획하게 되면서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화이브라더스가 '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 참여했고, 경영을 맡으면서 '이 바닥'에 입성했어요. 짧다면 짧은 경력이지만 지난 4년 동안 빡세게 일했습니다.(웃음)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고 웹툰 사업도 시작했고요. 유명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어 중국에 사고파는 일을 하는데, 꽤 재미있습니다.

'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결정적인 계기는 뭔가요?
무엇보다 탄탄한 배우 라인업이 좋았습니다. 단언컨대 심엔터테인먼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하게 운영돼온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입니다. 소위 말해 '알짜배기'죠.(웃음)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선 배우의 연기력이 중요한데 심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들의 연기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죠. 또한 기초가 탄탄한 회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이 배우들과 함께라면 무슨 일을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소속 배우 사이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달까요.

경영자로 나서기에 부담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해본 적이 없는,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생기는 걱정이 컸습니다. 업계에 발을 들이고 보니 전에는 미처 몰랐던 부분들도 보이더군요. 한 편의 드라마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 고뇌가 필요한지 업계에 뛰어들고 나서야 배웠습니다. 대중의 입장일 땐 그저 아름답고 화려하게만 보던 시장이었는데 말이죠. 또 하나 일하면서 깨달은 것은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끈기의 중요성이에요. 기획 단계에서 창고에 묻혀버리는 시나리오가 많은데, 그것들이 나중에 어떻게 빛을 보게 될지 모르거든요.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올 수 있으니 쉽게 포기하는 버릇이 가장 위험해요. 시쳇말로 '존버' 해야 하는 게 '이 바닥'인가 봅니다.

'워커홀릭'처럼 보입니다.
현재 제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니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이브라더스를 비롯해 화이인베스트먼트, 매드맨포스트, 메리크리스마스, 뷰티풀마인드코리아 등 4개의 자회사를 동시에 경영하고 있어요. 대표로서 하루 평균 3~4개의 미팅을 소화하죠. 짬짬이 배우들과 소통도 해야 하니 잠잘 틈이 없죠. 직원이 200명이 넘는데, 딸린 식구가 많다 보니 주말에도 쉴 수가 없더라고요.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은퇴 후를 생각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을 듣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대답은 "없습니다"입니다. 막연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힘이 닿는 한 계속 일을 할 생각입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대표'라는 감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수익으로 연결되는 모든 것이 저를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한편으로는 스트레스이기도 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죠. 힘들 땐 잠을 잔다거나 술을 마시기보다 운동을 합니다. 러닝을 좋아해요. 회사 근처를 걷거나 달리고, 여유가 있을 땐 한강변을 뜁니다.

화이브라더스 소속 배우들은 유독 이탈이 적습니다.
처음부터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또 하나, 오랜 시간 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이유는 '화이브라더스'만의 '농익은 방식'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스킬이 오랫동안 축적됐고,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배우, 직원들이 소통합니다. 기존 배우는 물론 신인 배우들도 우리 회사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적이 잦지 않은 것 같아요.

배우들과 소통을 자주 하나요?
특별한 일이 있을 땐 배우들과 직접 대화하지만 실제적으론 저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매니저나 마케팅팀 직원들이 더 많이 교류합니다. 소속 배우가 워낙 많을뿐더러 저는 경영적인 측면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사실이죠. 저보단 매니저가 배우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일부러 한발 물러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연급 배우보다 신인 배우를 더 밀착 마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성 배우들은 촬영장 시스템이나 분위기를 잘 아는 반면, 신인 배우들은 미숙한 면이 많으니까요. 신인 배우에게 베테랑 매니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나요?
회사의 경영 측면에서는 사드 문제가 가장 큰 위기였고, 그 다음으론 소속 배우의 스캔들이었어요. 배우 개인에게는 이미지 실추의 문제가 생겼고, 회사 입장에선 경제적인 손실이 컸죠. 무엇보다 작품의 제작에 차질이 생기니 연쇄적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대표로서 앞에 나서 사태를 수습해야 했지요. 대중과 팬에게 사과하고 제작사와 방송사에 공식 사과문을 전달해 상황을 진정시켰습니다. 위기는 늘 힘든 과정이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해 내공이 쌓이는 과정이죠.

소속 배우의 스캔들에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처음 소속 배우의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적잖이 당황스럽고 힘들었습니다. 겪어보니 정공법이 가장 좋더군요. 요즘은 워낙 다양한 매체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정직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게 가장 안전한 위기 극복법인 것 같습니다. 대외적인 수습보다 더 중요한 건 위기에 놓인 배우를 다독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극복하고 같이 울고 웃는 게 진정한 매니지먼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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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급 배우보다 신인 배우를 더 밀착 마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성 배우들은 촬영장 시스템이나 분위기를 잘 아는 반면, 신인 배우들은 미숙한 면이 많으니까요. 신인 배우에게 베테랑 매니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가장 자주 연락하는 소속 배우는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맏형인 김윤석, 유해진 배우와 가장 많이 대화합니다. 그들은 20년 넘게 연기를 한 사람들이에요. 김윤석 씨는 영화 연출도 했을 만큼 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죠. 고작 4년 차인 저보다 업계를 잘 아는, 트렌드에 민감한 베테랑이라 그들에게 한 수 배우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눈여겨볼 만한 배우는요?
JTBC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서준 씨의 동료로 출연했던 류경수 씨를 꼽고 싶습니다. 단편 영화 리딩 현장에서 목소리만 듣고 영입한 배우죠. 연기력도 물론 좋지만 노력파입니다. 이 친구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최근 주목받는 배우로는 음문석 씨도 있습니다.
음문석 씨는 지난해 드라마 SBS <열혈사제>로 주목받았고,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로 인지도를 높였어요. 옆에서 지켜보면 참 다재다능한 친구입니다. 춤, 무술, 골프…. 못하는 게 없습니다.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와 영화 <범죄의 도시2>를 동시에 촬영 중이에요. 재주가 많아 뭘 해도 잘할 거라 생각합니다.

전역 후 복귀하는 주원 씨는 실제로 어떤 사람인가요?
실제의 그는 바른 청년이에요. 착하고, 담백하고, 솔직합니다. 사교성도 좋아서 처음 본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는 의외의 면모가 있어요. 연기력이야 이미 인정받았지만 아마 군 생활 후 더 깊어졌을 겁니다. 컴백작으로 드라마 <앨리스>를 선택했어요.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속 배우 중 아픈 손가락은 누구인가요?
이수웅이라는 친구는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방탄소년단' 연습생이었을 정도로 노래도 잘하고, 비주얼도 훌륭하죠. '방탄소년단' 데뷔를 앞둔 시기에 유니버셜 뮤직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아 그 길을 선택했는데 결국 일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이돌 '소년공화국'으로 데뷔했는데 역시 잘 되지 않았죠. '욕심이 과했다'는 시선도 있지만 저는 그의 선택이 당연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다 싶으면 잡아야 하는 게 아티스트잖아요. 매력이 많은 친구입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언제고 빛을 발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라인업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뚝심 있는 연기파 배우들이 모여 있죠.(웃음) 반짝 하고 사라지는 배우보다 정통 연기파 배우들로 꾸리고 싶습니다.

영입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뭔가요?
딱 한 가지를 보고 평가하지는 않아요. 우선 연기력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다음 전체적인 분위기와 그 사람의 면모를 보는 거죠. 기존의 소속되어 있는 배우들과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나이도 봅니다.

반대로 다른 둥지를 찾아가는 배우들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요?
본인의 인생이기 때문에 그 선택을 존중해 배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상처는 받습니다.(웃음) 비단 배우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마찬가지예요. 더 좋은 직장을 찾아 간다고 하면 괜히 서운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소속 배우들의 사생활에는 어느 정도 관여하나요?
전혀 안 합니다. 오히려 자유롭게 연애하고 사랑하라고 말하는 편이죠. 아이돌이라면 엄격하게 관리해야겠지만 배우는 그렇지 않아요.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알아서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고, 그에 따른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연애 상담은…. 안 합니다.(웃음)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난 이후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를 생각하죠. 현재 소비가 많이 위축된 상황인데 그마나 다행인 건 웹툰, 유튜브 같은 콘텐츠 산업은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아시아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는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라고 자신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됐을 때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영화 촬영을 멈췄어요. 주요 작품이 촬영을 중단한 가운데 배우들은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합니다. 코로나19가 배우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 겁니다.

'지승범'은 어떤 사람인가요?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어떤 자리에서 누구와 만나도 금방 가까워지는 친화력은 저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흔히 말하는 둥글둥글한 성격이죠. 일적인 면에서는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화이브라더스는 제 인생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제 삶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죠. 어찌 보면 저는 '외부인'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엔터 보스'가 되고 싶나요?
함께 일한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좋은 보스'로 남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저를 통해서, 또 동료들을 통해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배우든, 직원이든, 그들의 개인적인 목표까지도 이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승범 대표는 엔터테인먼트를 바라보는 가치관이 확고했고, 자기만의 소신이 있었다. 확신이 생기면 밀어붙이는 기질은 사업가다웠다. 코로나19 이후의 엔터 산업에 대해 고민하는 그에게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로 보였다. '화이'는 그렇게 성장 중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취재
이예지
사진
이대원
2020년 06월호

2020년 06월호

에디터
김두리
취재
이예지
사진
이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