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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팅, 블랙 수면방...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의 전말

신규 확진자 0명을 이어가던 어느 날,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전국을 뒤덮었다.

On June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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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0명을 기록하며 위기경보 하향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방역 단계로 전환하는 등 코로나19의 종식이 코앞에 다가온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 6일, 29세 남성 A씨(용인 66번 확진자)가 사흘 만에 첫 지역사회 감염자로 판정되면서 판세는 180도 뒤바뀌게 됐다. A씨는 확진 판정 전 하룻밤 사이 5시간 동안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 5군데를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방문한 시간 5개 클럽(킹, 트렁크, 퀸, 힘, 소호)의 출입자 수만 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설사, 발열 등 증상 발현 이틀 전인 지난 4월 30일부터 친구 3명과 함께 서울시 송파구와 용산구, 경기도 성남시와 수원시,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 등 6개 지역을 돌아다녔고 다음 날인 5월 1일 오후 11시 이태원 클럽으로 건너가 새벽 4시까지 다수의 클럽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웃팅' 두려워 검사 안 받아

A씨가 방문한 클럽이 주로 성 소수자들이 방문하는 일명 '게이 클럽'으로 알려지면서 보건 당국의 조사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 아닌 성 소수자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쏟아짐은 물론 '아웃팅(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 의해 강제로 밝혀지는 일)'이 두려워 방문자들이 클럽에 출입한 사실을 밝히지 않아 자발적인 조사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4월 24일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 일대 5개 클럽 방문자 5,517명의 명단을 확보, 출입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소재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 역시 기지국 정보, 신용카드 매출전표 조회,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자료 등을 통해 빠짐없이 접촉자를 찾아내 진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조한 자진 검사 건수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익명 보장 검사'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성 소수자들이 개인정보가 알려질 것을 우려해 검사를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검사 대상자가 원하면 인적 사항을 기재할 때 이름을 비워놓은 채 전화번호와 주소 정도만 확인한 뒤 자치구 보건소별 번호를 부여하는 형식으로 관리하겠다"며 자치구 선별진료소에도 "검사 대상자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무상 검사, 익명 검사, 대면 접촉 금지 등을 따르지 않으면 손해배상, 형사처벌을 다 각오해야 한다"며 "(자진 검사를 하지 않으면) 본인이 숨기고자 했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기지국 통화 기록뿐만 아니라 전화기와 무선 중계국이 교신하는 접속 자료를 입수해 조사하기 때문에 다 확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클럽의 특성상 지역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강원 원주, 부산, 경남 거제, 제주 등지에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잇따랐고 클럽을 방문한 인천의 학원 강사가 확정 판정을 받아 그와 접촉한 중·고교생 8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급속도로 확산세가 증가하고 있다.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는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3명이 추가로 발생했고 서울시교육청이 자진 신고를 받은 결과 원어민 교사 53명을 비롯해 총 158명의 교직원이 이태원과 논현동, 신촌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 수면방' 정체는?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안양시와 양평군의 두 확진자가 지난 5월 5일 오전 12시 30분 부터 오전 8시 30분까지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블랙 수면방'을 방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베일에 싸인 '블랙 수면방'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일명 동성애자 사우나로 알려진 '블랙 수면방'은 성 소수자 사이에서 '찜방'이라 불리며 남성 동성연애자들이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공간이다. 한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러한 '찜방'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운영되며 칸칸이 구역이 나뉘어 있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익명의 남성과 성행위를 벌일 수 있다. 실제로 알려진 '찜방'의 출입 제한 규칙 중에는 뚱뚱한 사람, 45세 이상, 복도에서 라이터를 켜는 사람, 끼를 부리는 사람,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람, 피부병이 있는 사람, 타인을 촬영하거나 촬영 목적으로 온 사람, 시비를 거는 사람 등 다소 의아한 조건들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와 경기도뿐 아니라 각 지자체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모든 유흥 시설에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법망을 교묘히 피한 업소들에 대한 단속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블랙 수면방'과 같은 이른바 '찜방' 업소는 자유업, 목욕장업 등으로 분류돼 집합 금지 명령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신원 노출을 꺼리는 방문자들의 특성상 카드보다는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 자진 신고 없이는 정확한 방문자를 걸러내는 것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들의 '이태원 쇼크'

이태원발 코로나19가 발발하자 스타 3명의 이름이 차례로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 박규리

    '카라' 출신 배우 박규리가 용인 66번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다음 날 해당 클럽을 방문한 사실이 전해지며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박규리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카라'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고 알려졌다. 박규리는 클럽 방문 하루 전인 4월 28일 "이 시국을 잘 견뎌내고 어서 빨리 건강히 만났으면 좋겠다"라며 SNS에 글을 올렸고, 지난 3월에는 연인 송자호와 함께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 마스크 1만 장을 기부한 바 있어 그 충격이 배가됐다. 클럽에 입장할 때부터 나갈 때까지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거짓 해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비난을 더했다.

  • 송민호

    '위너'의 멤버 송민호는 황금연휴 기간 강원도 양양의 한 클럽을 방문해 공연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눈총을 받았다. 온라인 신문 <디스패치>는 송민호가 지난 5월 3일 클럽을 방문해 자신의 히트곡인 '아낙네'를 부르며 공연을 했다고 보도하며, 클럽 측의 "송민호를 공식 초청한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길에 놀러 온 것이다. 당시 손님이 거의 없었으며 대부분 송민호의 지인이었다"라는 인터뷰를 덧붙였다.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시기에 송민호의 클럽 방문을 두고 사람들의 '무개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 정국, 차은우, 재현, 민규

    지난 5월 18일 <디스패치>의 보도를 통해 'BTS' 정국과 '아스트로' 차은우, 'NCT' 재현, '세븐틴' 민규가 이태원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아이돌 '97모임'의 주축인 네 사람은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4월 25일, 음식점과 유흥 시설 2곳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태원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방역 당국의 "이태원 유흥 시설을 찾은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자택에 머물러달라"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차질 없이 스케줄을 소화하거나 생방송에 출연하는 등 '자가격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사진
김재경, 게티이미지뱅크, 각 스타 인스타그램
2020년 06월호

2020년 06월호

에디터
김두리
사진
김재경, 게티이미지뱅크, 각 스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