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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인터뷰

미래통합당 인재 영입 1호(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3번),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코치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낮은 자리에 머물러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정치권의 인재 영입이 이벤트나 쇼잉이라는 비판은 그다음에 생각해볼 일이다. 각 당이 선택한 인재 영입 1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On March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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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1호 영입 인재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3번)
"비겁한 침묵을 향해 크게 소리칠게요"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테니스 코치

김은희(29세) 코치는 초등학생 때 운동을 시작했고 '선수'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녀는 초등학생 시절 자신을 가르치던 테니스 코치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고 17년이 지나서야 그를 고소했다. 이후 체육계에 미투가 확산됐지만 그때 입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녀가 미래통합당의 인재 영입 1호로 당원이 됐다.

정치 무대에서 자신만이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녀처럼 인권 침해를 당하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아동, 여성들을 대신해 큰 목소리로 외칠 준비가 돼 있다면서.


Q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이건 꿈일 거야.' '나한테 왜 이런 제안을 할까?' 처음에는 진심을 의심했을 정도였어요.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정치라는 거 자체가 꿈꿔본 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 시점이 제가 로스쿨 입시 준비를 막 시작한 때였는데 '넘사벽'이란 걸 알지만 길게 한 3년 정도 생각하고 준비를 시작했어요. 제 상처도 있지만 다른 피해자들, 지금도 아픔을 겪고 있는 약자들을 생각하면 이대로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분들을 위해 힘이 돼주고 싶은 마음이 싹트던 시기였죠. 그때 마침 영입 제안을 받았던 거예요.

Q 로스쿨을 준비했다면 인권 변호사를 꿈꿨나요?
아니요.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변호사 자격이 있는 테니스 코치를 꿈꿨던 거예요. '로스쿨을 나오면 적어도 내 앞에서는 아이들을 때리지 않겠지, 내 앞에서는 선수들에게 욕하지 않겠지…' 이런 바람 하나로 로스쿨을 준비했었던 거예요. 참 무서운 게, 체육계에 저를 포함해 많은 미투 운동이 있었음에도 바뀐 게 별로 없어요. 심지어 제 앞에서 폭력과 욕설이 벌어져요. 정말 무서운 게 없는 거 같아요. 왜 안 바뀌는지 모르겠어요.

Q 운동선수 중에서도 특히 아이들이 인권 침해에 취약한 이유는 뭘까요?
스포츠계가 워낙 선후배, 스승과 제자 사이의 위계질서가 강하고 조직 자체가 패쇄적이에요. 그 안에서 위계질서로 인해 영향력이 생기고 이게 진로 문제, 성적 문제로 연결되기도 해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까지 얽혀 있고요. 보통 아이들에게는 아동기, 청소년기가 있다면 운동선수들은 아동기, 청소년기가 없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아동이 아니라 그냥 선수인 거예요. 성인도 다르지 않아요. 스포츠, 체육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우리나라에서는 차별화된 뭔가를 요구해요. 더 인내해야 하고 더 쿨해야 하고…. 그런 프레임 속에서 아동·청소년 선수들의 인권은 특히 더 취약한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운동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어요. 지도자는 너무 무섭고, 부모도 지도자를 보고 아이를 맡기는 거니까 결국 지도자 편이에요. 부모에게 자기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요? 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합숙소에서 나와 몇 시간 혼자 방황하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저는 초등학교 아동기에 성폭력 피해를 당했어요. 지금도 저와 비슷한 상황에 빠진 아이들 얘기를 들으면 트라우마 때문에 수면 장애와 두통이 올 정도죠.

Q 겪어본 분으로서 미투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결국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면 설령 실수를 했더라도 얼마든지 서로 배려할 수 있는 수준에서 멈췄을 거예요. 요즘은 스포츠계와 같은 위계 조직뿐만 아니라 연인 관계, 일상의 미투도 많이 있어요. 상대방이 느낄 불쾌감이나 상처에 대해 조금만 생각한다면 누군가 겪을 아픔을 미리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현실 정치권에 들어가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얼마 전에 <보좌관>이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TV를 꺼버렸어요. 정치계가 그 정도로 삭막하진 않겠죠? 그동안 스포츠계 아동과 여성들의 인권을 위한 운동을 조금씩 해왔어요. 블로그 활동을 통해 성범죄 피해자들을 도와주기도 했고요. 미투에 참여한 뒤 개인적으로 제게 도움을 청하는 분들이 있어요. 변호사처럼 법률적 자문을 드릴 순 없지만 제 경험과 지식의 범위 안에서 말씀드리고 필요한 기관이나 전문가를 소개해드려요 그런데 전문가라도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미묘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당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이런 문제들을 국회에서 큰 목소리로 알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력 하나는 자신 있어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권의 사각지대 현장을 점검하고 힘 없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하고 싶습니다. 초심이 흔들리면 제가 가르친 아이들을 생각할 거예요. 아이들이 그동안 제 상처와 아픔을 많이 치료해줬거든요.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 저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줘야겠다는 목표가 더 단단해져요.

내 인생의 영입 1호는 누구?

당연히 부모님입니다. 어릴 적부터 늘 책임감 있는 행동을 강조하셨는데 미투 운동에 참여할 때도 부모님 덕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제 상처에 대해 부모님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었어요. 죄책감을 가지실까 봐 두려웠죠. 결국 나중에 알게 되면 더 힘들어하실 거 같아 말씀드렸어요. 두 분이 저한테 미안해하시면 제가 더 힘드니 그런 생각 하지 마시라고요.

"우리 걱정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언론에 알려지면 '부모가 그것도 몰랐느냐'는 질책이 쏟아질 것 같아 솔직히 저는 두려웠지만 부모님은 딸만 생각하셨죠. 이번에 미래통합당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도 부모님이 기쁘게 지지해주셨어요. 이번에도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래요.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안용호
사진
김정선
헤어&메이크업
이현주
2020년 03월호

2020년 03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안용호
사진
김정선
헤어&메이크업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