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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하는 남자 카피추

카피추가 요즘 대세 캐릭터를 ‘카피’했다. 아무튼 ‘카피’ 하면 이 남자다.

On March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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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그맨 추대엽은 데뷔 후 지금까지 19년간 한 우물을 파왔다. 노래다. 고등학생 때부터 가수를 꿈꾸던 그는 (매번 탈락하긴 했지만)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에 참가했었는데, 그 화려한 이력을 무기 삼아 개그 무대 위에서도 늘 노래를 한다. 유명 가수의 무대를 패러디하기도 하고, 잘 알려진 노래를 개사해 웃기게 부르기도 했다. 성시경을 패러디한 '성식이 형', 정엽을 패러디한 '천엽', 조관우를 패러디한 '조간우'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음악 개그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추대엽의 인생 캐릭터는 '카피추'다. 방송인 유병재의 유튜브에 '카피추'라는 이름으로 나오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내용 자체는 그동안 해오던 '표절 허무송'이라는 콘셉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자연인이 하는 노래마다 표절'이라는 콘셉트가 웃긴다. 진지하게 노래하는 카피추 옆에서 웃음을 참는 유병재의 모습도 킬링 포인트다. '카피추'는 오픈 석 달 만에 3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게 됐고, 덕분에 추대엽은 요즘 데뷔 이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광고 섭외 요청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스케줄이 빡빡하다는 추대엽을 <우먼센스> 카메라 앞으로 불렀다. 이번엔 영화와 드라마 속 캐릭터를 '카피'하기로 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를, 영화 <기생충> <1917> <조커>의 포스터를 따라 했다. 역시나! 추대엽은 마치 자기가 그 캐릭터인 양 찰떡같이 소화해냈다.


'조커' 분장을 이렇게 잘 소화해낼 줄 몰랐어요.
예측할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조커' 분장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배우 박서준 씨가 드라마에서 선보이고 있는 '밤톨 머리'도 신선했어요.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카피추'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요즘 어때요?
데뷔 이래 가장 바빠요. 어제까지만 해도 특별한 스케줄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생기는 스케줄도 있고요. 회사를 통해 유튜브형 광고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 모양이에요. 일반 TV 광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죠. 콘텐츠 기획부터 진행까지 저와 회사 식구들이 직접 합니다. 그래서 바빠요. 유튜브 촬영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머리는 일을 하고 있죠. '이렇게 찍어볼까?' '저렇게 찍어볼까?' 하는 고민을 해요. 회사 식구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에 놀라고 있어요. 개그맨 특성상 저도 아이디어는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유튜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즉각적인 소통인 것 같아요.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있어요. 팬들이 직접 제안하는 아이디어도 있고요. 콘텐츠를 업로드할 때마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려요.

전성기죠?
전성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잘 잡은 것뿐이죠. 이 인기가 오래갈 거라고 자신하지도 않고요. 다만 "반짝 인기일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활동을 하고 싶기는 해요. 그렇다고 특별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닙니다. 뭔가를 계획한다고 그대로 이뤄지는 건 아니잖아요.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을 기다릴 거예요. 그렇게 차곡차곡 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멋진 1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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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이라 상처를 잘 받아요. 그래서 개그계에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았죠.
지금은 많이 무뎌졌습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해요.

요즘엔 어떤 고민을 해요?
체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오랜만에 바쁘게 지내다 보니 힘들더라고요.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하죠. 건강하지 않으면 돈도 명예도 소용없잖아요.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이 요즘 가장 큰 고민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을 것 같아요.
먹고사는 게 힘드니 예민했었어요. 가족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 가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초라해졌죠. 장인어른이 저를 못마땅해하실 정도로 생활이 힘들었거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사 갈 돈이 없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아내에게 "집값을 마련할 때까지 따로 살면 어떨까?"라고 말하는데 그런 말을 해야 하는 저 자신이 비참했죠. 그리고 얼마 후에 유병재 씨에게 문자 한 통을 받았어요. "같이 유튜브를 해보자"고요. 그 후로 모든 게 바뀌었죠. 다행히 가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장인어른도 좋아하시고요. 믿고 기다려준 아내에게 가장 고마워요.

유병재 씨와는 원래부터 인연이 있었나요?
전혀 모르는 사이였어요. 오래전에 한 방송에 패널로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 그 정도로 친분이 없었죠. 조세호 씨를 통해 제 연락처를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오래전부터 제 개그를 좋아했는데, 유튜브를 같이 해보고 싶다고 제안하더군요.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음악 개그는 오래전부터 해오던 건데 그걸 또 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유병재 씨와 오랜 대화 끝에 해보자고 결정한 후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의상부터 헤어, 메이크업, 선곡, 촬영까지 모든 아이디어를 유병재 씨와 공유했죠. 첫 번째 영상이 공개될 때 얼마나 떨리던지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손을 내밀어준 유병재 씨에게 고마워요. '유느님'이라고 부릅니다.

가까이서 본 유병재 씨는 어떤 사람이던가요?
예의가 바른 청년이에요. 경우가 있죠. 깍듯해요. 처음에 문자를 보내왔을 때 '뭐, 이렇게 예의 바른 청년이 있나' 싶었다니까요. 그래서 첫인상이 더 좋았습니다. 같이 일을 해보니 더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느껴요. 사소한 결정 하나까지도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지 않아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에 감명받았어요. 늘 도전하려고 하는 도전 정신도 높이 삽니다.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죠. 사람들이 유병재 씨를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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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한 결정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결정을 하고 싶달까요. 무엇보다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음악을 하고, 그 음악으로 개그를 하는 삶이야말로 제가 꿈꾸는 행복이거든요.

추대엽은 타고난 개그맨은 아니다. 긍정의 의미다. 그가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건 의지와 끈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걸 자기만의 스타일로 편곡해낼 수 있는 재치, 그 안에 그간의 설움과 한을 녹여낼 수 있는 감수성, 유치한 가사도 뻔뻔하게 노래할 수 있는 능청스러움…. 모두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추대엽은 어떤 개그맨인가요?
타고난 성향은 아닌 것 같아요. 가만히 있어도 재미있고 기분 좋아지는 개그맨들을 보면 부럽죠. 저는 조금 감성적이에요. 거침없이 말하고, 일하는 '이 바닥' 특성상 때로는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감정에 치우치다 보니 상처를 잘 받았죠. 그래서인지 개그계에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았던 것 같아요. 아마도 무명 생활이 길어진 이유였을 겁니다. 지금은 많이 무뎌졌어요.

사람 때문에 힘들었다는 말이군요?
가장 힘든 게 사람이죠. 관계 속에서 생기는 상처는 잘 아물지도 않는 것 같아요. 나이를 떠나 예의 없는 사람은 싫어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도 정말 싫어요. 그래서 저도 어떤 상황에서든 예의를 지키려고 해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저의 신조 중 하나는 '손해 보면 된다'예요. 지금 당장은 나에게 손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거든요. 욕심부리지 않는 것,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좌우명이라면 좌우명이죠.

최근 인간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나요?
'카피추'가 잘되고 난 후 여러 사람에게 연락이 옵니다.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연락이 오죠. 들어보면 이유는 하나예요. 자기 유튜브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이죠. 저를 이용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고, 구독자를 늘리려는 겁니다. 저도 힘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도와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소속사와 계약된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제 상황과 사정을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자평하자면 추대엽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에요. 하나 자신할 수 있는 건 '끈기'와 '인내심'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음악 개그라는 한 우물만 파온 걸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그렇다고 음악 개그만 고집하는 건 아닙니다. 워낙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주로 음악 개그를 하게 된 거죠. 또 오랜 기간 매진해오다 보니 자신감도 붙었고요. 제가 지향하는 코미디는 '고급형 음악 개그'예요. 원래 꿈꿨던 직업이 가수였고 장기도 노래예요. 예전의 꿈과 현재 개그맨의 위치에서 웃기는 일,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 개그라는 생각 때문에 계속 도전하고 있어요.

창작이 힘들지는 않아요?
노래는 가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데 정작 저는 이별을 잘 이겨낸 적도 없어요. 늘 세상에서 가장 아파했죠. 지금 제가 부르는 노래는 다 희망 사항이에요.

가장 큰 슬럼프는 언제였나요?
솔직히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아요. 정말 힘들게 MBC 공채 개그맨이 됐어요. 무조건 잘될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더라고요. 13년간 MBC 정통 코미디를 해오면서 프로그램만 무려 15번 바뀌었어요. 대부분 폐지됐죠. 하루하루가 '버티는 삶'의 연속이더군요. 어느 순간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가 가장 큰 위기였어요. 다 부질없게 느껴졌거든요. 그때 저를 잡아준 사람이 고명환 선배예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주 후에 코미디 프로그램 녹화가 있었어요. 나는 이렇게 힘들고 슬픈데 관객들은 웃고 있었죠. 그런데 그런 저를 뒤에서 지켜보던 스태프와 동료 개그맨들이 다 울고 있더라고요.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어요.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개그만 생각했죠. 덕분에 그해에 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죠.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개그맨으로서 꼭 지키고자 하는 소신이 있을 것 같아요.
"잊지 말자. 나는 뮤직 코미디언이다"라고 생각해요. 음악 개그라는 장르를 오랫동안 하면서 중심을 잃지 않았던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뮤직과 코미디, 둘을 접목한 장르를 하기 때문이었어요. 그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잘하고 싶고 오래 하고 싶어요.

추대엽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건 뭘까요?
우선은 가족이에요. 아이들을 보면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도 다시 하게 되죠. 저를 안팎으로 붙잡아준 멘토와 같은 분도 계세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요즘에도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삶의 방향을 정하지 못할 때면 찾아가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나면 뭔가 중심이 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정하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고요.

궁극적으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요?
저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한 결정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결정을 하고 싶달까요. 무엇보다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노력은 해볼 거예요. 음악을 하고, 그 음악으로 개그를 하는 삶이야말로 제가 꿈꾸는 행복이거든요.


무명의 긴 터널을 뚫고 지나왔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어둠이 걷히고, 드디어 빛을 만났다. 추대엽은 이제 꽃길만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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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
김정선
헤어
시연(코코미카)
메이크업
지니(코코미카)
스타일링
신우식, 이효선(나피스타일)
일러스트
이현정
2020년 04월호

2020년 04월호

에디터
이예지
사진
김정선
헤어
시연(코코미카)
메이크업
지니(코코미카)
스타일링
신우식, 이효선(나피스타일)
일러스트
이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