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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병 X 강미형 부부, 33년 차 부부의 결혼 유지 비법

On February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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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YEARS
"60살이 되면 편해집니다"
함익병·강미형 부부

함익병·강미형 부부는 20살 때 미팅에서 만나 7년을 연애한 후 결혼한 동갑내기 부부다. 올해 결혼 33주년이 된 리얼한 현실 부부. 10년 차 때는 돈 벌고 육아하느라 몰랐고, 20년 차 때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느라 몰랐던 행복과 안정을 이제야 누리고 있다는 부부를 만났다.

KEYWORD 1 결혼과 위기

33년을 같이 살아보니 어떤가요?
함익병(이하 '함') 올해 서른 살이 된 아들이 종종 "결혼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할 거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서로 함께 지지고 볶으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결혼 10년 차 때요? 먹고사느라 바빠서 서로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20년 차 때요? 아내는 아이들 교육하느라 바빠서 우리가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33년을 살아보니 이제야 '이래서 결혼을 하는구나' 싶어요.

강미형(이하 '강').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만나서 두 아이를 낳았고, 남부러울 것 없이 키웠고, 덕분에 아이들도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어요. 그사이에 물론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남편과 지지고 볶으면서 잘 이겨온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이 정도면 그래도 잘 살았다' 싶어요.

위기는 없었나요?
왜 없었겠어요. 결혼 20년 즈음이었을 거예요.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친 아들과 딸이 성인이 됐을 때 남편과의 위기가 찾아오더라고요. 그 전엔 사느라 바빠서 크게 여기지 않았던 사소한 불만들이 터져나왔어요.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남편에 대한 사소한 서운함 같은 거였죠. 퇴근 후엔 저랑 시간을 좀 보내줬으면 하는데 남편은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저는 남편 손잡고 동네 산책하는 걸 바랐는데 남편은 그게 아니었죠. 일 끝나고 남는 시간에 자기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아내는 이렇게 말하지만 반대로 저는 아내와의 사이에서 위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 잘 키워주고, 제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서 감사하게 생각했거든요. 이혼 위기요? 전혀 없었습니다.

KEYWORD 2 자녀 교육

자녀들이 훌륭하게 성장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갔어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졸업했습니다. 덕분에 두 아이 모두 글로벌하게 자랐어요. 아들은 그림을 좋아하는 제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 갤러리를 운영 중이고, 딸은 아빠를 닮아 연구하고 공부하는 걸 좋아해 미국에서 바이오 엔지니어로 활동 중이에요. 자녀 교육에 남편이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수시로 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어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고민하라"고 가르쳤어요. 돈, 명예, 권력 세 가지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죠. 두 가지를 다 가지려고 하면 결국 부정을 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아들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했고, 결국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KEYWORD 3 경력 단절

(강미형 씨는) 결혼 전에 교사 생활을 했다고 들었어요.
아들을 낳기 전까지 교사 생활을 했어요. 당시 남편은 레지던트였고요. 아들을 부모님에게 맡기고 출근했는데 남편에게 연락이 왔어요. "아들 걱정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요. 직업이라는 건 결국 돈을 버는 것이지 자아 성취가 아니라면서 둘 중에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일을 하자고 제안하더군요. 돈에 깔려 죽게 해줄 테니까 그만두라면서요. 결국 남편은 그 약속을 지켰어요. 한때 엄청난 돈을 벌어다 줬죠.

직업을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처음엔 없었어요. 남편은 늘 주부로서 제가 하는 일은 정말 훌륭한 일이라고 말해줬고, 저 역시도 그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에 여자들의 사회활동이 많아지면서 제 주변 여성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내가 내 직업을 포기하지 않았어도 아이들은 잘 자라주었을 텐데 말예요. 그리고 직업이 있었다면 남편에게 의존적인 여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딸에게는 절대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말합니다.

KEYWORD 4 배우자의 조건

좋은 배우자의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남편은 첫 번째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자와 자식을 고생시키면 안 돼요. 결국은 책임감이죠. "돈이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현실적으로 돈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남편의 외모를 보고 결혼했어요.(웃음)

저도 아내와 생각이 같아요. 어렸을 때 가난하게 살아봐서 가난이 주는 불편함을 잘 알아요. 돈이 많으면 선택지가 넓어지는 건 분명하죠. 결혼 생활을 오랫동안 잘 유지하려면 부부간의 스킨십도 중요합니다. 살면서 갈등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서로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건 없어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살을 부비면서 살아야 하죠.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침대에서 자야 합니다. 돈과 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소위 '밝히는' 사람 취급해요. 하지만 그 두 가지가 건강해야 건강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겁니다.

KEYWORD 5 노후 계획

함께 그리는 노후는 어떤 모습인가요?
50살 즈음에 일을 조금 줄였습니다. 일주일에 나흘만 병원에 출근하고 나머지 사흘은 강연과 방송 활동을 해요. 앞으로는 제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요. 아내와 함께 그리는 미래는 손주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아내와 제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또 다른 제3의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손주 키우면서 알콩달콩 사는 게 노후 계획이라면 노후 계획입니다. 아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최근 졸혼 등 새로운 부부 관계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건 결국 이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각자의 이유가 있을 테니 그걸 가지고 논쟁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반대입니다. 같이 사느냐 안 사느냐는 인간적인 신뢰의 문제인데, 저희 부부만큼 살면 그런 게 중요하지 않죠. 소위 말해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고 이만큼 왔으면 앞으로도 그냥 사는 겁니다. 이제부터 새로운 레이스가 펼쳐질 거예요.

나이를 먹으면 같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30년 동안 보험을 들어놓은 거라고 생각하면 편해요. 힘들지만 미래를 위해 어떻게든 보험금을 납부하는 것처럼, 결혼 생활도 힘들지만 꾸역꾸역 살다 보면 60살이 옵니다. 60이 넘으면 부부 관계도 편해져요. 안정적인 부부 생활, 흔들림 없는 결혼 생활이 이제야 비로소 발현되더군요. 위기에 있는 부부들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한 거잖아요.

올해 예순 살이 된 부부는 흔들림 없어 보였다. 이 부부라고 위기가 없었을까. 지난 3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쌓아온 내공이 두 사람 사이를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다 끝났으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며 서로의 어깨를 '툭툭' 토닥이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김두리, 박현구
사진
이대원, 김정선
스타일링
전금실, 강지연
2020년 02월호

2020년 02월호

에디터
이예지, 김두리, 박현구
사진
이대원, 김정선
스타일링
전금실, 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