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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재산 분할 요구한 SK가의 이혼 소송 전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상대로 1조원대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12월, 최 회장이 혼외자를 고백한 지 4년 만이다.

On December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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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재산 분할 요구

지난 12월 4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기한 이혼소송에 맞소송 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그동안의 심경을 담은 글이었다. 노 관장은 "지난 세월은 가정을 만들고 이루고 또 지키려고 애쓴 시간이었다"며 "힘들고 치욕적인 시간을 보낼 때에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이제 그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됐다.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지난 30년은 제가 믿는 가정을 위해 아낌없이 보낸 시간이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제 '가정'을 좀 더 큰 공동체로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남은 여생은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헌신하겠다. 끝까지 가정을 지키지는 못했으나 저의 아이들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노 관장은 이혼의 조건으로 최 회장에게 3억원의 위자료와 더불어 최 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의 42.3%를 분할해달라고 요구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전체 SK 주식의 18.29%(1,297만 5,472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노 관장이 요구하는 42.3%는 전체 SK 주식의 약 7.73%에 해당한다. 이날 SK 주식 종가 기준으로는 1조 3,000억여 원이다.

지금까지 두 사람의 분쟁 과정을 살펴보면, 2017년 7월 최 회장이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이혼 조정은 정식재판을 거치지 않고 부부가 협의에 따라 이혼을 결정하는 절차다. 부부 중 한쪽이 신청해 양측이 조정 내용에 합의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고, 조정이 불성립하면 이혼소송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노 관장이 이혼에 합의하지 않아 조정이 불성립되었고, 2019년 2월 정식 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노 관장은 줄곧 이혼을 거부하는 입장을 취해왔으나, 결국 입장을 바꿔 자신도 이혼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면서 위자료와 재산 분할을 청구한 것이다.
 

심경의 변화 있었나

노 관장이 이혼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한 언론 매체에 편지를 보내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하고 노 관장과 이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에도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혼을 반대해왔던 터라 그녀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 자녀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실제로 큰딸 최윤정 씨는 지난 2017년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일반인과 결혼, 최근 남편의 미국 주재 근무가 결정되자 함께하기 위해 SK바이오팜을 휴직하고 미국으로 떠나 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전공으로 석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 둘째 딸 최민정 씨는 해군 제대 후 현재 SK 하이닉스에 입사해 근무 중이며, 막내아들 최인근 씨는 미국 브라운대학교를 졸업했다.

또 최 회장이 동거인 김희영 씨와 함께 TNC재단을 설립, 20억 원을 출연한 것 역시 이혼을 결심하는 데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김희영 씨와의 관계를 공식화한 것을 보고 더 이상 재결합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과 김희영 씨 사이에는 딸이 있으며, 두 사람은 현재 부부처럼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법원은 배우자 간에 서로 연락도 전혀 없이 별거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우나 상대방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으면서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용하곤 한다. 따라서 이혼을 원하지 않는 배우자는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연락을 취하고 재결합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노 관장이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7년째 별거 중인데, 그렇다면 노 관장은 혼인 관계를 정리하고 실익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쟁점은 무엇인가

이번 이혼소송에서 세간의 주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 무엇인지'와 둘째 '재산 분할의 비율'이다. 통상적으로 혼인 중 부부가 함께 모은 재산이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된다. 혼인 전에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상속이나 증여 등으로 한 사람이 취득한 재산은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 재산의 유지와 증가에 기여도가 인정되면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여기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대부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기 때문에 최 회장 측에서는 이것이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노 관장은 그 유지•증가에 대한 기여를 주장하며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할 것을 주장할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일 경우 배우자가 그 재산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혼인 기간은 30년 이상이다.

두 번째로 논쟁거리가 되는 건 재산 분할의 비율이다. 통상 법원에서 재산 분할 비율을 판단할 때는 혼인 기간•재산 형성의 기여도 등을 따진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과 30년이 넘는 혼인 기간 동안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을 도맡아 안정적으로 가정을 지키며 그룹 경영에 기여했음은 물론 혼인 기간 중 본격적으로 SK그룹이 성장해온 점 등을 재판부에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가 제2이동통신을 인수하는 과정에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건 여론적으로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무형적 기여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 노 관장 쪽의 어떠한 도움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 임기 말에 SK가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압도적인 점수차로 획득했으나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혜설 제기로 SK가 이를 자진 반납했고, 2년 후 김 전 대통령 집권 중 다시 사업자를 선정할 때 SK가 공개주식 입찰을 해서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쟁점은 'SK의 성장에 노 관장이 얼마나 기여했는가'이다. 얼마 전 삼성의 임우재 전 고문 역시 1조 2,000억원 상당의 재산 분할 청구액 중 141억여 원만이 인정된 것을 보면 법원이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판부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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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과 동거인 근황

2018년 4월 최 회장은 동거인 김희영 씨와 함께 TNC 재단을 설립했다. 4월 19일에 열린 '홈커밍데이'에는 최 회장과 김희영 씨가 함께 참석했다. 이날 최 회장은 축사와 강연을 했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 함께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에도 최 회장은 TNC재단의 사무실 임대료를 내는 등 물적 지원도 하고 있다. 첫 사무실이었던 한남동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건물의 근저당권도 최 회장이 가진 바 있다.

'TNC'의 T는 최 회장의 영문 이니셜 중 태원의 T를, C는 미국 국적인 김희영 씨의 영어 이름 '클로이(Chloe)'의 C에서 딴 것으로 알려졌다. TNC재단은 학술 연구 및 장학 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김희영 씨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사업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사업은 학업-예체능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이 있는 아동과 청소년을 발굴해 장학금을 주는 사업이다.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
서울문화사DB
2020년 01월호

2020년 01월호

에디터
이예지
사진
서울문화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