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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원으로 떠난 60대 노부부의 이탈리아 한 달 살기

‘다녀오는’ 여행을 넘어 ‘살아보는’ 여행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달력의 빨간 날과 함께 남은 연차휴가가 자꾸 생각나는 걸 보니, 이제 진짜 떠날 때가 왔다.

On December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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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말피 해안의 야경. 2 시에나 캄포 광장의 테라스 식당. 3 기대보다 더 아름다웠던 라벨로 루폴로 정원.

1 아말피 해안의 야경. 2 시에나 캄포 광장의 테라스 식당. 3 기대보다 더 아름다웠던 라벨로 루폴로 정원.

보석 같은 도시로의 시간 여행

<60대 부부의 피렌체와 토스카나, 그리고 남부 이탈리아 소도시 한 달 살기> 저자 김영화

홍익대학교 교육학과 김영화 교수는 작년 가을, 이탈리아 피렌체로 '한 달 살기'를 다녀왔다. 평소 부부끼리 여행을 다니는 것이 익숙하다는 김 교수는 이번에도 남편과 함께했다.

"남편이 은퇴하고 저도 학교에서 연구년을 받아 장기간 여행을 계획했어요. 오래전 짧게 방문한 피렌체가 계속 아쉬웠거든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처럼 느껴졌고, 그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남편과 여유롭게 머물며 즐기고 싶었어요."

피렌체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의 중심 도시로,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건축물과 예술품이 즐비한 살아 있는 '예술 도시'다. 김 교수는 피렌체의 문화 유적을 하루에 한 곳씩 보러 다니기로 계획하고 가장 먼저 항공권을 예약했다. 항공권은 그동안 모은 마일리지로 발권해 꽤 많은 비용을 아꼈다. 숙소는 피렌체 3주, 남부 소도시 1주를 나누어 집 전체를 렌트했다. 피렌체의 숙소는 고풍스러운 5층짜리 아파트.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주거 지역에 위치해 치안과 소음 모두 만족스러웠다.

"첫날과 마지막 날만 고생을 좀 했어요. 엘리베이터가 없어 무거운 짐을 들고 80개가 넘는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거든요. 60대 부부에겐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요. 호텔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한 달간 유러피언이 돼 살아볼 수 있었으니까요."

부부는 피렌체에 머물며 미켈란젤로 광장, 우피치 미술관, 보볼리 정원, 산마르코 수도원 등 유명 관광지를 매일 조금씩 천천히 돌아봤다. 패키지 여행과 달리 시간에 쫓기지 않아 좋았고, 원한다면 같은 장소를 다시 한 번 방문할 수 있다는 것도 괜히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한 달 살기'의 묘미

피렌체와 다른 느낌의 근교 도시를 여행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피렌체에 웅장한 건축물과 화려한 예술품이 있다면 주변 시에나, 산지미냐노, 피엔차 같은 소도시에선 그림 같은 자연경관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는 모든 도시가 아름답지만 피렌체가 속한 토스카나에는 특별히 더 아름다운 소도시가 많아요. 아침 일찍 피렌체에서 출발해 저녁 늦게 돌아온다면 굳이 1박을 하지 않아도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죠. 피렌체를 여행하다 중간중간 근교 소도시를 여행하니 더 새로웠어요."

부부는 주로 열차를 이용해 이동했다. 자동차를 따로 렌트 하지 않아도 워낙 여행 정보가 잘 정리된 블로그가 많아 이동 시 큰 불편함은 없었다.

피렌체의 '3주 살이'가 끝난 후 부부는 이탈리아 남부로 이동했다. 아말피에서 2박, 바리에서 3박은 중부 도시와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보는 아말피 해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김 교수는 '보석 같은 도시'라고 그곳을 회상했다.

"아말피에서 버스로 25분 거리에 있는 라벨로가 정말 좋았어요. 산 위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그곳에 있는 빌라 침브로네라는 오래된 정원이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과거 대저택을 개조해 만든 호텔에 딸린 영국식 정원에 매료돼 한참 둘러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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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벨베데레 요새에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가는 길.

피렌체 벨베데레 요새에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가는 길.

이탈리아에서 얻은 것

김 교수는 이탈리아에서 보낸 '한 달 살기'가 그 전까지의 다른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추억을 선사했다고 회상했다.

"학업을 위해 해외에 장기간 체류한 적은 있지만 이토록 여유 있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이 삶에 많은 위로와 활력이 되고 있어요. 남편과 소소한 추억을 소환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부부가 이탈리아 '한 달 살기'로 지출한 총 경비는 800만원대. 기간을 생각하면 패키지 여행보다 저렴하게 잘 다녀온 셈이다.

다음 여행지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한참 뜸을 들였다. 이탈리아 피렌체만큼 모든 면에서 만족할 수 있는 지역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포르투갈의 포르투를 눈여겨보는 중이에요. 피렌체만큼은 아니지만 꽤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아서요."

두 사람에게 피렌체에서의 '한 달'은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이 됐다.


김영화's Tip

여행 기록 노하우
매일 일기로 여행을 기록해보세요. 빠듯한 여행과는 달리 '한 달 살기'니까 가능한 일이죠. 헷갈리는 지명이나 건물명은 물론 이동 경로나 지출 내역, 우연히 배운 언어도 좋습니다. 사소해 보여도 훗날 일기장을 펼칠 때면 소중한 추억의 일부가 돼 있을 거예요.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김두리
사진
서민규, 김영화 제공
2019년 12월호

2019년 12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김두리
사진
서민규, 김영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