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LIFESTYLE

LIFESTYLE

발리에서 한 달 살며 우울증을 극복한 후기

‘다녀오는’ 여행을 넘어 ‘살아보는’ 여행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달력의 빨간 날과 함께 남은 연차휴가가 자꾸 생각나는 걸 보니, 이제 진짜 떠날 때가 왔다.

On December 22, 2019

3 / 10
/upload/woman/article/201912/thumb/43588-395567-sample.jpg

좌_큰아들은 꾸따 비치에서 서핑 강습을 받으며 새로운 취미를 즐겼다. 우_미술 수업 후 작품을 자랑 중인 둘째 딸의 모습.

_큰아들은 꾸따 비치에서 서핑 강습을 받으며 새로운 취미를 즐겼다. _미술 수업 후 작품을 자랑 중인 둘째 딸의 모습.

아날로그 도시에서 배운 삶의 가치

<아이와 발리에서 한 달 살기> 작가 김승지

중학생 큰아들, 초등학생 딸, 유치원생 막내아들까지 삼남매를 키우는 김승지 씨는 세 아이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발리로 '한 달 살기'를 다녀왔다. 그녀는 15년간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며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다 2년 전 '마지막 퇴사'를 한 '전직 워킹맘'이다. "아이 셋을 낳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그 뒤 우울증이 왔고 반복되는 루틴을 벗어나 아이들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생각을 시작으로 '한 달 살기'에 도전했죠."

국제학교 쁠랑이 스쿨

김승지 씨는 발리에 있는 국제학교 프로그램을 가장 우선순위 일정으로 잡았기 때문에 발리 국제학교의 개학 시기인 7월에 떠나기로 결정했다. 발리에는 주 단위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유명한 시즌 스쿨들이 있다. 그중 쁠랑이 스쿨은 자격을 갖춘 교사가 영어로 수업하고 학습보다는 체험 활동과 놀이 활동이 주로 이뤄져 엄마들에게 인기다.

"세 아이를 모두 쁠랑이 학교에 등록했어요. 국제학교에 입학하려면 해당 학교의 홈페이지를 수시로 방문하거나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해요. 시즌 스쿨 공지가 올라오면 첨부된 양식을 작성해 이메일로 보낸 후 학비를 송금하면 되는데, 인기 학교의 경우 마감이 빨리 되니 서두르는 게 좋아요."

쁠랑이 스쿨은 만 4~6세로 이뤄진 킨디반, 만 7~9세의 미들키즈반, 그리고 만 10~13세의 빅키즈반이 있어 세 아이 모두 같은 학교에 등록할 수 있었다. 수업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고 식사나 화장실 문제 등, 선생님과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한 수준만 갖추면 까다롭지 않게 입학이 가능하다. 학비는 1인 기준 2주에 50만원 정도.

"쁠랑이 스쿨을 중심으로 '한 달 살기'를 계획하긴 했지만 영어 공부에만 치중하진 않았어요. 학교에 다니지 않는 2주와 주말에는 온전히 아이들과 액티비티를 즐기고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췄죠."

숙소는 3일씩 옮겨 다녔다. 2주는 쁠랑이 스쿨이 있는 우붓에 머물고 2주는 번화가인 꾸따로 이동했다. 숙소 형태 역시 빌라, 아파트먼트, 호스텔 등 다양하게 경험했는데, 어린 자녀와 함께 떠난 경우 한두 군데 숙소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3 / 10
/upload/woman/article/201912/thumb/43588-395570-sample.jpg

좌_방과 후 숙소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우_쁠랑이 스쿨에서 수업 중인 아이들.

_방과 후 숙소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_쁠랑이 스쿨에서 수업 중인 아이들.

발리에서 얻은 것

"'한 달 살기'를 다녀와서 무엇을 얻었는지, 무엇이 변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저는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해요. 지금은 떠나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와 전처럼 변함없이 지내고 있거든요. 그러나 힘들고 지칠 때,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떠올리겠죠. 발리에서 지냈던 하루하루를요. 그걸로 전 충분히 한 달간 떠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큰아이는 서핑의 재미에 푹 빠졌다. 한국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높은 파도와 그림 같은 날씨가 매일 펼쳐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융강에서 래프팅을 즐기기도 하고 워터붐 워터파크도 다녀왔다. 꾸따 비치 산책은 틈만 나면 다녔고, 저녁이면 숙소 수영장에서 지칠 때까지 놀았다.

"발리는 분명 저한테 엄청난 만족을 준 곳이지만 그렇다고 그곳을 예쁘게만 표현하고 싶진 않아요. 도로 포장 상태도 안 좋고 쓰레기가 많아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분명 힘든 부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발리에 온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감수하고 발리 특유의 아날로그 정서가 좋아서 온다고 생각해요. 느리고, 불편한 그런 것들이 발리만의 매력 아닐까요?"

그녀는 다음 '한 달 살기' 장소로 유럽 대륙과 아시아 경계에 위치한 조지아를 꿈꿨다. 그때도 역시 여행 파트너는 세 아이들이 될 예정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녀는 독특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다녀오세요. 어디든지요." 그 한마디에 왠지 모를 감정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


김승지's Tip

비용을 줄이는 노하우
우선 자신만의 상한선을 정하세요. 저는 하루 평균 10만원이라는 금액을 상한선으로 정했어요. 10만원짜리 숙소에 머무는 날에는 충분한 쉼이 되도록 부대 시설을 이용하며 주로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고, 야외 활동 시간이 긴 날에는 2만~3만원짜리 저렴한 숙소를 예약해 나머지 예산을 액티비티 비용으로 활용했죠. 앱을 통해 가계부도 매일 작성했어요. 한국과는 화폐 단위가 달라 나가는 돈의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김두리
사진
서민규, 김승지 제공
2019년 12월호

2019년 12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김두리
사진
서민규, 김승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