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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여자들은 미디스커트를 입는다

On November 24, 2019

끝자락이 무릎과 발목 사이에 위치하는 미디스커트.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트렌드의 궤도에 오르며 많은 이들이 당분간 유행할 거라고 예상한다. 성공한 여자의 표식 같은 옷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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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은 지난 100여 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패션도 예외가 아니라서 불과 1900년대 초만 해도 여성의 발목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금기시됐다. 여성의 다리를 철통 보안해온 긴긴 스커트 자락이 올라간 건 1916년. 제1차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실용적인 군복 스타일이 유행했고, 스커트 길이도 발목에서 5~8cm 정도 위로 올라가면서 조금은 활동적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미디스커트’라고 불리는 새로운 패션 아이템이 등장한 역사적 순간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디자이너 잔 랑방과 코코 샤넬이 미디스커트를 최초로 선보인 이후 1920년대에는 플래퍼(flapper, 1920년대에 복장이나 행동 등에서 관습을 깨뜨린 젊은 여성, 말괄량이)들이 무릎 언저리 길이의 스커트를 신나게 입고 다녔다. 코코 샤넬은 1954년에 미디스커트를 리바이벌해 내놓아 1960년대에 다시 크게 유행했는데, 그런 역사적 배경으로 미디스커트는 ‘샤넬 라인’ ‘샤넬 렝스’라는 멋진 이름을 얻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미디스커트는 완벽하게 트렌드 대열에 합류했다. 대표적인 컬렉션은 디올! 울, 퀼트, 비즈, 시폰 등 다양한 소재의 미디스커트가 디올 컬렉션에 등장했고, ‘Sisterhood is Global’이라는 슬로건을 새긴 스테이트먼트 티셔츠와 그레이 컬러의 울 소재 미디스커트의 조합은 1900년대 패션사에 등장한 이 고전적인 아이템이 21세기에 어떻게 안착하고 해석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이 밖에도 프라다, 프로엔자 스쿨러, 살바토레 페라가모, 끌로에 등 주요 컬렉션에서 미디스커트를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버버리, 셀린느 등은 주름이 잡힌 미디스커트로 부티 나는 1970년대 부르주아 스타일을 재현했고, 스트리트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발렌시아가는 미디스커트를 에메랄드 그린 컬러의 레더 소재로 선보였으며, 구찌는 글리터링한 소재와 스네이크 스킨 등을 동원해 미디스커트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디자이너 자신이 미디스커트 마니아이기도 한 빅토리아 베컴은 체크 패턴 미디스커트를 단정하고 세련된 분위기로 선보이며, 미디스커트 스타일링의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미디스커트는 굳이 ‘올 시즌 트렌드’라는 명분을 붙이지 않아도 충분한 존재감을 지닌다. 이 시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추앙받으며 누가 봐도 이번 생은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유니폼이랄까! 남편이 데이비드 베컴이고 세 아이의 엄마이며 자신의 패션 브랜드까지 성공적으로 이끄는 ‘다 가진 여자’ 빅토리아 베컴, 배우에서 영국 왕자비로 변신하며 21세기에 흔치 않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메건 마클이 미디스커트를 종종 입는다. 인권변호사이자 조지 클루니의 아내인 아말 클루니도 미디스커트를 우아하게 소화하는 인물. 그녀는 크림 컬러 미디스커트와 트위드 재킷으로 포멀한 변호사 룩을, 글리터링한 블랙&골드 미디스커트와 오프 숄더 톱으로 이브닝 룩을 연출하는 센스까지 지녔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UN을 방문하거나 영국 엘리자베스 공주를 만날 때 미디스커트를 입어 그녀다운 멋진 포스를 뽐냈다. 우아하고 차분하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미디스커트는 누구보다 로열패밀리들의 ‘최애’ 아이템이다. 스페인의 레티시아 왕비,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 등 세계 각국의 로열패밀리들이 미디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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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아

라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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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리 미디스커트가 트렌드고 로열패밀리들이 즐겨 입는 아이템이라고 해도 보통 체격인 동양 여자들에게 미디스커트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나 유럽 패션 잡지에 실린 스타일링 칼럼을 보면 ‘미디스커트에 플랫 슈즈를 신고 자유롭고 멋지게 활보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하는데 이런 조언이 필자에게만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미디스커트에 플랫 슈즈를 신는다고요? 그건 다리가 길고 특히 종아리 부분이 긴 서구형 몸매에 있을 수 있는 설정이죠.” 이영애, 전지현 등 톱스타의 스타일링을 전담했던 특급 스타일리스트 이선희는 “미디스커트에 플랫 슈즈를 신는 건 보통의 동양 여성 체형에는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미디스커트는 입고 퍼지면 안 되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어도 나는 여자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여성들의 옷이고요. 여성스러움을 뽐내면서도 단호하고 파워풀해 보이고 싶을 때 포멀한 팬츠 슈트보다 오히려 더 강력함을 발휘하죠.”

그리고 덧붙이는 그녀의 유용한 팁. 미디스커트의 길이는 가장 굵은 종아리 부분에서 1~2cm 정도 아래로 내려오는 기장을 선택해야 발목과 다리가 더 드라마틱하게 가늘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키가 작다면 발등이 가능한 한 많이 노출되는 7cm 이상의 하이힐을 신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좋다. 그리고 힙이 크다면 H라인 미디스커트를, 힙이 작다면 A라인의 미디스커트를 선택할 것!

스커트 자락이 종아리를 살짝살짝 스치는 기분은 묘하고도 멋지다. 한동안 스트리트 패션의 편안함에 젖어 있었다면 더더욱 이 새로움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형태와 소재의 미디스커트를 선보이며 이제 다시 우아함의 세계로 돌아오라고 독촉한다. 하긴 꼼꼼히 뜯어보면 미디스커트의 매력은 생각보다 더 많다.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외양을 완성하는 것, 낮이나 밤이나 모든 시간대에 어울리는 것, 살짝 드러나는 발목 부분이 바비 인형처럼 가늘어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는 것 등등. 미디스커트가 현재 트렌드의 최전선에 나선 만큼 비율과 프로포션의 정석을 벗어나 과감하게 연출해보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올 시즌 트렌디하게 미디스커트를 입는 공식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디스커트에 오버사이즈 재킷을 믹스매치하기(마르니·질샌더·티비 컬렉션을 참조할 것). 둘째, 미디스커트에 롱부츠 매치하기(헴라인이 비대칭이거나 슬릿이 있는 미디스커트에 더 잘 어울린다). 셋째, 스웨트셔츠에 새틴 미디스커트를 믹스매치하기(크리스토퍼 케인 컬렉션 참조). 넷째, 카키나 캐멀 컬러의 밀리터리 스타일 미디스커트와 오프 숄더 니트를 믹스매치하기(자크뮈스 참조). 마지막으로 이래저래 옷 입기에 그다지 많이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다면 미디 드레스를 선택하라. 미디스커트 못지않게 트렌디한 아이템이며 무엇보다 옷 입는 시간을 드라마틱하게 줄여줄 테니까.

끝자락이 무릎과 발목 사이에 위치하는 미디스커트.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트렌드의 궤도에 오르며 많은 이들이 당분간 유행할 거라고 예상한다. 성공한 여자의 표식 같은 옷이랄까?

Credit Info

에디터
정소나
명수진(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쇼비트, 스플래시 뉴스

2019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정소나
명수진(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쇼비트, 스플래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