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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돌, '센터' 황찬섭

On November 27, 2019

“이 좋은 것을 할아버지들만 보고 있었단 말이야?” 아이돌 같은 외모의 씨름 선수들이 격돌하며 씨름판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1PICK’을 부르는 씨름계의 아이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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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느 날 어머니와 소주를 한잔하다가 "내가 씨름을 한다고 했을 때, 왜 말리지 않았어?"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때 씨름이 하기 싫었거든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괴로움을 잊었고 다음 날 평소처럼 운동을 했어요.

무려 198만 뷰를 기록하며 씨름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어낸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씨름대회' 영상 속 주인공은 황찬섭(23세, 연수구청) 선수다. 총 7개의 씨름 체급 중 75kg 이하인 '경장급'에 속하는 황찬섭은 곰돌이 같이 '순둥한' 외모, 그와 상반되는 탄탄한 몸매로 여심을 업어치기 하고 있다.


화제의 영상 속 주인공이에요. 아이돌 같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쑥스러워요. 1년 전에 열린 대회인데 갑자기 화제가 됐어요. 어느 날 갑자기 인스타그램으로 '팬이에요'라는 메시지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를 찾아봤더니 조회 수가 2만 뷰 정도였는데 갑자기 늘어나더라고요. 사실 처음엔 패한 경기가 화제에 올라 창피한 마음이 컸어요.


대중에겐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을 거예요.(웃음)
다들 승부에는 관심이 없으시더라고요. 이런 스타일의 씨름 선수도 있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어요. 씨름 선수는 뚱뚱하다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그런데 주변에서 볼 법한 평범한 체격의 선수들이 시합을 하니 관심을 보이시는 것 같아요.


'노년층이 좋아하는 옛날 운동'이라는 편견이 있었죠. 씨름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비인기 종목이던 씨름이 저로 인해 관심을 받으니 좋아요. 씨름이 이슈가 된 뒤 얼마 전 전국체육대회가 열렸는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어요.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여성 팬이 늘어난 걸 실감할 수 있었죠. 처음으로 팬들에게 선물도 받았는데,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생겼죠?
월급을 받고 운동하는 운동선수일 뿐인데 '제2의 씨름 스타'라며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으니 마음이 무거워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겼고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외적인 모습 말고, 실력과 성적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얼마 전 열린 전국체전 씨름 경기에서 '황찬섭앓이'가 제대로 느껴졌어요.
모든 선수가 씨름을 하면 팬이 생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렇게 팬들의 응원을 받는 경험을 하니 신기하죠. 그런데 저 말고도 멋있는 선수가 많아요. 슬림하고 핸섬한 선수도 많죠. 이번 기회를 통해 씨름이란 스포츠의 재미도 알려질 것 같아요.


씨름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예측할 수 없는 역동적인 스포츠예요. 샅바를 잡을 때 벌어지는 신경전부터 예사롭지 않죠. 또 기술의 종류가 다양해요. 공식적으로 알려진 기술은 대한씨름협회의 기준으로 55가지 정도지만 제대로 파헤쳐보면 그 수가 상당해요. 그런 기술을 캐치하면서 경기를 보면 재미가 두 배가 되죠.


대다수 사람들은 씨름은 힘과 무게로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한라(105kg 이하)와 백두(140kg 이하) 체급은 파워풀한 대결을 보는 재미가 있죠. 그런데 금강(90kg 이하)이나 태백(80kg 이하)은 조금 달라요. 특히 태백급은 스피드와 씨름의 모든 기술이 결합되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어요.


씨름 경기를 보기 전에 숙지해야 할 기술이 있나요?
밭다리나 안다리걸기, 뒤집기만 알아도 재미있을 거예요. 안다리는 오른쪽 다리로 상대방의 왼쪽 다리를 걸어 샅바를 당기면서 가슴과 어깨로 상대방의 상체를 밀어 넘어뜨리는 기술이에요. 밭다리는 상대방이 오른쪽 다리를 내밀고 있거나 무게중심이 오른쪽에 있을 때 사용하는 기술이에요. 오른쪽 다리로 상대의 오른쪽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거죠. 뒤집기는 경량급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이에요. 등띠를 잡고 위에서 등을 누를 때, 상대편 몸 아래에 있는 선수가 뒤집어 젖히는 고난도 기술이죠.


어떻게 씨름을 시작하게 됐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2년째 하고 있어요. 교내 씨름대회에 나가 1등을 했는데 씨름부 코치 선생님이 권유하셨어요. 그때 제가 라면을 좋아했는데, 라면을 많이 주신다고 해서 넘어갔죠.(웃음) 당시 40kg 정도로 체격이 크진 않았는데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었어요. 에너지가 넘쳐 항상 뛰어다니고 사고도 많이 쳤죠.


하루 스케줄이 궁금해요.
오전 9시에 일어나 한두 시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점심 먹고 휴식하다가 오후엔 씨름 실전 연습을 하면 팀에서 하는 공식적인 운동이 끝나요. 그런데 저녁을 먹고 나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개인 훈련을 해요. 제가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에 최고가 되고 싶어 욕심을 부리는 거죠. 경남대학교 재학 시절엔 지금보다 더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그땐 힘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씨름부 선후배들과 함께 산에서 토끼뜀을 하거나 타이어를 매달고 끌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던 것 같기도 한데,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살아온 인생의 절반을 씨름과 보냈는데, 슬럼프는 없었나요?
어느 날 어머니와 소주를 한잔하다가 "내가 씨름을 한다고 했을 때, 왜 말리지 않았어?"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때 씨름이 하기 싫었거든요. 간간이 우승을 하는 정도의 실력이 괴로웠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지루했어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고요. 어머니는 제가 씨름을 언젠가 그만둘 거라고 생각하셨지만 계속하니까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하셨죠.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괴로움을 잊었고 다음 날 평소처럼 운동을 했어요.


결국 운동을 하면서 슬럼프를 이겼네요.
쉴 땐 쉬고 할 땐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씨름 선수에게는 1월부터 3월까지의 동계 훈련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때의 운동량이 1년을 결정하죠. 그래서 그 기간엔 집중해서 운동하고 그 외의 기간엔 정신력 관리에 신경 쓰는 편이에요. 체력도 중요하지만 정신력도 중요하거든요. 창원시청 소속의 김민우 선배가 정신력을 다지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제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는 감사한 선배님이죠.


씨름이 어떤 스포츠가 되길 바라나요?
지금까지의 침체기를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과거 이만기 선배님이나 강호동 선배님이 활동하던 시절처럼 씨름이 대중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이번 기회를 계기로 씨름의 인기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 좋은 것을 할아버지들만 보고 있었단 말이야?” 아이돌 같은 외모의 씨름 선수들이 격돌하며 씨름판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1PICK’을 부르는 씨름계의 아이돌을 만났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메이크업
홍정화·주시연(누에베 데 훌리오)

2019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메이크업
홍정화·주시연(누에베 데 훌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