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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시래기' 씨름돌 허선행

On November 26, 2019

“이 좋은 것을 할아버지들만 보고 있었단 말이야?” 아이돌 같은 외모의 씨름 선수들이 격돌하며 씨름판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1PICK’을 부르는 씨름계의 아이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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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팬츠 모두 자라

씨름은 정답이 없는 스포츠예요. 오늘 이겼지만 내일 질 수도 있고, 6개월간 연습했는데 1초 만에 승패가 가려지는 스포츠죠.
제일 잘하는 선수가 정답이 아니라서 더 재미있고요.


현역 씨름 선수 중 막내 라인에 속하는 허선행(21세, 양평군청) 선수는 대형견을 연상시키는 외모에 짐승돌을 떠오르게 하는 근육질 몸매로 인기를 얻고 있다. '뽀시래기'로 통하는 그는 씨름판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중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9관왕을 달성하고, 2019년 '학산김성률배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선 80kg의 체급 태백급 2위를 차지한 실력파다.


씨름이 인기를 얻으면서 허선행 선수의 팬도 많이 늘었죠?
놀랐어요. 전국체전에 참가했는데 팬이 케이크를 주더라고요.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많이 늘었고, 얼마 전엔 팬들이 모인 '단톡방'에도 초대됐어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다고 말하는 정도예요. 제 이름이 선행이잖아요. 팬들이 '마음씨도 선행하다'라고 말장난을 치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왜 인기를 얻었을까요?
한국 사람들은 성격이 급한데 씨름은 한판 승부잖아요. 그런 부분이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빨리 끝나니까 보는 사람도 더 열광할 수 있고요.


씨름 시합을 본 네티즌들이 '조선 시대 아육대' '여태까지 이 좋은 걸 할배들만 봤냐'라고 하더군요.
재미있어요. 그래도 반응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저는 씨름 선수니까 시합에 집중하고 몰입해야죠. 한편으론 경쟁자가 늘어난다는 생각 때문에 위기의식도 생겼어요.


KBS 리얼리티 예능 <씨름의 희열>로 인기가 더 높아질 것 같아요.
씨름이 사람들에게 관심받을 기회이긴 하죠. 실업팀 막내인 저는 형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론 예능 출연이 씨름 선수의 커리어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유명해졌는데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실업팀 막내란 타이틀의 무게가 상당하겠어요.

다른 팀이지만 어려서부터 봐온 형이나 마찬가지라 다들 친해요.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24~25살에 입단하는데, 저는 21살에 입단한 특이한 케이스죠. 앞으로 5년간은 막내일 것 같아요. 그런데 모래판 위에서는 냉정해요. 처음 겨루는 선수들과는 되도록 말을 하지 않을 정도죠.


막내이지만 '짐승돌' 같은 몸매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어요.

씨름은 상체와 하체 근육이 고르게 발달해야 하거든요. 꾸준히 운동하니까 자연스럽게 근육이 생겼어요. 오전 9시 30분에 일어나서 12시까지 씨름 연습 게임을 하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녁에 다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공식적인 운동 시간에 하지 못했던 것을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개인 운동을 하죠. 일찍 일어날 땐 땀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 양평의 공기를 마시면서 뛰기도 하고요.


초등학교 2학년인 9살 때부터 씨름을 해왔어요. 굉장히 어린 나이예요.
우연히 씨름계에 발을 들였어요. 초등학교 때 집에 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씨름을 하고 있는 게 보여 가까이 가서 지켜봤어요. 구경하다가 6학년 형하고 시합을 했는데 당연히 패했죠. 그때 제가 서럽게 울면서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코치님께 물었대요. 그래서 코치님이 내일부터 운동하러 나오라고 했는데, 그날부터 매일 나갔다고 해요. 사실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나지 않아요.


부모님이 굉장히 놀랐겠어요.
놀라시긴 했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셨던 것 같아요. 씨름 팬티나 샅바는 학교에서 주니까 크게 신경 쓸 게 없었던 것 같고요. 물론 중학교에 진학한 후 씨름을 그만둘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감독님과 동기 선수들의 부모님들이 저를 이끌어주셨어요. 굉장한 복이죠. 그래서 지금도 당시 저를 도와주신 어머님들을 "엄마"라고 부르며 연락을 드리고 선물도 챙겨 드리곤 해요.


무엇보다 씨름이란 스포츠의 매력에 빠졌으니까 가능했겠죠.
상대를 넘기고 이겼을 때의 쾌감이 좋아요. 몸으로든, 머리로든 상대방을 뛰어넘은 거잖아요. 기술만 잘 쓰면 나보다 체격이 큰 사람도 이길 수 있거든요. 어떤 때는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결국 저도 모르게 운동을 다시 하고 있더라고요. 씨름을 할 때만큼은 힘든 일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것도 좋아요. 몸을 움직이며 몰입하거나 유튜브로 씨름 영상을 보며 분석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져요. 그래서 힘들 때일수록 씨름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죠.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약금을 받았을 때. 운동하면서 처음으로 돈을 버니까 좋더라고요. 집을 사서 부모님께 드렸는데 굉장히 뿌듯했어요. 지금 집보다 더 좋은 집을 사고 싶다는 꿈을 갖고 열심히 하려고요.


선수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씨름 선수들이 저를 보고 "멋있다"라고 말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씨름의 정점에 올라서서 승부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어요. 씨름은 몸 관리를 잘하면 최대 40살까지 할 수 있는데, 지금부터 관리를 잘해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좋은 선수가 되려고 노력해요. 은퇴해도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다양한 방면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그 이유가 있을 테니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선 내 앞에 있는 일을 하나씩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운동을 쉴 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요?
워낙 어려서부터 씨름을 해서 함께 씨름하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데, 보통의 또래들처럼 술자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저는 주량이 소주 4잔에 불과하지만 술자리는 좋아하거든요. 옆에서 구경만 해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해외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딱 한 번 가봤는데 더 먼 곳에 가면 어떨지 궁금해요.


씨름은 어떤 스포츠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정답이 없는 스포츠요. 오늘 이겼지만 내일 질 수도 있고, 6개월간 연습했는데 1초 만에 승패가 가려지는 스포츠가 씨름이에요. 제일 잘하는 선수가 정답이 아니라서 더 재미있고요. 정답이 없으니 하나둘씩 정답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죠. 밭다리라는 기술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거든요. 수많은 '수'가 숨어 있는 기술들을 분석하고 예상하다 보면 신이 나요.

“이 좋은 것을 할아버지들만 보고 있었단 말이야?” 아이돌 같은 외모의 씨름 선수들이 격돌하며 씨름판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1PICK’을 부르는 씨름계의 아이돌을 만났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메이크업
홍정화·주시연(누에베 데 훌리오)

2019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메이크업
홍정화·주시연(누에베 데 훌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