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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미남 씨름돌 손희찬

On November 25, 2019

“이 좋은 것을 할아버지들만 보고 있었단 말이야?” 아이돌 같은 외모의 씨름 선수들이 격돌하며 씨름판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1PICK’을 부르는 씨름계의 아이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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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팬츠 모두 자라


날카로운 눈매의 손희찬(25세, 정읍시청)은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빼어난 외모에 우락부락한 몸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씨름돌'이다. 전북 정읍시 수성동 주민센터에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며 100만원을 쾌척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그는 씨름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생각이다.


남성미가 넘치는 몸매예요.
본래 왜소한 체격이었어요. 씨름을 시작할 당시엔 키도 작고 몸무게는 30kg대에 불과했어요. 씨름부에 찾아가 "씨름을 하고 싶어요"라고 했을 때 "집에 가!"라는 말을 들었죠. 3일 연속 찾아간 끝에 씨름부에 입단했는데, 그때부터 몸을 키우기 위해서 엄청나게 먹었어요. 지금도 식단 관리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체급 관리를 하고 있어요.


칠전팔기의 마음으로 씨름부를 찾아갔네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이에요?
우리 반에 저랑 체격이 비슷한 친구가 씨름부라기에 대결을 하자고 했어요. 쉬는 시간에 씨름장에 갔는데 5초 만에 내리 세 판을 졌어요. 제가 5남매 중 셋째라 어려서부터 승부욕이 강했는데, 지고 나니 승부욕이 불타올랐죠. 친구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 씨름을 배우려고 씨름부에 찾아갔는데 받아주지 않으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승부욕 때문에 시작한 씨름은 어땠나요?
처음엔 취미로 여겼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더군요.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했지만 이왕 시작한 거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연신내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했어요. 당시 저희 집이 동작구였는데 매일 아침 지하철 첫차를 타고 1시간 30분 걸려 등교했어요. 만원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 틈에 끼여 먼 거리를 오가는 제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합숙을 하며 본격적으로 해보라고 하셨죠.


부모님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 어머니에게 씨름으로 유명한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한 후 동작구청 소속 선수가 될 거라고 이야기했대요. 어머니는 10년 후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제 모습을 보고 '설마…'라고 하셨대요. 취미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학업과 병행하라고 하셨는데, 중학생이 먼 거리를 오가며 끈기 있게 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셨대요.


어렵게 시작한 합숙 생활은 어땠나요?
사건 사고가 많았죠. 도망가는 아이도 있고 선생님과 선배한테 혼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전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저를 믿어준 부모님에게 죄송할 것 같아 끝까지 버텼어요. 씨름이 재미있기도 했고요. 제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운동신경이나 피지컬이 뛰어나지 않아 남들보다 더 노력하려고 했어요.


노력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는 선수들이 있죠.
저는 이해력이나 습득력도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타고난 친구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하고 싶어져요. 중학교 때 후배와 시합을 했는데 졌던 것이 계기였어요. 당시 전국구에서 1등을 하기도 했는데 후배한테 지니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개인 운동을 시작했어요. 지금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오전·오후·야간 운동까지 하루에 4타임의 운동을 해요. 예전엔 개인 운동을 하는 게 창피해 불을 끄고 몰래 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처럼 몸이 좋아지더라고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씨름이 좋았군요.
처음엔 이 정도로 좋아하게 될 줄 몰랐는데 어느 순간 자부심이 생겼어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전통 스포츠잖아요. 상대방을 넘길 때의 쾌감과 모래판에 올라가기 전 느껴지는 긴장감도 좋아요. 몸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긴장할 때가 있는데, 어디서 그런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어머니가 일본분이라 국적이 두 개였는데, 최근에 일본 국적을 포기했어요. 생각해보니 씨름이 있는 우리나라 국적만 갖고 있는 게 당연한 거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때 가장 뿌듯하죠?
부모님이 경기를 보러 오셨을 때 이기면 기분이 좋죠. 제가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된다는 사실이 기뻐요. 5남매다 보니 교육비가 상당히 많이 드는데, 제가 합숙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항상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었거든요. 선수로 성장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해요. 참, 제 남동생은 레슬링 선수 손희동이에요. 얼마 전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1등을 했죠.


긍정적인 마인드가 인상적이에요.
어떤 상황이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대학교에서 실업팀으로 옮길 땐 적응이 어려웠어요.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더라고요. 주변에서 도와줘도 결국엔 제가 이겨내야 하더군요. 그래도 정신력이 강한 편이라 이겨낼 수 있었어요. 외출·휴가도 반납하고 독하게 마음먹고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조력자도 있었어요. 같은 팀 소속의 한다복 선수가 도움을 많이 줬어요.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근력을 기르고, 기술을 알려주며 실력을 키웠죠.


씨름이 재조명받는 지금의 상황이 반가울 것 같아요.
선수로서 굉장히 기분 좋아요. 오랜만에 씨름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겠지만 경기력을 키워 야구나 축구처럼 강력한 팬덤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방송 촬영도 열심히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부턴 증평군청 소속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저한테는 큰 도전이에요.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니까요. 저 자신을 믿고 도전해보려고요.


씨름선수로서 꿈은 무엇인가요?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태백장사를 꿈꿔요. 팬들이 생겨 최근 열린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꽃다발과 선물을 받았는데 뭐라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SNS를 하지 않는데 팬들이 제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길래 동료들에게 물어서 가입했어요. 팬들의 관심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요. 앞으로도 제 활동을 기대해주세요.

“이 좋은 것을 할아버지들만 보고 있었단 말이야?” 아이돌 같은 외모의 씨름 선수들이 격돌하며 씨름판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1PICK’을 부르는 씨름계의 아이돌을 만났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메이크업
홍정화·주시연(누에베 데 훌리오)

2019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에디터
김지은
사진
김정선
스타일링
최영주
헤어&메이크업
홍정화·주시연(누에베 데 훌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