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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을 수 있을까?

On November 22, 2019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을 목전에 뒀다.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지만 궁금한 건 딱 하나, ‘집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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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10월 말 시행을 앞둔 가운데, 서울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지 부동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란 말 그대로 아파트 분양가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로, 쉽게 말해 아파트 분양 시 평당 일정 금액 이상은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에 따르면 분양가는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 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태 분양가격을 산정한다. 이는 보통 집값 안정화를 위해 도입되며,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시작

지난 10월 11일,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좀 더 원활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수정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의 골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필수 요건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시 25개 구 모두와 경기도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이들 31곳은 모두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필요한 부수적 조건까지 충족하고 있다. 상한제 적용의 3가지 부수 조건은 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 최근 3개월 주택 매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 경쟁률이 5대 1 초과 또는 국민주택 규모 주택 청약 경쟁률이 10대 1 초과 등이다.
 

집값 안정 vs 집값 상승 ‘팽팽한 대립’

분양가 상한제의 실시가 구체화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대립은 더욱 팽팽해졌다. ‘도입되면 집값이 안정된다’라는 의견과 ‘공급 감소로 부작용이 확산된다’는 두 가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이다.

먼저 분양가 상한제에 찬성하는 측의 입장은 이렇다. 그들은 분양가의 상승이 기존 주택의 가격을 올리고 결국 실수요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시기에 서울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한 것을 그 방증으로 들었다. 이후 분양가 규제가 자율화된 2015년부터는 시장이 과열되며 집값 상승이 시작됐다는 점은 그들의 입장을 더욱 뒷받침한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도 서울지역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도입에 따른 서울 주택매매 가격이 1.1%포인트(연간 기준) 하락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연구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가 분양가를 낮춰 사업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공급 자체를 위축시켜 시세를 오히려 끌어올릴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공급사가 받을 수 있는 가격이 한정돼 있다면 비용 절감을 통해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주택의 품질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인위적으로 가격이 낮아진 신규 주택은 분양가에 많은 할증(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로 시장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이를 규제하면 결국 또 다른 암시장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대 정권은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매번 가격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처음 도입한 건 1977년, 박정희 정부 때였다. 주택 규모나 원가와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3.3㎡당 상한가를 정해놓고 그 이상으로는 분양가를 받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1989년 노태우 정부 때 도입된 원가 연동제도 지금의 분양가 상한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에도 공공택지에 한해 실시하던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시장이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일시적으로는 가격이 하락하는 듯 싶다가 건설사들의 신축공사 중단 및 공급 축소로 결국은 기존 아파트들의 가격을 대폭 상승시켰다. 또한 분양 후 가격이 급상승하는 이른바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심리 상승으로 무주택자들을 전세 주택에 눌러앉게 함으로써 전세 대란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주택 공급의 중요성

전문가들은 섣불리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다면 오히려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분양가 규제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시킨다는 좋은 의도를 지니고 있으나, 아직 보완할 부분도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는 이전 정부들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교훈 삼아 원인들을 철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근본적으로 합리적인 분양가 책정을 위한 명확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는 인건비, 자재 고급화, 신기술 적용 등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과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 강화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신규 공급된 주택 중 30%가 넘는 주택이 다주택자들에게 돌아간다는 통계가 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주택 공급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주택 공급의 핵심이다. 또 안정적인 주택 공급도 뒤따라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후 공급 저하가 일어나면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안정적인 공급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여전한 강남 부동산

강남 부동산은 어떨까? 보통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시세보다 20~30%가량 저렴한 신축 아파트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청약 대기 수요가 증가한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강남은 노른자 땅에 대한 분양 물량 가치가 치솟으면서, 청약 시장에 현금 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적어도 10억원은 현금으로 쥐고 있어야 청약 신청이 가능하지만, 당첨만 되면 공급 감소,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억대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불꽃 튀는 청약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 직전의 강남은 현금 부자들만을 위한 ‘로또 청약’이 될 것이란 부동산업계의 관측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간 것이다.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상아 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는 지난 9월 24일 진행된 청약에서 112가구 모집에 1만 2,890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15.1대 1을 기록했다. 강남권에서 세 자릿수 평균 청약 경쟁률이 나온 것은 2016년 10월 분양한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 리버뷰’(306.6대 1) 이후 3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강남은 여전히 강남다운 청약 열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세 차익이 수억원에 이르는 데다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현금 부자들이 수요층을 이루고 있어 당첨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시작된 분양가 상한제가 정작 강남 집값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을 목전에 뒀다.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지만 궁금한 건 딱 하나, ‘집값’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취재
김두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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