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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뮤지컬배우 손준호와 아들 주안이의 부루마불 대결

요즘 주안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곤 하는데, 아이의 변화된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On November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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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안이와 문제집을 함께 풀고, 최근 우리 부자가 즐기고 있는 ‘브롤스타즈 게임’을 하기로 했다. 뮤지컬 출연으로 바쁜 탓에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 일까? 주안이의 기분이 좋아 보이길래 “아빠 뽀뽀 한 번만 해줘”라고 했다. 요즘따라 비싸게 구는 녀석인데 냉큼 뽀뽀를 해주더니 입을 손으로 쓰윽 닦았다. 그 모습에 서운한 마음이 들어 “아빠랑 뽀뽀하는 게 더러워? 왜 입을 닦아?”라고 물었더니 “아냐. 빨리 브롤스타즈 하자”라고 말을 돌렸다. 나는 다시 뽀뽀를 요구했다. 기분이 좋은 주안이는 또다시 순순히 뽀뽀를 하더니, 또 손으로 쓰윽 닦았다. 나는 다시 “더러운 거 맞네. 또 닦았잖아”라고 했고 주안이는 “침 묻었잖아”라며 ‘팩트 폭격’을 선사했다. 예전에는 대답하기 곤란한 말을 건네면 멋쩍게 웃고 넘기더니, 이제는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빠르게 제 할 일을 하는 아들의 성장한 모습이 귀여웠다.

하루는 아침 등굣길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주안이가 갑자기 안아달라고 했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힘껏 안아주면서 “오늘도 친구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돌아와”라고 말했다. 주안이는 “아빠는 다치지 말고 연습이랑 공연 잘하고, 엄마한테 공연 잘하라고 전해줘”라고 답했다. 그때 갑자기 내 손에 닿은 아들의 몽실몽실한 엉덩이가 느껴졌다. 늘 토닥이고 사랑스럽게 어루만졌던 엉덩이를 주물렀더니 주안이는 “사람들 있는 곳에서 엉덩이를 만지면 어떻게 해. 내려줘”라며 언짢아했고 이제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아들의 변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복잡 미묘한 심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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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만난 우리 세 식구는 보드게임 부루마불을 하면서 가족애를 다졌다. 2 초등학생이 된 주안이는 제법 큰 것 같으면서도 아직까지는 마음이 여린 어린이다. 3 뮤지컬 공연을 마친 엄마에게 예쁜 튤립 꽃다발을 건네는 주안.


오랜만에 우리 부부가 쉬는 날. 주안이는 맛있는 치킨을 시켜 먹으며 보드게임 ‘부루마불’을 하자고 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보드게임이라 게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주안이는 엄마·아빠를 위해 설명서를 읽으며 게임 규칙을 설명하고, 게임을 리드했다. 그 모습을 보니 새삼 든든했다. 하지만 주안이는 게임 중 통행료로 200만원을 지불하게 되자 입을 실룩샐룩하더니 5초 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다 큰 것 같았지만 아직까진 사랑스럽고, 마음이 여리고, 어린 내 아들이었다. 우리 부부는 눈을 마주치며 웃었고, 아내는 주안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속상할 수도 있지만 게임을 하면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거야” 라고 달랬다.

주안이는 눈물을 닦고 게임을 계속하자고 했다. 한 번의 시련을 겪은 주안이는 게임에서 상승세를 탔다. 엄마·아빠의 돈을 가져간 주안이는 신이 났는지 아빠를 약 올렸다. 나는 주안이에게 “게임에서 이기고 있다고 상대를 약 올리면 안 돼”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주안이는 사과를 하면서 “아빠도 게임에서 지고 있다고 화내면 안 돼”라고 스윽 한마디를 던졌다. 아차! 아들 녀석에게 한 수 당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돌이켜보니 아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생긴 만큼, 할 수 있는 것도 늘어난 것이다. 더욱더 지혜로운 아빠가 되고 싶고 아들과 소통하며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고 싶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지다영,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
2019년 11월호

2019년 11월호

에디터
김지은
손준호
사진
지다영,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