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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기 미제사건 X-파일

On November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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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거론되면서 대한민국 역대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경찰은 장기 미제 사건 전담팀 인력을 확충하고 기한 없이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타까운 것은 상당한 시간이 흐르기도 했지만 사건 당시의 부실 수사로 해결 실마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 지금이라도 과오를 바로잡을 때다. 부실 수사를 숨기는 대신 제대로 된 수사를 펼쳐 피해자들의 원한을 푸는 것이 급선무다.

1991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대한민국 3대 미제 사건 중 하나다. 대구 지역에 살던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 5명이 도롱뇽알을 채집하려고 집 근처 와룡산에 올라갔다가 동반 실종됐다. 사건 초기 도롱뇽이 개구리로 잘못 전해져 '개구리 소년'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약 11년 뒤인 2002년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실종이 아닌 살인 암매장 사건으로 바뀌었다. 이 사건이 3대 미제 사건에 속하는 이유는 밀폐되지 않은 산속에서 5명이 한꺼번에 살해됐으며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했기 때문. 사건 초기 경찰은 확실한 증거 없이 5명의 아이가 가정불화로 가출한 것이라고 수사 방향을 정했고, 이는 본격적인 수사를 늦추는 계기가 됐다. 그 후에도 경찰은 유골 발견 현장에 감식반을 부르지 않고 땅을 파헤쳐 현장을 훼손시키는가 하면, 조난당한 아이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재까지 범죄 도구도 불분명해 사망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으로 지난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1991년 이형호 유괴 살인 사건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형호 군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해졌다가 2달 뒤 한강공원 잠실지구 인근 배수로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실종 당일 서울과 경기 말씨를 쓰는 30대 남자가 44일 동안 60여 차례에 걸쳐 이형호 군의 집으로 협박 전화를 걸었다. 범인은 경찰에 신고했을 경우를 대비해 이형호 군의 아버지 차량에 설치된 카폰으로 연락하며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길 반복했다. 그러다 범인이 메모를 통해 금품을 양화대교 인근 철제 박스에 두라고 지정했고, 주변에 형사들이 잠복했지만 철제 박스 위치를 혼동하는 바람에 범인을 놓쳤다. 또 범인은 은행 계좌를 개설해 입금하도록 지시하고 송금된 돈을 인출하려고 은행을 찾았는데, 단말기에 '사고 신고 계좌'라는 문구가 떠 은행원이 당황해하자 신분이 노출된 것을 눈치채고 달아났다. 범인을 두 번이나 놓친 셈이다. 이 사건이 대중에게 충격을 안긴 또 다른 이유는 이형호 군의 시체를 부검한 결과, 유괴된 직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 즉 범인은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으면서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를 했던 것이다. 후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범인의 목소리를 의뢰해 성문을 분석한 결과 이형호 군 친모의 사촌동생과 일치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러나 범인이라고 특정할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가 확정됐다.

1991년 김은정 아나운서 실종 사건

독신으로 사는 김은정 아나운서가 거주 중인 집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고모집에 들러 저녁 식사를 한 후 실종됐다. "새벽 5시부터 있는 추석 특별 생방송 때문에 일찍 쉬어야겠다"는 말이 마지막이었다. 1990년 6월 TBS 개국 이래 한 차례도 방송 펑크를 내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방송국과도 연락이 끊겼다. 실종 후 김은정 아나운서의 언니가 매일 방송국으로 출근해 그녀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확인하거나 경찰과 함께 남자관계 등을 추적하는 비밀 수사를 벌였지만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다. 평상복 차림으로 현금 100만원을 갖고 사라졌다는 점으로 미뤄 돌발 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만이 있었다. 이후 2~3년간 실종 수색이 이어졌고, 1993년 <공개수배 사건 25시>를 통해 수소문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수사는 종결됐다. 현재까지도 행방은 물론이고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1995년 김성재 사망 사건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룹 '듀스'의 김성재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당시 그의 오른팔에는 28개 주삿바늘 자국이 있었고, 시신에서 마약성 동물 마취제인 '졸레틸'이 검출됐다. 유력한 용의자는 치과 대학 재학생이었던 그의 여자친구였다. 약물이 마약성 동물 마취제였다는 점과 오른손잡이인 김성재가 오른팔에 주사기를 꽂았다는 사실에 의혹이 불거졌으나, 그의 시신에서 강제 투약을 거부하거나 반항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타살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당시 유력한 용의자였던 그의 여자친구는 1심에서 사형이 구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심과 3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용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의 초동수사 소홀로 확정적 물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일어난 사건임에도 CCTV나 주사기 같은 물증조차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난 8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성재 사망 사건 미스터리 편이 방영 예정이었으나, 용의자였던 과거 여자친구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으로 방송이 금지돼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1999년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

일명 '태완이 사건'으로 불리며,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시킨 사건이다. 검은 비닐봉지를 든 정체불명의 남성이 당시 6살이었던 김태완 군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후 얼굴에 황산을 부은 뒤 달아났다. 김 군은 얼굴을 비롯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두 눈을 잃었으며, 고통에 시달리다 49일 만에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유일한 목격자는 어린 청각 장애인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농아였기 때문에 진술을 하지 못했다. 김 군은 사망하기 직전 범인은 치킨집 아저씨라고 지목했으나, 당사자는 무고를 주장하고 있다. 또 아이의 부모는 캠코더와 녹음 장비를 준비해 김 군이 정신이 들 때마다 증언을 듣기 위해 질문했으나 김 군의 답변을 들은 진술 분석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렸고, 경찰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물증과 목격자가 없어 사건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2003년 포천 여중생 살인 사건

중학교 2학년 엄현아 양이 엄마에게 "곧 간다"는 말을 남긴 후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으로, 실종된 지 3개월 후 자택에서 6km 떨어진 배수로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엄 양은 알몸 상태였으며 손톱과 발톱에 붉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후에 알려진 바로는 엄 양의 상반신은 부패가 심한 반면 하반신은 깨끗했고 정액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보였다. 즉 성폭행 가능성은 낮다는 것. 또 손톱과 발톱의 매니큐어는 사후에 칠해진 것으로, 범인은 성도착증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3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목격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목격자는 한 낯선 흰색 차량이 다가와 동승을 권유해 탑승했으나 목적지에 다다라도 내려주지 않아 달리는 차에서 가까스로 탈출했으며, 운전자는 인근 중학교 방향으로 유턴해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또 목격자는 최면 요법을 통해 차량 뒤쪽에 가죽 가방과 카키색 점퍼가 있었으며, 운전자의 손톱에 투명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피부가 화장한 듯 밝았으며 가느다란 손가락에 호리호리한 체형인 것을 기억해냈다.

2005년 신정동 엽기토끼 연쇄살인 사건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일대에서 여성들을 납치해 2명의 여성을 성추행 및 살해 후 유기하고 1명의 피해자를 남긴 사건이다. 첫 번째 피해자는 골목의 쓰레기 무단 투기장에서 상반신과 하반신이 각각 쌀포대에 담긴 채로 발견됐다. 경부 압박으로 질식사한 피해자는 속옷이 반쯤 벗겨진 상태였고, 음부 안에 종류가 다른 생리대 2개와 말린 휴지가 들어 있었다. 가슴이 치아에 물리거나 복부의 과다한 출혈 등 폭행당한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액 반응은 음성으로 나와 범인을 유추하진 못했다. 두 번째 피해자 역시 마대에 담겨 쓰레기 무단 투기장에서 발견됐다. 피해자 상의에서 외부에서 묻은 곰팡이가 발견돼 실내 반지하에서 범죄가 이뤄졌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세 번째 피해자는 신정동 주택가의 어느 반지하방으로 납치당했다가 도망쳐 생존했다. 피해자는 대문 밖으로 도망치지 않고 반지하방 위층으로 올라가 그 집의 신발장 뒤에 한동안 숨어 있었다. 그 신발장 위에는 아이들이 만든 듯한 모양의 화분이 올려져 있었는데 측면에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증언에 따르면 반지하방에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후에 그 집 주인은 당시 반지하방에 거주하던 남성은 30대 후반 정도였고, 때론 두 명이 살기도 했으며 구로동 쪽에서 일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지난 2015년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고, 당시 시신을 감싼 돗자리에서 발견된 체액의 DNA를 분석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범인은 검거되지 않았다.

2016년 부산 신혼부부 실종 사건

부산 수영구 광안리의 한 아파트에 살던 30대 동갑내기 신혼부부가 2016년 5월 27일 실종된 사건이다. 아내는 오후 10시 마트에서 물건을 산 것을, 남편은 다음 날인 28일 새벽 3시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 것을 마지막으로 행적이 묘연한 상황. 의아하게도 부부 모두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CCTV에 찍혔으나 나가는 장면은 찍히지 않았다. 부부의 차 역시 주차장에 그대로 있었으며, 집에는 외부인이 침입하거나 다툼의 흔적 등이 전혀 없었다. 또 현장 감식을 실시했으나 DNA 샘플 채취 및 혈액 반응에서도 특이한 점은 없었다. 후에 부부는 각자의 동료에게 '우울증을 앓던 아내가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나 자택 인근 응급실이 있는 대학병원에는 아내가 내원한 기록이 없었다. 한편 남편이 결혼 후에도 만남을 이어갔던 전 여자친구가 용의자로 지목됐다. 지난 2017년 전 여자친구는 노르웨이에서 주요 용의자로 검거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범죄인 인도 청구가 승인되지 않아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공소시효 제도 변천사

형 집행권을 소멸시키는 형사 시효의 일종으로 죄를 범하고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공소 제기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도다. 형벌의 목적은 범죄인을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라는 명제에 따른 것으로, 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고 많은 시간이 지나 불문에 부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태완이법'으로 기존에 25년이었던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그 후 장기 미제 사건이 해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998년 서울 노원구 가정주부 성폭행 살인 사건의 범인이 18년이 흐른 2016년 검거됐다. 사건 당시 용의자의 DNA와 혈액형 증거를 가지고 있었던 덕이다.
또 최근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일각에서는 강간, 방화, 강도 등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의 경우 공소시효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을까? 일본은 살인죄 공소시효가 없지만, 여타 범죄는 공소시효를 인정하며, 공소시효가 이미 끝난 사건은 소급적용하지 않는다. 미국은 주마다 법이 상이하다. 살인죄는 미합중국 50개 주 전체가 공소시효를 배제한다. 미성년자 성범죄는 주마다 인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종류의 성범죄인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유럽 국가에서는 대체로 우발적인 살인죄는 공소시효를 인정하고 계획적 살인이나 중대 범죄와 관련된 살인만 공소시효를 배제한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박현광(<일요신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11월호

2019년 11월호

에디터
김지은, 박현광(<일요신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